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안 없이 19글자 공약 제시, 가짜뉴스·억지주장 반복 여전
2030 여성 부동층 의식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는 그대로”
윤석열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여성이 안전한 대한민국 성범죄와의 전쟁 선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일 오후 2시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19자 단문 공약이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여성가족부 폐지,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 등 성평등 기조와 반대되는 구호와 공약을 내세운 것과 다른 행보다.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 지지율이 접전 양상을 보이자 2030 여성 부동층을 끌어모으기 위해 단문 공약 제시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반페미니즘 공약을 전면에 내세워 성별 갈등을 선거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1월에는 ‘여성가족부 폐지’‘무고죄 처벌 강화(성범죄 처벌 강화와 함께 제시)’란 공약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남녀 갈라치기란 비판이 나왔지만 “뭐든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1월8일)”는 식의 추상적인 답변만 반복해왔다. 반페미니즘 진영에서 주장해 왔으나, 수차례 검증된 가짜뉴스를 유세 때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윤 후보는 “우리 정부가 성인지 감수성 예산이란 걸 30조 썼다고 알려져 있다. 그 돈이면 그중 일부만 떼어내도 우리가 이북(북한)의 저런 말도 안 되는 핵 위협을 안전하게 중층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며 성인지 예산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유세 때 활용했다. ‘성인지 예산 35조원설’은 한때 남초 커뮤니티에서 여가부 폐지론의 근거로 쓰였던 가짜뉴스다.
‘성범죄와의 전쟁 선포’라는 윤 후보의 주장은 실체가 불분명하다. 윤 후보가 지난달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을 보면, 성폭력 등 젠더폭력과 관련한 공약은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권력형성범죄 근절’뿐이다. 이 가운데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는 2차 가해를 우려해 성범죄 피해 사실을 신고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피해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청년 공약 첫머리에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강조했다. 윤 후보는 “‘가족’ 우선 정책이 아닌 ‘여성’ 우대 정책 위주의 불공정 정책을 다수 양산하는 해당 부처(여가부)를 폐지하고 공정한 경쟁을 추구하는 청년들과 ‘가족’의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는 별도 부처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여성 공약은 임신·출산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윤 후보는 젠더 분야 언론·시민단체의 공식질의에도 답변 거부로 일관해왔다. <한겨레>는 지난 1월19일 디지털 성범죄 대책 등 성평등 전반에 대한 질의서를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국민의당에 보냈으나, 윤 후보는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윤 후보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과 피해자 지원에 대한 질문(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 군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질의(군인권센터), 소수자 관련 정책(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시민단체의 공식질의에도 답변을 거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에서 ‘최후의 부동층’이라 불리는 2030 여성 유권자를 의식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한겨레>에 “2030 여성 유권자 가운데 여전히 부동층이 존재한다.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끌어오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권 대표는 “성범죄 처벌 강화에 대해서는 남초 커뮤니티에서도 크게 문제 삼는 공약이 아니다.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고죄 처벌 강화는 그대로 두고, 여성 유권자들도 동의할 만한 성범죄 처벌 강화를 과감하게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고은 기자
“50.4% 대 43.4%…윤석열, 야권 단일화 결렬 책임 크다”
리얼미터 조사서 ‘윤석열 책임론’ 고조되자
국힘 “투표 전까지 단일화 여전히 열려있다”
안철수엔 “완주땐 정권교체 주역 못돼” 비판
결렬 책임 피하고 정권교체 여론 흡수 안간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결렬된 데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책임이 더 크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일 나왔다.
국민의힘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측과의 접촉이 사실상 끊긴 상황 속에서도 ‘투표 전날까지 단일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단일화 무산에 따른 책임을 피하는 한편 정권교체 여론을 최대한 흡수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뉴시스> 의뢰로 2월 28일∼3월1일 이틀간 전국 18살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단일화 결렬 책임이 누구에게 더 크다고 생각하느냐’고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한 결과, 응답자 50.4%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지도부’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지도부’를 택한 응답은 43.4%였고, ‘잘 모름’은 6.3%로 집계됐다.
