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미꾸라지 한마리’

● 칼럼 2013. 5. 17. 14:46 Posted by SisaHan
고사성어에 일추탁언(一楢濁堰 ), 또 일어탁수(一魚濁水)라는 말이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온통 흐린다는 뜻이다. 
그 말 그대로 우리는 요사이 아주 못된 미꾸라지 한 마리가 휘저은 흙탕물이 어떻게 물을 흐리고 더럽히는지를 생생하게 지켜보고 있다. 작은 연못도 아니요 5대양 지구촌의 토픽이 되었으니 온 천하를 뒤집어 흐려놓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 특별기에 동승해 해외순방 취재를 수차례 다녀 본 경험을 돌아보면, 그 부담이 보통 큰 게 아니다. 경호와 의전을 포함한 분위기와 일정도 엄중하려니와 일국을 대표하는 정상 외교단의 한명이라는, 자존감을 웃도는 중압이 늘 따라다닌다. 기자도 그럴진대, VIP동정을 체크하고 수십명의 기자들 취재를 수발해야할 대변인이 그런 분위기에서 ‘해이와 일탈’이란 제정신으로는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러니 작금의 윤 모 씨는 무슨 배짱을 가졌던 것일까. 
글에는 반드시 쓴 사람의 인성과 품격이 드러나게 되어있다. 그가 하는 언행을 보면 사람의 됨됨이를 짐작할 수 있다. 그 연장선에서 어떤 인물의 평가는 그 사람의 말과 글과 행적을 미루어 판단하는 게 일반적이다.
거족적 망신을 시키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그 인물은 이미 언론인이랍시고 그동안 써온 글들부터가 문제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편향된 시각에 자극적인 표현, 인격살인이라고 해야 할 비방 등. 그가 TV화면에 나타나 내뱉는 언사들 역시 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저급한 것들이었음을 많은 이들이 지적했다. 그래서 대통령 당선자가 그를 발탁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정확한 경고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못들은 척, ‘내 맘인데 웬 상관이냐’는 듯이 그를 재차 지근거리 중책에 앉혔다. 윤 씨 자신이 글에 썼던대로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입일 뿐만 아니라 나라의 얼굴이라고도 할 수 있는 중한 자리다. 그렇게 애지중지 발탁된 그가 불과 3개월도 안돼 파렴치범 반열에 오르며 ‘국격’을 땅에 떨어뜨리고 대통령의 얼굴과 업적을 분탕질 했다.
 
세상만사를 살펴보면 사실 하찮은 것이 좌우하는 일이 많다. 보잘 것 없는 한 인물이 대세를 가름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 것을 뒤집어 말하면 사소한 일도, 하찮은 단 한 명도 경시해서는 안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통령의 대변인이라는 막중한 자리의 인물을 그렇게 독선적인 아집으로 골라 앉히고, 당사자는 그런 편애에 ‘감히 나를 누가 건드냐’는 오만과 망측한 스캔들로 보은을 했으니, 책임을 다른 누구에게 물을 수 있겠는가, 애꿎게 국민과 나라만 먹물을 뒤집어 쓴 꼴이니 참 한탄스런 일이다.
한 가정만 해도, 가장은 물론이요 어린 자식 한명이 잘못 될라 치면 집안이 흔들린다. 크고 작은 단체에서 회원 한명 잘못 만나도 모임이 깨지는 사례를 본다. 작은 회사든 큰 기업이든 단 한사람의 실수로 망하는 일 또한 없지않다. 교회가 단 한명의 못된 신도 때문에 다투고 나뉘는 일도 흔하다. 차원을 넓혀 커뮤니티·나라 혹은 민족단위라고 해서 다르지 않음은 이번 성추행 파문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사례가 있다.
 
