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대비태세 수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여야 비판
"무인기에 폭탄 있었거나 자폭 시도했다면 큰 피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7시간 동안 뭐했는지 밝혀야"
유승민 "입양한 개 데려 오고 송년 만찬, 이래도 되나"
주호영조차 "우리가 철저히 당한 것…너무 충격적"
북한 무인기에 수도 서울의 방공망이 뚫린 사태를 두고 군 당국의 부실한 대처에 관한 비판이 정치권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자칫 심각한 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비상 상황에서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조차 소집하지 않아 이해할 수 없는 안이한 처사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식별된 것만 총 5대인 북한 무인기는 26일 남측 영공을 5년 만에 침범해 서울, 강화, 파주 상공을 5시간 넘게 휘저었다. 우리 군은 F-15K와 KF-16 등 전투기는 물론 KA-1 경공격기(전술통제기), 아파치·코브라 등 공격헬기까지 군용기 약 20대를 동원하고 헬기에서 20㎜ 기관포로 100여 발의 사격까지 가했지만 격추에 실패했다.
도리어 우리 측 KA-1 1대가 이륙 중 추락하는 사고까지 발생해 조종사 2명이 비상 탈출했다. 추락한 KA-1은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반곡리 일대 밭에 떨어졌다. 북한 무인기들은 북으로 돌아가거나 우리 레이더 탐지에서 사라져 우리 군의 대비 태세에 허점이 많은 게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온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4성 장군 출신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에서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면서도 "우리 군의 대비태세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따졌다.
김 의원은 우선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의 항공기 이륙이 중단되고, 무인기에 대한 시민들의 제보가 이어졌는데도 정부에서 아무런 입장 발표나 설명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응 과정에서 작전상 상황 공유가 제한된다면, 적어도 그 지역 주민에게라도 상황 설명이나 최소한의 경보가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무인기에 폭탄이 있었다거나 자폭을 시도했다면 인근 지역의 인명 피해나 재산 피해는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며 정부에 다음의 세 가지 사항을 촉구했다.
첫째, 북한 무인기 침투에 따른 군의 통합방위체계와 경보체계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공항 운영 중단과 전투기와 헬기 소리에 우리 국민은 불안에 떨었다. 현재 정부는 강릉 현무 낙탄 당시처럼, 우리 국민의 안전과 안녕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모습이다.
둘째, 현재 1~2대의 북한 무인기 출현에 대한 우리 군의 매뉴얼을 다수의 무인기 출현에 대한 대응 매뉴얼로 개선하기 바란다. 무인기 등 북한의 진화하고 다양한 각종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대응 매뉴얼을 점검하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즉각적인 군사대비태세의 점검이다. 또다시 이번 전투기 추락 같은 작전 실패가 발생한다면 북한의 비웃음만 살 것이다. 우리 군은 즉시 현장에 배치된 즉응전력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을 실시하고 작전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하기 바란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북한 무인기에 수도권 상공을 내주며 대한민국의 안보는 농락당했다"며 "방공망에 작은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다. 안보 참사 그 자체"라고 규정했다.
박 대변인은 "하지만 대통령실은 안보 참사가 일어나고 있는 중에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지 않았다. 별일 아니라고 본 것인가, 아니면 대응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 것인가?"라고 따져 물으며 "7시간 동안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었고, 무엇을 지시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북한 무인기 5대가 우리 영공을 5시간 이상 휘젓고 다녔음에도 격추도 못 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며 "눈 떠보니 선진국에서 한순간에 국격이 추락하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김병주 의원은 "무인기 작전 종료 후 저녁 시간에라도 대통령실은 NSC를 열었어야 했다. NSC를 열어 구멍난 영공을 어떻게 앞으로 보완해 지킬 것인지를 토의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했어야 했다"면서 "그만큼 윤석열 대통령실이 국민의 안전과 안위에는 무감각하고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YTN 라디오에서 "(NSC를 안 열면) 과연 언제 소집하실 것이냐"며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은 한가하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김병기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정신줄 놓은 윤석열 정부, 안보가 장난이냐"며 "대통령이 북한의 무인기가 서울에 침투할 동안 무엇을 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알려진 게 하나도 없다. 도대체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정적 제거가 윤석열 정부의 유일한 사명이냐"고 따졌다.
박범계 의원도 "대통령은 한가하게 안내견 사진, 이것이 서해 피살 사건을 개탄하는 윤석열 정부 안보 실태"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조차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특히 경기도 일대 민가까지 내려왔다는 데서 국민 불안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우리가 철저히 당한 것 같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대응 과정에서 전투기가 추락한 것은 둘째 치고, 적의 무인기가 서울 중심까지 아무 제지 없이 날아온 것 자체가 너무 충격적"이라고 개탄했다.
같은 당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우리 군의 문제점이 노출되기도 했다"며 "KA-1 경공격기 1대가 대응 출격하는 과정에서 민가와 학교 사이에 추락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도 발생했기에 더욱 치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군은 이번 작전을 면밀하게 분석해 원인을 파악하고 반드시 재발 방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김정은 정권이 폭주의 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 군이 미흡한 준비 태세를 드러내고 안일한 대처로 일관한다면 우리 국민이 평안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겠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유력 당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어제 윤석열 대통령의 일정은, 출근길에 새로 입양한 개를 데리고 집무실에 온 것과 지방 4대 협의체 회장단과 송년만찬을 한 것"이라며 "국군통수권자가 이래도 되는 건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대통령이 북 무인기의 영공 침략에 대해 무엇을 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국민에게 알려진 게 하나도 없다. NSC는 열리지도 않았다"며 "겨우 정권교체를 했는데 보수가 안보에 이렇게도 무능한 건가. 북한이 무인기에 소형 핵폭탄이나 생화학무기를 실어 서울 도심이나 핵심시설을 공격했다면, 우리 국민은 무방비 상태로 고스란히 당해야만 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 김호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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