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면’ 박근혜, 4년9개월 만에 풀려나

● COREA 2021. 12. 31. 03:0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전날 옥중서신집 공개하며 “국민 여러분 다시 뵐 날 올 것” 밝혀

 

30일 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앞에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년 특별사면으로 31일 0시에 석방됐다. 박 전 대통령은 내년 2월께까지는 입원치료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대선 국면에서 그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옥중 서신집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 서문에서 “언젠가 될지 모르지만, 국민 여러분을 다시 뵐 날이 올 것”이라며 활동 재개를 암시하기도 했다.

 

전날 석방 절차는 박 전 대통령이 입원하고 있는 서울 강남 삼성서울병원에서 진행됐으며, 서울구치소 직원이 박 전 대통령에게 사면증을 교부하고, 병실에 상주하던 법무부 소속 계호 인력은 철수했다. 박 전 대통령은 석방 뒤에도 어깨 질환과 허리디스크 등 지병, 치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의 치료를 위해 당분간 병원에 남을 예정이다. 최소 내년 2월2일까지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것이라는 게 박 전 대통령 쪽의 설명이다. 지난달 22일부터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애초 한달간 치료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의료진 판단에 따라 6주간 추가 치료를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 7월20일 지병 치료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찾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 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은 석방 뒤에도 경호와 경비(주변을 지키는 일) 등 지원을 받지만,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공되는 예우는 받지 못한다. 박 전 대통령이 퇴원한 뒤 머무를 거처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박 전 대통령의 벌금과 미납 추징금을 집행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내곡동 자택을 압류해 공매에 넘겼다. 박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이지(EG) 회장이 거처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박 전 대통령 쪽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벌금 180억원과 추징금 35억원 중 추징금은 전액 납부됐고 벌금은 180억원 중 30억원만 납부된 상황이었다. 이번 사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미납한 벌금 150억원가량을 면제받았다. 손현수 기자

 

위기의 윤석열 “박근혜 찾아뵙고 싶다”…친박 표심 ‘구애’

“박 전 대통령 석방 크게 환영,  조금 더 일찍 나오셨어야 생각

이 전 대통령도 빨리 석방돼야” 15개 친박단체와 비공개 만남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30일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0일 대구를 방문해 사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뜻을 표시했다.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근거지였던 곳에서 ‘박근혜 리스크’를 줄이고 보수층의 지지를 다지는 행보를 이어갔다.

 

1박2일 일정의 대구·경북 지역 방문 이틀째인 이날 윤 후보는 대구에서 한 지역 기자 간담회에서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크게 환영한다”며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회복되면 한번 찾아뵙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더 일찍 나오셨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찾아뵙고 싶은데 다른 정치적인 현안들을 박 대통령께서 신경을 쓰신다면 쾌유가 늦어지기 때문에 시도 자체를 안 하고 있다”며 몸을 낮췄다.

 

윤 후보는 지난 24일 “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길 바란다”고 한 데 이어 28일에는 “박 전 대통령 수사는 공직자로서 직분에 의한 일이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정서적으로는 대단히 미안한 마음을 인간적으로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날 15개 친박 단체들을 만나 비공개 차담을 하기도 했다. 친박 단체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외쳤다. 하지만 강성 친박인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대구시당과 대구백화점 앞에서 윤 후보의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후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빨리 석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거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쪽이 ‘대장동 특검’을 거부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를 겨냥해 “대장동 범인이기 때문에 (특검을) 받지 않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부산저축은행, ‘고발 사주’ 등을 끼우자고 해서 얼마든지 하자고 했는데, 또 안 받는다. 특검도 받지 못하는, 그래서 확정적 중범죄자로 표현하는 이가 대통령이 돼서야 되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사람을 후보로 내세운 정당은 정상적인 정당이 맞느냐. 완전히 망가졌다”며 “민주당 정권이 내세우는 공약, 이거 믿느냐. (이 후보가) 공약을 ‘소확행’이라고 해서 지역마다 표를 얻기 위해 막 던지는데 어음정치다. 이 정권에서 어음이 결제되는 것 봤나”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도 “많은 국민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안보 행보도 이어갔다. 그는 이날 오후 경북 칠곡군에 있는 다부동 전투 전적비에 참배하고 참전 용사, 유가족과 차담회를 했다. 윤 후보의 행보는 당 내홍과 부인 김건희씨 허위 경력 파문, 자질 시비 등의 겹악재로 지지율이 떨어지자, ‘정권교체’ 필요성을 재점화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텃밭’에서 반문재인 정서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핵심 지지층을 우선 결집시키겠다는 의도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겨레>에 “위기감이 크다 보니 발언도 세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대구/배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