김연아가 홀로 국위를 떨칠 수 있었지만, 윤 씨는 순간의 망나니짓으로 한민족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었다. 국민의 사랑을 받던 공영방송을 정권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김 모라는 인물이 잠깐사이에 3류로 전락시킨 일이 바로 엊그제다. 전임 대통령의 ‘인사망사’ 로 인한 폐해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지만, 그중에도 정치개입으로 국가 최고 정보기관을 추락시킨 원 모씨의 후유증은 파장이 심각하다. 고매해야 할 종교계도 예외가 아니다. 존경받는 목회자가 성심으로 일군 한국 유수의 대형교회를 위선된 후임자 한명이 뒤흔들고 기독교까지 망신시킨 사례도 최근의 대표적인 일이다. 
‘단 한명’의 힘이 집안도 회사도 교회도 지역사회도 그리고 나라까지도, 크기나 범위에 상관없이 위력을 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파문으로 재확인 할진대, 적재적소에 품성을 갖춘 적임자를 골라 앉히는 인사와 선출의 중요성은 재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 오기와 불통인사 논란을 외면하고 감싸 온 박 대통령이 3개월도 안돼 단 한마리 미꾸라지의 ‘배신 강펀치’에 당한 교훈을 ‘발전적으로’ 되씹고 있을지 궁금하다.

< 김종천 편집인 >


“통곡할 노릇‥ 확실한 수사를”

● Hot 뉴스 2013. 5. 17. 14:17 Posted by SisaHan

용감한「미시USA」분노·허탈 끝없이…
대통령 방미수행 청와대 대변인 성추문

한국성의식 풍자, 얼굴들고 다닐수가…
진실게임 한심… 여성 대통령에 실망도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이 박근혜 대통령 워싱턴 방문 수행 중 대사관 인턴을 성폭행했다고 합니다. 교포 여학생이라고 하는데 이대로 묻히지 않게 미씨님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번 (방미) 행사 기간 인턴을 했던 학생이라고 합니다…사실입니다…도와주세요”
윤창중 청와대 전 대변인의 박근혜 대통령 방미 수행 중 성추행 사건을 그렇게 처음 공론화시킨 미주지역 한인여성들의 인터넷 사이트 ‘미시USA’ 를 중심으로 민족적 자존심을 할퀸 수치스런 성 스캔들에 동포여성들의 큰 분노와 허탈감 표출이 잇달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전세계 주요 언론이 사건을 보도하고 방송에서도 패러디를 통해 풍자하는 등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데 대해 한인동포들은 낯을 들고 다닐 수가 없을 뿐더러 독도와 군대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대(對)일본 캠페인에까지 지장이 있다며 탄식을 토해내기도 했다.
워싱턴에서의 저질 행동들이 계속 폭로되면서 윤 전 대변인에 대한 분노는 끝이 없다, 한 여성은 “그의 뻔뻔함에 치가 떨린다”며 “미국 문화를 몰랐다고 하는데 그럼 한국에선 그래도 되는 문화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다른 여성은 “가슴이 미어진다”면서 기자회견에서 장담했던 것처럼 미국 경찰에서 떳떳히 해보라고 요구했다. 또 피해 여성을 ‘가이드’로 표현한 데 대해서도 “인턴과 가이드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의 차이를 이용하려는 것”이라며 “인턴이라면 왠지 유능한 젊은 인재가 떠오르지만 가이드라면 지리를 안내하는 정도의 현지인이라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도 터져나왔다. 한 여성은 “신뢰 프로세스 운운하지만 과연 제일 가까이 있는 교포들에게 청와대는 그 신뢰성을 보여주고 있는가”라며 “그 인턴은 단지 인턴이 아니다. 우리 교민들의 딸이고 대한민국 여성의 한 사람이다. 모든 재미교포들이 통곡할 노릇인 이 마당에 은근슬쩍 넘기자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임을 상기시킨 한 여성은 “여성 대통령이니 이번 사건은 더 강력히 처벌해야 하는 거 아닌가? 본인도 여자이니 남자가 대통령일 때보다 느끼는 게 많을 거 아닌가. 박 대통령은 뭐하는 건가요?”라고 압박했다.
청와대 고위인사들간의 ‘진실게임’을 벌인데 대해서도 “한심하다” 는 의견들이다. 한 여성은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 도중에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도 모르게 본국으로 귀국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윤 씨의 귀국과정에 얽힌 사실이 정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여성들은 진실을 제대로 밝히도록 재미동포들이 서명운동을 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 여성은 “우리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을 확실하게 수사해줄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자”고 말했다.
< 워싱턴=박현 특파원 >



