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언장담 뒤집고 윤석열과 손 잡은 안철수 후보가 남긴 말들과 '이유'...
사전투표 전날인 3일 오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간 단일화가 전격 발표됐다. 하지만 그동안 시종일관 대선 완주 의지를 피력했던 안 후보의 행보와는 크게 배치된다. 안 후보는 사퇴하고 윤 후보 지지를 선언했지만, 그가 했던 말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보름 전 2월 18일 영결식] "동지의 뜻 받들겠다, 결코 굽히지 않겠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2월 18일 오전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에서 열린 손평오 논산·계룡·금산 지역선대위원장 영결식에서 눈을 감고 있다.
"저 안철수, 어떤 풍파에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함으로써 손 동지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결코, 굽히지 않겠습니다."
유세차량 사고로 숨진 고(故) 손평오 지역 선대위원장의 영결식이 열렸던 2월 18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대선 완주 의지를 드러내며 했었던 말이다. 하지만 불과 보름도 채 지나지 않은 3월 3일, 안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전격 선언했다.
안 후보는 2월 18일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조사(弔辭)를 통해 "국민의당 논산·계룡·금산지역 선거대책위원장 손평오 동지. 선거 운동 전날, 선거 운동복을 입고 그렇게 좋아하셨다는 유족분들의 말씀에 그렇게 가슴 아플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저와 함께 많은 동지가 걸어온 길이 바른길이지만, 험하고 힘든 길임을 알기에, 한 번이라도 더 손잡아 드리고, 한 번이라도 더 고맙다는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손 동지와 우리 모두가 추구했던 그 길을 향해 저 안철수는 강철같이 단단하고, 동아줄처럼 굳건하게 그 길을 가겠다"며 "혹시라도 저세상에서 못마땅한 것이 있다면, 꿈에라도 나타나서 꾸짖어달라. 늘 고쳐가며 저 자신을 바르게 하겠다"고도 발언했었다.
[사흘 전 2월 28일] 안 후보 부부 "저희 둘 다 마라톤 풀코스 세 번 완주했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부인 김미경 교수와 함께 2월 28일 오전 전북 고창전통시장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2월 22일에도 고향인 부산에 있는 부평 깡통시장에서 "정권교체가 돼도, 우리 삶이 달라지지 않는 정권교체는 필요 없다"면서 "그런 정권교체는 적폐 교대이자 적폐 교체일 뿐"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안철수가 하는 정권교체'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것이다.
또 안 후보는 불과 사흘 전인 지난 2월 28일 배우자 김미경씨와 함께 한 전북 고창 유세에서도 완주 의지를 강조했었다. 김씨가 지지자들에게 "완주합니다. 반드시"라고 하면 안 후보가 "저희 둘 다 마라톤 풀코스 세 번 완주했습니다"라고 맞장구치는 식이었다. 또 다른 지지자가 "완주하세요"라고 하자 안 후보는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했고, 김씨도 "완주합니다"라고 호응했다.
안 후보가 국민의힘 측에 2월 27일 단일화 결렬을 최종 통보하고, 윤 후보는 경북 영주 등 유세 일정을 전격 취소한 뒤 긴급 기자회견을 여는 등 혼란이 지나간 바로 다음날 나온 발언들이었다.
[오늘 국회] "제3당 존속하면서 투쟁하길 원하는 분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죄송하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랬던 안철수 후보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윤 후보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그때(2월 27일) 이후로 많이 고민하고, 많은 분의 말씀을 들었다. 저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제 몸을 던져가면서, 우리나라를 좀 더 좋은 대한민국으로 바꾸자고 정권교체에 몸을 바친 사람"이라며 "그 대의에 따르는 게, 개인적인 어떠한 손해가 나더라도, 그 대의에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180도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앞서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주장했던 안 후보가 현재엔 같은 방식을 취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게 안 후보는 "이미 여론조사가 가능한 시간은 지났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으로 찾아야 했다"고 답했다.
이어 "오늘 제 결심에 따라 실망한 분들도 많이 계시리라 생각한다. 제3당으로서 계속 존속하면서 열심히 투쟁하길 원하는 분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이 자리 빌어 그분들께 정말 죄송하다"며 "그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반드시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드는 실행력을 증명해 그분들께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11년의 철수, 철수, 철수, 철수…뒤집은 ‘다당제 소신’ 왜?
