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과 영토 보존되어야 하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노력지지”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반드시 역경을 이겨낼 것이라 믿으며, 굳건한 지지와 한국 국민들의 연대를 보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단히 안타까운 상황에서 다시 통화하게 되었다”며 “러시아의 무력 침공으로 희생당한 분들과 유가족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하며 침략에 결연히 맞서 싸우는 대통령님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용기와 희생에 경의를 표한다”고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오후 5시35분부터 6시5분까지 30분 동안 통화를 했다. 문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는 지난 2020년 4월 10일 이후 약 1년 11개월만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전황을 설명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위기 극복과 방어를 위한 가용한 지원을 한국 쪽에서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국은 전쟁을 겪었기 때문에 전쟁의 참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겪고 있는 슬픔과 역경에 깊이 공감한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조속히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기를 기원하며 한국이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가 보존되어야 하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노력을 지지한다”면서 “한국은 우크라이나 국민과 피난민들을 위해 총 1천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긴급 제공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우선적으로 생명 보호를 위한 의료품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한국에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안심하게 체류할 수 있는 ‘특별 체류 조치’도 했다고 밝힌 뒤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는 한국 국민들이 안전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단결과 희생이 있기에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해낼 것으로 믿고, 한국과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와 함께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용기를 내시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인 교민 보호 필요성에 공감하며 우크라이나 외교부에 전하겠다고 말한 뒤 문 대통령의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용기를 주는 말씀에 감사하며 우크라이나 국민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전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놀라운 국가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019년 10월 한국에 개인적으로 방한한 적이 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통화를 마친 뒤 트위터를 통해 통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리트윗하며 “한국은 전쟁을 겪은 나라로서 강인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러시아에 항전 중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세계 나라 정상들과 통화를 통해 ‘반러 연합’ 구축을 도모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30분 동안 통화를 하고 “반러 제재와 국방 지원에 대해 논의했다. 우리는 가능한 빨리 침략자를 막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밖에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 등과도 소통했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린 바 있다. 이완 기자

 

한국대사관, 체르니우치서 업무재개 준비…태극기 달고 이동

체류 교민 38명으로 줄어… "키이우에 남은 교민들에도 계속 연락"

 

러군 무차별 공습에 지하역서 노숙하는 우크라 키이우 시민들= 러시아군의 침공 일주일째인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시민들이 지하철역을 방공호 삼아 노숙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군은 수도 키이우와 제2 도시 하르키우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무차별 폭격을 가해 민간인 사상자가 크게 늘고 있다. (키이우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내 전황이 악화하면서 공관원의 안전까지 위협받자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철수한 한국 대사관이 루마니아 접경인 체르니우치로 옮겨와 업무 개시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3일 외교부에 따르면 김형태 대사를 비롯한 공관원들은 현지시간으로 2일 밤 체르니우치에 도착해 임시로 대사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체르니우치에는 이미 공관원 일부가 임시사무소를 꾸리고 루마니아 등으로 철수하는 교민 지원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키이우에서 체르니우치까지는 약 600㎞ 거리로 평소 5시간 정도 걸리지만, 김 대사 일행은 우크라이나 경찰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검문소 통과와 교통체증 등으로 12시간 남짓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사 일행은 이동 중 차량 앞유리창 등에 태극기를 부착했는데, "검문을 통과하거나 다른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아울러 현지인 차량 10여 대가 한국인 일행 뒤에 따라오며 함께 움직였다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한편 우크라이나에 체류하는 교민은 이날 오후 10시(현지시간 3일 오후 3시) 기준 38명(공관원 및 크림지역 교민 10명 제외)으로 집계됐다.

