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 안철수 “국민통합정부 만들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손을 맞잡고 있다.

 

"완주하겠다"며 2일 밤 대선후보 3차 토론까지 참여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토론 종료 불과 수시간여 만에 돌변, 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심야에 회동해 야권 단일화에 전격 합의하며 윤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공정과 상식, 통합과 미래로 가는 단일화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며 “저 안철수는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 저 윤석열은 안철수 후보의 뜻을 받아 반드시 승리하여 함께 성공적인 국민통합정부를 반드시 만들고 성공시키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함께 정권을 교체하고, 함께 정권을 인수하고, 함께 정권을 준비하며, 함께 정부를 구성하여. 정권교체의 힘으로 정치교체, 시대교체가 될 수 있도록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두 당은 선거 후 즉시 합당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오늘의 선언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단일화는 국민 여러분이 만들어 주신 것”이라며 “국민이 키운 윤석열과 지난 10년간 국민과 함께 달려온 안철수가, 국민의 뜻에 따라 힘을 합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두 후보는 전날 마지막 텔레비전 토론회 직후 서울 강남 모처에서 만나 이날 새벽까지 2시간30분 가량 회동을 가진 뒤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그동안 물밑 협상 채널을 가동해온 윤 후보 쪽 장제원 의원과 안 후보 쪽 이태규 의원 등이 공동선언문 내용을 조율했다고 한다. 이날 전격 합의는 안 후보가 지난달 13일 윤 후보에게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공식 제안한 지 19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대선을 6일 앞둔 마지막 여론조사 시점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 후보 간 지지율은 팽팽하게 맞붙고 있는데다, 안 후보 지지율도 10% 이하 지점에서 답보상태에 놓인 점 등 두 사람 모두 불안감이 커지면서 전격 합의에 연결된 것으로 해석된다. 안 후보는 이 후보 당선 시 정권교체를 발목 잡았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미나 기자

 

‘거대양당으론 안 된다’던 안철수, ‘4번째 철수’로 다시 그 속으로

10년 정치 인생 중 4번째 중도 사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며 3일 후보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10년 정치 인생 중 4번째 중도 사퇴다.

 

안 후보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던 지난 2011년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설이 나오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청춘콘서트’의 폭발적 인기로 안 후보는 50%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당시 야권의 무소속 후보로 나선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직을 조건 없이 양보했다. 정치권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신선한 행보에 ‘안철수 신드롬’ 현상까지 등장하며 그를 향한 대중의 기대는 더욱 커졌다.

 

안 후보의 다음 행보는 이듬해 대선 도전이었다. 새누리당 정권 재창출을 막기 위한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했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협상 상대였다. 그러나 여론조사 경선 방식을 놓고 양쪽은 평행선을 달렸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후보 등록 시점에 안 후보는 출마를 포기했다. ‘아름답지 못한 단일화’는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고 승자는 박근혜 후보였다.

 

안 후보는 지난해 12월 국민의당 간판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오랜 도전에 화답하듯 여론의 지지도 뜨거웠다. 그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단일화 협상에 나섰고 처음으로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을 치렀지만,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처음으로 경선을 통한 후보 사퇴였다.

 

안 후보는 이번 대선에도 ‘흠 많은 거대양당 후보에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출마했다. 막말과 내홍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휘청이자 안 후보가 정권교체의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지지율 15%를 찍기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막판 양쪽 진영으로 표 결집이 이뤄졌고 더 이상의 반등은 없었다. 입버릇처럼 “완주하겠다”고 했지만 그는 20대 대선 6일 전 레이스를 접었다. 곽진산 기자

 

마지막 TV토론 뒤 자정께 ‘장제원 매형’ 집에서 2시간30분 담판

급박했던 야권 후보단일화 막전막후

장제원-이태규 사전 협의 뒤 전격 만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가 지난 2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3차 법정 TV 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옆을 지나가고 있다.

 

윤석열(국민의힘)·안철수(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합의는 2일 밤 3차 토론회 직후 급박하게 진행됐다.

 

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저녁 토론회에 앞서 각 당 협상 주체였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본부장은 4일부터 진행되는 사전투표 전 두 후보의 만남을 최종적으로 타진해보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한다. 먼저 두 사람이 후보 간 만남 일정을 조율했고, 마지막 텔레비전 토론회가 끝난 밤 10시가 넘어 이런 내용이 윤 후보와 안 후보에게 각각 전달됐다.

