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도 헌법과 법률을 안 지키는 데 국민에게는 지키라고 할 수 있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상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한 것을 놓고 시민들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탄핵소추 사유 중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불임명)’에 대해 헌재가 다수 의견으로 “위헌·위법하지만 파면 사유는 아니다”라고 결정한 것 등을 놓고 “헌법을 어겨도 적당히만 어기는 건 괜찮다는 얘기냐” 등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4일 헌재의 한 권한대행 탄핵심판 기각 결정 이후 일부 시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헌재 결정을 지켜본 직장인 윤경인씨(42)는 “헌법을 어겼다는 결정이 나온 것 같은데 파면 등 그 죄는 묻지 않겠다는 이상한 결정으로 보였다”면서 “고위공직자도 헌법과 법률을 안 지키는 데 국민에게는 지키라고 할 수 있냐”고 되물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도 “오늘 내 업무를 부작위해도 해고 사유는 안 되는 거 맞나?”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란 얘기냐” 등 조롱하는 말들이 이어졌다.

 

이 같은 반응이 나온 데에는 전날 헌재 결정이 헌법을 잘 모르는 일반 시민들이 봐도 석연치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는 전날 결정에서 재판관 8인 중 4인(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이 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 사유 중 헌법재판관 임명 부작위에 대해 “헌법 66조, 111조 및 국가공무원법 56조 등을 위반했다”면서도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한 권한대행이 국회 선출 몫 재판관 3인의 임명을 거부한 것이 헌재를 무력화시킬 정도의 목적이나 의사는 없었다고 본 것이다.

 

역시 기각 의견을 낸 김복형 재판관은 “위헌·위법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아예 각하 의견을 내면서 이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 정계선 재판관만 유일하게 인용 의견을 내고 재판관 불임명이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앞서 헌재는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 이후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아 조한창·정계선 재판관만 임명하고 마은혁 후보자는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한 권한대행 탄핵심판에서는 위헌이라고 보면서도 그 중대성에 대해서는 심각하지 않다고 본 것이라 ‘자기 모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헌재의 이 같은 결론은 한 권한대행이 향후에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등을 하지 않는 근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헌이지만 파면까지 될 위중한 사안은 아니니까 임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 권한대행은 야당의 마 후보자 임명 촉구에도 이날까지 명확한 임명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업무를 하고 있다. 헌 권한대행은 이날 치안관계장관회의에서 “헌재 결정이 어떤 결과로 귀결되더라도 우리 사회가 분열과 대립을 넘어 하나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헌재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이후 만들어진 ‘헌법 위반의 중대성’ 기준을 너무 높게 해석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반 공무원은 업무 수행 때 조금만 잘못해도 징계 대상이 되는 것과 달리 고위 공직자에 대해선 국정 안정 등의 이유를 들어 지나치게 관대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경향 김정화 기자 >

 

 

25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하화1리가 불타고 있다. 연합

 

경북 의성 산불이 거세게 번지면서 경북도가 주민대피를 위한 행정명령을 내리고, 경북 안동과 청송에도 주민대피명령이 내려졌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25일 오후 6시께 ‘주민보호 비상대응 총력행정체계 특별지시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지사는 “현재 초속 20m 이상 초대형 강풍이 지속하며 산불이 크게 번지고 있다. 각 시·군에서는 주민안전을 최우선으로 행정력을 가동해 주시기 바란다”며 “특히 안동시 일직면·남후면·수상동·수하동·풍천면, 예천군 호명읍, 청송군 파천면·청송읍, 진보면 주민 등을 대피시켜 주시기 바란다. (지금부터) 주민 보호 총력 행정 체계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정명령 발령은 주민대피 안내 과정에서 강제성을 동원하기 위한 것이다.

 

안동시는 이날 오후 5시3분 재난문자를 보내 “산불이 우리 시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으니 전 시민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안내했다. 이들은 앞서 이날 오후 4시57분 하회마을이 있는 풍천면 하회리 주민들에게도 재난문자를 보내 광덕리 저우리마을로 대피하라고 안내했다.

