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

‘즉시항고 포기’ 앞뒤 안맞는 검찰, 통치수단으로 전락
‘헌재 협박’ 국민의힘, 진영 승패·기득권 지키기 매몰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과 처음 통화하려면, 먼저 용건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보낸 다음 ‘인내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욕설 전화가 하루에도 수백통씩 쏟아져, 저장되지 않은 번호를 자동차단하는 기능을 설정한 탓이다. 변호사 출신의 ‘전도유망한 청년 정치인’이던 그는 12·3 비상계엄 이후 여권의 독보적인 ‘공식 밉상’이 됐다. 국민의힘 당론에 맞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고, ‘쌍특검법’(내란·김건희 특검법) 찬성에 이어 최근 명태균 특검법엔 ‘나홀로’ 찬성표를 던졌다. 당 안팎에선 제명·탈당 요구가 빗발치고, 그를 지탱해온 정치·사회적 기반은 사실상 붕괴된 상태다.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그는 “국민의힘 당헌은 자유민주주의와 헌정질서, 법치주의를 지키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패가망신의 길을 가고 있다”면서도 “헌법이 무너져 내리고 민주주의가 멈추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하루에 항의 전화가 얼마나 오나?

 

“예전보다는 줄었는데, 그래도 최소한 200~300통은 온다. 문자 메시지는 훨씬 많다. 특히 ‘탄핵 기각되면 죽을때까지 단식한다’는 기사가 난 이후에는 ‘제발 죽어라’ ‘죽는지 안죽는지 지켜보겠다’ 이런 문자가 많이 온다.”

 

―‘탄핵 기각되면 단식하겠다’는 말이 화제가 되긴 했다.

 

“사실 ‘기각되면 단식’에 방점을 찍은 말이 아니었다. 애초엔 ‘정치인들이 사회 갈등을 부추겨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고 하고 있다. 이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나도 탄핵이 기각된다면 죽을 각오로 단식을 할 마음이지만 거리로 나서지 않는다.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취지였다. 앞뒤 맥락이 빠지고 ‘탄핵 기각되면 단식’이라는 말만 남았다. 다만 국회의원은 헌법 수호 의무를 선서한 자들이다. 만에 하나 탄핵이 기각된다면, 그건 헌법이 무너지는 것이다. 그때는 헌법 수호의 의무가 있는 자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 선고가 늦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법리적으로만 보면 인용을 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각하 주장을 하는 쪽에선, (심판 과정에서) 내란죄가 철회되면서 소추 사실의 동일성이 침해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이번 헌재 심판은 형법상 내란죄로 평가할 것인가, 아니면 헌법상 탄핵 사유가 되는 내란 사실로 볼 것인가의 문제다. 이건 법적 평가의 차이에 불과하지, 사실 관계가 바뀐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재판에서 재판부의 소추 사실 변경에 대해 상당부분 재량성을 인정한 선례가 있다. 이게 각하 사유가 된다면 박 전 대통령 재판도 잘못됐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또 기각을 하려면 비상계엄이 정당하다고 인정해야 하는데 가능하지 않다. 다만 워낙 비상식적인 일이 많다보니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 법대로 했다면 벌써 결정을 했어야 한다. (선고가) 너무 길어지는 그 자체가 재판관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명확한 사안인데 왜 이렇게 끌고 있는지 우려스럽다.”

 

―윤 대통령 석방에 충격받은 이들이 많다. 특히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구속 취소 이후에 즉시항고를 해서 다시 구속시킨 사례가 여러 건 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에 대해서만 하지 않은 것은 특혜다. 그러면서 검찰은 곧바로 구속 기간을 ‘시’가 아난 ‘날’로 계산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즉시항고나 보통항고를 하지 않은 것은 법원의 결정에 동의한다는 의미인데, 정반대의 지침을 내린 것이다. 앞뒤가 안 맞는다. 대한민국 검찰이 유독 대통령에게만 비상식적인 부분을 보이고 있다. 명태균씨 사안도 똑같다.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이 명확하게 드러나있다. 검찰은 이걸 수사 초기에 확보했을텐데, 그럼에도 일체 수사를 하지 않았다. 검찰이 정치의 통치수단이 되어버렸다.”

