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갈등, 장애인 혐오, 그 입으로 '노무현 정신' 운운
약자 편 섰던 희망, 그 가치의 '절도'이자 정치 마케팅
외로워도 옳은 길 간다? 자기모순부터 바로 잡아야

 

 말 잘한다는 이준석 후보의 언행을 보면 정치가 연극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최근 그의 언행 가운데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한 대목은 단연 "노무현 정신"을 운운한 발언들이다. 이 발언은 철저히 계산된 정치적 기획이며 '이미지 세탁'이다.

 

5월 23일 2차 TV토론의 마지막 멘트에서 이준석 후보는 "진정한 노무현 정신이 어디 있나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마치 자신이 노 전 대통령의 계승자인 듯한 어조였다. 얼마전 주 유세에서는 "노무현 바람이 광주에서 시작됐다"며 자신도 ‘정치 신화’를 쓰고 싶다고 했다. 봉하마을을 참배해 고등학생 시절 노무현 대통령에게 장학증서를 받았던 일화까지 소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도식을 하루 앞둔 22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시민이 노 전 대통령 사진을 보고 있다. 2025.5.22 연합

 

겉으로만 보면 감동적인 ‘정치적 스토리텔링’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것은 자가당착의 극치이다. 노무현 정신을 들먹이는 이준석 후보가 실제로 어떤 정치를 해왔는지 먼저 살펴보자.

 

그의 이번 선 1호 공약에는 여성가족부 폐지가 포함돼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명박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를 막기 위해 퇴임 직전까지 노력했던 인물이다. 여성가족부는 김대중 대통령이 신설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확대 개편한 부처였다. 이준석은 이 부서를 없애겠다고 가장 먼저 외쳤다. 이것만으로도 그는 노무현 정신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인물이다.

 

뿐만 아니다. 이준석 후보는 수차례에 걸쳐 여성, 장애인, 사회적 약자를 향해 조롱과 폄훼를 서슴지 않았다. 그는 사회적 갈등을 통합하기보다 오히려 젠더갈등을 선동하여 일부 젊은 남성 지지층의 분노를 정치적 자산으로 전환해온 인물이다. ‘능력주의’를 가장한 사회적 서열주의 정치는 노무현의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가치와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노무현은 늘 약자의 편에 섰고,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묶는 정치를 실천하고자 했다. 반면 이준석은 철저히 분열의 정치를 해왔다. 노무현은 “타협 없는 원칙”을 말했지만, 이준석은 원칙 없는 독선으로 일관했다. 오죽하면 '리틀 윤석열'이라는 조롱까지 들을까.

 

29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가 끝난 뒤 한 시민이 자신의 마음이 담긴 문구가 세겨진 종이를 들며 화장장으로 떠나는 장례행렬을 지켜보고 있다. 2009.5.29. 연합

 

그러면서도 그는 “노무현의 '외로워도 옳은 길을 가겠다'”는 소신을 자신도 따르겠다고 말한다.  정말인가? 

그가 진심으로 노무현의 외로움을 이해한다면, 그는 지금 국민의힘에 있을 수 없다. 노무현이 정치 생명을 걸고 반대했던 3당 합당, 그 지역주의 야합의 산물인 민자당이 바로 오늘의 국민의힘이다. 이준석은 그 당의 대표를 지냈고, 지금도 그 틀 안에서 정치를 하고 있다.

 

나는 궁금하다.

"이준석은 진정 노무현을 흠모하는가, 아니면 모욕하고 있는가?"

노무현을 팔아 자신의 비호감을 희석시키려는 이준석의 전략은 치졸할 뿐 아니라 유권자를 모욕하는 것이다. 그의 비호감도는 이미 70%를 넘었고, 이제는 노무현의 이름마저 '정치 마케팅 도구'로 소비하고 있다.

 

노무현 정신의 핵심은 원칙과 통합, 약자 보호다. 이준석의 정치 스타일은 그 반대편에 있다. 그의 ‘노무현 팔이’는 단순한 이미지 세탁이 아니라 가치의 절도, 철학의 모독이다. 정치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철학 없는 말은 거짓이고, 거짓은 결국 드러나게 돼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동작구 한 한식 뷔페식당에서 공시생들과 식사를 하며 대화하고 있다. 2025.5.24. 연합

 

진정으로 노무현을 계승하고 싶다면, 첫걸음은 하나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철회하라.

