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과 영토 보존되어야 하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노력지지”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반드시 역경을 이겨낼 것이라 믿으며, 굳건한 지지와 한국 국민들의 연대를 보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단히 안타까운 상황에서 다시 통화하게 되었다”며 “러시아의 무력 침공으로 희생당한 분들과 유가족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하며 침략에 결연히 맞서 싸우는 대통령님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용기와 희생에 경의를 표한다”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오후 5시35분부터 6시5분까지 30분 동안 통화를 했다. 문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는 지난 2020년 4월 10일 이후 약 1년 11개월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전황을 설명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위기 극복과 방어를 위한 가용한 지원을 한국 쪽에서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국은 전쟁을 겪었기 때문에 전쟁의 참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겪고 있는 슬픔과 역경에 깊이 공감한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조속히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기를 기원하며 한국이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가 보존되어야 하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노력을 지지한다”면서 “한국은 우크라이나 국민과 피난민들을 위해 총 1천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긴급 제공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우선적으로 생명 보호를 위한 의료품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한국에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안심하게 체류할 수 있는 ‘특별 체류 조치’도 했다고 밝힌 뒤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는 한국 국민들이 안전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단결과 희생이 있기에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해낼 것으로 믿고, 한국과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와 함께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용기를 내시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인 교민 보호 필요성에 공감하며 우크라이나 외교부에 전하겠다고 말한 뒤 문 대통령의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용기를 주는 말씀에 감사하며 우크라이나 국민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전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놀라운 국가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019년 10월 한국에 개인적으로 방한한 적이 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통화를 마친 뒤 트위터를 통해 통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리트윗하며 “한국은 전쟁을 겪은 나라로서 강인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러시아에 항전 중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세계 나라 정상들과 통화를 통해 ‘반러 연합’ 구축을 도모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30분 동안 통화를 하고 “반러 제재와 국방 지원에 대해 논의했다. 우리는 가능한 빨리 침략자를 막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밖에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 등과도 소통했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린 바 있다. 이완 기자
한국대사관, 체르니우치서 업무재개 준비…태극기 달고 이동
체류 교민 38명으로 줄어… "키이우에 남은 교민들에도 계속 연락"
러군 무차별 공습에 지하역서 노숙하는 우크라 키이우 시민들= 러시아군의 침공 일주일째인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시민들이 지하철역을 방공호 삼아 노숙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군은 수도 키이우와 제2 도시 하르키우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무차별 폭격을 가해 민간인 사상자가 크게 늘고 있다. (키이우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내 전황이 악화하면서 공관원의 안전까지 위협받자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철수한 한국 대사관이 루마니아 접경인 체르니우치로 옮겨와 업무 개시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외교부에 따르면 김형태 대사를 비롯한 공관원들은 현지시간으로 2일 밤 체르니우치에 도착해 임시로 대사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체르니우치에는 이미 공관원 일부가 임시사무소를 꾸리고 루마니아 등으로 철수하는 교민 지원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키이우에서 체르니우치까지는 약 600㎞ 거리로 평소 5시간 정도 걸리지만, 김 대사 일행은 우크라이나 경찰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검문소 통과와 교통체증 등으로 12시간 남짓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사 일행은 이동 중 차량 앞유리창 등에 태극기를 부착했는데, "검문을 통과하거나 다른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아울러 현지인 차량 10여 대가 한국인 일행 뒤에 따라오며 함께 움직였다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한편 우크라이나에 체류하는 교민은 이날 오후 10시(현지시간 3일 오후 3시) 기준 38명(공관원 및 크림지역 교민 10명 제외)으로 집계됐다.
전날 밤까지만 해도 현지 체류 교민은 총 42명이었지만, 몰도바와 루마니아로 각각 2명씩 총 4명의 교민이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민 38명 가운데 현지 상황을 보며 철수할 예정인 인원은 12명, 잔류 희망자는 26명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사관이 키이우에서 이동하면서 한 분이라도 더 모셔가려고 노력했었다"면서 "대사관이 새로운 지역에서 업무를 계속하겠지만 키이우에 남은 이들에게도 연락을 계속하며 (철수를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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