 

전날 밤까지만 해도 현지 체류 교민은 총 42명이었지만, 몰도바와 루마니아로 각각 2명씩 총 4명의 교민이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민 38명 가운데 현지 상황을 보며 철수할 예정인 인원은 12명, 잔류 희망자는 26명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사관이 키이우에서 이동하면서 한 분이라도 더 모셔가려고 노력했었다"면서 "대사관이 새로운 지역에서 업무를 계속하겠지만 키이우에 남은 이들에게도 연락을 계속하며 (철수를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합

국제원자력기구 “러시아군 자포리자 원전 주변 장악 통보”

지역 주민들 ‘바리케이드’ 치며 원전 지키기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주변 지역의 주민들이 2일 러시아군을 상대로 원전을 지키기 위해 도로를 막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우크라이나 남동부에 있는 자포리자 원전을 놓고 러시아와 지역 주민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군이 원전 주변까지 진입했고, 지역 주민들이 발전소를 지키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치며 막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일(현지시간) 자료를 내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주변 지역을 장악했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15기 중 6기를 보유한 가장 큰 원전이다. 우크라이나는 원전이 전체 발전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원전을 러시아군이 장악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등을 보면, 2일 자포리자 원전을 지키기 위해 지역 주민들이 대거 몰려와 도로를 막았으며 차량, 타이어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자포리자 지역 주민들의 저항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영상과 사진으로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우크라이나 당국이 자포리자 원전 자체의 통제권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핵시설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달 27일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제2의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에 위치한 핵폐기물 저장소에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국제원자력기구에 통보한 바 있다. 주요 건물이 파손되거나 방사성 물질 유출은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986년 폭발 사고로 가동이 중단된 체르노빌 원전 시설 통제권은 러시아가 장악한 상태다. 김소연 기자

 

러-우크라 2차 협상 시작…우크라 주요 도시 헤르손 점령당해

 

푸틴, 우크라 비무장·중립화 조건 제시

“무슨 수를 써서든 목표 이뤄낼 것”

수도 키이우 쪽으로는 러시아 진격 느려

 

미 국방부 “전열정비 뒤 총공세 가능성”

유엔, 러 규탄 결의안 만장일치로 채택

미, 러 정유사들에 대한 기술 수출 차단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어린이들이 3일 폴란드 국경지대의 프셰미실에 마련된 대피소에 모여 있다. 프셰미실/AP 연합뉴스

 

러시아가 침공 8일째인 3일(현지시각) 남부 항구도시 헤르손을 장악했다.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제2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저지하고 있지만,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황이 이어지고 있다. 속전속결로 전쟁을 조기 종결하는 데 실패한 러시아가 ‘포위전 뒤 총공세’로 전술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는 무슨 수를 쓰든 우크라이나 비무장화와 중립화 목표를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지연시키려 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요구사항을 더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두 나라는 이날 오후 벨라루스 서남부 브레스트에서 2차 협상을 시작했다.

 

인구 30만의 요충지인 헤르손의 이호르 콜리하예우 시장은 이날 <뉴욕 타임스>에 무장한 군인 약 10명이 시청 건물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그는 더 이상 우크라이나군이 도시 내에 없으며, 거주민들은 “시 정부로 들어온 무장한 이들(러시아 병력)”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시엔엔>(CNN)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를 처음 점령했다며, 이를 ‘중요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2대 도시인 동부의 하르키우에선 격렬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군은 도심의 시 의회, 전화국, 텔레비전 탑 등을 겨냥해 포격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주민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과 소련 사이에 처참한 격전이 이어졌던 전투를 빗대 “하르키우가 21세기의 스탈린그라드”가 되고 있다고 평했다.

 

수도 키이우에선 외곽에 구축된 길이 64㎞에 달하는 러시아군 전력이 여전히 도심으로 진입하지 않고 대기 중이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일 러시아군이 “지난 24~36시간 동안 주목할 만한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며 그 이유로 △우크라이나군의 저항 △예상치 못한 군수지원 차질 △전열 재정비·재평가를 꼽았다. 미군은 수도를 기습 타격해 전쟁을 손쉽게 끝내려던 러시아군이 이제 주요 도시들을 포위하고 물자 공급과 탈출로를 차단해 항전 의지를 분쇄한 뒤 기갑부대를 동원해 일거에 공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국방부는 2일 개전 후 처음으로 러시아 병사 498명, 우크라이나 병사 2870명이 사망했다며 피해 규모를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앞서 러시아 병사를 최소 5840명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유엔은 2일 긴급특별총회를 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찬성 141표, 반대 5표, 기권 35표라는 압도적 지지로 채택했다. 백악관은 러시아의 주요 산업인 정유산업을 타격하기 위해 석유·천연가스 추출 장비 기술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는 추가 조처를 내놨다. 이 조처가 이어지면, 에너지산업에서 러시아의 지위는 장기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에 대한 금수 조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어떤 것도 테이블 밖에 있지 않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전쟁의 포화를 피하려는 우크라이나인들의 탈출 행렬은 이어졌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UNHCR) 대표는 개전 후 2일까지 100만명의 난민이 폴란드 등 이웃 나라로 탈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 인구(약 4400만명)의 2%가 넘는 규모다. 황준범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러시아 루블화 가치 사상 최저…신용 ‘투기등급’으로