윤창중 도피성 귀국 청와대 수뇌부 결정‥
박 대통령은 몰랐을까?

‘성추행범 격리’논리 내세워 시인
‘홍보업무 중단’수석 혼자 판단못해
평소 ‘꼼꼼 스타일’ 박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수행중 성추행 의혹으로 해임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도피성 귀국은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하지만 누가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을 결정했고, 귀국 항공편 예약은 어떤 경로를 통해 이뤄졌는지, 박근혜 대통령은 로스앤젤러스(LA)에 도착할 때까지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는지 등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호텔 와인바에서의 술자리를 마친 뒤 자신의 숙소로 돌아오기까지 2시간가량 윤 대변인이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도 밝혀져야 할 의문점이다.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이 성추행 혐의로 미국 경찰에 신고되자, 그를 ‘격리’ 차원에서 급거 귀국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2일 “대통령의 일정이 줄줄이 남았는데 상식적으로 그런 짓(성추행)을 한 사람을 대통령과 같이 데리고 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윤 전 대변인을 (방미) 본진에서 격리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를 대통령과 함께 로스앤젤레스로 데리고 갈 수도 없고, 워싱턴에 홀로 남아 있으라고 할 수도 없었다. 본진에서 격리가 곧 귀국 조처였다”고 밝혔다. 이런 청와대의 결정과 별개로, 윤 대변인도 현지에서 미국 경찰에 신고가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부하 직원에게 ‘비행기 시간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는 등 귀국을 원했다고 한다.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도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변인이 순방 중인 대통령 곁에 있는 것이 좋으냐, 안 좋으냐는 것은 누구라도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귀국 지시 자체는 국내법이나 미국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단순히 고발된 상태인 윤 전 대변인을 한국으로 보낸 것이 범죄인 도피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입’인 청와대 대변인에 대한 ‘중도 귀국 지시’는 순방에 동행한 일부 수석비서관이 독자적으로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어서, 허태열 비서실장 등 청와대 수뇌부의 판단과 그 적절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이 경찰에 고발된 직후인 아침 9시께(한국시각 밤 10시) 현지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허 실장 등 핵심 참모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윤 전 대변인의 도피성 귀국을 누가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남기 홍보수석은 아직 시인하지 않고 있지만, 일단 귀국 지시는 이 수석이 윤 전 대변인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행 항공편을 주미 대사관에서 대신 예약해준 것으로 밝혀진 것 등을 놓고 보면, 귀국 결정을 둘러싼 두 사람의 진실공방에서 윤 전 대변인의 주장에 좀더 신빙성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수석이 혼자서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을 결정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변인을 중도에 귀국시키는 것은 대통령 수행 및 방미 성과의 언론 전달이라는 대국민 홍보 업무가 중단된다는 뜻이기에 홍보수석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아무리 대변인의 행위가 엄중하고 범죄 혐의를 받고 있더라도 홍보수석이 독자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대통령을 근접 수행하는 대변인은 홍보수석실 소속이긴 하지만, 사실상 대통령의 직계 참모다. 더구나 이 수석은 당시까지 선임행정관에게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보고를 간략하게 받았을 뿐이다.
 
