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유승민, 윤석열-경선주자 회동 사실상 보이콧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대선 경선 후보들과의 오찬에서 ‘물잔 건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 윤석열 후보,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박찬주 전 육군대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박진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3일 경선에서 경쟁을 펼쳤던 예비후보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원팀 다지기’에 나섰다. 하지만 윤 후보와 거리를 두고 있는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원팀 구성은 여전히 요원한 분위기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박진·하태경 의원, 박찬주 전 육군 대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참석했다. 당초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향후 본경선 후보들과의 회동 자리가 마련되면 그때 모이기로 하면서 이날 식사 자리에는 나오지 않았다. 이로써 본경선에서 윤 후보와 경쟁했던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만 보이콧하는 모양새는 피하게 됐다. 윤 후보는 경선 후보들과 식사를 함께 하며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겠다. 앞으로 애쓰고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원팀 정신’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는 오찬 전 취재진에게는 “어찌 됐든 (홍준표·유승민) 두 분을 뵈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은 윤 후보 쪽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한다. 홍 의원은 자신이 개설한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의 ‘청문홍답’(청년이 묻고 홍준표가 답한다) 게시판에서 ‘윤 후보가 만나자고 요청했는데 왜 응답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할 말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공개적으로 선대위 합류를 거부한 홍 의원과 달리 유 전 의원은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유 전 의원 쪽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은 최근까지도 경선을 도와준 지역 캠프 식구들을 챙기며 마무리하고 있다”며 “윤 후보 쪽에서도 전화 한 통 해놓고 안 받는다고만 하는 등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않는 상황에서 (선대위에) 먼저 합류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나래 기자
‘나홀로 조문’ 우려했나…윤석열, 전두환 조문계획 번복
“가야 하지 않겠나” 직접 언급했다가 “안 간다” 선대위 발표
다른 대선주자 조문거부도 부담…주변서도 불참 조언한듯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던 후보들과 오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는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3일 전씨 조문 계획을 밝혔다가 3시간 만에 번복했다. 전씨 죽음에 냉랭한 정치권 분위기 속에서 ‘나홀로 조문’을 했다가 논란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11시45분께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과의 식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전씨 조문을) 아직 언제 갈지는 모르겠는데, 준비 일정을 좀 봐가지고 전직 대통령이시니까 가야 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을 추모하는 차원에서 조문을 가겠다는 뜻이었다. “돌아가신 분에 대해서는 삼가 조의를 표하고 유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 앞서 전씨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에도 윤 후보 쪽은 “조문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양수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2시35분께 “전직 대통령 조문과 관련하여 윤석열 후보는 조문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문 계획과 관련해 약 3시간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재명·심상정·안철수 등 주요 대선 후보들과 달리 윤 후보만 조문을 할 경우 ‘전두환 옹호’ 발언 때의 비판 여론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문 계획을 밝힌 직후 참석했던 당 경선후보들과의 식사 자리에서도 조문을 만류하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오찬 참석자들이 윤 후보에게 강력하게 전씨 조문을 만류했다. 갈 필요가 없고, 가면 안된다, 공식적으로 가면 안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윤 후보 쪽은 공식적으로는 입장을 번복한 게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병민 국민의힘 대변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오전에 ‘조문을 가겠다’고 말한 게 아니었다. 조문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론적인 말씀을 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윤 후보 쪽의 또 다른 관계자는 “(후보가)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조문을 가야 되나 고민도 했지만, 여러 사람들의 말씀을 들은 뒤 가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캠프 안에서 ‘조문을 가면 안 된다’는 의견을 후보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전씨의 삶을 비판적으로 평가한 다른 대선 후보들과 달리 특별한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전씨가 5·18 광주 학살에 관한 사과를 거부한 것에 대한 평가를 묻는 물음에 그는 “지금 돌아가셨고, 상중이니까 정치적인 이야기를 그분과 연관 지어 하기는 시의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호진 정의당 선거대책위 대변인은 “조변석개하듯 오락가락하는 윤석열 후보의 입장 변화에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학살자 전두환씨에 대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진심은 도대체 무엇이냐”며 “윤 후보는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지 말고 학살자 전두환씨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오연서 장나래 기자
결별이냐 봉합이냐…윤석열-김종인 ‘치킨 게임’ 결과는
김 “2~3일 사이에 입장 밝히겠다”
‘3김(김종인·김병준·김한길)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안을 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의 “일상 회귀” 발언에, 윤 후보 쪽은 “이미 입장이 정해졌다”고 맞섰다. 갈등의 종착지가 봉합일지 결별일지 미지수다.
윤 후보는 23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MBN> 보고대회’에서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모르겠다. 그 양반 말씀하는 건 나한테 묻지 말아달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을 “그 양반”이라고 칭하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 불참’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서울 종로구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 정치 문제에 대해 얘기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지금 일상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선에서 손을 털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어제 이후로 (윤 후보와) 연락한 적 없다”며 “(윤 후보가) 찾아오면 만나는 거지,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생각을 바꿔 자신의 의사를 존중하면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실마리를 남긴 것이다.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서는 “2~3일 사이에 내 입장을 밝힐 것”이라면서도 “일이라는 게 한 번 지나가면 되돌릴 수가 없다”고 했다. 선대위 인선은 “지나간 일”이라고 거듭 말했다. 윤 후보에게 ‘2~3일 내 태도 변화’를 주문한 셈이다.
그러나 윤 후보 쪽도 이번엔 입장을 굽히지 않을 기세다. 윤 후보 쪽 관계자는 <한겨레>에 “후보 입장은 이미 정해져 있다. 김 전 위원장이 결심할 문제”라며 새로운 선대위 인선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없다고 못박았다. 김 전 위원장이 마뜩잖게 여기는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을 내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을 찾아가거나 연락할 생각이 없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생각을 해보시겠다고 했으니까 기다리고 있는 것이 맞는 거 아니겠냐”고 했다. 먼저 찾아갈 일은 없다는 생각을 내비친 셈이다. 윤 후보 쪽에서는 ‘김종인이 없어도 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후보 비서실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장제원 의원은 이날 “윤 후보 곁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을 ‘노욕에 찬 정치 기술자’라고 했던 장 의원이 비서실장을 맡는 것에 거부감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석열의 무대에서 윤석열 외에 어떤 인물도 한 낱 조연일 뿐”이라며 “후보님 마음껏 인재를 등용하시고 원톱이 되셔서 전권을 행사하시라”고 적었다. 전권을 쥔 ‘원톱’ 역할을 기대했던 김 전 위원장을 겨냥한 글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전 위원장은 “장 의원이 윤 후보 곁을 떠나는 것하고 나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양쪽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이번 갈등 역시 주도권을 둘러싼 또 한번의 기싸움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이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을 펴는 것이고, 결국 양쪽이 냉각기를 거친 뒤 다시 타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날도 경선 과정에서 윤 후보 캠프 정책조정본부장을 맡은 송언석 의원, 3선 김태흠 의원 등이 김 전 위원장 사무실을 방문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이 합류를 고민할 여지는 생겼다”면서도 “중진 의원들이 선대위 자리를 내려놓는 식으로 분위기를 쇄신하면 (타협의)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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