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수 전 회장 등 공소장 추가 분석
김씨 모녀 ‘초 단위’ 통정매매 정황도 “검찰 이미 파악하고도 왜 수사 미루나”
윤 쪽 “검찰, 투자자는 기소하지 않아” 모녀 거래는 “한건으로 시세 안 올라”
‘공소장 오류’ 주장하다 단순투자 해명으로 선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장모 최아무개씨.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뿐 아니라 장모 최아무개씨 증권계좌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수십차례 이용된 사실을 검찰이 지난해 이미 파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권오수(구속기소)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최씨 소유 주식 수만주를 내놓자마자 김씨가 몇십초 만에 곧바로 사들이는 통정매매 의심 거래도 새로 드러났다. 모녀 증권계좌가 같은 시기에 주가조작에 이용됐다는 것인데, 윤 후보 쪽은 여전히 두 사람 모두 단순 투자자였을 뿐 주가조작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주가조작 시점에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이사로 활동하는 등 단순 투자자 이상의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검찰이 수개월째 직접 수사를 미루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2일 <한겨레>가 국회에 제출된 권 전 회장 등 주가조작 가담자 공소장에 담긴 범죄일람표 등을 분석한 결과, 검찰은 2010년 9~11월 최씨 계좌를 통한 시세조종 혐의 37건을 확인했다. 수법으로는 통정거래(9건), 물량소진(13건), 고가매수(6건), 허수매수(7건), 종가관여(1건), 시가관여(1건) 등이다.
검찰이 주가조작에 쓰였다고 판단한 최씨 명의 계좌는 2개다. 검찰은 △최씨가 권 전 회장에게 맡긴 계좌 △권 전 회장의 비정상적 매수 권유로 최씨가 직접 주식을 사는 데 이용한 계좌를 통해 각각 29건, 8건의 시세조종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권 전 회장은 최씨 계좌를 이용해 도이치모터스 주식 9만4천여주(2억4900여만원어치)를 샀다. 최씨 역시 직접 9만3천여주(3억8700여만원어치)를 사들였다. 검찰은 권 전 회장이 호재성 정보를 은밀하게 알려주는 식으로 직접 매수가 있었다고 봤다.
특히 2010년 11월3일에는 모녀 사이 통정매매로 의심되는 거래도 이뤄졌다. 통정매매는 작전세력 구성원끼리 사전에 서로 짜고 주식 물량을 주고받는 대표적 주가조작 수법이다. 권 전 회장은 이날 오후 1시14분25초 최씨 계좌에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 6만2319주(3550원) 매도 주문을 넣었다. 이 주식은 32초 뒤인 오후 1시14분57초 직접 매수 주문을 넣은 김씨가 전량 사들였다. 윤 후보 쪽은 지난 11일 모녀 간에 어떻게 주식거래가 가능했는지를 묻는 <한겨레> 질문에 “도이치모터스 주식 하루 거래량이 적어 어쩌다 한번 우연히 이뤄진 거래”라고 해명했으나, 모녀 사이 초 단위 거래가 이뤄지는 등 석연치 않은 정황이 새로 드러난 것이다.
앞서 <한겨레>는 권 전 회장 등의 공소장 분석을 통해, 김건희씨 명의 계좌 5개로 통정매매(106건), 고가매수(113건), 물량소진(45건), 허수매수(16건), 종가관여(4건) 등 284차례 시세조종이 이뤄진 사실을 검찰이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공소장 오류”라고 했지만, 범죄일람표를 재검토한 서울중앙지검은 “재검토 결과 오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엔 공소장 오류 대신 다시 단순 투자자 해명을 내놓았다. 최지현 선거대책본부 대변인은 <한겨레>에 “(이 사건 관련) 157개 계좌, 91명 투자자 모두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것이 아니다. 검찰도 그렇게 기소하지 않았다. 범죄일람표에 계좌 명의가 들어갔다고 해서 (주가조작) 범행으로 보는 것은 전혀 맞지 않다”고 했다. 모녀 간 거래에 대해서는 “통정매매도 시세조종 의도가 있어야 성립한다. 한건의 거래로 시세가 오를 리 없다. 3년 간 거래에서 한건이 발견됐다는 것은 오히려 주가조작이 아니라는 점을 반증한다”고 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 수사팀은 권 전 회장과 거액의 금전거래를 지속하는 등 특수관계에 있던 김씨 모녀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된 사실을 진작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공모, 방조, 단순 투자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라도 두 사람에 대한 직접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검찰은 권 전 회장 등을 기소하고 석달이 되도록 수사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는 성명을 내어 “봐주기 수사,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라면 주가조작 전주들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하라”고 밝혔다. 민변은 “이번 대선에서 상당수 후보가 개인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 투명성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주가조작은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해하는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검찰은 스스로 작성한 공소장 범죄일람표에 김건희씨를 수백회 기재할 정도로 김씨의 연루 정황을 잘 알면서도 김씨에 대한 수사를 보류하고 있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손현수 강재구 기자
▶관련기사 : ‘단순 투자자’라던 김건희, 2011년 도이치모터스 이사 재직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32601.html
▶관련기사 : 검찰 “김건희 관련 도이치모터스 공소장 오류 없다” 반박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32490.html
▶관련기사 : 김건희, 또 다른 주가조작 ‘선수’에게 계좌 2개 맡겼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32160.html
▶관련기사 : [단독] 김건희-도이치모터스 수상한 증권거래 또 있었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finance/10024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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