평소 지나칠 정도로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업무 태도로 볼 때도 청와대 대변인의 귀국 결정은 이 수석의 스타일이 아니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그가 윤 전 대변인을 만나 귀국을 ‘지시’한 때는 피해자인 지원요원(인턴)이 현지 경찰에 신고(8일 오전 8시)한 지 한시간 남짓밖에 되지 않았을 때였다. 중요한 판단할 내릴 만큼 충분한 정보가 없었던 셈이다. 따라서 이 수석도 누군가로부터 ‘대변인 귀국 조처’라는 결정을 통보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청와대에서 이 수석에게 결정을 통보했을 개연성이다. 무엇보다 대변인 중도·돌연 귀국이라는 고도의 정무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곳은 청와대다. 실제로 이 수석이 윤 전 대변인을 만날 무렵(한국시각 8일 밤 10시) 청와대에서는 허태열 비서실장 주재로 대책회의가 열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는 이정현 정무수석과 곽상도 민정수석 등 관련 인사들이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서 윤 전 대변인을 귀국시키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이 수석한테 실행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시간상으로 보면 청와대 대책회의와 윤 전 대변인에 대한 이 수석의 통보가 거의 동시적이다. 대통령이 부재한데다 현지 상황이 자세하게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서실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그렇게 빨리 결단을 내릴 수 있었겠는가는 의문이다.
 
따라서 방미단 내부에서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을 결정했을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상황을 다음날 아침까지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론 측근들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홍보수석실 선임행정관이 아는 사실을 대통령을 수행중인 측근들이 모른다는 것은 현 청와대 체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박 대통령에게 보고가 이뤄졌고, 이 사건에 대한 그의 심기나 견해가 현지에서 이 수석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어떤 경우든 박근혜 대통령이 모르는 상태에서 윤 전 대변인에 대한 귀국 조처가 내려졌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여권 인사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 김종철·석진환 기자 >



“호텔 방문 잠그고, 두 여성 울며 소리 질렀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미국 경찰에 신고한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여직원은 8일 아침 7시30분께 청와대와 대사관 상사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한-미 정상회담 수행단이 묵고 있던 워싱턴 페어팩스호텔 방에서 이 여직원은 성추행 피해를 당한 여성과 함께 방문을 걸어잠그고 이렇게 ‘대항’했다.
 
이 여직원은 당시 행사 지원요원이었던 피해 여성과 방을 함께 사용하고 있어 이번 사건을 최초로 인지한 인물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두 사람이 안에서 울고, 소리를 질렀다”고 전했다. 사건 당시 두 사람이 받았던 충격을 생생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사관의 홍보조직인 한국문화원 소속으로 이번 행사 지원에 나선 이 여직원은 왜 이렇게 상부에 ‘도전’을 했을까? 현재 미국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는 두 사람과는 접촉이 되지 않아, 당시 두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다만 당시 정황을 토대로 추론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여직원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경찰 신고 전이라는 점이다. 경찰 신고가 이뤄진 시각은 아침 8시께로 확인됐다. 따라서 이 여직원이 경찰에 신고한 이후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부담을 느껴 돌연 사직을 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이 여직원이 이번 사건이 일어난 데 대한 충격, 또는 이 사건에 대한 상부의 안이한 대응에 대한 항의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유다.
 
윤 전 대변인이 피해 여성을 자신의 방으로 호출해 2차 성추행을 시도한 시간은 당일 아침 6시께로 알려졌다. 이후 한국문화원 관계자가 상황 파악을 위해 두 사람의 방에 간 시각은 7시20분께다. 이 관계자는 자초지종을 들었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얘기도 들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상황실에 있는 청와대 소속 직원에게 이를 알렸다고 한다. 아침 7시30분께 청와대 직원들이 이 방에 갔을 때, 이들은 더이상 방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이후 경찰 신고가 이뤄졌고, 출동한 경찰의 조사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대사관과 한국문화원 쪽은 이들과 더이상 접촉을 할 수 없게 됐다. 이 여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는 한국문화원 쪽은 “본인이 사의 의사만 표명한 상태”라며, 사직서 수리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워싱턴=박현 특파원 >

