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양 정치국원이 텐진 회담에서 발언”

원론적 발언… 중국 참여까지는 과정 남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2일 중국 톈진의 한 호텔에서 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톈진/공동취재단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전쟁 종전선언에 대해 중국 쪽이 명확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한-미 간에만 진행돼온 논의에 중국이 동참하는 모양새가 갖춰지면서, 종전선언을 위한 남·북-미-중 4자 간 협의가 성사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3일 청와대의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오후 중국 톈진에서 양제츠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만찬을 겸해 5시간35분 남짓 진행한 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설명했다.

 

이에 양 정치국원은 “한국 정부의 종전 선언 추진을 지지한다”며 “종전선언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간 중국 쪽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국으로서 종전선언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청와대 쪽은 서 실장과 양 정치국원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 노력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이를 위해 양국이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특히 양 정치국원은 “남북관계 증진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일관되게 지지한다”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국 쪽도 지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종전선언은 지난 68년간 지속돼 온 ‘기술적인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을 정리하는 본질적 측면이 있고, 종전선언 논의를 통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 가자는 취지 등 두가지 의미가 있다”며 “회담에서 종전선언 논의의 유용성 측면에 대해 설명했고, 이에 대해 양 정치국원이 공감하고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전했다.

 

양 정치국원이 종전선언에 대한 ‘지지’의 뜻을 밝혔지만, 중국이 관련 논의에 ‘참여’하기까지는 거쳐야 할 과정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회담에서 양 정치국원은 “종전선언 논의에서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선 분명한 언급이 없는 ‘원론적인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그간의 과정과 취지를 설명했을 뿐, 우리 쪽도 종전선언과 관련해 중국에 구체적 요청을 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한-미 간 협의 중인 종전선언 문안과 관련해선 “지금 (중국 쪽과) 문안까지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종전선언 논의 진전을 전제로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전후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가능성을 두고도 “그 문제를 논의할 상황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북-중 간에도 종전선언을 두고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 앞서 류진송 중국 외교부 아주사장(아시아 담당 국장)이 지난달 30일 정현우 주중 북한대사관 공사를 만난 사실이 공개되면서, 북-중 양쪽이 종전선언 관련 논의를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면담에선 북-중 양국 간 현안에 대한 논의만 이뤄졌을 뿐 종전선언 관련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종전선언 추진과 관련해 한-미 간 조율이 거의 막바지에 들어갔고 북한에 제안하기 전에 중국을 방문해 중국의 지지와 협조를 구한 것”이라며 “특히 12월 하순에 열릴 노동당 전원회의가 열리기 전 한-중 간 지지와 협조의 모습을 보인 건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최근 연말 연초에 노동당 회의를 열어 대외정책 등 주요 정책을 조율·결정했던 만큼 이를 앞두고 한-중이 발신한 메시지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정부 쪽에서는 종전선언을 둘러싼 한-미 간 조율을 거의 마치고 이견이 없는 상태에서 북한에 제안할 시기와 방식을 포함해 제안 이후 행보까지 협의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여부가 결정적인 상황이어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전원회의에서 어떤 메시지를 낼지 등 북한 내부 정치 동향도 주목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도 종전선언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은 분명히 북한한테도 의미있는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톈진/공동취재단, 정인환 특파원 김지은 기자

2박3일 전북 ‘매타버스’ 첫날

경선 경쟁자 정 전 총리 만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3일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 인근 식당 앞에서 정세균 전 총리와 회동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일 전북 전주를 찾아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던 정세균 전 총리를 만났다. 정 전 총리는 “민생과 평화,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마음을 모아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승리를 위해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며 “오늘을 통해 이 후보가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음식점 ‘종로회관’에서 정 전 총리와 떡갈비 세트 메뉴로 만찬을 함께했다.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전북 방문 2박3일 일정 가운데 첫날 전북 출신의 정 전 총리를 만나 지역 지지층의 결집을 시도한 것이다.