 

―탄핵 선고가 임박했는데 윤 대통령의 승복 관련 메시지가 안 나온다.

 

“대통령은 사회 갈등과 혼란을 최소화해야 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계속 갈등을 유발하고 선고 결과에 대한 불복을 시사하는 메시지를 냈다. 이 상태라면 헌재 결정 뒤에도 갈등이 봉합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헌재에 탄원서도 내고 협박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왜 이러나?

 

“정당의 가치는 당헌에 규정된 것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국민의힘 당헌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헌정질서와 법치주의를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5‧18 민주화 운동 등 현대사의 ‘민주화 운동 정신’을 이어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오직 진영의 승패에만 매몰되어 있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우리 진영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니 상대가 집권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생각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그게 비상계엄까지 이어진 것이다. 또 정치하는 사람들이 자리 욕심과 사리사욕이 너무 많다. 정치적 유불리에 집중하고 기득권 지키기에 매몰돼 있다. 정치적으로 이득이 된다면 거짓으로라도 국민을 선동해야 한다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멀윤’(멀어진 친윤)으로 분류되던 중진 의원들이 탄핵 반대에 앞장서는 것도 같은 맥락인가?

 

“정치적 이익이 제일 큰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수위가 올라가서 계엄이 정당하다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 비상계엄이라고 하는 건 말 그대로 마샬로(martial law), 즉 군정이다. 민주주의가 정지되는 것이다. 계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상대를 부숴야 한다’는 진영 논리에 따른 것이다. 그런 주장을 함으로써 강성 지지층들이 본인을 지지하게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당권을 장악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을 순교자처럼 만들어서 강성 지지층이 집결하도록 하고, 그 세력을 지지 기반으로 삼아 당권과 그 이후까지 도모한다. 정치공학적 계산이다. 여기엔 사명감도, 국민도 빠져 있다. 그저 자기 자신을 위한 정치다.”

 

―여론조사를 보면 중도층은 이런 모습에 회의적인 것 같다.

 

“보수·중도·진보, 이런 분류를 떠나서 상식적으로 판단하는 일반 국민을 상정해야 한다. 보수층에서도 합리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분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탄핵이 인용되면 당 분위기가 바뀔까?

 

“바뀌어야 한다. 국민 신뢰를 되찾고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대선보다는 당권을 생각하는 사람은 강성 지지층을 모아서 당내 주도권을 잡겠다는 생각을 할거다. 지금까지는 이런 사람들이 목소리를 더 강하게 내고 있다. 또 윤 대통령 입장에선 대선에서 이기든 지든 자기를 위해 일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을 것이다. 서로 니즈(필요)가 맞는거다. 그러니 아무래도 더 강성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대선 후보는 지금 상황에선 누가 제일 유력한가.

 

“잘 모르겠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은 반헌법적·반보수적·반민주적인 행위였다.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했던 후보라야 최소한의 자격 요건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대선을 기준으로 할때, 당심과 민심 비중이 각각 50%이었다. 그런 후보가 선출될 수 있을까?

 

“그래서 우려스럽다. 특히 민심 50%도 역선택 방지 조항이 들어가 있어, 당이 점점 우경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에 노출돼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당이 또다시 어려움에 닥칠 수 있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윤 대통령이 당내 경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충분히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한다. 지금 윤 대통령이 중심이 돼서 강성 지지층 결집 현상이 벌어졌다. 이들은 윤 대통령을 보고 (당을) 지지하는 것이지, 당을 보고 지지하는게 아니다. 윤 대통령이 특정인을 지지한다고 하면 그 사람이 당내 경선에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밖에 없다. 우리 당은 윤 대통령과 하루라도 빨리 단절해야 한다.”

 

―친한계(친한동훈계)로 분류됐는데, 친한계 단톡방에서 사실상 강퇴당했다. 광주 방문 때문인가?

 

“여러 정치적 고려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경선을 앞두고 있는데, 제가 친한계로 분류되는 자체가 한 대표 입장에선 부담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통합도 중요하고 선거도 중요한데, 방향성을 잃어버리면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극우를 끊어내지 못하고 끌어안으려고 하다보면 결국에는 잡아먹힌다.”

