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 날

‘보수 텃밭’ 대구 찾아 박정희 언급

“좌우 따지는 것 퇴행적이라고 생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5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일 대구를 찾아 “효율적인 정책이면 좌와 우, ‘김대중 정책’ ‘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날, ‘보수의 본진’을 찾아 진영 논리를 넘어서는 표심을 호소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대구 경북대에서 학생들과 한 강연 및 질의응답 행사에서 “보수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실용주의자”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저는 좌우, 진보, 보수 이런 것을 따지는 것이 매우 퇴행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실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진보·보수, 좌파·우파, 영남·호남 출신 이런 것을 따지니 효율적 정책 채택을 못 한다”며 “나는 왼쪽도 아니고 오른쪽도 아니고 옳은 쪽으로 간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도 이 후보는 비슷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출신, 지역, 진영, 이념, 사상, 이런 것을 따지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에게 가장 필요한 일들을, 가장 효율적인 일들을 해나가는 것이 정치”라고 말했다. 대구 서문시장은 선거를 앞두고 보수 정치인들이 단골로 찾는 곳이다. 이 후보는 시장 상인들을 만나 “지방 순회 일정으로 처음으로 고향에 왔다. 대구·경북 경제가 지금보다 훨씬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이 후보는 “국민은 진영을 가리지 않는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국가를 더 발전시키는 역량 있는 사람을 환영하는 것”이라며 “편과 관계없이 무능하고 부패하고 실력 없으면 또 다음 기회로 미루는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말도 했다. 이날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후보와 자신에 대해서 진영보다는 역량을 기준으로 놓고 평가해달라는 호소다.

 

이 후보는 자신의 간판 정책 중 하나인 ‘지역 화폐’가 대구·경북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이어갔다. 그는 “대구 시민이 버는 돈을 대구에서만 쓸 수 있게 하면 지역경제가 활성화하고, 대형 매장보다는 골목 상권과 소상공인의 매출이 늘면서 결국 전체적으로 경제도 성장하고 서민 경제도 좋아진다”며 “정부가 많이 삭감한 지역화폐 예산을 많이 올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소상공인과 함께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후보가 대구 서문시장에 등장하자 쉽게 걸음을 옮기기 어려울 정도의 인파가 몰려 눈길을 끌었다. 이 후보에게 꽃이나 생수병 등을 선물하거나 ‘이재명 대통령’을 연호하는 시민들이 있었던 한편, 야유를 보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 후보는 경북대 방문 전에는 25살 청년 백명수씨를 만나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백씨는 이 후보가 지난 7월 대구 전태일 열사 생가를 방문했을 때 ‘대통령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손팻말을 들고 있었던 지지자다. 이 후보는 백씨처럼 사정이 어려운 지역 청년들과 관련해 “지역균형발전 정책으로 지방에 기회도 주고 하면 해결의 가능성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민주당 “국기문란 장본인 윤석열 축하 어려워…의혹부터 털어라”