 

노무현이 지키려 했던 가치를 자신이 파괴하겠다는 자기모순부터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더는 노무현의 이름을 입에 담지 말라. 노무현에 대한 모욕이기 때문이다.

 

그 이름은 이준석 후보의 ‘정치 마케팅 도구’가 아니라, 이 땅의 수많은 약자들과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망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 장정수 언론비상시국회의 집행위원, 전 한겨레신문 편집인 >

 

 

 

민주주의 파괴 '암살 테러'를 흑색선전 소재로

"큰 상처 아냐"…바닥 보인 비인간성·반민주성
"헬기 타야 했냐? 그렇게 중증이고 위험했냐?"

당시 의료진 그렇게 판단…고난이도 혈관 수술
서울대병원 "칼날이 근육 뚫어 동맥 잘리고 피떡"
헬기도 의료진 결정…"구급차? 어림도 없는 얘기"

정작 김문수는 경기지사 때 소방헬기 43회 이용
산불 났어도 온갖 행사에 자가용처럼 타고 다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2차 후보자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5.5.23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대선 후보 2차 TV 토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향해 작정하고 가한 인신공격은 많은 국민이 오히려 낯 뜨거워 시청이 힘들었을 정도로 시종 저열하기 짝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이 후보가 당했던 치명적 암살 테러를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하며 선거용 흑색선전의 소재로 삼은 대목은 그 비인간성과 반민주성에서 최악이라고 할 만하다.

 

김 후보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2차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 후보가 지난해 1월 부산에서 테러를 당해 쓰러진 뒤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됐던 사안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황제 헬기 아니냐" "큰 상처는 아니고 성남의료원이 그것도 (수술을) 못할 정도인가" "꼭 헬기를 타고 와야 됐느냐? 그렇게 중증이고 그렇게 위험하냐?"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이 후보를 집요하게 몰아세웠다.

 

대수롭지 않은 상처였는데 왜 본인이 건립한 성남의료원이나 처음 치료받았던 부산대병원에서 수술하지 않고 지역을 무시했느냐, 헬기까지 탈 필요가 있었느냐는 얘기다. 이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서 수없이 되풀이했던 선동과 판박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지난 3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부산에서 목을 긁힌 뒤 죽은 듯이 누워있는 이재명 대표의 모습" "그 정도로 구차하다"고 표현하며 극언을 퍼부었던 것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를 실제 치료했던 의료진 판단은 전혀 달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왼쪽 목 부위에 습격을 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2024.1.2. 연합
2024년 1월 10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이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가 테러를 당했을 때 출혈 상태를 알 수 있는 현장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정청래 TV떴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 후보는 지난해 1월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보고 이동하다 지지자를 가장한 채 순식간에 접근한 테러범 김진성이 휘두른 칼에 목을 찔렸다. 지혈에도 불구하고 상당량의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던 이 후보는 구급 차량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45분 만에 부산대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처치를 받은 뒤 의료진 연락에 따라 출동한 응급의료헬기에 실려 다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후보의 수술을 집도한 서울대병원 민승기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사고 발생 이틀 뒤인 1월 4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취재진을 대상으로 치료 경과 등을 브리핑했다. 혈관외과 전문의로 서울대병원 외과 과장과 대한혈관외과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던 민 교수는 이 후보가 실려 왔을 때 얼마나 위중한 상태였고 수술에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했는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목 부위에 칼로 인한 자상으로 인해 속목정맥(내경정맥) 손상이 의심되고, 기도 손상이나 속목동맥(내경동맥) 손상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목에는 얼굴 쪽 혈액을 공급하는 바깥목동맥이 있고,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속목동맥이 있는데, 속목동맥과 속목정맥이 손상되면 대량 출혈과 여러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목 부위는 중요한 혈관, 신경, 기도, 식도 등이 밀집된 곳이라서 겉에 보이는 상처의 크기가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깊이 찔렀는지, 어느 부위를 찔렀는지가 중요하다. 목정맥이나 목동맥의 혈관 재건술은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다. 따라서 그 수술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집도가 꼭 필요하다. 우리는 부산대병원의 전원(轉院) 요청을 받아 우리가 수술할 수 있는지 상황을 점검하고 중환자실을 예약하고, 수술실을 예약했고, 정해진 대로 수술을 진행했다."