  3일 오전 한때 달러당 118.69루블

“정크” 수준 신용에 더 떨어질 가능성

 

2일(현지시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시민들이 전광판에 표시된 환율을 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세계 각국이 가한 경제제재 때문에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3일 또다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러시아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낮추면서 루블화 가치가 3일(현지시각)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이날 오전 모스크바 외환거래소에서 루블화 환율이 달러당 118.69루블까지 치솟았다가 소폭 하락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가 달러당 110루블을 넘어간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루블화 환율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 달러당 80루블 아래였으나 지난달 24일 80루블을 돌파한 이후 계속 오르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28일 루블화 추가 하락을 막으려고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대폭 올렸지만 루블화 가치 하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루블화 가치는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잇따라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이른바 “정크” 수준으로 불리는 투기등급으로 낮추면서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무디스와 피치는 이날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6계단씩 낮췄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피치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종전 ‘BBB’에서 ‘B’로 낮추고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렸다. 피치는 한 국가의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6계단 떨어뜨린 건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 이후 처음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제재로 거시금융의 위험이 부각되고 은행들에 대한 제재가 추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Baa3’에서 ‘B3’로 등급을 낮췄다. 세계 3대 평가사 중 나머지 한곳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앞서 지난주 러시아의 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내린 바 있다.    신기섭 기자

윤 우안 시력, 1982년 0.1→2002년 0.6

민주 “시력 조작”-국힘 “저급한 공세” 공방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오른쪽)과 국민의 힘 전주혜 의원이 3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실 앞에서 이재명 후보의 범죄수사 경력과 윤석열 후보의 부동시 관련 자료 동시 열람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0대 대선을 6일 앞둔 3일, 윤석열 후보의 ‘부동시 병역기피 의혹’을 놓고 공방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법무부가 제출한 자료로 윤 후보의 ‘고무줄 시력’이 확인됐다며 허위 부동시 진단을 통한 병역 면탈을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시력 검사만으로 부동시를 판정하지 않는다며 “저급한 정치 공세”라고 맞섰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과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법무부가 전날 제출한 자료를 비공개로 함께 열람한 뒤 윤 후보의 과거 시력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박주민 의원은 윤 후보의 시력이 병역을 면제받았던 1982년에는 좌안 0.8, 우안 0.1로 시력 차이가 0.7이었지만, 1994년 공무원(검사) 임용 때 윤 후보가 제출한 보라매병원 신체검사 결과에서는 각각 0.7과 0.5였다고 밝혔다. 변호사로 개업했던 윤 후보가 2002년 검사 재임용 때 제출한 강남병원(현 서울의료원) 신체검사 결과에서는 좌안 0.9, 우안 0.6이었다.

 