이재명 “축하…정쟁 아닌 선의 경쟁하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5일 오후 대구 경북대학교에서 ‘청년이 묻고 이재명이 답하다. 경북대학생들과의 대화'에 참석해 참석한 대학생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5일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확정된 윤석열 후보를 ‘국기 문란 장본인’으로 규정한 뒤 ‘각종 의혹부터 털어내라’며 가시 돋친 견제구를 날렸다. 민주당에서는 경선 과정에서 실언을 거듭하며 준비 부족을 드러낸 윤 후보를 상대적으로 ‘쉬운 상대’로 여기는 분위기가 많지만, ‘반문재인 기수’를 자임한 윤 후보와 높은 정권 교체 여론의 상승효과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용진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 선출 직후 브리핑을 통해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내야 마땅하지만 검찰의 중립성을 심대하게 훼손하고 국기를 문란케 한 장본인에게 그러기는 어렵다”며 “윤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관련자의 방대함, 결과의 해악성, 수법의 치밀함, 기간의 장기성에서 단 하나라도 사실이라면 후보 자격을 상실할 의혹들”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가 연루된 각종 의혹을 열거하며 ‘대선 후보로서의 자격’에 의문을 나타낸 것이다. 고 수석대변인은 “자신을 가리키고 있는 많은 의혹부터 훌훌 털어야 한다. 윤 후보를 둘러싼 여러 비리 의혹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야당 대선 후보 선출일에 맞춰 ‘보수의 본진’인 대구를 찾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윤 후보에게 덕담을 건넸다. 그는 경북대학교에서 대학생들과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축하드린다. 정쟁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우리 국민의 삶을 더 낫게 만들고 국가를 희망적으로 만들지 선의의 경쟁, 잘하기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이재명-윤석열 대결 과정에서 윤 후보의 ‘자질 부족’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윤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국가를 이끌 만한 경험이나 능력, 새로운 가치, 비전 등이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며 “후보 경쟁력에서 이재명 후보와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도 “미래 비전에 대한 경쟁에서 윤 후보는 누구보다 상대하기가 수월하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에 몰려 있던 젊은 표심이 윤 후보에게 쉽사리 옮겨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홍 의원을 지지하던 이들은 윤 후보에 대해선 퀘스천 마크를 붙일 수 있다. 이들의 표가 바로 윤 후보에게 흡수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도 “윤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와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며 “실제로 확장력의 문제가 윤 후보에게 상당히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선이 박빙으로 흐를수록 중요해지는 ‘중도 확장’ 경쟁에서 이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윤 후보가 ‘정권 심판론’을 앞세우고 있는 만큼 ‘반문재인’ 여론 결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잦은 설화나 망언, 각종 의혹들이 지지율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점을 경선 과정에서 경험했다”며 “앞으로의 몇 달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당 관계자도 “정권교체론이 60%에 가까운 상황에서 쉽지 않은 선거”라며 “민주당이 경각심을 가지고 선거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최하얀 기자

 

이재명, 재난지원금·손실보상 증액 거듭 요구…“물러서지 않겠다”

“손실보상 하한액 높이고, 선별지원 제외된 분 보상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발전과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일 “소상공인 손실보상 하한액을 높여야 하고, 실제 피해가 있었지만 행정명령을 받지 않아 선별 지원에서 제외된 분들에 대한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제안한 전국민 추가 재난지원금보다 손실보상이 우선이라는 비판이 잇따르자, 소상공인 보상 확대도 요구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11월5일은 소상공인의 날”이라며 “소상공인들에게 축제와 같은 하루가 되어야 할 오늘 그렇지 못한 현실에 가슴이 아프다”고 적었다. 이 후보는 “여러분께 더는 희망고문 같은 말 잔치는 의미 없다는 것을 안다”며 “할 수 있는 일이라도 당장 하라는 호통이 귓가에 맴돈다”고 했다. 이어 “우리 공동체를 위해 정부의 방역 지침을 충실히 따른 자영업 소상공인들에게 정부 차원의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며 “당장 할 수 있을 일을 하겠다. 우선 손실보상 문제부터 바로 잡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회동에서 손실보상 하한액 상향과 보상액 증액을 건의했고 △여당에는 손실보상 제외 대상자들에 대한 지원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당부했다고 소개했다. 거듭 손실보상 증액과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모두 요구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 후보는 “민생 우선주의는 저의 정치 신념”이라며 “재정당국의 반대가 예상되지만 정치의 유불리를 따지며 쉽게 물러서거나 타협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 가운데 소상공인 손실보상 정부안 1조8천억원을 더 늘리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보상 제외 업종 지원에 대해서는 김부겸 국무총리도 지난 3일 “제일 시급한 과제”라고 언급한 바 있어 조만간 저금리 대출 등을 뼈대로 한 지원 방안이 나올 전망이다. 최하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