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일 홍콩 18개 구에서 예비선거 실시

  9월 입법회 선거 나갈80% 야권 단일후보 선출

높은 투표율 독재 탄압에 대한 반응평가

      

오는 9월에 치러질 홍콩 의회(입법회) 의원 선거에 출마할 야권의 단일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12일 홍콩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 의원 선거에 출마할 야권의 단일 후보를 정하는 예비선거에 50만명이 넘는 홍콩 시민들이 참여했다. 이번 예비선거 자체가 불법이 될 수 있다는 당국의 경고 속에서도 예상보다 많은 시민들이 투표장에 나온 것을 두고, 2주 전 시행된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에 대한 반발 의사 표출이란 해석이 나왔다.

홍콩 입법회 의원 선거에 출마할 야권 단일 후보를 선출할 예비선거를 주최한 민주주의의 힘12일 저녁 630분께 트위터에 11~12일 홍콩 18개 구에서 이틀간 진행된 투표에 50만명 이상의 유권자가 참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오는 96일 치러질 입법회 의원 선거에 참여하겠다고 등록한 유권자(445만명)10%를 훌쩍 넘는 수치다. 투표는 이날 밤 9시까지 계속돼 정확한 투표 참가인 수는 13일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예비선거는 지난해 11월 구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범민주 진영이 후보 난립과 표 분산 등을 막아 입법회 의원 선거 승리의 발판을 삼겠다며 도입한 것이다. 이번 예비선거에서 승리한 후보자들을 9월 입법회 의원 선거 본선에서 친중파 후보들과 맞붙게 해 전체 70석 가운데 과반을 차지하겠다는 구상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홍콩 보안법이 시행된 지 2주 만에 선거가 치러지는 데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예비선거 흥행 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홍콩 정부는 이번 예비선거가 홍콩 보안법 및 선거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고 노골적인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게다가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10일엔 예비선거 진행에 관여한 여론조사 업체가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경찰의 수색을 받기도 했다.

홍콩 야당인 민주당 소속 테드 후이 의원은 높은 예비선거 투표율이 독재 탄압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반응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홍콩 시민들이 오는 9월 선거를 자유를 지킬 기회로 삼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 이정애 기자 >


EU · 유네스코 등 "기념비적 건축물 종교청 관리 유감" 우려

                 

지난 10일 터키 이스탄불의 성소피아 박물관 전경. 윗쪽 바다는 유럽과 아시아를 경계짓는 보스포러스 해협이다.

                    

터키가 관광명소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성소피아 박물관을 85년 만에 다시 모스크’(이슬람 사원)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번 조처는 이슬람주의를 앞세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탈피하기 위해 종교적 보수층을 결집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유럽연합(EU)과 정교회 등은 유감과 반대의 뜻을 밝혔다.

지난 10일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성소피아 박물관의 지위를 박물관으로 정한 1934년 내각회의의 결정을 취소했다.

법원은 성소피아는 1453년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 옛 이름)을 정복한 술탄 메흐메트 2세의 개인 재산이었다공화국 수립 이후 술탄의 재산을 관리하는 재단 소유물이자 모스크로 대중에게 개방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성격이 모스크로 규정됐고 그 외의 사용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성소피아를 박물관으로 규정한 1934년 내각 결정은 법률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 10일 성소피아를 모스크로 개조하라고 서명한 행정명령. (에르도안 대통령 트위터)

법원 결정에 이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판결 직후 성소피아를 이슬람 사원 모스크로 개조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에는 소피아 사원을 터키 종교청이 관리하고 이슬람 신자의 신앙을 위한 공간으로 재개장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동안 기독교회이슬람사원박물관으로 역할이 바뀌었던 성소피아는 다시 이슬람 사원으로 돌아가게 됐다.