1982년 0.1이었던 우안 시력이 20년 뒤인 2002년에는 0.6으로 좋아지면서 두 눈의 시력차가 줄어든 기록이 확인되자 민주당은 “선택적 시력 조작”이라고 비판했다. 우상호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 후보가) 병역 면제를 받았을 때 부동시가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며 “안과 전문의들이 부동시였던 시력이 좋아질 수 없다고 하는 주장을 보면, 결국 정상으로 나온 시력 조사가 정확한 신체검사 결과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병역을 기피한 사람이 국군 통수권자가 될 수 없다는 대한민국의 오랜 기준에서 볼 때 윤 후보는 부적격자”라고 덧붙였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한쪽 눈을 가리고 시력판을 읽는 주관적 시력인 나안 시력은 부동시 판정 근거로 사용하지 않는다”며 “부동시 판정은 굴절률 검사 기계를 이용하여 정밀하게 확인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공개된 자료로는 부동시 여부를 의학적으로 판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부동시 관련해서는 시력만 필요한 게 아니라 ‘디옵터’에 관한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윤 후보는 2019년 검찰총장 후보자 시절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시력 검사를 받아 ‘2.5 디옵터의 양안 부동시’라는 진단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도 제기됐던 부동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 자료였다. 1982년 당시의 병역면제 조건(좌우 양쪽 눈의 차이가 3.0 디옵터 이상이거나 양쪽 눈의 차이가 2.0 디옵터 이상이면서 오른쪽 눈이 나쁜 경우)에 해당됐음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입장문을 내어 “민주당 덕분에 윤 후보의 부동시 군 면제 논란이 명확히 정리됐다”며 “아니면 말고 식의 치졸한 의혹 제기”라고 주장했다.

 

여야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수사경력 자료도 함께 열람했다. 국민의힘 쪽이 이 후보가 과거 소년범이었는지를 확인하겠다며 관련 자료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날 열람한 자료에는 이 후보의 과거 음주운전 등 벌금 전과 4건과 성남에프시(FC) 뇌물 혐의 수사 사안 1건, 2020년 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이 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건만이 담겨 있었고 소년범 기록은 없었다. 최하얀 기자

 

윤석열 겨냥 추미애 "검찰독재, 군부독재보다 더 지독"

사전투표 전날인 3일 부산서 이재명 후보 지원유세... 윤 후보 때리기에 집중

 

20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명예상임선대위원장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3일,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 명예상임선대위원장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부산을 찾아 "검찰독재는 군부독재보다 더 지독하다"라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대장동 방어하고 엘시티 소환... 김건희 논란도 거론

 

이날 부산 방문의 첫 일정으로 전통시장인 기장시장을 선택한 추 전 장관은 16분간 마이크를 잡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지원유세에 나섰다. 이 후보 지지 호소에 힘을 실으면서도 그는 상당 시간을 윤 후보 때리기에 할애했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이던 시절 수사지휘권을 놓고 충돌한 추 전 장관은 이른바 '윤석열 X파일'을 언급하며 "무려 170가지가 넘는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비리가 담겨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 후보에 대해서는 속속들이 많이 알고 있다"라며 "자신이 수사 지휘한 범죄만 해도 손가락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대장동 의혹에 대해서도 추 위원장은 검찰과 정치세력, 법관이 똘똘 뭉쳐 개발이익을 추구한 부패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그는 "일찍이 말씀드린 대장동 비리 내용이 맞았다"라며 "대장동 공공개발을 못하게 한 것도 이명박 대통령이고, 개발이익을 환수하지 못하도록 막은 건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이것을 돌파하고 이재명 후보가 7천억 원을 환수했다"라며 '이재명 게이트'라는 국민의힘 주장을 반박했다.

 

추 전 장관은 전날 법정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가 언급한 '대장동 특검'을 놓고도 윤 후보가 즉각 응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윤 후보가 수사를 받아야 하는 사건"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이어 부산 해운대 엘시티 특혜 비리 사건까지 거론한 추 전 장관은 "제가 초선의원 시절 국정감사를 통해 다대·만덕지구 비리를 고발했는데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엘시티에서 수조 원의 개발이익을 (민간업자가) 가져갔다. 그때 부산시는 한푼도 공익환수를 하지 않았다. 이것이 부패이고 검은 카르텔"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대·만덕지구 사건'은 엘시티 시행사 실소유주이자 주범인 이영복씨가 1990년대 부산시 사하구 다대동과 만덕동 녹지를 개발하기 위해 로비를 벌인 사건을 말한다. 이씨는 도피하다 자수해 실형 3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이후 이는 해운대 엘시티 사건이라는 대형 비리 사건으로 이어졌다.

