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당했는데 국힘 변호사 선임 가능할까요?"...

법원 폭동 사태 직후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체포됐다며 변호사의 도움이나 후원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지난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이후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로 구성된 극렬 시위대 100여 명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했습니다.

이들은 외벽과 유리창을 깨고, 정문 셔터를 부수고 법원 내부까지 들어가 난동을 부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에게 뺏은 방패를 비롯해 준비한 경광봉과 쇠파이프 등을 휘둘러 경찰들이 다수 부상을 입었습니다.

경찰은 기동대 1400명을 투입하고 난 뒤 3시간 30분여 만에야 난동을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건조물 침입과 공무집방해 혐의로 체포된 46명은 서울 시내 7개 경찰서 형사과에서 수사할 예정입니다. 경찰은 법원에 난입한 극렬 시위대뿐만 아니라 현장을 떠난 이들도 통신국 기지국 기록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18일 서부지법 앞 집회에서 공무집행방해, 월담행위 등의 혐의로 연행된 이들은 40명, 19일 새벽 서부지법에 난입해 기물 파손 등의 혐의로 연행된 이들은 46명이다).

폭동 사태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저 체포당했는데 국힘 변호사 선임 가능할까요?"라는 제목으로 변호사 선임을 도와달라는 요청 글이 올라왔습니다. 또한 자신의 계좌번호를 올리며 후원을 호소하는 글도 있었습니다.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당에서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상규 국민의힘 성북구을 당협위원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수정되기 전에는 "당에서도 적극 지원해 주기로 했다"고 적혀 있다. ⓒ 페이스북 갈무리


법원 폭동 사태 이후 온라인커뮤니티와 극우 유튜버 채널 등에서는 체포된 이들을 국민의힘이 당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소식이 돌았습니다.

이상규 국민의힘 성북구을 당협위원장은 19일 오전 12시 50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알림'이라며 "공수처장을 둘러싼 소중한 청년들이 체포되어 경찰서에 있다"면서 "석동현 변호사와 변호사 당협위원장 두 분이 자정을 넘어 현장에 도착했다. 당에서도 적극 지원해 주기로 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오후 이 위원장의 글은 "당에서도 적극 지원해 주기로 했다"는 문구가 삭제됐습니다. 국민의힘이 공식적으로 지원해 준다는 결정은 나오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윤상현 의원은 18일 밤 서부지법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 젊은 17명의 젊은이들이 담장을 넘다가 유치장에 있다고 해서 관계자하고 얘기를 했다"며 "아마 곧 훈방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보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윤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법원 폭동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자 19일 입장문을 내고 "18일 밤 현장에서 경찰에 연행된 학생 등 청년 17명에 대한 도움에 답을 한 것이지, 그 이후 발생한 기물파손과 침입 사건에 대해 언급한 것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수정 국민의힘 경기 수원정 당협위원장은 "서부지법 체포 시민들은 문자 주십시오"라며 MBC 제3노조 고문변호사의 휴대전화 번호가 담긴 이미지를 페이스북에 게시했습니다. 게시된 이미지에는 "재능기부 변호사 모집"이라는 문구와 함께 "국민지원법률단"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국민의힘이 아니었습니다.

소화기 난사에 집기 파손까지...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극렬 시위대가 법원에 난입해 컴퓨터 등 집기류를 파손하는 모습 ⓒ 유튜브 갈무리


법원 폭동 당시 극우 유튜버 채널 채팅창에는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화면을 끄고 소리만 나오게 하라"는 나름의 조언이 올라왔습니다. 법원 밖에 있던 모 극우 유튜버는 "서부지법 유튜버들은 시민들 얼굴이 촬영된 영상을 내려야 한다"며 "시민들이 징역을 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이날 극우 유튜버들이 생중계한 영상을 보면 극렬 시위대의 난동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유리창이나 문을 부수거나 소화기 난사 뿐만 아니라 법원 내부로 진입해 컴퓨터 등 집기류와 서버 등에 물을 뿌리는 장면도 고스란히 촬영됐습니다.

하지만 극우 유튜버들의 생중계 영상은 20일 오전 6시 기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영상을 촬영한 극우 유튜버들이 '특수 건조물 침입죄'로 경찰의 미란다 원칙을 고지받은 후 체포됐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이들의 체포 모습 또한 자신들의 유튜브 영상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법원 폭동에 동참한 극렬 시위대는 '건조물 침입죄', '소요죄',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등의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범죄 행위를 기록한 영상이 남아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될 경우 유죄 가능성은 더 높아집니다.

권성동 "경찰이 방패로 시민 내리찍어"... 반대 증거 있어

극렬 시위대가 뺏은 방패로 경찰을 내리 찍고 있는 모습 ⓒ 유튜브 갈무리관련사진보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9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경찰에도 경고한다"면서 "어제 현장은 폭력의 책임을 시위대에 일방적으로 물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경찰이 시민을 내동댕이 치고 시민의 카메라가 장착된 삼각대를 발로 걷어차는가 하면 바리케이드를 쳐서 폭력을 막으려는 시민을 방패로 내리찍고 명찰 없는 경찰이 현장에 다수 나선 모습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극우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면 경찰을 내동댕이치고 방패로 내리찍은 것은 극렬 시위대였다는 사실이 명백하기에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19일 오전 전국 지휘부 긴급회의를 마치고 서울서부지방법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는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폭력·불법에 대해선 구속 수사 등을 통해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오마이 임병도 기자 >

피해액 약 7억 원 추산... "폭력 성공 못한다 한목소리로 말해야 할 때"

 
 

