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 송영길, 참가자들 반대로 직접 사과 무산
반대 신도들 시위... 대규모 행사에 방역위반 논란
조계종 전국승려대회…"대통령이 종교 편향 사과해야"= 조계종이 21일 전국승려대회를 열어 정부의 종교 편향을 주장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합장한 승려들.
조계종이 21일 대규모 승려대회를 열어 정부의 종교편향을 주장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조계종은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종교편향, 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했다.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과 주차장 부지에 마련된 약 3천500석의 플라스틱 의자는 전국 각지 사찰에서 올라온 승려 참가자들로 대부분 채워졌다.
대회에서는 현 정부의 종교편향 주장과 함께 노골적인 불만과 비난이 쏟아졌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봉행사에서 "조선조말 목숨을 내놓고 천주교인들을 보듬어 준 통합과 자비, 포용의 불교는 다종교 국가인 대한민국에 종교 간 분쟁이 없는 모범국가의 토대를 제공해왔으나 지금 어디에도 불교계 헌신의 결과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천진암과 주어사는 천주교 성지가 됐으며, 국민 편의를 위해 제공한 국립공원의 울타리는 수행공간을 옥죄고 있다"면서 "문화재보호법으로 인정받은 문화재구역입장료도 '통행세'로 치부받기에 이르렀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런 과정의 중심에 정부가 있다. 기회는 불평등했고, 과정도 불공정했으며, 결과도 정의롭지 못했다"며 2017년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발언을 비꼬았다.
그러면서 "전통문화를 보존 계승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 종교 간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부추기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정문스님도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두가 고통을 감내하는 상황에 전국승려대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대회를 열게 된 것은 그만큼 종교편향과 불교왜곡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극에 달했기 때문"이라고 정부를 겨냥했다.
조계종 전국승려대회
승려대회를 주최한 조계종과 참가자들은 결의문에서 현 사태에 대한 문 대통령 사과를 비롯해 정부와 여당의 종교편향·불교왜곡 방지를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 등 근본 대책 마련, 전통문화유산 보존·계승을 위한 특단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조계종 승려들이 전국승려대회라는 이름으로 한자리에 모인 것은 1994년 승려대회 이후 28년 만의 일로 받아들여진다. 1994년 승려대회 때는 종단개혁과 불교자주화가 주된 요구사항이었다.
이번 승려대회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작년 국정감사에서 문화재관람료를 두고 '통행세'로 지칭하고, 이를 걷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로 발언한 것을 두고 불교계가 크게 반발하며 촉발됐다.
이에 더해 조계종은 정부의 천주교 캐럴 캠페인 지원, 천진암 등 불교유적지의 천주교 성지화 추진, 대통령 해외 순방 시 미사 참석 등을 현 정부 들어 벌어진 대표적인 종교편향·불교왜곡 사례로 꼽고 거세게 비판해왔다.
이날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김영배 당 최고위원은 승려대회 단상에 올라 종단이 지적한 종교편향 사례에 직접 사과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좌중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일부 참가자들이 항의의 뜻으로 자리를 뜨며 무산됐다.
행사 시간에 맞춰 조계사에 온 정청래 의원도 직접 사과 의사를 밝히려 했으나, 입장이 어려워지자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입장을 취재진에 전하고 발길을 돌렸다.
불교 승려대회를 반대하는 신도들과 실랑이 모습.
정 의원은 해인사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하고 이를 걷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비유해 불교계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승려대회 후반에 사전 녹화한 영상을 통해 종무담당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종단의 종교편향 지적에 거듭 사과했으나, 좌중에서 반대 함성이 나오면서 영상이 중단됐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가 크게 확산하는 가운데 대규모 종교행사인 승려대회가 강행되면서 방역지침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사장인 조계사 주변에서는 승려대회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신도들의 피켓시위가 있었으나 별다른 마찰은 없었다.
"국가원수가 교황에 굴욕적 알현"…원색 비난 쏟아진 승려대회
문 대통령 · 정부 성토… 총무원장, 대통령 취임사 비꼬기도
"스님을 통행세 받는 산적 취급하고 사기꾼으로 몰아" 격앙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대규모 승려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사과 입장 발표에 반발하며 항의하고 있다.
21일 서울 조계사에서 정부의 종교편향을 주장하며 열린 전국승려대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싸잡아 비난하는 원색적인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사무총장 도각스님은 이날 승려대회 연설문에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취임 축복 미사를 드리고, 해외순방길에는 빠짐없이 성당을 방문하며, 국가원수로서는 매우 굴욕적인 '알현'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우리 민족의 평화를 교황에 부탁하는 등 특정 종교에 치우친 행보를 해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개인의 종교적 신념이 공공의 영역에 투영돼 정부와 공공기관의 사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사과 입장 반발하며 자리 떠나는 승려들
조계종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인 전남 구례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도 "정부는 국립공원 입장료를 없앤 공과를 가져갔고,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는 사찰과 스님들을 국민적 비난거리로 만들었다"며 "심지어 이젠 여당 국회의원이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사찰과 스님들을 조롱하는 사태에 이르렀다"고 개탄했다.
이어 "(사찰과 스님들을) '통행세'를 받는 산적 취급을 하고, '봉이 김선달'에 비유해 사기꾼 집단으로 몰고 있다"고 분개했다.