 

예정됐던 윤 후보의 유튜브 촬영 일정이 끝난 자정께, 두 후보는 장 의원 매형이자 안 후보 지인인 성광제 교수 자택에서 만났다. 성 교수는 2012년 안 후보가 안랩 주식 절반을 출연해 설립한 비영리 공익법인 ‘동그라미재단’ 이사장을 맡는 등 안 후보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있다. 두 사람은 2시간30분 동안 허심탄회하게 국민 통합 정부 구상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안 후보는 후보 간 협상에선 별다른 조건도 제시하진 않았다고 한다. 윤 후보도 ‘정권교체를 바라는 세력은 같이 간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 자연스럽게 단일화가 최종적으로 성사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인수위원회와 향후 정부 구성도 함께 협의하고 대선 뒤 합당에도 합의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한겨레>에 “안 후보가 그 자리에서 총리 쪼가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고 들었다”며 “두 사람의 만남부터 단일화 수용을 전제로 한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 등을 보고 안 후보가 결단한 것 아니겠냐”며 “마지막 토론회까지 하고, 최대한의 명분을 챙기는 모습으로 윤 후보 지지 선언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발표한 공동선언문의 뼈대는 장 의원과 이 본부장이 함께 논의한 것을 기반으로 국민의당 쪽에서 초안을 작성했고, 윤 후보는 이날 오전 내용을 확인한 뒤 흔쾌히 내용 전체에 동의했다고 한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공동합의문 발표 뒤 기자들에게 “지금 이미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가 가능한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 찾아야 했다”며 ‘결단’의 이유를 직접 설명했다.

 

안 후보는 지난달 13일 여론조사를 통한 야권 단일화를 제안했으나,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1주일 뒤인 지난달 20일 ‘단일화 결렬’ 선언을 한 바 있다. 이에 윤 후보는 다시 1주일 뒤인 27일 그동안의 단일화 협상 과정을 세세하게 공개하며 단일화 무산 책임공방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이날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그 전부터 안 후보를 여러 차례 만났으면 서로가 훨씬 더 상대방을 잘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지 않았겠냐는 아쉬움이 많았다”고 밝힌 뒤 “어제 토론을 마치고 늦은 시간에 앉아서, 구체적인 조건이랄 것도 없이 오늘 공동선언문에서 말한 대로 대의를 위해 함께 하기로 결의를 다지고 오늘 아침 안 후보와 여러분 국민 앞에 서게 됐다”며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앙금은 해소됐음을 강조했다. 안 후보도 “(단일화 결렬) 이후로 많은 고민을 하고, 많은 분의 말씀을 들었다. 저는 지난해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제 몸을 던져가며 우리나라를 좀 더 좋은 대한민국으로 바꾸고자 정권교체에 몸 바친 사람”이라면서 “그 대의에 따르는 것이 개인적인 손해가 나더라도, 그 대의를 따르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배지현 김미나 기자

 

빨간 넥타이로 단일화 예고?…윤·안, TV토론서 이례적 옷차림

 2일 마지막 TV 토론회서 ‘닮은 꼴’ 옷차림

 새벽까지 회동한 뒤 단일화 합의 전격 발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2일 열린 마지막 티브이(TV) 토론 때 똑같이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나와 이목을 끌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야권 단일화 후보에 합의하면서, 두 후보가 전날 열린 마지막 티브이(TV) 토론회 때 비슷한 옷차림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화제에 오르고 있다. 두 후보가 토론 전에 사전 교감이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단일화 밀약 후 이를 숨기고 4자 토론에 나섰다면 국민을 속이고 우롱한 것이라는 비판도 예상된다.

 

두 후보는 지난 2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본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3차 법정 티브이(TV) 토론회에 어두운 감색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윤 후보는 지난달 25일 열린 2차 티브이 토론에서도 비슷한 옷차림이었으나, 안 후보는 당시 자주색 계열 넥타이를 맸다. 지난 27일 사실상 단일화 결렬 선언이 이뤄진 이후에도 두 후보 모두 “만날 수 있다”는 애매모호한 말로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놨던 만큼, 두 사람의 비슷한 옷차림을 두고 심상치 않다는 뒷말이 나왔다. 그리고 비슷한 옷차림의 두 사람은 토론 직후 심야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회동을 한 뒤 단일화에 합의했다는 발표를 했다.

 

두 사람의 비슷한 옷차림이 우연의 일치였을지는 몰라도, 선거 국면에서 후보들은 ‘드레스코드’로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감색 바탕에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사선 무늬가 새겨진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이 넥타이는 지난해 10월 당내 경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이 후보에게 선물한 것이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여전히 이 후보에게 흔쾌히 마음을 열지 않고 있는 지지층을 의식한 선택인 셈이다.

 

심 후보 역시 정의당을 상징하는 색깔인 노란색 셔츠에 노란색 운동화를 신고 티브이 토론회에 임했다. 심 후보는 지난 2차 티브이 토론 때는 노란색 니트에 ‘환경’이란 가치를 담은 초록색 재킷을 입기도 했다. 오연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