 

안동시 풍천면에는 세계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이 있어 당국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산불은 하회마을과 직선거리로 10㎞가량 떨어진 곳까지 번졌다.

 

청송군도 이날 오후 5시44분 재난문자를 보내 “전 군민은 산불과 멀리 떨어져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시기 바란다”고 대피명령을 내렸다.  < 김규현 기자 >

 

"헌재, 농간의 기회, 시간 제공은 용서 못할 과실"

작가회의 소속 문학인 2487명도 긴급 시국 성명
"속도가 정의다…헌재, 윤석열 신속 파면하라"

 

"훼손되지 말아야 할 생명, 자유, 평화의 가치를 믿습니다. 파면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입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은 25일 국내 문학인 414명이 헌법재판소를 향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의 신속 파면을 촉구하는 '한 줄 성명'에서 이렇게 썼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6. 연합

 

한강 "파면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 
문학인 414명 윤 신속 파면 한 줄 성명

 

이날 '한 줄 성명'에는 한강 이외에도 소설가 은희경, 김연수, 김초엽, 김호연, 박상영과 시인 김혜순, 김사인, 오은, 황인찬, 문학평론가 신형철 등이 참여했다. 은희경 작가는 "민주주의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했고 김연수 작가는 "늦어도 다음 주 이맘때에는, 정의와 평화로 충만한 밤이기를"이라고 썼다. 김초엽 작가는 "제발 빠른 파면을 촉구합니다. 진심 스트레스 받아서 이 한 줄도 못 쓰겠어요. 빨리 파면 좀!"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친구들 중에서 당신을 견뎌낼 수 있는 자들 앞에서나 날뛰세요"라는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의 구절을 인용해 윤석열을 비판했다. 김혜순 시인은 "우리가 전 세계인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해다오, 제발"이라 했고, 에세이스트 김하나 작가는 "민주주의는 독재자의 망령과 함께 갈 수 없다. 지금 당장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외쳤다.(전문 하단 첨부)

 

 

작가회의 소속 문학인 2487명 시국 성명
"속도가 정의다…헌재 윤 신속 파면하라"

 

한국작가회의는 이와 별도로 이날 오후 광화문 농성촌 앞에서 문학인 2487명 명의로 '지금은 속도가 정의다. 헌재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는 제목의 긴급 시국성명을 발표했다.

 

작가회의는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한 지 110일이 지났다. 헌재의 변론이 종결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헌재가 좌고우면하며 차일피일 선고를 미루는 동안 우리 사회의 갈등은 날로 첨예해지고 있다"면서 "폭동은 '국민저항권'이란 표현으로 미화, 옹호되면서 세력을 넓혀 왔고, 심리적 내전은 극단적인 대결 양상으로 현실화될 조짐을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수십 년간 축적해 온 한국 민주주의의 역량이 대외적으로 의심받는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작가회의는 "지금은 속도가 정의와 직결된다. 더 이상의 탄핵 선고 지연은 헌법 가치의 실현을 중지시키는 행위이다. 헌법 질서를 부정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한 세력에게 농간의 기회와 시간을 제공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업무 과실이다"라면서 신속한 파면을 요구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한국작가회의 긴급 시국성명]

 

지금은 속도가 정의다! 헌재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송경동 시인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촉구하며 단식을 시작한 지 15일째다. 시인은 작가회의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지 이틀 만에 조직을 정비할 새도 없이 단식을 시작했다. 밤바람 매서운 광장 한편에 작가회의 천막이 꾸려졌고, 국가비상사태에 관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으며, 각지의 회원들이 날마다 방문하고 있다. 핼쑥함을 넘어서서 갈수록 검어지는 사무총장의 얼굴을 보며 가슴이 타들어 가는 회원들은 하나둘 릴레이 단식에 동참하는 중이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목소리로 외친다.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최소한 제도적인 틀 안에서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윤석열의 계엄령은 우리의 믿음을 한순간에 산산조각 냈다. 윤석열은 계엄령을 통해 극우 유튜버의 어법과 목소리로 국민을 향해 '수거'하겠다느니 '처단'하겠다느니 겁박하였다. 독재정권과의 투쟁으로 쌓아 올린 역사 위에 선 한국작가회의는 계엄이 공포되자마자 즉각 성명서를 발표하여 계엄의 무효를 선언했고,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윤석열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라는 입장을 선포했다. 이후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었으나 온갖 궤변과 거짓, 왜곡으로 시종하는 윤석열은 자신이 맞닥뜨려야 할 심판을 지연ㆍ회피하고 있다. 졸렬한 행태가 반복될수록 윤석열은 그저 비루한 내란 수괴에 불과할 따름이라는 우리의 입장은 더욱 확고해졌다.