그는 "정부·여당의 왜곡된 종교편향적 자세와 전통불교문화에 대한 몰이해가 불러온 작금의 상황을 더는 침묵할 수 없게 됐다"며 "한국불교의 존엄성이 짓밟히고 왜곡되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승려대회 봉행위원장으로 나선 조계종 총무원 원행스님은 문 대통령이 취임 당시 냈던 '국민께 드리는 말씀' 내용을 비꼬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원행스님은 봉행사에서 종교편향과 불교왜곡의 중심에 정부가 있다고 언급하며 문 대통령 취임사에 빗대어 "기회는 불평등했고, 과정도 불공정했으며, 결과도 정의롭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전통문화를 보존 계승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 종교 간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부추기며 책임은 전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약 1시간 20분간 진행된 승려대회는 대체로 차분함 속에 진행됐으나,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서 고함이 나오며 때때로 분위기가 격앙됐다.
이날 조계사를 찾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청래 민주당 의원 등 여당 인사들은 단상에 올라 직접 사과할 예정이었으나, 좌중에서 나오는 반대 목소리에 주최 측이 기회를 주지 않자 그대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불교단체 "스님들, 승려대회 반대 의견이 찬성의 2배"
조계종 승려 1만여명 온라인 조사 중간집계…찬 32%·반 64%
조계종이 정부의 종교편향을 주장하며 21일 전국승려대회를 예고한 가운데 소속 승려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추진하는 승려대회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찬성의 2배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불교계 사회단체인 정의평화불교연대는 19∼20일 온라인으로 실시한 전국승려대회 찬반 설문조사를 중간 집계한 결과, 조사에 참여한 승려 918명 중 588명(64.7%)이 승려대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20일 밝혔다.
응답자 중 '찬성한다'고 답한 경우는 294명(32.3%)에 그쳤다. '승려대회에 관해 잘 몰라서 기권한다'는 답은 35명(4%)이었다.
이 단체는 19일 오후 조계종단 소속 비구, 비구니 승려 약 1만명에게 문자메시지로 조사에 참여할 수 있는 인터넷 주소를 보낸 뒤 답변이 온 경우를 토대로 20일 오전 9시 설문 조사 중간 결과를 집계했다. 설문 조사는 20일 오후 5시까지 진행된다.
정의평화불교연대는 "전국승려대회가 일부 스님들의 뜻인지, 전체 스님들이 실제로 원해서 하는 것인지 알아보고자 1만명이 넘는 비구, 비구니 스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조계종 승려 · 신도들 "코로나 속 불안 조성 승려대회 취소해야"
"코로나 속 국민 불안케 하는 승려대회 취소해야" = '승려대회 취소를 요구하는 불제자'라는 이름으로 모인 승려와 불교 신도 20여명은 13일 "코로나 시국에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승려대회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조계종이 정부의 종교편향을 주장하며 전국승려대회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일부 승려와 신도들이 13일 "코로나 시국에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승려대회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승려대회 취소를 요구하는 불제자'라는 이름으로 모인 조계종 승려와 신도 20여명은 이날 서울 조계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승려대회는 국민건강에 위협을 가하고, 선거개입 시비를 일으키고, 일방적 추진으로 승가 분란의 소지가 다분하기에 대부분 스님은 승려대회를 찬성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촉구했다.
이어 "그럼에도 스님들이 침묵하고 있는 것은 우리 종단에 자신의 속마음을 표출할 수 있는 민원 창구가 없기 때문"이라며 "스님들의 마음이 어떤지 진실을 알고 싶다면 '설문 조사'를 해 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 속 국민 불안케 하는 승려대회 취소해야"
이들은 "우리는 승려대회를 반대하는 스님들과 불자들의 뜻을 대표해 종단 집행부에 승려대회를 취소하거나 연기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거듭 요청했다.
이날 회견 도중 한 승려가 난입해 '정치 승려 자승은 대선에서 손 떼'라는 내용이 적힌 종이 피켓을 찢으며 기자회견을 주최한 쪽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불교 시민단체 "적폐세력 정치행사에 승려대회 명칭 쓰지 마라"
불교계 시민단체인 교단자정센터는 "최근 10여 년간 조계종 적폐청산 세력으로 지적받아온 자승 전 총무원장과 극소수 추종세력이 승려대회를 추진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 11일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날 낸 성명에서 "조계종 승려대회는 역사적으로 근현대사에 등장하며 1986년 해인사, 1994년 조계사 승려대회는 조계종 내부의 자성과 참회, 아래로부터 대다수 승려의 공감을 얻었기에 시민과 언론에 가장 많이 보도됐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어 "대선 시기 정치개입이 목적이라면 승려대회의 순수성과 역사성을 오염시키는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자승 전 총무원장과 추종 세력은 사회적으로나 불교 내부적으로도 명분 없는 정치행사에 승려대회 이름을 붙이지 말라"고 요구했다.
앞서 조계종은 정부의 종교편향을 주장하며 21일 전국승려대회를 예고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요 사찰의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봉이 김선달'에 비유하거나, 정부가 천주교의 연말 캐럴 캠페인에 예산을 지원하는 등 종교편향, 불교왜곡 행태를 보여왔다는 게 조계종의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엄중한 시기에 대규모 집회로 여겨질 수 있는 승려대회를 추진하는 것에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정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지도부와 이재명 당 대선후보가 종단에 사과까지 했음에도 정 의원 제명을 요구하는 것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편으로는 승려대회라는 강경책이 전면에 나온 배경으로 불교계 실세로 꼽히는 자승 전 총무원장이 이번 논란을 계기로 대선 정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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