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칼럼] "칼은 칼로 망하느니…"

● 칼럼 2022. 11. 21. 15:3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편집인 칼럼]  검찰공화국 소묘

대한민국은 지금 검찰이 좌지우지하는 나라가 됐다. 검사가 곧바로 대통령이 되면서 역시나, 다들 우려하던 ‘검찰공화국’이 드디어 위용을 드러낸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설마 처벌이 될까”, “구속이라니 말도 안돼”라고 이구동성 말들 하지만, 검찰은 희한한 기교로 올가미를 씌우고 교묘히 판사의 저울추를 움직여 구속영장을 받아낸다, “그런 적 없다”고 단언하던 사람들이 검사실에 불려 다니더니 갑자기 증인으로 돌변해 ‘검찰 앞잡이’처럼 굴어댄다. “그 사람은 탈북자”라고 입을 모아 공언했던 공직자들이 돌연 태도를 바꿔 “탈북으로 조작했다”고 거들어 전직 장관과 청장을 옥에 잡아넣고, 이젠 그 ‘윗선’을 문초하겠다고 벼른다. 그야말로 거칠 게 없고 눈에 보이는 게 없다. 불가능이 가능한 게 대한민국 검찰이다.

두려움을 모르는 그 검찰의 칼끝이 전 정권 수뇌부와 야당대표를 겨누고 질주하면서 한국 정치가 완전 실종상태에서 혼돈에 빠졌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는 삿대질과 악담만 떠돌고 있다. 어쩌면 의원들도 언제 검찰 칼날에 찔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신경이 곤두선 것 일지도 모른다. 설마하고 믿기지 않던 일들이 현실화하고, 도대체 죄라고 할 수도 없는 문제를 엮어 범죄자로 발라내는 칼 솜씨에 멸문지화를 당한 사례들을 똑똑히 보았으니 어쩌겠는가.

 

‘조직에 충성’하는 일편단심으로 마침내 검찰공화국을 만든 주역이어서 마냥 즐거운 것일까. 어둠이 내려앉으면 부하들과 어울려 질펀하게 술판을 벌이던 습벽이 여전한 듯,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주취소식은 여전히 심심치 않게 회자되고 있다. 벌써 5개월이 지났건만 지금도 검사 습성에 충실한 나머지 정치를 특수수사로 해결하려 한다. 정치인 쯤이야, 막말과 욕설로 다루던 피의자 xx들로 여긴다. 국정의 파트너라느니 협치라는 말은 사치스런 고전적 정치용어일 뿐이다. 전직 대통령들도 여럿 잡아 넣었는데 갓 물러난 대통령 예우나 거대야당의 대표가 무슨 대수인가. 정치가 실종됐다니, 무슨 실종? 보기싫은 자들 내가 부리는 검사들 쌍칼에 날아가거나 굴종하면 모든 게 잘 되는 거야, 감사원도 이젠 내 손안에 있지 않나… 경제난 생계난에 안보 위기까지, 국민들의 불안과 국정의 표류는 안중에 없는 ‘무사’(武士)태평이다.

그렇게 암담한 검찰공화국의 ‘실행자’로 보이는 그 수하의 사람도 무소불위 안하무인인 것은 빼닮은 것으로 보인다. 검사에서 장관으로 직행했으니 검사의 습성 또한 그대로 남아있을 수밖에. 국회에서 기고만장을 넘어 오만방자한 태도는 ‘절대 권력’ 검찰의 칼을 내비치며 ‘검찰왕국의 왕자’라고 박박 우겨대듯 오기가 넘친다. 국회의원들이 무시당하는 양태를 보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권위나 삼권분립도 실종상태가 됐다. 미사여구로 아부하는 언론은 융숭히 대우하며 특종감을 던져주고, 집요하게 진실을 추적하는 언론은 ‘스토커’라며 접근금지 명령을 내리는 현실에서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언론이 궤멸상태가 된 것도 당연하다. 그런 권력자들에게 국민들이 과연 ‘주인’일까, ‘개 돼지’일까,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이 나라의 최대 암적 존재는 검찰이었다. 너무도 보복적이고, 정치적이며, 지역주의적이었다. 개탄스러웠다. 권력에 굴종하다 약해지면 물어뜯었다. 나라가, 검찰공화국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 같아서 우려스러웠다." 일찌기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렇게 검찰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어디 김 전 대통령 뿐인가. 역대 정권에서 권력의 앞장이로 활개치다가 기우는 권력에는 하이에나처럼 물고 뜯고 날뛰는 검찰의 흑역사는 대한민국 근현대사 곳곳에 얼룩져 있다.

이승만의 조봉암 제거, 박정희의 조용수 처형과 민족일보 폐간, 인혁당 사법살인, 전두환의 내란음모 날조 등 갖가지 패악에 검사들이 수족노릇을 했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권력 아부의 망언, 무고한 퇴임 대통령을 자살로 내몬 파렴치 수사…. 독립투사들을 괴롭히던 친일검사들부터 자유당 때 설치던 반공검사들, 그리고 역대 독재정권과 그 아류 부패정권에서 정치수사와 조작의 주역은 검사들이었다.

오늘의 심각하고 위험한 현실은 그런 검찰권력이 ‘통치권력’ 마저 손에 쥐었다는 것과, 그들이 민주적 시스템과 합법으로 포장한 채 선택적이고 감정적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사병화(私兵化)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법대로’ 라는 합법의 기치를 내세워 수사와 기소권을 독점 행사하는데 제동을 걸 장치는 현 ‘공수처’가 열 개라도 부족하다. 국회와 법원이 막아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과연 기대할 만한가.

소위 선진국이라는 어느 나라에 이런 흑역사가 이어지는고. 참 불안하고 답답한 형국이다.

하지만 ‘칼은 칼로 망한다’는 경험칙적 금언이 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며 오래가지 못한다는 역사적 사실도 새겨둘 일이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한국적 저항의식과 오늘의 민주한국을 일군 정의감은 세계 최강이다. 검찰의 전횡이 미완에 그친 검찰개혁의 절실성을 절감시킨다는 역설도 희망이다.

                                                                                                          <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