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물증 나오면 또 진술 바꿀 것" 전망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 창구로 지목된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3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핵심 인물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피의자로 나와 조사받았다. 검찰 출신인 김 의원은 ‘고발장 제보를 받았지만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검찰은 아니다’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이날도 되풀이했다. 전날 공수처에 출석한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역시 ‘제보를 받았는데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고발장 송수신 당사자로 지목된 두 사람이 서로 말이라도 맞춘 듯 실체도 불분명한 ‘성명불상 제보자’를 들고 나온 것이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공수처 조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4월3일 고발장을 전달한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제보자와 제보 경위에 대해선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고발장을) 누구에게 줬는지 제보자가 누구인지도 전혀 기억 안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발장을 이 사건 제보자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통화 녹취파일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손준성 검사도 김 의원과 비슷한 주장을 펴고 있다. 손 검사는 이 사건이 불거진 지난 9월 초부터 ‘고발장 전달 및 작성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이어 2일 공수처 조사에서 ‘반송’ 논리를 꺼내든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정보를 담당하는 자신에게 누군가 텔레그램 메시지로 고발장을 제보해왔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되돌려 보냈는데, 어떤 경로를 거쳐 김웅 의원에게 전달됐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혀 모르는 일’에서 ‘제보 받은 고발장을 돌려 보냈을 수 있다’는 쪽으로 태도를 바꾼 것이다.

                   손준성 검사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두 사람이 직접 통화하거나 만나진 못했겠지만 그간 보도된 내용이나 상대방 주장을 살펴가며 말을 맞췄을 가능성이 있다. 수사 과정에서 추가 물증이 나오면 이에 맞춰 또 진술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공수처는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최초 고발장 전달자가 손준성 검사란 사실을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지난 9월30일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며 ‘손준성 보냄’으로 표시된 텔레그램 메시지가 조작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공수처는 김 의원과 조성은씨 통화 녹취파일을 근거로 김 의원이 언급한 “저희”가 누구인지를 규명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4월3일 조씨와 통화하며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만들어서 보내드릴게요” 등의 말을 했다. 공수처는 지난 9월 압수한 김 의원 스마트폰을 포렌식했지만 유의미한 자료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의원은 6개월 간격으로 휴대전화를 바꾼다고 밝힌 바 있다. 전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