 

―광주 방문은 탄핵 반대 시위에 대한 속죄 차원이었나?

 

“광주 금남로는 전두환의 불법 비상계엄에 대해 명예로운 불복종을 한 시민들을 계엄군이 학살한 현장이다. 그 곳에서 ‘계엄군이 십자군’이라며 5.18 유족들을 모욕하는 것은 반민주적·반인륜적 행동이다. 당헌에도 ‘5.18 정신을 계승해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나간다’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우리 당이 거기에 대해 카드 뉴스를 만들어서 자랑삼아 홍보했다. 민주주의를 모욕한 일이고, 빨리 가서 사과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당론과 너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론과는 반대지만, 당헌에 따르면 제가 맞다고 생각한다.”

 

―당을 나가라는 압박도 큰데 이 정도면 탈당하는게 낫지 않나?

 

“당을 나가면 저는 편할 수는 있겠는데 제가 나가버리면 당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세력이 줄어드는거다. 또 보수주의자로서 보수의 가치를 추구하는 정치를 하고 싶고 우리 당이 정해져 있는 당헌에 따라서 정치 활동을 하고 싶다. 여기에 제가 위배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버틸만 한가?

 

“속은 다 문드러졌다. 중앙보다 지역에서 괴롭힘이 더 심하다. 제가 완벽한 배신자로 되어 있으니까 사회적 따돌림과 비난, 헛소문 이런 게 엄청나다. 지역에서 ‘김상욱을 지지한다’ ‘김상욱이 옳다’고 하면 보복을 당한다. 후원회도 거의 해체됐다. 사업하시는 분들은 저를 후원한다고 하면 사업을 못할 정도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전에 운영하다가 이젠 지분도 모두 정리한 법무법인마저 저 때문에 존폐 기로에 놓였다. 가족들이 힘들어 하는건 말도 못한다. 지난 주말엔 지역구에 있는 목욕탕을 갔더니 ‘광주 목욕탕 가지 왜 울산으로 왔냐’고 하시더라. 지역 언론도 적대적이다. ‘김상욱, 울산에는 사과 안하고 광주 가서 사과했다’ 이런 제목을 뽑는다.”

 

―이 정도면 정치를 계속 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사실상 그 상황까지 왔다. 각오한 일이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서 언젠가는 너덜너덜 깨지고 패가망신할거다. 당 내에선 사형 선고받고 집행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있다. 정치를 그만한다 하더라도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사회적 기반도 붕괴됐다. 다만 최대한 시간을 벌려고 한다. 역사는 경험의 누적이다. 제가 너무 빨리 무너지면 다음에 이런 일이 있을때 누가 명예로운 불복종, 충성스러운 반대를 할 수 있겠나. 정치가 무섭고 잔인하다는 걸 잘 알지만,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침묵할 수도 있었는데, 굳이 (본인 표현대로) ‘패가망신의 길’을 선택한 이유가 뭔가?

 

“(국회의원으로서) 헌법을 지키겠다고 선서했다. 말도 안되는 비상계엄이 일어나서 헌법이 무너져 내리고 민주주의가 멈추는데 가만히 있는게 더 이상한거다. 지금도 ‘탄핵 반대 집회 한번만 왔다가라. 그러면 다시 회복된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 제 지역구(울산 남갑)는 울산에서 가장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다. 보수당 의원은 숨만 쉬고 있어도 3선, 여차하면 5선까지 보장되는 곳이라고들 한다. 또 울산 지역구 의원들이 다 20년 이상 선배들이어서, 세월이 지나면 제가 자연스럽게 지역 정치권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걸 포기하니, 지역에선 저보고 ‘또라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탄핵 찬성을 후회하나?

 

“전혀. 오히려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백번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러려고 국회의원 됐나보다. 팔자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행보를 계획하고 있나.

