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성 ‘보복 기소’" 이두봉 검사  

법사위 대검 국감서 여당 쪽 밝혀

여야, 고발사주· 대장동 의혹 공방

 

김오수 검찰총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검찰이 불법 대북송금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한차례 불기소 처분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를 뒤늦게 기소한 것은 공소권 남용이라고 지난 14일 대법원이 판단한 가운데, 유씨 기소를 담당한 검사를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당에서 나왔다.

 

1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이 사건 관련 질의를 하며 “(공소권을 남용한) 검사를 탄핵(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 (검찰은 이를) 엄중하게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주말 민주당 수뇌부와 법사위 위원들은 2014년 당시 유씨 기소를 이끈 이두봉 인천지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등을 탄핵해야 한다는 논의를 했다고 한다. 헌법에 따라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1 이상이 발의한 뒤,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 168석인 민주당 단독으로 검사 탄핵이 가능한 구조다.

 

검찰은 이 사건 대법원 판결 이후, ‘공소권 남용’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이날 국감 첫 질의자였던 송기헌 민주당 의원이 “지난 서울고검 국정감사 때 이두봉 검사장에게 물었는데 본인은 사과하지 않았다”며 “총장이 검찰을 대표하는 분으로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김오수 총장은 “바로 사과하기보다는 판결문 등을 살펴보고 적절한 조처를 하겠다”며 사실상 사과를 거부했다. ‘대검 차원에서 이 사건을 감찰하거나, 관련자를 징계할 예정이 있는가’라는 최기상 의원의 말에 김 총장은 “대검 감찰부장에게 관련 기록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앞선 지난 14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우성씨 상고심에서 검찰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바 있다. 같은 날 국감에서 2014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으로 유씨 기소를 이끈 이두봉 지검장에게 여당 의원들이 사과를 촉구했지만, 이 지검장은 사과 대신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말을 반복해 의원들의 항의를 받았다.

 

이날 국감에서는 여야가 상대 당 대선 후보를 겨냥해 공세를 이어갔다. 국민의힘이 여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 연루 의혹이 이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부실하다고 공세를 이어가자, 여당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가 정당했다는 지난 14일 법원 판결을 언급하며 역공을 펼쳤다.

 

한편, 김오수 총장은 성남시 고문변호사로 일한 전력을 지적하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성남시에서 지역을 위해 봉사해달라고 해서 하게 됐다”며 “대장동 사건과 관련이 없다. 많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광준 기자

 

대법원 검찰의 보복기소 공소권 남용 인정 판결에도

당시 기소책임 이두봉 인천지검장 사과없이 '유의'만

 

     이두봉 인천지검장. <국회TV> 갈무리

 

이두봉 인천지검장. 지난 14일 오전과 밤, 각각 서울 서초동과 여의도에서 발생한 이례적인 일을 꿰는 연결고리입니다. 먼저 이날 국회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밤 11시께 지방검찰청을 대상으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두봉 지검장을 증인석으로 나오라며 일으켜 세웁니다. 그리고 “사과할 생각 없으시죠?”라고 묻습니다. 이 지검장은 사과의 말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 “업무처리에 유의하겠다”라고 말합니다.

 

이날 오전 대법원은 검찰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한 이례적인 판결을 내놓습니다. 대법원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처음 있는 일”이라고 설명할 정도였는데요. 국회의원이 지검장에게 사과를 요구한 것과 대법원 판결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요.

 

먼저, 시계를 2010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당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씨의 대북 송금업무 대행 혐의를 수사한 서울동부지검은 유씨를 기소유예 처분합니다. 유씨는 탈북자 대북송금을 주선하는 일명 ‘프로돈’ 사업을 통해 13여억원을 북한으로 밀반출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유씨의 가담 정도가 가볍고 그가 범행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기소하지 않은 겁니다.