 

계엄이 선포된 순간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우리는 소위 엘리트 세력에 의해 정치 시스템이 얼마나 터무니없이 훼손될 수 있는지 그 최대치를 목도하고 있다. '국민의힘'이라는 후안무치한 이름의 정당으로 결집한 그들은 극우 유튜버의 '부정선거'라는 거짓 선동을 근거 삼아 내란 동조에 나섰을 뿐만 아니라, 서울서부지법을 습격하여 파괴와 폭력을 자행한 세력의 옹호자로 나섰으며, 극우 집회 발언자로 등장하여 2차 3차 내란을 유도하는 지경으로까지 나아갔다. 계엄의 정당성 마련을 위하여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마저 유도한 윤석열의 도박이 얼마나 심각한가에 대해 그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의 모든 관심과 계산은 그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향해 있을 뿐이다. 저들은 지금도 헌재 앞 거리를 장악하여 거짓과 폭력을 선동하는 자들과 함께 헌법적 심판을 압박하고 있다.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한 지 110일이 지났다. 헌재의 변론이 종결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헌재가 좌고우면하며 차일피일 선고를 미루는 동안 우리 사회의 갈등은 날로 첨예해지고 있다. 폭동은 '국민저항권'이란 표현으로 미화ㆍ옹호되면서 세력을 넓혀 왔고, 심리적 내전은 극단적인 대결 양상으로 현실화될 조짐을 보인다. 정치적 혼란이 야기한 경제 위기도 심각하여 자영업자가 줄폐업하는 등 민생이 휘청거리고 있다. 수십 년간 축적해 온 한국 민주주의의 역량이 대외적으로 의심받는 상황이기도 하다. 스웨덴 국제연구기관이 내란 이후 한국을 '권위주의 진영이 이끄는 독재화가 진행 중인 국가'로 분류했다거나, 올해 1월 미국이 '민감국가'로 지정한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그러니 대한민국 안팎의 위기 및 위상 하락을 극복하기 위하여 헌재의 조속한 탄핵 선고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금은 속도가 정의와 직결된다. 더 이상의 탄핵 선고 지연은 헌법 가치의 실현을 중지시키는 행위이다. 헌법 질서를 부정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한 세력에게 농간의 기회와 시간을 제공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업무 과실이다. 윤석열은 무장한 군인을 동원하였고, 김건희는 윤석열이 체포되자 경호관들에게 "총을 안 쏘고 뭐 했느냐?"며 질책하였다. 이에 뒤이어 저들이 어떠한 막말과 무모한 행위를 자행할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헌재의 판결이 늦어져서 한국의 혼란이 지금보다 가중된다면, 우리는 지연된 정의는 결코 정의가 될 수 없음을 헌재를 사례로 들어 역사에 굵은 글씨로 기록할 것이다. 나아가 이 혼란의 대가를 반드시 청구할 것이다. 이제 헌재는 마비된 국정을 회생시키고 상처 입은 민주주의를 복원할 단초를 제공해야만 한다. 그것은 신속한 탄핵이다. 우리 민중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를 헌재가 제시해야만 한다.

 

속도가 정의다! 헌재는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이는 한국작가회의의 요구이며, 대한민국 모든 권력의 원천인 우리의 명령이다.

 

2025년 3월 25일

한국작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