 

부산 방문 도중 목 부위를 습격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이식혈관외과 교수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수술 경과와 회복 과정을 브리핑하고 있다. 2024.1.4. 연합
 

고도의 숙련도를 갖춘 혈관외과 의사의 집도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부산대병원의 전원 요청을 받아 수술에 이르게 됐다고 확실하게 못박은 것이다. 야당 대표에 대한 특혜나 지역 병원 차별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어디까지나 의료적 판단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민승기 교수에 따르면 이 후보는 좌측 목빗근(목을 돌리는 근육) 위로 1.4㎝의 자상이 있었다. 칼날이 근육을 뚫어 근육 내 동맥이 잘려있고, 많은 양의 피떡이 고여 있었다고 한다. 근육 아래 속목정맥의 앞부분이 전체 원주의 60% 정도 예리하게 잘려 있었다는 것이다. 속목동맥은 속목정맥의 안쪽 뒤쪽에 위치하는데, 다행히 속목동맥의 손상은 없었다. 종이 한 장 차이로 급소를 비껴가는 천우신조로 목숨을 구한 것이다.

 

그래서 이 후보도 김 후보의 어처구니없는 질문에 "간단한 수술처럼 말씀하시는데 제가 동맥은 1㎜, 정맥은 67%가 잘려서 (칼날이) 1㎜만 더 깊이 들어갔거나 옆으로 들어갔으면 사망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김 후보는 "후송을 하더라도 꼭 헬기를 타고 와야 됐느냐? 그렇게 중증이고 그렇게 위험하냐?"며 "헬기를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면 부산대병원에 그대로 있는 게 맞지 않겠냐?"고 추궁했다. 부산을 무시했다고 억지로 지역 감정을 자극하는 한편 서울 이송을 특혜로 몰아간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의 헬기 이송 역시 의료진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이 후보는 코앞에 다가온 총선 준비를 지휘해야 할 제1 야당 대표로서 부산대병원에 오래 입원하거나 통원 치료를 다니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이 후보 곁을 지키며 간병해야 할 가족 또한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그래서 가족과 민주당 측은 서울로 이송이 가능한지 문의했고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 모두 이를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 과정에서 이 후보 측이 "부산대병원 수술 실력을 믿을 수 없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거나, "다른 이동 수단은 싫으니 헬기를 불러달라"고 압력을 가한 사실도 일절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024년 8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목 왼쪽 부위에 자상으로 인한 흉터가 보인다.
19일 오전 강원 춘천시 중앙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을 만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목에 흉기 피습으로 인한 상처가 보이고 있다. 2024.3.19.  [공동취재]

 

우선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책임자인 김영대 센터장이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가족 입장'을 이해해 센터장으로서 전원을 결정한 뒤 '다른 수단보다는 헬기가 낫다고 생각'해 헬기 이송을 선택했다. 이는 다른 언론도 아닌 조선일보가 지난해 1월 4일 보도한 <부산대 외상센터장 "李대표 이송, 바람직 안해…반대 있었지만 가족 뜻 존중">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당시 권역외상센터의 일부 의사는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 이송을 반대했다고 한다. 수술을 준비하던 권역외상센터 소속의 한 교수는 '우리가 합시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해당 교수는 당장 수술을 해야 하고, 이송 중 위급 상황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며 "그 부분도 이해는 가지만,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가족 입장도 이해됐기 때문에 센터장인 내 의견에 따라 전원이 결정됐다"고 했다. 또 김 교수는 이송을 한다면 다른 수단보다는 헬기가 낫다고 생각했고, 서울대병원에 '즉시 수술이 가능하냐' 물었더니 가능하다고 해서 보내게 된 것이라고도 했다.』

 

사건 당일 민주당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으로부터 "지금 응급환자를 받을 수 있느냐"는 전화를 받았던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A 교수가 지난해 1월 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던 내용도 일맥상통한다. 당시 김영대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으로부터 이 대표의 상태를 공유받은 A 교수는 서울대병원 중증외상최종치료센터장인 B 교수에게 상황을 전했다. 이후 B 교수가 "OK(전원을 받기로 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오자 A 교수는 "그 정도 응급수술이랑 이럴 거면 헬기 이송을 요청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인터뷰 요지는 다음과 같다.