 

지하 1층 와인 바


“호텔 꼭대기 층 비싸 지하로 갔다” 했지만
가격 차 없고 지하가 조명 어둡고 공간 좁아

윤창중 청와대 전 대변인은 11일 기자회견에서 문제의 성추행이 발생한 장소와 관련해, ‘W 워싱턴호텔’ 꼭대기 층 바의 가격이 너무 비싸 지하 1층 ‘허름한’ 바로 장소를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장을 가보니, 두 곳의 음식 및 와인 가격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은 반면, 분위기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윤 전 대변인과 대사관 지원 요원, 그리고 운전기사는 사건 발생일인 7일(현지시각) 밤 9시30분께 이곳에 도착해 와인을 마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어떤 와인을 마셨는지, 음식은 뭘 먹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워싱턴호텔 꼭대기 층(11층)에 있는 ‘포브’(POV)라는 바와 ‘와인바’로 불리는 지하 1층 바의 가격 차이는 별로 나지 않았다. 백악관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이 호텔은 4성급으로 1918년 세워진 유서깊은 곳이다. 와인바는 호텔 로비 기준으론 지하 1층으로 구분되지만 건물이 약간 경사가 져 있어서 실제로는 창문으로 밖이 내다보이는 지상층에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잔으로 파는 와인은 포브가 10~15달러(약 1만1천~1만7천원), 병째 파는 와인은 45~175달러(약 5만~20만원)였다. 와인바의 경우에도 잔으로 파는 와인은 10~20달러(약 1만1천~2만2천원)였고, 병째 파는 와인은 50달러(6만원) 안팎에서 시작했다. 물론 유명 와인들은 두 곳 모두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대부분 수백달러대였다.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포브는 밤 9시가 넘으면 18달러(약 2만원)짜리 ‘치즈모듬’만 판다고 이곳 직원은 말했다. 와인바는 스테이크 요리까지 겸하는 곳이어서 10~50달러(약 1만1천~6만원)의 다양한 음식이 메뉴판에 있었다.


워싱턴호텔 꼭대기 층 바


그러나 분위기는 현격하게 차이가 있었다. 포브는 여행안내서 <론리플래닛>의 ‘나이트 라이프’ 난에도 소개될 만큼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선 도로 하나 건너편에 있는 백악관 전경은 물론, 링컨기념관 등 기념관·박물관들이 밀집해 있는 내셔널몰이 바로 내려다 보인다. 워싱턴의 야경을 즐기려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11일(현지시각) 오후 6시께 방문해보니 100명도 훨씬 넘어보이는 손님들로 북적댔고, 일부 손님들은 사진기를 꺼내 백악관 전경을 찍기도 했다.
 
반면, 와인바는 미국의 전형적인 술집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조명은 약간 어두운 편이었다. 공간은 비좁은 편으로 좌석은 40석 정도 돼 보였다. 제일 안쪽에 바텐더가 와인 셀러를 뒤로 하고 칵테일과 음식을 만드는 공간이 있었고, 가운데에 긴 탁자가 놓여 있었다. 윤 전 대변인이 말한 긴 탁자가 이것을 지칭하는 것 같았다. 가로 길이는 한쪽으로 9명가량 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세로 길이는 약 50㎝ 정도로 짧았다. 겉보기엔 인테리어가 약간 수수해 보일 수 있으나, 특급호텔이 운영하는 와인바답게 세련미가 있었다.
포브와 와인바의 이런 특성을 토대로 추정해보건대, 윤 전 대변인은 가격보다는 분위기 때문에 장소를 옮긴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포브에서 젊은 여성과 술을 마시는 것이 아는 사람들에게 목격될 것을 우려했을 수 있다.
한편, 이 와인바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7일 밤 윤 전 대변인 일행을 봤느냐는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호텔 언론 담당에게 문의하라”고 말했다.
< 워싱턴 / 박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