 

사실상 끝난 사건이 2014년 5월 다시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한 탈북자 단체의 고발에 유씨를 같은 혐의로 기소합니다. 재북 화교 출신이지만 ‘탈북자 전형’으로 서울시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고 탈북자 정착금을 부당하게 받은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도 추가됩니다. 당시 유씨를 기소한 검사가 바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었던 이두봉 지검장입니다.

 

이듬해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 유죄로 판단해 유씨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합니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습니다. 서울고법 형사5부(당시 부장 윤준)는 “검찰 기소에 어떤 의도가 있어 보이기 때문에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평가함이 타당하다”며 “고발은 각하됐어야 할 사안”이라고 판결합니다. 2심 판결문 10쪽에 걸쳐 적시된 이유를 짧게 정리하면, ‘사정변경’이 없었다는 겁니다.

 

검찰이 2010년 기소유예된 사건을 번복하고 2014년에 다시 기소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그 사이에 있었던 ‘사정변경’이라고는 유씨가 억울하게 간첩으로 몰렸다가 2014년 1월 국정원 직원과 담당 검사를 고소했고 그 다음달 국정원 직원의 출입경 기록 증거조작이 밝혀졌던 일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유씨 변호인이었던 김용민 의원이 검찰의 기소를 두고 “보복성 기소”라고 비판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법원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에 대한 불법 대북송금 혐의를 공소기각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건물에서 유우성씨가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있었던 상고심에서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기소유예 처분을 번복하고 공소 제기해야 할만한 의미 있는 사정변경이 없었다”며 “(보수 탈북자 단체의) 고발은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라 각하됐어야 한다”고 판시합니다. 기소된 두 혐의 중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만 유죄로 인정한 겁니다. 그럼 ‘공소권 남용’을 저지른 검사들은 공소권 남용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는 걸까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부장검사이던 이두봉 지검장의 결정이 아니라 ‘윗선’의 결정이었을 가능성이 큰데 이를 들쑤실 수 있겠냐는 설명이 검찰 내부에서 나옵니다. 당시 부장이었던 이두봉 검사 지휘라인으로는 이미 퇴직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신유철 당시 중앙지검 1차장검사와 김수남 당시 중앙지검장이 있습니다. 한 검찰 간부는 “당시 기소도 ‘윗선’이 결정했을텐데 (대법원 판단은) 검찰과 법원의 견해 차이 정도로 여겨질 것”이라며 “만약 이 지검장에게 불이익이 가더라도 인사고과 상 벌점 1~2점만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근데 이미 검사장 신분이라 얼마나 영향이 갈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지검장은 2014년 이 사건 이후 승승장구합니다. 2019년 윤 전 총장 취임 직후 ‘검찰의 꽃’이라는 검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합니다. 그가 이른바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7년 동안 유씨는 공소권 남용으로 인한 재판에 시달려왔습니다.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던 이 지검장이 지난 7년 동안 공소권 남용으로 고통받은 유우성씨의 삶을 존중할지는 모를 일입니다. 유씨는 14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당시 검찰 간부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유씨는 과연 지난 7년 동안 겪은 고통에 대해 사과받을 수 있을까요? 전광준 기자

 

유우성 ‘대북송금’ 공소기각 확정…대법 “검찰 공소권 남용 첫 인정 사례”

 

검찰이 불법 대북송금 등 혐의로 한차례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를 뒤늦게 기소한 것은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공소기각한 원심을 대법원이 확정한 첫 사례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4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기진 유씨 상고심에서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하고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유씨의 대북 송금업무를 대행한 혐의를 수사한 서울동부지검은 2010년 그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탈북자 대북송금을 주선해주는 일명 ‘프로돈’ 사업을 통해 13여억원을 북한으로 밀반출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였으나, 유씨의 가담 정도가 경미하고 초범이라는 점을 고려한 처분이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당시 부장 이두봉)는 한 보수단체 고발을 받고, 2014년 유씨를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유씨가 2013년 별도의 간첩 혐의로 기소됐다가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유씨의 출입경 기록을 위조했다’는 사실을 중국 당국의 확인을 거쳐 밝혀내고 국정원 직원들과 담당검사를 고소한 뒤였다.