 

식사에 앞서 정 전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저는 선대위 발대식 때 이재명의 민주당을 말했다”며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전진할지 과거로 회귀할지 갈림길에 선, 중대한 선택의 기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과거에 경험한 대선 등 ‘원팀’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말씀이 있으면 아낌없이 드리겠다”며 “이 후보가 오늘을 통해 골든크로스를 만들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 옆에 서 있던 이 후보는 “선대위 출범식 때 (정 전 총리가) ‘더 이상 외롭지 않게 하겠다’고 해서 눈물이 났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두 사람은 식당에 들어가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덕담을 주고 받았다. 정 전 총리가 “저하고 같이하던 분들도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하니 좋은 것 같다”고 말하자, 이 후보는 “이원욱 의원님이 조직을 맡아주기로 해서 잘 됐다. 제가 전화할 때는 안 받더니 총리님이 전화해서 하라고 하니 하는 모양”이라며 웃었다.

 

이 후보는 이번주 ‘매타버스’ 2박3일을 전주, 군산, 김제, 남원 등 전북에서만 보낸다. 그간 많은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선거운동을 하며 전북을 광주·전남과 함께 찾거나 충청 지역과 함께 방문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 이 후보는 이날 매타버스 전북 일정 시작을 알리는 유튜브 생중계 중에는 “전북에 거주하는 국민은 전북이 차별받고 소외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호남 정책도 광주·전남을 중심으로 이뤄지더라. (전북 주민은) 일종의 삼중차별을 받는 것 아니냐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25∼29일 4박5일 일정으로 광주·전남을 발로 뛴 데 이어, 이날부터 5일까지 전북 지역을 두루 훑는 것에 대해서는, 이 후보가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일찌감치 표를 결집시켜놓으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집토끼 결집에 우선 공을 들이고 이를 통해 지지율 상승을 꾀하는 전략이란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한옥마을 거리 한복판에서 한 즉석 연설에서 “이재명이 주장하는 각종 정책은 국민에게 필요하고, 이 나라의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가는데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여러분이 동의할 때까지 충실히 설명해 드리고 의견을 모아서 하겠다”며 “그러나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상태에선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최하얀 기자

 

 

윤석열 검찰 ‘고발사주 의혹’ 수사 마무리 수순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가 3일 새벽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가 지난 1월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체포영장과 두 차례 구속영장이 모두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공수처 수사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석 달 동안 수사인력의 60%가량을 투입하며 이 사건 수사에 ‘올인’해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야권의 정치적 공세도 거세지는 양상이다.

 

3일 법원이 손 검사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핵심 사유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보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0시10분께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손 검사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손 검사 쪽에 오는 6일 오전 10시에 출석을 요청했다. 신병 확보는 실패했지만, 수사는 이어나가겠다는 취지다. 손 검사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일하던 지난해 4월께 소속 검사 등에게 범여권 인사와 언론인 등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관련 자료 수집 등을 지시하고, 이렇게 작성된 고발장을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수처는 앞서 지난 10월20일 손 검사의 체포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사흘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같은 달 26일 이를 기각했다. 당시 공수처가 체포영장이 기각됐는데도 이례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놓고, ‘무리한 수사’라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체포영장이 기각된 뒤 제대로 된 보강 수사를 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인신 구속을 시도했다는 이유에서다.

 

손 검사의 신병 확보를 위한 시도가 ‘3전 3패’로 끝나면서 공수처를 향한 ‘부실수사’ ‘수사력 부족’ 등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당장 고발사주 의혹의 정점으로 거론된 윤석열 대선 후보가 소속된 국민의힘은 이날 “개혁 대상일 뿐”이라고 공수처를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그동안 국민의힘 쪽은 공수처의 고발사주 의혹 수사에 ‘야당 대선 후보 탄압’ 프레임을 강조해왔다.

 

손 검사의 신병을 확보해 이를 지렛대 삼아 고발장 작성 지시자 등 ‘윗선’ 수사로 나아가려던 공수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법조계에서는 손 검사를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공수처가 고발사주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손 검사의 혐의도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 탓에 당시 검찰 조직의 수장이었던 윤석열 후보에게 칼끝을 겨눌 동력은 급속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고발사주 의혹은 공수처가 벌인 사실상 첫 ‘대형 사건’으로 상당수의 수사인력을 투입하며 전력을 쏟았지만, 핵심 피의자의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세 번이나 기각당한 것은 수사기관으로서 뼈아픈 대목”이라며 “수사는 손 검사만 재판에 넘기는 수준에서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고, 앞으로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수처 무용론이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손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