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기념식에 함께 참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1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기념식에 함께 참석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해 ‘전술핵 재배치’ 주장을 비판하고 종전선언에 대한 전향적 검토를 촉구했다. 윤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면서 이 후보의 발언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9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1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이 후보는 축사에서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북한의 핵을 용인하는 결과가 된다”며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자는 이야기는 매우 무책임한 정치적 주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9월 “국민 안전이 위협받을 경우 전술핵 배치와 핵공유를 미국에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했다가 토론 과정에서 홍준표 후보 등의 비판을 받고 “미국의 핵전력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수위를 낮춘 전력이 있다. 이 후보는 또 “종전선언을 넘어 평화협정으로 가야 한다”며 “국민의 67%가 종전선언을 지지한다. (윤 후보는) 객관적 사실을 확인하고 한번 전향적인 재검토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국민적 합의를 이룬 적이 없어 시기상조’라며 종전선언에 부정적인 윤 후보에게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이 후보가 사실상 윤 후보의 대북 정책을 직접적으로 비판했지만 윤 후보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는 미리 준비한 원고만을 일으며 “김 전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고 한미일 공조를 강화했다”며 “이런 튼튼한 외교·안보 기반 위에서 우리 민족이 국제사회에서 자주적으로 평화 번영할 수 있게 화해와 협력의 햇볕정책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평화통일 길을 열어놓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통령 후보로 김 전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업적을 되새기며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 공정과 상식의 기반 위에 국민이 희망을 갖고 골고루 행복하게 잘 살고, 청년들이 이상과 꿈을 실현할 기회와 희망의 나라가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20세기의 마지막 평화정책이고, 21세기의 첫 평화정책”이라며 “차기 정부에서는 종전선언을 넘어 평화협정을 향한 한반도 그랜드바겐, 즉 대타협을 이루는 기회의 창을 반드시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쟁 위험을 제거한 영구적 평화체제의 한반도는 김 전 대통령의 꿈이자, 심상정의 소명이라는 점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조윤영 기자

 

무공천 검토에 연임 제한까지?…고강도 혁신 힘 실은 이재명

정당혁신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극약처방 현실화할까

 

이재명, 정당혁신추진위 출범식 참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가온 스테이지에서 열린 '정당혁신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반성 · 쇄신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당내 '정당 혁신' 움직임에도 힘을 싣고 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내년 3월 재보선 '무공천' 가능성에 대해 이 후보가 열린 태도를 보이면서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국회의원 연임 제한' 등 논쟁적 이슈에까지 드라이브를 걸지 주목된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코로나19 대응 회견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내년 3월 재보선 무공천 가능성을 묻는 말에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내년 3월 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5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는 일차적으로는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의 귀책사유로 인해 치러진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당시 '무공천 원칙'을 정한 당헌을 고치면서까지 후보를 냈던 것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실제로 지난해 7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무공천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가 당내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의견을 말한 것일 뿐"이라면서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곳이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험지'에 가까운 데다, 정권교체론이 높은 여론지형상 후보를 내더라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도 배경에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서울 종로 등의 경우 대선 후보의 '파트너'처럼 인식되는 면도 있어, 참신한 후보를 내지 못하면 대선 경쟁력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는 감지된다.

 

이에 당내 일각에서도 아예 후보를 내지 않거나 아예 젊은 정치 신인을 일괄 공천해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제기돼 왔다.

 

그러나 실제 무공천이라는 충격요법을 꺼내들 경우 싸우기도 전에 상징성 높은 지역구를 포함해 5곳을 포기하는데 따른 위험부담도 적지 않은 만큼 당내 이견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그만큼 민주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에 앞서 오전에는 마포구의 한 공연시설에서 열린 정당혁신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민주당이 새롭게 거듭난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혁신위원들의 적극적이고 과감한 논의, 의제 제기를 기대한다"고 격려했다.

 

그간 당의 쇄신을 강조해 온 이 후보가 직접 정당혁신추진위 출범식에 참석함으로써 향후 활동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추진위원장인 장경태 의원은 이날 당을 젊게 변화시키고 기득권을 없애야 한다며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질 만한 주제들을 거침없이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장 의원은 "의원 3선 연임 초과 제한으로 기득권의 벽을 허물겠다. 동일 지역 3선 이후 당내 신인에게 길을 열어주고, 전략 지역에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며 "2030 가산점 50%, 전 지역구 청년 의무 공천을 즉각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도부 선출 방식 개편으로 민심의 둑을 터뜨리겠다.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60표에 해당하는 비대칭 구조는 민심을 가로막는 둑을 견고히 쌓을 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원인을 제공한 보궐선거에 대한 무공천 원칙을 다시 세우고 비례정당 창당에 대한 반성 및 방지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도 "정당의 주인인 당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는 정당인지 하는 점에 대해 매우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정당 민주화를 위한 제도개혁도 충분히 논의해달라"고 했다. 지도부 선출 방식 개편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3선 이상 연임 제한 등 주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당내 반발이 무릅쓰고라도 국민들에게 '민주당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이준석 "윤핵관은 대상포진 같은 것…김건희 대중적 호감 있다"