권역별로 보면, 광주·전남·전북(72.7%)과 제주(70.5%), 서울(50.5%)에서 ‘윤석열 책임론’이 높았다. 안 후보 쪽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의견은 대구·경북(57.8%)에서만 절반을 넘겼고, 부산·울산·경남(47.7%)이 뒤를 이었다. 연령대별로는, 60대 이상만 안철수 책임론(59.4%)이 높게 나타났다.
국민의힘에선 여전히 ‘단일화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제 (단일화에) 목맬 수는 없다”면서도 “언제든지 (가능성은) 열려는 있다”고 말했다. “단일화가 설상 최종적으로 결렬된다 하더라도 포용의 문제, 통합의 문제는 여전히 우리 집권했을 때의 기본 과제이기 때문에 단일화 끝났으니까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그렇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티비에스>(TBS) 라디오에 나와 “최종 투표일까지도 단일화의 그 노력을 해야죠. 당연히”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안철수 후보께서 정권 교체가 답이라고 했다.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가 출마해서 당선되는 것이 (맞다)”며 “현재 안철수 후보께서 끝까지 가신다면 사실 정권교체의 주역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김 최고위원은 이날도 “(장제원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의 회동에선) 여론조사 경선에 의하지 않고 후보 단일화를 한다는 전제 아래 후속 조치에 대해 논의를 했다”, “(안 후보와 이 본부장) 둘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그렇게 안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단일화 결렬 책임을 국민의당 쪽으로 돌리는 발언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에는 단일화 논의 재개 의지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단잉화 결렬을 선언한 안 후보 쪽에 ‘정권교체의 걸림돌’이란 책임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해정 기자
[유레카] 윤석열 후보의 ‘부동시’ 병역면제
공직 후보자와 그 가족의 병역 면탈 의혹이 가장 크게 공론화된 것은 1997년 대통령 선거였다.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두 아들이 모두 체중 미달로 병역을 면제받은 데 대해 의혹이 제기됐고, 선거 결과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이듬해 들어선 김대중 정부에서 공직자와 공직 후보자, 그 직계비속의 병역 사항을 공개하는 ‘공직자 등의 병역 사항 신고 및 공개에 관한 법률’이 추진돼 1999년 제정됐다. 입법 추진 과정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91.6%가 찬성한 데서 고위 공직자들의 병역 면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읽을 수 있었다.
2002년 대선에서도 다시 출마한 이회창 후보 아들들의 병역 면제가 쟁점이 되자 맞고소로 검찰 수사까지 이어졌다. 당시 검찰은 80여일에 걸친 수사 끝에 “(병역 비리가) 있는지 없는지는 몰라도 기소해 입증할 만한 단서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2007년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 후보가 기관지 확장증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을 두고 의혹이 제기됐고 역시 고소와 검찰 수사가 이뤄졌다. 검찰은 이 후보의 엑스레이 사진까지 분석하며 수사를 벌인 뒤 의혹을 제기한 지만원씨를 구속기소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동시 병역 면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윤 후보가 1982년 양쪽 시력 차이 0.6(좌안 0.7-우안 0.1)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는데, 1994년 검사 임용과 2002년 재임용 당시 신체검사에서는 부동시 판정을 받을 정도의 시력 차이가 없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 후보는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진단서를 제출했는데, 이때는 ‘좌안 1.2-우안 0.5’로, 시력 차이가 0.7이었다. 지난 2010년 김황식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도 부동시로 병역 면제를 받아 논란이 됐는데, 병역 신체검사에서는 크던 시력 차이가 법관 임용 신체검사에서는 거의 없어졌다가 인사청문회 때 제출한 진단서에서는 다시 커진 패턴이 비슷하다.
민주당은 윤 후보의 의혹을 풀기 위해 1994년과 2002년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서를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을 이유로 거부해왔다. 사실상 무제한의 검증이 필요한 대선 후보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를 언급하며 정부의 공식 서류를 공개하는 것조차 마다하는 것은 옹색하다. 국민의힘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미 검증된 사안이라는 주장도 하지만, 당시에도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서가 공개되지 않아 국민의힘이 반발한 바 있다.
여야는 3일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윤 후보의 신체검사 자료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범죄수사 경력 자료를 동시에 열람하기로 했다. 검증에 필요한 자료는 속히 공개해 유권자들의 판단을 받는 게 옳다. 박용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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