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화 “잔파도” 빗대며 지지 호소

여성 생존·참정권 의미 ‘빵과 장미’ 받기도

3일 대선 핵심 승부처 서울 집중 유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포옹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정치는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결단할 것이라 믿는다”며 야권 단일화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단일화 파장 속에서 대선 핵심 승부처라 할 수 있는 서울 일대를 돌며 단일화 파급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현장 유세에서 “왕이 지배하던 왕조시대에도 백성을 두려워하고, 백성의 뜻이 곧 하늘의 뜻이니 존중하라고 했다”며 “백성은 군주를 물 위에 띄우기도 하지만 언제든지 뒤집어엎을 수 있는 강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왕조시대에도 백성을 두려워했거늘 1인 1표의 국민 주권 국가에서 감히 정치인 몇명이 이 나라의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특정 정치인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삶과 대한민국의 역사를 위해서 국민들이 결단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야권 단일화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야권 단일화가 국민의 뜻에 부합하지 않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국민적 지지로 단일화 파고를 극복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후보 지지대열에 합류한 뒤 처음으로 공개 유세에 나선 김동연 전 새로운물결당 후보도 “청년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비전을 따르겠느냐, 아니면 야합을 따르겠느냐”며 목소리를 보탰다.

 

이 후보는 앞서 서울 종로 보신각터에서 한 유세에서도 “세상의 잔파도는 많다. 그러나 민심의 도도한 물결은 파도가 거부할 수 없다”며 “정치인들의 정치 행위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집단 지성이 바로 우리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단일화를 ‘잔파도’에 빗대 평가절하며 지지를 거듭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종로 유세는 ‘여성’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기도 했다. 수도권 부동층 공략을 위해서다. 이 후보는 “치안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대한민국에서 여성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불안을 느낀다”며 “성범죄로부터 여성의 일상을 확실히 지키겠다. 성범죄, 스토킹 피해자들이 더 빠르게 더 확실하게 보호받고 더 안심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대폭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연설을 마친 뒤에 여성의 생존권과 참정권을 의미하는 빵과 장미를 전달받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진행된 서울 강서·금천 유세에서는 ‘부동산’을 화두로 올렸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감이 큰 수도권 정서를 고려한 것이다. 이 후보는 강서 발산역 유세에서 “민주당이 여러분께 부동산 때문에 고생시킨 것을 알고 있다”며 “저는 시장주의자고, 실용주의자다. 시장이 주택이 부족하다 하면 추가 공급하고, 정상적 수요와 공급에 의해 만들어진 가격은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또 “갑자기 집값이 올라서 세금이 팍 오르면 안 된다. 단계적으로 철저히 올려가겠다”며 “재건축 재개발도 층수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고 안전진단(기준도) 완화해서 좀 더 깨끗하고 큰 집을 살겠다 하는 소망을 확실히 들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뒤이은 금천 가산디지털다지 유세에서도 “앞으로 부동산 정책은 필요한 사람이 주거용으로 워하는 만큼 얼마든지 취득할 수 있게 하겠다”며 거듭 의지를 드러냈다. 심우삼 기자

 

이재명 지원유세 김동연 "비전을 따르겠나, 야합을 따르겠나"

윤·안 단일화 맹비난... 이재명 "정치는 사실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3일 오전 서울시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앞 광장에서 열린 '영등포를 일등포로, 이재명은 합니다!' 집중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 : "왕조 시대에도 백성을 두려워했거늘, 1인 1표의 국민 주권 국가에서 감히 정치인 몇몇이 이 나라의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나."

 

김동연 전 후보 : "오늘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소위 단일화를 했다. 이들은 나라의 비전은 뒤로 제쳐놓고 어떤 자리에 어떤 권력을 나눌 것이냐고 한다. 이익에 따른 '야합'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선후보가 3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윤석열(국민의힘)-안철수(국민의당) 후보의 야권 단일화를 강하게 비난했다. 전날 대선후보직을 중도사퇴하며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한 김동연 전 새로운물결 후보도 이날 처음으로 민주당 유세장에 모습을 드러내 윤·안 단일화는 "이익에 따른 야합"이라면서 맹공을 폈다.

 

이재명 "정치는 특정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영등포를 일등포로, 이재명은 합니다!’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유세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겨냥해 "여러분 사실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정치는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왕이 지배하던 왕조 시대에도 백성을 두려워하고 백성의 뜻이 곧 하늘의 뜻이니 존중하라고 했다"면서 "백성은 군주를 물 위에 띄우기도 하지만 엎을 수도 있는 강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왕조 시대에도 백성을 두려워했거늘, 1인 1표의 국민 주권 국가에서 감히 정치인 몇몇이 이 나라의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나"라며 "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국민이고 특정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우리가 한 분 한 분 나서서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말씀한 것처럼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생각으로 담벼락에 대고 고함이라도 치는 심정으로 실천하자"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국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씀대로 우리가 조직해서 행동하자"는 등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특히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에 대한 공세 수위도 높였다. 이 후보는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와 관련해 "주식시장이 불공정해 누군가는 수천, 수만을 속여 주가를 조작해 엄청난 재산을 불리는 반면, 개미 투자자는 갑자기 '개미핥기'에 당하듯 싹 핥아가면 누가 주식시장에 투자하겠나"라며 "주가 조작하면 미국에서 하는 것처럼 80년, 100년씩 징역 보내고 이익 본 것의 몇 배씩 물어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연 "우리는 가치와 철학의 공유, 윤·안 단일화는 야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 앞 유세에서 지지선언을 통해 후보를 사퇴한 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전 대선후보와 함께 인사하고 있다.