 

"제가 의학적 판단하에 헬기 이송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저랑 헬기 얘기를 '10원어치'도 한 적이 없다. (이 대표가 다친) 경정맥은 우리 몸에 있는 제일 중요한 혈관 중에 하나다. 동맥 출혈도 있어 근육 내 출혈이 엄청나게 있어서 기본적으로 (헬기) 이송을 하게 되는 기준에 맞는다고 생각했다. 소방당국에 헬기 출동 요청을 한 건 부산대병원이다. 자꾸 뭐 '구급차로 옮겨도 되는 거 아니야'라고 하는데 제가 알고 있는 의학적 상식으론 어림도 없는 얘기다. 저희 응급의학 쪽 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헬기 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환자였어도 제가 당연히 헬기로 이송하라고 하고,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힘이든 일반 국민이든 그렇게 했을 것이다."

 

지난해 1월 16일 남화영 소방청장 역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년간담회에서 이 후보의 헬기 전원을 두고 "매뉴얼 상 문제가 없다"고 단호하게 밝힌 바 있다. 남 소방청장은 "소방헬기 전원 시 판단은 의사가 하는 것이고, 소방헬기 이송 조건에도 의사가 반드시 같이 탑승하게 돼 있다"며 "그런 조건이 맞고 요청이 오면 소방헬기는 무조건 가는 것이다. 매뉴얼 상 문제는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 응급헬기를 이용해 병원을 옮긴 수는 162건이며, 이 가운데 30% 정도가 지방에서 서울로 전원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소방헬기를 본인 전용기처럼 남용한 사실을 보도한 언론 기사들. 네이버 화면 갈무리

 

정작 김문수 후보야말로 경기도지사 시절 소방헬기를 본인 자가용처럼 마구 타고 다닌 사실이 있어 자가당착과 적반하장이 상상을 초월하는 지경이다. 재임 중 5년간 뷰티 디자인 엑스포 개막식, 포천 아트밸리 개장식 등 온갖 행사 참석에 소방헬기를 무려 43번이나 이용했던 인물이 생사를 오가는 위급한 상태에서 병원 후송을 위해 헬기에 실려 갔던 이재명 후보를 질책한다는 건 파렴치의 한계를 뛰어넘는 행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 김 후보는 심지어 산불 진압 및 인명 구조를 위해 소방헬기가 출동한 날까지 소방헬기를 타고 지역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 2014년 10월 여러 언론에 보도됐던 내용에 따르면 김 후보는 경기지사였던 2009년 1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소방헬기를 43번 이용했으며, 이 중 산불 발생으로 소방헬기가 긴급 출동한 날에도 소방헬기를 부른 사례가 4번이나 됐다. 당시 소방방재청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정청래 의원에게 제출한 소방헬기 출동 자료를 보면 2009년 3월 17일, 4월 10일, 5월 7일, 5월 9일 산불 발생으로 소방헬기 1대가 출동했다. 그런데 해당 날짜에 김 후보는 미산 골프장 관련 기자회견, 자전거도로 현장 방문, 북한이탈주민 돌봄상담센터 방문, 국무총리 현장방문 수행, 도민체전 개막식 참석 등을 이유로 소방헬기를 탔다.

 

또 산악 구조 및 수색 활동 등을 위해 소방헬기가 출동한 날에도 김 후보는 행정 편의만을 위해 소방헬기를 타고 다닌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소방헬기를 도지사 전용 헬기처럼 남용하는 바람에 진화 작업이나 인명 구조에 차질을 빚을 수 있었던 것이다. 경기도가 당시 보유하고 있던 소방헬기는 총 3대뿐이었는데 1대는 산불 진압, 1대는 산악 구조에 나선 상황에서 단체장이 남은 1대의 소방헬기를 차지하면 응급 사태 발생시 환자 이송을 못 하게 된다.