 

“그냥 오늘 하루 버텨내자는 생각이다. 바람은 있다. 대한민국 정치가 조금이라도 건강해지도록 하는데 역할을 하고 싶다. 진영으로 나눠서 싸우는 정치가 아닌, 가치를 추구하면서 정책 대결하고 서로 다름에서 배움을 얻는 정치 풍토를 만들고 싶다. 이걸 위해 필요한 게 소선거구제 폐지라고 생각한다. 또 대통령에게 너무 큰 권한이 집중되어 있어 문제가 생긴다. 개헌 논의에도 관심이 많다. 이번처럼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을 때 가장 모범적이어야 할 사람들이 가장 비겁해지는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 한겨레 최혜정 기자 >

30일간 공격 중단…우크라전 전면휴전 협상도 개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통화하는 모습. 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화 회담을 하고 에너지 시설 30일 공격 중단에 합의했다. 우크라이나도 이를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러시아는 중동에서 전면 휴전 협상도 개시한다고 밝혔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장기적인 평화 계획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 협상이 순탄치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모든 ‘에너지 및 기반 시설’에 대한 즉각적인 휴전에 합의했다”며 “조속한 완전 휴전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적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2시간 30분가량 통화했다.

 

크렘린궁도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30일 동안 ‘에너지 기반 시설’ 공격을 중단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은 이 제안에 긍정적으로 답했고, 즉시 러시아군에 해당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일단 합의 수용 의사를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언론에 “우크라이나는 이 합의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것을 지지하려면, 정확히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휴전에 동의하지 않은 점을 비판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와 북부에서 새로운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양국은 중동에서 추가 회담을 열어 전면휴전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두 정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에너지 및 기반시설에서 우선 휴전하는 한편, ‘흑해 해상에서의 휴전 이행과 전면적 휴전 및 영구 평화에 관한 기술적인 협상'을 중동에서 즉시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에너지 시설에 대한 휴전은 수년간 러시아의 반복적인 전력망 공격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우크라이나에 이득이 된다.

 

러시아에도 도움이 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깊숙이 있는 석유 및 가스 시설을 광범위하게 공격해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국가 수입원을 위협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은 ‘에너지 및 기반 시설’, 러시아는 ‘에너지 기반 시설’이라고 발표하는 등 합의 내용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에너지 및 기반 시설’에 합의했다해도 우크라이나 민간인, 도시 및 항구에 대한 공격은 계속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이날 합의는 지난 사우디아라비아 회담 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한 전면 휴전에 못 미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전력망과 발전소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주기적인 정전을 초래했는데 이러한 공격은 겨울철에 가장 효과적이었다”라며 “봄철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이를 중단하는 것은 몇 달 전보다 러시아에 덜한 양보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실제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이 중단된다면, 3년간 이어진 전쟁에서 처음으로 상호 합의된 공격 중단이 될 것”이라면서도 “최근 며칠간 백악관의 낙관적 전망에 비하면 이번 통화 결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면휴전 협상은 험난할 거로 예상된다. 이날 크렘린궁은 성명에서 “갈등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반복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일부 주를 점령할 권리가 있으며, 현재 점령하지 않은 지역에도 정치적 통제력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을 반영하는 표현이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에 반대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레드 라인’과 충돌한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우크라이나 고위 관계자들은 세 가지 '레드라인'을 제시했다”며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주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 중립국 지위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 군대 규모 축소에 동의하지 않을 것 등이다”라고 전했다.

 