 

당시 유씨 변호인 등은 “검찰이 간첩 사건 증거조작이 밝혀지자 갑자기 과거 기소유예 처분했던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보복성 기소이고 공소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검찰은 유씨를 재판에 넘기며 재북 화교 출신이면서도 탈북민이라고 속여 ‘탈북자 전형’으로 서울시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고 탈북자 정착금을 부당하게 받은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도 함께 적용했다.

 

유우성(가운데)씨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건물 앞에서 대법원 선고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혜윤 기자

 

2015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선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배심원 7명 중 4명이 ‘검찰 공소권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당시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 아니다”라며 두 혐의 모두 유죄로 판단해 유씨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형사5부(당시 부장 윤준)는 2016년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두고 “검사가 현재 사건을 기소한 것은 통상적이거나 적정한 소추재량권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 어떠한 의도가 있다고 보여지므로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평가함이 상당하다”며 검찰의 권한 남용이라 판단해 위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공소 기각했다. 다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부분에 대해선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날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 뒤 4년이 지난 2014년 현재 사건이 기소됐다.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번복하고 다시 기소할 의미있는 사정변경이 없다. 재수사 단서가 된 보수단체 고발은 각하됐어야 했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공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이 확정된 최초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유씨는 국가보안법상 간첩 등 혐의로 기소된 별도의 재판에서 2015년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국정원 직원들이 유씨 재판 과정에서 증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전광준 기자

 

‘보복성 기소’에 대법 첫 제동, 검찰 부끄럽지도 않나

 

‘서울시 간첩 조작사건’과 관련해 간첩 혐의를 받은 유우성씨가 2014년 4월14일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간첩증거조작 수사결과가 부실하다고 주장하고있다.

 

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뒤늦게 기소한 것은 공소권 남용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사법부가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공소 기각을 확정한 첫 사례라고 한다. 유씨의 혐의는 검찰이 앞서 기소유예 처분했던 것으로, 뒤늦게 다시 기소할 때부터 ‘보복성 기소’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를 대법원까지 끌고 가 제 허물을 더욱 크게 드러낸 꼴이 되고 말았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4일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공소 기각으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2014년 서울중앙지검이 탈북자의 대북 송금을 주선해주는 이른바 ‘프로돈’ 사업을 벌여 북한으로 돈을 밀반출한 혐의로 유씨를 기소한 사건이 7년 만에 사법적으로 확정됐다. 이 사건은 서울동부지검이 이미 2010년 수사를 벌여 기소유예 처분을 한 바 있다. 대법원은 “기소유예 처분을 번복하고 다시 기소할 의미 있는 사정 변경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의 뒤늦은 기소는 단순한 공소권 남용이라고만 보기도 어렵다. 유씨는 북한의 지령을 받아 탈북자 정보를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2013년 2월 구속기소됐으나, 2015년 대법원은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항소심이 진행되던 2014년 2월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증거 조작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도 조작된 증거를 의도적으로 방치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재판에 관여한 검사들이 징계를 받았다.

 

검찰이 유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한 건 그 직후였다. 유씨가 재북 화교 출신이면서도 탈북민이라고 속여 ‘탈북자 전형’으로 서울시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고 탈북자 정착금을 부당하게 받은 깨알 같은 혐의까지 추가했다.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재탕 기소’를 했으니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전향적이지만, 지극히 상식적이기도 하다. 더구나 사법 사상 처음으로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판단한 것은 그동안 검찰이 공소권 사용에 스스로 엄격했기 때문이어서는 아닐 것이다. 상식선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번 사건의 경우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재판에서 배심원 과반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고 판단했으나,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의 공소권 남용은 심각한 인권침해다. 사법부의 더욱 적극적인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