동포사회를 안타깝게 했던 온주 실협 선거가 끝났다. 그동안 깊게 패인 감정의 골과 적대적 대응으로 일관했던 양측이 법원감독이라는 수모를 겪기는 했지만 선거 후 깨끗이 승복하고 정상화의 길을 걷는 모습은 일단 다행스럽다. 선거 기간에도 서로 불법시비에 채증(採證)을 밝혀 혹여 선거 후 다시 후폭풍이 일지않을까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특히 일부 신문의 특정 후보 밀어주기와 상대후보 폄하라는 지나친 편파보도에 다른 후보들이 반발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기이한’ 상황도 벌어졌기에, 실협 뿐만 아니라 동포 언론계에도 후유증이 미치지 않을까 걱정됐던 게 사실이다. 타 후보들은 물론 많은 한인 동포들도 너무 노골적인 신문의 편향을 걱정하는 소리를 전해와 같은 언론으로 솔직히 민망하고 언짢았던 기억이다.
 
그런데 이번 실협 선거에서 보인 그 신문의 보도행태는 묘하게도 모국의 지난 4.11 총선에서 보여준 일부 신문과 방송의 정도(正道)를 벗어난 ‘친여 편향-야권 죽이기’ 보도행태와 너무 닮았다는 데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며 아름답게 아우르고 보살펴야 할 언론이 마치 피고와 원고를 다루는 판사나 검사처럼 사안에 직접 개입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면서 쥐고 흔드는 모양새는 글자 그대로 ‘작태’라는 말을 듣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언론의 원론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금도(襟度)를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다. 여당의 과반 확보로 선거가 끝나니 마치 자기들 잔치가 벌어졌던 것 마냥 승리감에 도취된 보도를 양산해내는 이른바 ‘조·중·동’의 금도를 팽개친 모습은 그야말로 ‘조폭적 행태’에 다름 아니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신문들이기에 더더욱 국격과 ‘언격(言格)’을 논할랴치면 수준이하의 낯뜨거움을 절감할 수 밖에 없다.         
선거 후 쏟아지는 승-패인 분석들은 거의 여당에 후하고 야당에는 혹독하다. 야권에 대한 기대치가 컸고 그만큼 상실감도 크기에 그럴 수 있다지만, 정말 야당이 그렇게 뒤집어 쓸 정도로 잘못만을 저질렀던 것일까.
 
선거정국의 흐름과 역학을 한번 찬찬히 따져본다면, 이번 총선의 승패를 가른 최대 요인은 첫째 언론, 둘째 강고한 지역구도, 셋째 물타기와 궤변의 엎어치기 전략…, 그리고 박근혜 영향력과 김용민 파문 등은 그 다음 변수들이었다는 감이 든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은 ‘김용민 막발’이 승패를 가른 최대 요인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막말 그 자체 보다는 그런 파문을 최대이슈로 만든 언론들의 행태가 승패를 갈랐다고 봐야한다. 뒤집어 말하면 여권이 ‘기를 쓰고 밀어부친’ 언론장악의 덕을 톡톡히 누린 선거판이었다.  
“표절-성폭행 문제와 막말문제가 대립할 때, 전통 미디어는 한쪽은 덮고 막말 파문은 마치 국가가 뒤집어지는 일인 양 포장하고 확대했다. 그리고 그게 먹혔다..”(최영묵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
맞는 말이다. 선거 와중에 터진 개별 이슈는 많았다. 8년 전 내뱉었다는 김용민의 막말 말고도, 제수 성폭행 의혹이 터진 김형태, 박사학위 논문 이중 표절의 문대성, 친일발언의 하태경, 불법사찰 의혹의 기무사 수장 출신 등…문제후보가 한둘이 아니었다. 이들 중 김용민만 야당이었고, 집중포화를 받은 것도 그 뿐이었다. 김형태·문대성 모두 보수언론들은 크게 다루지 않았고, 그들은 당선됐다.
 
신문시장의 5할이상을 장악하고 있다는 ‘조중동’은 선거기간 내내 보수결집과 거야(巨野)불안감 조성에 나서는 등 여당 편향으로 일관했다. 영향력이 큰 KBS·MBC·연합뉴스 기자들의 공정보도를 외친 파업이 공교롭게도 선거기간 지속되면서 간부중심으로 만든 뉴스들 역시 여당 홍보에 치중했다. 
언론파업이 야당에는 악재였던 것이다. 당연히 선거 캠페인 기사의 ‘여대야소, 여후야박(與厚野薄)’이 이어졌다. 엄밀히 따져보면 공천에서 잘잘못은 여-야 오십보 백보였다. 일사불란한 일인체제의 효율성이 좋아 보일터이나, 민주적 리더쉽은 논박 속에서 조화를 이뤄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똑같은 실수에 한쪽은 감싸주고 한쪽은 침소봉대 되곤했다. 
그래서 정부에 장악된 언론들이 이번 여당 승리의 공신들이었다는 분석은 극히 타당하다. 
하지만 그들의 자아 도취가 얼마나 갈까. 신뢰를 잃은 언론은 존재 의미가 없다. 벌써 언론시장에서 영향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는 게 그걸 말해준다.

< 김종천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