 

전날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한 김동연 전 후보도 이날 유세에 처음으로 함께 했다. 김 전 후보는 "오늘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소위 단일화를 했다"면서 "국민들은 묻는다. 이들은 어떤 자리를 나눠 가질 것이냐고, 이들은 어떻게 권력을 분점할 것이냐고"라고 했다. 그는 "이들은 나라의 비전은 뒤로 제쳐놓고 어떤 자리에 어떤 권력을 나눌 것이냐고 묻는 것"이라며 "왜냐하면 이익에 따른 야합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후보는 그러면서 자신과 이 후보의 단일화는 "가치와 철학의 공유였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재명 후보와 저는 가치와 비전을 가지고 공유하면서 함께 힘을 합쳤다"라며 "비전을 따르겠나, 아니면 야합을 따르겠나"라고 물었다.

 

김 전 후보는 "이재명의 추진력과 김동연의 일머리가 합쳐지면 못 할 게 없다. 이재명의 현실 감각과 김동연의 국제 감각이 뭉쳐지면 못 할 게 없다"라며 "단순한 야합과 단일화가 아니라 우리 기득권을 깨고 정치교체를 이루고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청년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겠다"고 했다.

 

김 전 후보는 "저와 새로운물결은 모든 것을 바쳐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돕겠다"고 했다.

 

김민석 "이런 정치공학은 20년 전 이미 끝났다"

 

민주당은 이날 유세에서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를 '야합'으로 몰아세우는 데 당력을 쏟았다.

 

서울시당위원장인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유세 연설 중 "사전에서 '야합'을 찾아봤더니 첫 번째 의미는 '부부가 아닌 남녀가 서로 정을 통함'이더라. '얼레리 꼴레리' 한 것"이라며 "그런데 그 두분은 남녀가 아닌 남남"이라고 말했다. 기 의원은 또 "그렇게 윤핵관이라고 지탄받아 마지않던 장제원씨의 누나의 집에서, 그것도 새벽 야심한 시간에, 방역법 위반의 의혹을 무릅쓰고 그들이 야합을 했다"고 비난했다.

 

3선 중진인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오늘 아침 제일 따끈따끈한 뉴스가 선거 속보가 아니라 분실물 소식이었다"라며 "'윤석열 같이 무능한 사람 찍으면 1년이 안 돼서 내 손가락을 후회하게 될 거다, 잃어버려서'라고 한 안철수 후보의 손가락이 어디 갔는지 온 국민이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과거 정몽준 후보가 노무현 후보 지지를 철회했을 때 온 국민이 걱정했고 정치공학으론 위기였지만, 승자는 누구였나"라며 "노무현이었다"고도 언급했다. 당시 김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해 정몽준 편에 선 바 있다.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부장관 출신인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무대에 올라 "(안 후보는) 철수하려고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우리가 그들의 야합을 깨끗이 보내드리려면 내일과 모레 가까운 주민센터에 나가서 사전투표 해주셔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 “고 이예람 중사 특검법 발의…이재명, 고인 부친과 통화”

“유족 특검법 요청…후보가 당에 요구

 군대 내 성폭력 피해 억울함 풀겠다”

  

더불어민주당이 성폭력 피해를 입은 뒤 2차 가해 등에 시달리다 지난해 5월 숨진 이예람 공군 중사와 관련해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3일 밝혔다.

 

이날 고용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와 함께 유족의 뜻을 받들어 고 이예람 중사 특검법 발의에 즉각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후보는 오늘 오후 군 내 성폭력 피해자인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환님과 통화했다”며 “이주환님은 오늘 통화에서 고 이예람 중사 관련 특검법 발의를 요청하셨고, 이재명 후보는 당에 특검법 발의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이 중사는 군 내 성폭력과 2차 피해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수사와 기소가 진행됐으나, 2차 가해자와 부실수사 책임자가 온전히 처벌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군 내 성폭력은 반드시 근절돼야 할 범죄”라며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은 한 치의 억울함도, 의혹도 남기지 않고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 수석대변인은 “‘억울함 없는 세상이 공정한 세상’이라는 것이 이재명 후보의 일관된 소신”이라며 “군 내 성폭력 악습을 제도적으로 끊어내겠다는 약속도 한 바 있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고 이예람 중사와 유족의 억울함을 반드시 풀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날 열린 대선 후보 티브이(TV) 토론에서 이예람 중사 특검에 대해 “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후보는 “지난 토론 때 이 중사 특검을 요구하는 아버님 뜻을 제가 전달했는데 야 3당은 합의를 해서 법안을 냈다. 당하고 이야기를 해봤나”라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이 특별히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이 든다”면서도 “당이 제가 시킨다고 하루 만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기다려 달라”고 했다. 김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