법원행정처장 "시위대가 난입한 판사실, 차은경 판사 방 아냐"천대엽 법원행정처장(가운데)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해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두고 "일부 시위대 난입 사태는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자 중대한 도전으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전날 서부지법 폭동 피해 현장을 둘러본 천 처장은 이날 의원 질의에 "시위대가 서부지법 영장판사실만 의도적으로 파손한 게 맞다"고 답했다. 천 처장의 답변에 따르면 시위대가 난입한 판사실은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결정을 한 차은경 판사 방은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 남소연

 


지난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유독 의도적으로 파손한" 곳은 영장 판사실이었다. 영장 판사의 사무실 위치를 미리 숙지하고 침탈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다만 당직 판사로 당일 영장 업무를 담당했던 차은경 판사의 집무실은 영장판사의 사무실과 다른 곳에 있어 화를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고 왔나 추측... 발 디딜 수 없을 만큼 유리 파편 굴러다녀"

당일 새벽 법원에 남아있던 직원 25명 가량은 서부지법 7층까지 난입한 폭도들을 피해 옥상과 지하로 나뉘어 대피했다. 음료수 자판기로 문을 막고 방호벽을 작동시키는 등 방어에 주력했지만, 결국 출입구는 폭도들의 폭력에 의해 여지없이 뚫렸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예상 시설 피해액만 6~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부지법 소요 사태 관련 긴급현안질의에서 앞서 열린 대법관 회의 결과를 전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소화기 등을 던져 유리창과 집기를 부수고 영장 발부 판사를 찾았다"라면서 "유독 영장판사 방만 의도적으로 파손된 흔적이 있는 걸 봐선 (영장판사실을) 알고서 오지 않았나 추측했다"라고 말했다.

소요 당일 법원을 찾았던 천 처장은 "제가 제일 충격을 받았던 부분은 발바닥을 디딜 수 없을 만큼 유리가 파편화 돼 굴러다니는 모습이었다"라면서 "월요일(20일)부터 정상 재판과 민원 업무가 시작될 수 있을지 걱정됐지만, 서부지법 담당 직원들은 어쨌든 사법 업무가 정상적으로 작동돼야 국민들이 여전히 법치주의가 작동된다고 안심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고, 이를 받아들여 업무는 정상 진행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폭도로 변한 윤석열 지지자들이 파괴한 법원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내부가 파손돼 있다. ⓒ 연합뉴스관련사진보기


현 사태에 기함한 것은 천 처장만이 아니었다. 천 처장은 "(대부분의 대법관들이) 30년 이상 법관 생활을 했는데 미증유의 사태에 모두 큰 충격을 받았다"라면서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이 돼선 곤란하다. 법치주의 무시가 일상화되면 우리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는 걱정과 함께 명확한 수습 그리고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말을 주셨다"고 말했다.

특히 모든 헌법 기관의 "한목소리"를 요청했다. 천 처장은 "불법적 난입과 폭력은 성공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헌법 기관에 종사하는 분들이 한목소리로 이야기해 주시는 것이 필요하다"라면서 "법조인이든, 비법조인이든 헌법 토대에서 생활하는 관계자들 모두가 법치주의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마이 조혜지 기자 >

 

비상계엄을 윤석열의 '성전'에 비유... 이양수, 법원 침탈 언급 않고 "성숙한 시민의식"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 남소연

 

"십자군 전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성숙한 시민의식에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 - 이양수 국민의힘 사무총장

현역 대통령이 구속되고,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을 물리적으로 침탈하는 초유의 국기문란 사태에도 집권여당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내란 사태를 '성전'에 비유하는가 하면, 윤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을 '십자군'이라고 일컬으며 오히려 이들을 더 선동하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 일부도 지지자들의 행위를 감싸며 '물타기'에 나섰다.

김재원 "윤 대통령, 성전 시작... 함께 거병한 아스팔트의 십자군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9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과의 과거 일화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전쟁을 벌인 것"이라며 "그리고 47일 만에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었다. 겨울의 감방은 무척이나 춥다. 추위와 외로움에 떨고 있을 윤석열 대통령을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47일간 윤석열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를 성채로 삼아 자신만의 '성전(聖戰)'을 시작했다. 이제 그 전쟁은 감방 안에서 계속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외롭고도 힘든 성전에 참전하는 아스팔트의 십자군들은 창대한 군사를 일으켰다"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그 성전의 상대방은 당연 '반국가세력'의 괴수 이재명이다"라며 "어젯밤 이재명은 윤 대통령 구속 소식에 쾌재를 불렀으리라"라고 적었다.

그는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치지 않았는가"라고 '삼국지'의 일화를 언급하면서 "감옥에 갇힌 윤석열이 괴수 이재명을 끌어내릴 것이다. 그날이 비로소 이 성전의 끝이다. 이 성전이 시작될 때부터 이재명의 운명은 필연적으로 그렇게 정해지고 말았다"라고 강조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나는 윤석열 대통령의 승리를 진심으로 바란다"라며 "그리고 함께 거병한 십자군 전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장문의 게시물 어디에도 법원을 향한 폭동 사태의 부당함이나 비상 계엄의 위헌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양수 사무총장, 법원 박살 났는데 "집회 마치고 주변 정리하는 시민들"

이양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몇 장의 사진과 함께 "서울 서부지방법원 앞 집회를 마치고 주변을 정리하는 시민 여러분들의 모습이다"라며 "집회 참가자 여러분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라고 적었다.

해당 사진에는 집회 참가자들이 쓰레기를 줍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에 기재된 촬영 시간은 이날 오전이었다. 법원 청사의 각종 기물이 부서지고, 법원 앞 반사경마저 부러지는 등 다수 폭력 사태가 있었던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들의 폭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각종 사진과 영상이 뉴스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도배하는 가운데, 쓰레기 줍는 사진을 몇 장 올리며 '성숙한 시민의식'이라며 물타기에 나선 셈이다.

< 오마이 곽우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