"윤석열 호가호위 계속 등장할 것…'김건희 리스크' 없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9일 윤석열 대선 후보의 핵심 측근을 일컫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논란과 관련, "건강 상태가 안 좋으면 재발하는 대상포진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채널A 뉴스에 출연, "완치가 되기보다는 몸 상태에 따라 재발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윤핵관 문제에 대해 윤 후보가 상당히 경각심을 갖고 잘 제어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윤핵관을 한 사람이라고 보지 않는다. 윤 후보가 정치권에 들어와 정치적인 세력을 형성하기 전에 호가호위하는 분들이 계속 등장하는 것"이라면서 "이번에 털을 깎았는데, 또 털이 자라나면 다음번엔 '레이저 제모'를 시키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윤 후보의 선대위를 '코끼리 선대위'라 일컬으면서, 선대위 내 불필요한 잡음의 여지를 솎아냈다는 의미로 "매머드의 털을 깎아냈다"고 비유한 바 있다.

 

거리인사 나선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와 이준석 대표가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거리인사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윤 후보의 리스크 중 하나인지 묻는 질문에 "지금까지 김건희 여사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그중에 사실로 확인된 것이 별로 없다"며 부정했다.

 

그는 "그분이 윤 후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도 많지만 그런 징후가 있거나 특정할 수 있는 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저는 정치적 상황에서 나오는 억측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입당 전 자택에서 사적인 자리로 김건희 씨를 만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씨의 인상에 대해 "상대 당에서 만들려는 이미지보다 훨씬 더 대중적으로 호감도가 있을 수 있는 인물"이라며 "(등장 시) 우려는 크지 않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당연히 윤 후보의 배우자가 어느 시점엔가는 대외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랬을 때 결코 민주당이 말하는 것처럼 어떤 '리스크'라는 이름으로 불릴만한 분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노재승도 사퇴…3번째 ‘검증 실패’ 국민의힘 인선 도마에

 

전날부터 ‘사퇴 불가피’ 기류 지배적

오전 상황본부 회의서 “사퇴 설득” 결론

김종인 의중 반영…임태희가 직접 설득

2030 눈치보다 거취 정리 늦어져

 

노재승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열린 선대위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에스엔에스(SNS)에 5·18민주화운동과 김구 선생을 폄훼하고, ‘정규직 폐지’ 등을 주장하는 글을 써 논란을 빚은 노재승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임명 사흘 만인 9일 사퇴했다.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씨에 이어 노씨마저 ‘막말 논란’으로 하차하면서, 선대위의 인선 검증 기능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노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작성 당시 상황과 이유와 관계없이 과거에 제가 작성했던 거친 문장으로 인해 상처 입으셨을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해명보다는 인정과 사과를 해야 했지만, 아직 덜 자란 저의 마음의 그릇은 미처 국민 여러분의 기대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37살 사업가인 노씨는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후보 지지연설을 하며 ‘비니좌’로 유명세를 탔고,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씨와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발탁됐다.

 

애초 노씨는 이날 오전 국회로 출근해 이준석 대표에게 ‘선대위원장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노씨는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저는 자진 사퇴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노씨를 영입한 권성동 사무총장도 “본인이 공인 때 한 이야기도 아니고 사인으로 한 이야기” “기성세대가 필요할 때 불렀다가 필요 없어지면 그냥 자르나”라며 감쌌다.

 

하지만 전날부터 당내에선 노씨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노씨 이슈가 이어질 경우 윤석열 후보에게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뜻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위원장 직속의 총괄상황본부는 오전 회의를 열어 “가급적 빨리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아 윤 후보 쪽에 보고했다. 김 위원장의 측근인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은 당사에서 직접 노씨를 만나 자진사퇴를 설득했다. 국민의힘은 오후 3시40분 <한국방송>에서 방영될 예정이던 ‘정강·정책 연설’도 전격 취소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경기 파주에서 열린 노태우씨 안장식 후 기자들과 만나 “다른 사람들도 과거 문제 때문에 취소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에, 그 기준에서 처리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 차원에서 빠른 시일 내에 결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노씨 사퇴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노씨의 낙마로 국민의힘 선대위의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앞서 딸의 케이티 채용 청탁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성태 전 의원은 선대위 직능총괄본부장으로 합류했다 자진 사퇴했고, 함익병씨도 ‘여성비하’ ‘독재찬양’ 등 과거 발언이 문제가 돼 내정 발표 7시간 만에 철회됐다. 권 사무총장은 “결과적으로 검증에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한다”고 했다. 특히 2030 세대를 의식해 노씨 논란을 조기에 진압하지 못한 윤 후보의 정치력에도 비판이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미 문제가 확인됐는데 뜸 들이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며 “윤 후보의 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이 직접 영입한 인사여서 (정리에) 영향을 받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임재우 김미나 장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