양국 정상은 중동 문제도 논의했다. 백악관은 “이란이 이스라엘을 파괴할 수 있는 위치에 절대 놓여서는 안 된다”는 점에 양국 정상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앞서 이란이 러시아에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공격 드론을 제공했으며, 러시아의 드론 공장 건설을 지원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크렘린궁은 양국 정상이 에너지 부문을 포함한 향후 경제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여 미국과 러시아에서 각각 아이스하키 대회를 열어 양국의 프로 선수들이 경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백악관 “트럼프-푸틴, 1시간반 넘게 통화”…우크라전 휴전 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통화하는 모습. 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오전(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 중이라고 백악관이 밝혔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한달간 휴전키로 합의한 이후 진행되는 전화 통화여서, 우크라이나 휴전 문제에 대한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백악관은 이날 오전 11시께(한국시각 19일 0시) “트럼프 대통령이 오전 10시부터 집무실에서 푸틴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다”며 “통화는 아직 진행 중이고 잘 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후 두 정상이 “한 시간 반 넘게 통화 중”이라고 덧붙였다. 두 정상의 회담 내용과 관련해 블룸버그는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휴전 기간 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무기 인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구체적인 통화 내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워싱턴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취재진에게 “푸틴 대통령과 18일 전화 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18일에 “무언가 발표할 것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지 보기를 원한다. 아마 우리는 그럴 수 있을지 모르고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우 좋은 기회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땅에 관해서 이야기할 것 같다. 전쟁 전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졌다. 발전소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것이다. 그건 큰 문제다”고 말했다. “특정 자산의 분할에 대해서 이미 이야기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땅은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로, 또 발전소는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자포리자 원전은 2022년 3월부터 러시아가 점령 중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도 17일 브리핑에서 전화 정상회담에 대해 “18일에 그런 계획이 있다”며 확인했다. 그러나 페스코프 대변인은 회담 의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앞서가지 않을 것이다. 회담 준비는 하고 있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지난 11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외교·안보 고위급 회담이 열렸고,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안한 30일간의 휴전안을 받아들였다. 이틀 뒤인 13일 미국의 스티브 윗코프 중동·우크라이나 특사가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한 30일 휴전안의 내용을 전했다. 이후 러시아는 30일 휴전안에 대해 거부하지도 않았지만 즉시 받아들이지도 않고 있다.              < 한겨레 전정윤  조기원 기자 >

 

5·18단체, 광고비 지급한 정부기관에 공문 보내 “입장 밝히라”

 

 
 
 
5·18민주화운동을 왜곡 보도한 극우매체에 광고비를 지급한 전남 나주시가 누리집에 올린 사과 입장문 일부. 나주시 누리집 갈무리

 

5·18단체가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한 극우매체에 광고비를 지급한 정부기관에 공문을 보내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5∙18 공법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와 5∙18기념재단은 “18일 오후 ‘스카이데일리’에 광고비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한 정부기관에 공문을 보내 이번달 31일까지 광고 중단과 입장, 추후 대책을 요구했다”고 19일 밝혔다.

 

5·18단체는 ‘5·18 왜곡폄훼 매체 대상 광고 집행에 대한 입장과 대책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에 “‘스카이데일리’는 ‘5·18은 북한이 일으킨 폭동’이라는 허위 사실을 보도해 지난해 1월과 10월 5·18특별법 위반 혐의로 고발해 수사 중”이라며 “각 기관은 해당 매체에 지금까지 광고를 집행한 것에 대한 입장과 추후 대책을 5·18재단에 회신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수신기관은 광주광역시교육청, 광주광역시 서구, 전남 장흥군, 전남 나주시 등 광주·전남지역을 비롯한 서울시청, 경기도교육청, 인천시청, 경북도청, 강원도청 등 전국에 퍼져 있다. 인천에서는 지난해 1월 허식 전 인천시의회 의장이 5·18 왜곡 내용을 실은 ‘스카이데일리’ 특별판을 동료의원에게 나눠줬다가 권한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광주·전남 자치단체는 잇따라 사과 입장문을 내고 있다. 광주 서구, 광주시교육청에 이어 전남에서 가장 많이 광고비를 지급한 장흥군과 두 번째로 많이 지급한 나주시도 전날 입장을 밝혔다.

 

김성 장흥군수는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왜곡한 언론사 스카이데일리에 광고비를 집행한 것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스카이데일리의 잘못된 역사인식과 정치적 목적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광고비를 집행하게 됐다. 해당 매체를 출입 언론사 명단에서 제외하고 자료 공유와 업무협력도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나주시도 누리집에 입장문을 올려 “5·18 왜곡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책임을 통감하며 스카이데일리를 즉시 출입 등록 해지하고 광고비 지원도 전면 중단하겠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가짜·왜곡(거짓)뉴스로 역사적 사실이나 민주주의 가치를 왜곡해 나주와 호남인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매체에는 시민의 소중한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감독하겠다”고 약속했다.  < 한겨레 김용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