성소피아는 애초 동로마제국 황제인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서기 537년 콘스탄티노플에 기독교 정교회의 총본산인 성당으로 건립했으나, 900여년 뒤인 1453년 오스만 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하면서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됐다. 400여년 뒤 1차 세계대전으로 오스만 제국이 멸망하고 들어선 터키 공화국이 강력한 세속주의를 추진하면서 성소피아는 1934년 성당도, 모스크도 아닌 박물관으로 바뀌었다.

이런 독특한 역사로, 성소피아는 건축학적 가치와 종교적 가치, 두 문명이 만나는 문화적 가치 등을 인정받아 연간 4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터키 최대의 관광 명소가 됐다. 1985년 박물관이 속한 이스탄불 역사지구가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슬람주의를 앞세운 정의개발당 소속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4년 집권 이후 성소피아를 다시 모스크로 전환하자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특히 지난해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재선거라는 무리수까지 두고도 집권 정의개발당이 패배한 데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까지 겪으며 지지율이 하락하자, 종교적 보수층 결집 등을 위해 성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을 밀어붙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0일 터키 이스탄불 성소피아 박물관 앞쪽에 무슬림들이 모여 예배를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유감의 뜻을 밝혔다. 유럽연합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성명을 통해 현대 터키의 획기적인 결정을 뒤집은 터키 최고행정법원의 판결과 그 기념비적 건축물을 종교청이 관리하도록 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결정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교회의 블라디미르 레고이다 대변인은 터키는 수백만 정교회 신자의 우려를 듣지 않았으며, 법원 결정은 이 문제와 관련해 극도의 세심함을 요구한 모든 요청이 무시됐음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앞서 유네스코와 미국무부도 우려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유네스코 터키 법원 결정 전 <AFP> 통신 질의에 세계유산 등재는 많은 약속과 법적 강제를 수반하는 일이라며 해당 국가는 특정조치가 해당 문화유산의 특별하고도 보편적인 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1일 성명을 내어 성소피아는 종교와 전통, 역사의 다양성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의 모범 사례라며 모든 사람이 성소피아에 접근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 최현준 기자 >

50년 인민해방당 지배체제 이완,  93석중 노동자당에 10석 내줘

             

10일 치러진 싱가포르 총선에서 야당인 노동자당이 약진하자 지지자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환호하고 있다.

           

코로나19 충격 속에 치러진 싱가포르 총선에서 야당인 노동자당이 젊은층의 지지에 힘입어 약진했다. 일당 지배체제인 싱가포르 정치에 변화의 바람이 불 조짐이다.

지난 10일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인민행동당이 전체 93석 가운데 83석을 차지했고, 노동자당이 10석을 얻었다고 현지 언론 <스트레이츠 타임스>11일 보도했다.

인민행동당은 국부로 추앙받는 리콴유가 만든 정당이며 1965년 독립 이후 의회를 지배해왔다. 인민행동당은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지지를 몰아달라고 촉구했으나, 의석 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90% 아래로 내려갔다. 득표율도 직전 총선인 2015년의 69.86%에서 8.62%포인트 떨어진 61.24%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저인 2011년 득표율(60.1%)에 가까운 것이다.

노동자당은 2011년과 2015년 총선에서 얻었던 6석보다 4석이 많은 두자릿수 의석을 얻었다. 최대 관심 선거구였던 셍캉 집단선거구(GRC)에서 20~30대 신인들을 앞세워 여당을 이긴 게 큰 힘이 됐다. 싱가포르는 말레이계나 인도계 같은 소수민족의 의회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소수민족 1인을 포함한 4~5명이 팀을 이뤄 선거를 치르고 승리한 쪽에 의석을 몰아주는 집단선거구를 소선거구와 병행하는 선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최악의 경기침체 상황 등에 여당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유권자들의 판단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리셴룽 총리도 개표 결과 발표 뒤 이번 결과는 기대했던, 강력한 권한 위임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번 결과는 소득 상실과 일자리에 대한 우려 등 싱가포르 국민이 이 위기에서 느끼는 고통과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앨런 총 S. 라자라트남 국제학연구소 교수는 젊은 유권자들은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탈출을 약속했는데, 노동자당에 투표해 이 약속을 확실히 이행하도록 강제하지 못할 게 뭐냐고 생각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 신기섭 기자 >