안, 정치인생 11년간 굵직한 ‘철수’만 4번
다당제 강조하면서 제1야당과 합당 ‘모순’
지지율 정체 속 완주 실익 없다 판단한 듯
‘선거비용 보전’ 문제 작용했다는 분석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며 포옹하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직을 전격 사퇴한 데는, ‘정권교체’ 실패 시 책임론을 피하고 동시에 보수진영 안에서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011년 정치 입문 이후 ‘새정치’와 ‘다당제’ 소신을 강조해 온 그가 제1야당과 합당하는 모순적 행보를 보인데 대한 비판이 많다.
안 전 후보는 이날 윤 후보와 공동선언문 발표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단일화 배경에 대해 “저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제 몸을 던져가면서 우리나라를 좀 더 좋은 대한민국으로 바꾸고자 정권교체에 몸바친 사람”이라며 “제 개인적인 손해가 나더라도 그 대의를 따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요구한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요구’를 접은 데 대해선 “이미 여론조사가 가능한 시간이 지났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는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에서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이후 “대통령이 될 사람은 최소한 어떤 머리를 빌릴 것인지 아는 머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사람(윤 후보)이 당선되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겠는가. 1년만 지나면 그 사람 뽑은 손가락을 자르고 싶어질 것 (2월23일, 울산)” “마라톤 풀코스 3번 완주했다…(대선) 완주합니다. 반드시.”(2월28일, 전북 고창) 등 윤 후보에 대한 원색 비난과 완주 의지를 피력해왔다.
안 전 후보의 기류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 1일이다. 그는 “중요한 어젠다에 대해 논의하자고 한다면 어떤 정치인이든 만날 용의가 있다”며 단일화 논의에 여지를 남겼다.
협상 과정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한겨레>에 “지난달 28일 호남 유세를 마친 뒤 선대위원장들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강하게 냈고, 안 후보도 결판을 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주변의 ‘무허가업체’를 물리치고 윤 후보를 직접 만나야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본부장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다시 대리인으로 나서 만남을 주선하게됐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한겨레>에 “사전투표 직전까지를 실질적인 마지노선으로 판단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당직자의 90%가 단일화를 원한다는 말까지 나올만큼 안 후보 주변 요구가 컸던 건 사실”이라며 “안 후보가 이대로 완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합당해 개혁을 주도하자는 현실론에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후보는 자신의 지지율이 정체된 상황에서 완주의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양쪽 진영이 더욱 강하게 결집하는데다 국민의힘이 표로 전략적 단일화를 호소하고 나서면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끝내 10%를 넘지 못하면 선거 비용을 전혀 보전받지 못하는 현실적 문제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윤 후보가 최근 협상 내용을 공개하며 책임을 전가하면서, 만일 윤 후보가 패배할 경우 그 책임이 온전히 자신에게 덧씌워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다는 얘기도 나온다. 안 전 후보로서는 ‘조건 없는 단일화’를 내세워 보수정권 내 공간을 확보해 향후 정치 행보를 도모하는 ‘실리’를 택한 셈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입법 활동을 했습니다만, 그걸 성과로 보여주는 행정업무는 하지 못했다. 할만한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단일화를 지렛대로 삼아 차기 정부 국무총리 등 입각 계획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다당제는 여전히 본인 소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선거의 승패에 상관없이 민주당이 애기한 다당제에 기반되는 내용을 함께 합의해 진행하길 바란다”고 했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제1야당과 합당을 선언한 마당에 다당제 발언은 솔직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런 내용을 윤 후보도 동의한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윤 후보는 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치개혁안을 “선거를 앞둔 정치쇼”라고 폄하해왔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윤 후보를 뽑으면 손가락을 자르고 싶을 것이라고까지 해놓고 갑자기 단일화 한 데 대해서 국민적 실망감과 분노, 정치적 치명상은 당분간 가라앉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10년 내내 비례대표 확대와 다당제를 주장하면서 항상 단일화와 합당을 선택했다”며 “실제로는 본인 실리를 챙기면서 입으로만 명분과 대의를 부르짖는다”고 비판했다. 장나래 이재훈 기자
안철수 표는 어디로…“윤석열 승기” vs “부동층 이미 이동”
3자 가상대결 박빙…이동 성향 불명확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함께 이동하고 있다.