 

실제로 2009년 3월 17일의 경우 소방헬기 1대는 산불 및 산악 구조 활동을 위해 출동했고 다른 1대는 훈련 중이었다. 나머지 1대는 김 후보가 미산 골프장 기자회견에 참석한다고 사용했다. 또 2009년 5월 7일에는 산불 진압과 수색 구조에 각기 다른 2대의 소방헬기가 출동했는데 나머지 1대는 김 후보의 국무총리 현장 수행을 위해 출동했다. 2009년 5월 2일에는 소방헬기 3대가 모두 소방헬기 본래의 목적이 아닌 행정 지원에 이용됐다. 당일 김 후보는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헬기를 타고 갔다. 총 43번 가운데 소방헬기 본래의 목적인 재난 점검을 위해 이용한 사례는 4회에 불과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광복회 “기한 지났어도 공식 답변기회 열려있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안산문화광장 유세장에 도착해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
 

광복회가 21대 대선에 출마한 대통령 후보들의 역사관을 묻는 공개질의서 답변을 공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일본강점기 우리 국민의 국적은 한국이라는 취지로 답변했지만, 다른 후보들은 25일까지 답변을 하지 않았다.

 

광복회가 공개한 대통령 후보들의 공개질의서 답변을 보면, 이재명 후보는 ‘일제의 국권 침탈이 원천적으로 불법 무효인지’에 대한 물음에 “일제의 국권침탈은 ‘완전한 불법이며 무효’”라며 “114년 전 일제는 '한일 병합조약'을 내세워 대한제국을 강제 점령했으며, 우리 국민 의사에 반해 대한민국의 국권을 침탈했다”고 밝혔다. ‘일제시기 우리 국민의 국적이 한국인지’를 묻는 항목에는 “나라가 위기에 빠진다고 내 핏줄과 선조가 바뀔 수는 없다. ‘우리의 선조는 대한민국 국민’이며, ‘우리 국민의 국적은 한국인’”이라고 답변했다.

 

앞서, 광복회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들에게 일제강점기 한국인의 국적 문제를 묻는 내용의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답변 시한은 지난 23일까지였다. 광복회는 “각 후보들에게 문서로 답변을 요구한 것은 국민 간에 합의로써 대한민국 정체성을 세우기 위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며 “광복회는 기한이 지났어도 공식 답변기회를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 신형철 기자 >

 

보훈부 “김구 국적은 한국”…김문수 ‘중국 국적’ 망언 정면반박

‘일제강점기 우리 국민 국적은 한국’ 정부 입장 공식화

 
 
김구 선생 국적논란을 일으킨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왼쪽), 김구 선생 증손자인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과 김구 선생. 연합, 김용만 의원 블로그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20일 김구 선생의 국적 논란과 관련해 “일제강점기 우리 국민의 국적은 한국이며, 김구 선생의 국적 역시 명백한 한국”이라며, 정부의 입장을 공식화했다.

 

강 장관은 이날 국가보훈부가 낸 보도자료에서 “1965년 한일기본조약에 따라 1910년 8월22일 및 그 이전의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 체결된 조약 및 협정은 원천무효라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며 “따라서 김구 선생을 비롯한 일제강점기 우리 국민의 국적은 ‘한국’이다”라고 명확히 확인했다. 강 장관은 전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 김병기 의원의 김구 선생 국적 관련 질의에도 이와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가보훈부가 ‘일제강점기 우리 국민의 국적은 한국’이라고 정부의 입장을 공식화한 건, 지난 14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와 “김구 선생은 중국 국적을 가졌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답변하며 논란이 계속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김 장관은 당시 “일제시대 김구 선생의 국적이 뭐냐”는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김구 선생은 중국 국적을 가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 부분은 국사학자들이 다 연구해 놓은 게 있다”고 답변했다.

 

강 장관은 “일제강점기 우리 국민의 국적은 한국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올해가) 광복 8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임에도 불구하고 독립의 중요한 가치가 폄훼될 수 있는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국가보훈부 장관으로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국가보훈부는 독립운동, 국가수호,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을 바친 국가유공자들의 희생과 헌신을 예우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는 보훈 업무를 맡고 있다.  < 한겨레 권혁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