 


[칼럼] 이재용 부회장의 유니콘 리더십

 

<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은 유니콘과 같다. 사람들은 그것이 존재한다고 얘기하는데 정작 본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어쭙잖은 농담을 던진 이유는 대검 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위원회의 이런 결정에는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가 삼성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고려가 있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의 감옥행이 리더십 공백을 낳고 이것이 기업과 국민 경제에 큰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다. 이러한 인식은 매우 놀랍다. 시장에서도 반신반의하는 이 부회장의 리더십을 14명의 위원들이 보았다고 주장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나의 판단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판단 근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다. 2000년대 초반 이 부회장은 삼성의 미래를 위해 이(e)비즈니스를 시작한다며 이(e)삼성과 그 계열사들을 설립했다.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투자는 실패했다. 물론 이 부회장은 손해를 보지 않았다. 실패로 인해 불거질 자질 논란을 피하기 위해 삼성 계열사들이 그 손실을 다 떠안았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은 이 부회장은 투자만 했을 뿐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이삼성 투자는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이었기에 성공의 공은 모두 이 부회장에게 돌려졌을 것이라는 점을. 이처럼 이 부회장에게 있어 기업경영은 마치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자신이 이기고 뒷면이 나오면 상대방이 지는 게임과도 같다. 어떤 결과이든 자신이 손해 보는 일은 없다. 과는 넘기고 공만 가져가는 리더십이다.

이 부회장의 그룹 내 역할에 대한 스스로의 진단은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나왔다. 청문회에서 그는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 잘 모른다는 말로 일관했다. 수사 과정도 비슷했다. 언론에 공개된 진술조서에 따르면 그는 삼성전자 부회장인데 결재를 지금까지 한번도 한 적이 없()”, “회장님께서 결재 라인에 끼워주신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는 대주주로서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았다. 마치 영국 여왕처럼.

하지만 그는 영국 여왕보다 더 신비주의에 싸여 있다. 이처럼 외부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이 부회장의 리더십은 위기 시에는 달라진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그 시기가 회사가 어려울 때가 아니라 자기가 어려울 때라는 데 있다. 평상시에는 결재조차 하지 않는다던 이 부회장은 정작 자신의 재판을 앞두고는 방진복을 입은 채 작업장을 순회하거나 공장을 방문한 대통령의 옆자리에 서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시장이 원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니다. 시장이 한 산업의 선도기업의 리더에게 바라는 것은 그 기업과 산업의 미래에 대한 식견과 전망에 대해 얘기해주는 것이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이 부회장이 공개된 자리에서 투자자들에게 반도체나 정보기술(IT) 산업의 비전을 밝혔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사실 이 부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가장 정확한 평가는 이미 시장에서 이루어졌다. 그가 실형을 받은 1심 판결 뒤 삼성전자의 주가는 오히려 올랐다. 반대로 집행유예가 나왔던 2심 판결 뒤 주가는 하락했다. 이는 비단 이재용 부회장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필자는 재벌 총수의 리더십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알아보기 위해 이창민 한양대 교수와 함께 2000년부터 2018년 사이에 유죄 판결을 받은 35명의 재벌총수와 관련된 319개 계열사의 주가 반응을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총수에 대한 사법처리가 주가에 부정적인 경우는 실형이 아니라 오히려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진 경우라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는 시장이 재벌총수에 대한 실형 선고가 해당 기업의 의사결정의 공백을 가져와 기업가치에 좋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기각했음을 의미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재벌총수의 리더십은 회사에 꼭 필요한 자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주요한 결정을 전문경영인들이 내리고 있는 현실과도 부합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총수가 부재하여도 기업과 국가 경제가 망가지는 일은 없다. 에스케이(SK) 최태원 회장이 감옥에 있었던 926일 동안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우리 경제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는 배척되어야 한다. 검찰의 신속한 기소 결정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