20대 대선을 엿새 앞두고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면서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정권교체’의 대표주자가 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가운데, 단일화 혹은 양자 대결을 가정한 여론조사는 결과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의뢰로 지난 1~2일 조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심상정 정의당 후보 가상 3자대결에서 윤 후보는 42.5%, 이 후보는 42.2%로 초접전을 기록했다. 심 후보는 7.3%였다. 안 후보 지지자들은 3자 대결 때 윤 후보 쪽으로 26.8% 이동한 반면, 이 후보 쪽으로 36.9%로 더 많이 이동했다.
엠브레인퍼블릭이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1∼2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포인트)한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윤 후보는 45.9%, 이 후보는 45%로 박빙이었다. 안 후보 지지자의 29.5%가 윤 후보 쪽으로, 25.2%가 이 후보 쪽으로 유입됐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가 <한국경제> 의뢰로 같은 기간 후보 단일화를 가정해 벌인 여론조사 결과에서 윤 후보는 48.9%, 이 후보는 42.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두 후보 격차는 오차범위(±3.1% 포인트) 안이었다. 이 조사에서는 안 후보 지지층의 44.9%가 윤 후보에게, 25.1%는 이 후보에게 옮겨갔다.
다만, <중앙일보>가 3일 발표한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보수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면 47.4%의 지지를 얻어 41.5%를 얻은 이 후보를 오차범위(±2.2% 포인트) 밖에서 앞섰다. 윤 후보의 우세 속에서도 안 후보 지지자의 31.2%가 이 후보에게로, 29.2%가 윤 후보에게로 이동했다. 공표 금지 전 마지막 여론조사의 3자 가상대결에서도 ‘안철수 지지표’의 이동 성향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의원회 누리집 참고.)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안 후보 지지층이 윤 후보 지지와 이 후보 지지, 기권 등으로 3분될 텐데, 단일화 발표 직후 안 지지층들의 여론을 보면 배신감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특히 2일 밤 마지막 티브이(TV) 토론을 보고 안 지지를 결심했던 이들의 실망감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민 정치평론가도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윤 후보의 이미지를 안 후보가 채워줄 수 있다면 표심이 더 움직일 수는 있겠지만, 윤 후보가 단일화로 인해 특별히 유리하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윤-안 후보 사이의 단일화 효과가 ‘1+1=2’는 수학 공식처럼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 후보가 평균 7∼8%가량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안 후보와 단일화한 것은 박빙 국면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지금과 같은 박빙 상황에서는 한 표가 아쉬운 상황이기 때문에 윤 후보에게 이로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도 “중도층에게는 힘을 합쳐서 정권교체를 위해 결단했다고 비치는 측면이 있어서 윤 후보가 승기를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가 후보 단일화로 ‘안정적 후보’라는 이미지를 챙겼다는 분석도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미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은 다 움직여서 흐름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폭주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안 후보라는 견제 장치가 마련됐다고 인식될 가능성 등을 얻었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가 향후 지원유세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단일화 효과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지자 이탈을 막고 이들을 윤 후보에게 옮겨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 당시 안 후보는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갈등을 빚으며 막판에 후보를 사퇴했고 지원 유세에도 소극적이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번 대선이 워낙 박빙이어서 단일화가 심리적·상징적 효과가 있기 때문에 윤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라며 “2012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보다 모양새가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훈 송채경화 최하얀 기자
윤-안 ‘인수위 · 공동정부 · 합당’ 선언문 썼지만…약속이행은 미지수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이후 첩첩산중 과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3일 단일화 공동선언문을 통해 통합정부 구성과 정치교체를 위한 합당을 약속했다. 두 사람은 이를 위해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고, “선거 후 즉시 합당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선거 직전 갑작스럽게 이뤄진 결정인 만큼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해도 양측이 주도권과 지분 보장 등을 두고 다투며 충돌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약속을 파기한다고 해도 안철수 후보 쪽에서 별달리 대응할 카드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