 

"검찰당과 부패세력의 결합을 여러분이 막아달라"던 그의 입에서는 윤 후보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쉴 틈 없이 쏟아졌다. 동시에 공세도 더 거칠어졌다. 그는 "윤 후보가 공정과 상식을 말할 자격이 없다"라고 단정했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에 꺼내 든 것은 윤 후보의 부인인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의혹이었다.

 

윤 후보가 지난달 21일 첫 법정 TV토론에서 "(김씨가 주가조작에) 참가한 적이 없다"라고 선을 긋고, 최근 관련 언론보도에 국민의힘이 법적대응을 예고한 상황에도 추 전 장관은 '할 말을 해야 한다'라는 태도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윤 후보는 국정농단 세력보다 훨씬 더 비리를 안고 있는 부패 덩어리입니다. 국민을 속이고 진실을 가리고 있습니다. 윤 후보가 말하는 정권교체는 국민을 위한, 시민을 위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부패세력이 국민을 속이고 권력을 검찰의 힘으로 갖고 가겠다는 검찰독재를 꿈꾸는 쿠데타나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이 막아주셔야 합니다. 제가 수사 지휘를 하지 않았더라면 부인 김건희씨의 주가조작도 그대로 실종됐을 것입니다. 범죄 행각 이후 9년 만에 저의 수사 지휘로 인해 공범들은 몽땅 구속기소 됐습니다. 그런데 돈을 낸, 가장 큰 범죄를 저지른 김건희씨는 윤 총장의 배경을 믿고 수사를 받지 않고 소환에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주가조작은 큰 경제사범 아닙니까."

 

기장시장 앞에서 연설을 마친 추 전 장관은 이날 저녁 서구·동구를 거쳐 사전투표일인 4일 울산과 대구를 잇달아 찾는다. 이곳에서도 부산과 비슷한 유세 내용으로 '윤석열 공격수'를 자처할 전망이다. 오마이뉴스

 

민주 "윤석열 장모, 3천여평 투기 의혹, 토지공사에 팔아 7억 차익"

"충북 혁신도시 선언 며칠 뒤 땅 매입“ 자료제시

  국힘 "내부 정부 이용 전혀 없어…투기 근거없어"

 

법정 향하는 윤석열 장모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현안대응 태스크포스(TF)는 3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장모 최모씨가 충북 음성군 맹동면 신돈리 공장용지 등 일대 토지 3천200여평을 취득한 뒤 한국토지공사(현 LH공사)에 팔아 약 7억원의 차익을 챙긴 '투기'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TF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충북 음성군과 진천군이 맹동 일대에 기업혁신도시 유치를 선언한 지 18일 만인 2005년 9월 23일, 최씨가 혁신도시 부지 인근 토지 약 3천108평(1만227㎡)을 8억2백만원에 매입했으며 2008년 2월 주변 토지 약 156평(517㎡)을 4천710만원에 추가 매입했다"고 밝혔다.

 

음성군과 진천군이 유치를 선언한 지역은 2005년 12월 혁신도시 대상지로 지정됐다.

 

이후 최씨는 2008년 8월 일대 토지 3천263평(1만784㎡)을 비축토지매입사업을 통해 LH공사에 매각하겠다고 신청했으며, LH공사는 감정평가를 거쳐 14억8천515만원에 최씨의 땅을 매입했다고 TF는 지적했다.

 

비축토지매입사업은 토지시장 안정과 수급조절을 위해 LH공사가 개인·법인으로부터 토지를 사들이는 사업이다.

김병기 TF단장은 "부동산 투기 차액 실현을 위해 LH공사가 수행하는 비축토지매입사업에까지 손을 뻗친 기술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씨가 신돈리 공장용지 등을 처음 매입한 시점은 농지법을 위반해가며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인근 농지를 매입하던 시기와 근접하다. 최씨는 이 과정에서 본인이 직접 농사를 짓겠다는 내용의 허위 농업경영계획서를 양평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공장용지 주인과 농민을 오가며 투기 행각을 벌였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실은 입장문에서 "해당 토지 투기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당 토지는 경매를 통해 취득했고,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것도 전혀 없다. 공장 임대업 등을 위해 매입했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아 상당 기간이 지난 후 매각한 것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이어 "무엇을 근거로 투기라고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허위 네거티브에 대해서는 강력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