윤 후보와 안 전 후보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발표한 공동선언문에는 크게 두가지 약속 내용이 적혀 있다. 첫번째는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저희 두 사람이 정권교체의 민의에 부응하여 함께 만들고자 하는 정부는 미래지향적이며 개혁적인 ‘국민통합정부’”라며 “국민통합정부는 대통령이 혼자서 국정을 운영하는 정부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며 역사와 국민의 뜻에 부응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들은 또 합의문에서 “정권교체의 힘으로 정치교체, 시대교체가 될 수 있도록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두 당은 선거 후 즉시 합당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합의에 따라,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안 전 후보가 ‘국정 파트너’로서 인수위 때부터 인수위원장을 맡거나, 향후 정부에서 국무총리직 등을 맡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안 전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 뒤 질의응답 과정에서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입법 활동을 했지만 그걸 직접 성과로 보여주는 행정 업무는 하지 못했다. 할 만한 기회가 없었다”며 “반드시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 만드는 실행력을 증명해서 (저를 지지했던) 그분들께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안 전 후보는 ‘입각을 고려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솔직히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 여러 가능성이 있다”며 “여러 가지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우선은 국민의힘을 보다 더 실용적이고 중도적인 정당으로 만드는 데 공헌하고 싶다”고 말했다. 단일화 협상에 나섰던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안 후보가) 당 대표로 나설 수도 있고 행정부로 나설 수도 있고 둘다 열려 있는 상황”이라며 당권 도전 가능성도 열어뒀다. 차기 대권을 기대하는 안 전 후보로서는 국민의힘 내 입지를 다지는 게 급선무라며 당권 도전에 힘을 싣는 이들도 있다.
“대선 뒤 국힘-국당 즉시 합당”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하기 전 최종적으로 합의문을 살펴보고 있다.
“진짜 원팀? 대선 뒤가 관건”…당권·공천 곳곳 ‘뇌관’
하지만 국민들 앞에서 두손을 맞잡고 ‘원팀’을 선언하며 한 이런 약속이 얼마나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극적으로 (단일화) 타결이 되긴 했지만, 합의문에서 한 약속은 모두 대선 뒤로 미뤄져 있지 않나”며 “정부를 구성해도 정책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일치를 봐야 하고, 합당도 이전에 협상 과정에서 깨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막상 대선이 끝나고 난 뒤, 안 전 후보 쪽이 내미는 각종 ‘청구서’를 들이밀어도 국민의힘 쪽에서 효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실제 합당까지는 진통이 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내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권 문제나 오는 6월 치르는 지방선거 공천 등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안 전 후보와 ‘불편한 관계’를 형성해온 이준석 대표와의 관계 조율도 난제다. 이 대표는 이날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철수 대표께서 내년으로 예정된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면 경쟁을 통해서 당권 도전하실 수 있다”며 “당권이라고 표현될 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율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두 후보가 최근까지 대선 주자로서 경쟁해온 만큼 인수위 단계부터 ‘정책 통합’ 문제로 갈등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안 전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 뒤 “윤 후보의 공약도 지지하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렇기에 인수위가 있는 것”이라며 “함께 모여 인수위에서 모여 논의하면 보다더 좋은 안이 만들어질 수 있는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단일화에 삼부토건 · 도이치모터스 등 ‘윤석열 의혹 기업’ 주가 급등
안철수 안랩 주가도 7.27% 뛰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하자 삼부토건 주가가 급등했다. 반면 탈모 샴푸업체 티에스(TS)트릴리온 주가는 급락했다.
3일 코스피시장에서 윤석열 후보 테마주로 분류되는 삼부토건 주가는 10.98% 치솟은 24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25.4%까지 오르며 상한가에 바짝 다가서기도 했다. 삼부토건은 조남욱 전 회장 쪽이 2002∼2015년 윤 후보에게 김, 멜론, 곶감, 밤, 정육 등 명절 선물을 준 것으로 보도됐다.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이사로 재직했고 주가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도 4.42% 상승했다. 안철수 후보가 창업한 회사이자 대주주로 있는 안랩 주가도 7.27% 상승한 7만800원에 마감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공약 수혜주로 주목받은 탈모 완화 샴푸업체 티에스트릴리온 주가는 8.59% 급락했다. 개장하자마자 15.63% 폭락 출발하다 하락폭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공공주택 정책 테마주로 꼽힌 부동산회사 이스타코(-8.99%)도 큰 폭으로 내렸다.
이날 개장 전 윤 후보와 안 후보는 단일화를 전격 선언했다. 안 후보는 단일화 선언 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한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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