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성관계 도중 상대방 동의 없이 피임과 건강 목적의 보호장구를 제거하는 이른바 '스텔싱'에 강간죄가 적용됐다.

 

뉴질랜드 언론에 따르면 웰링턴 지방법원은 23일 40대 남자가 지난 2018년 한 여자와 합의에 따른 성관계 도중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콘돔을 뺀 사실을 알게 된 여성이 거부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관계를 계속한 것은 강간에 해당한다며 3년 9개월 징역형을 선고했다.

 

여자는 섹스산업 종사자, 남자는 동남아 국가에서 온 이주 노동자로 성관계는 매춘업소에 이루어졌다.

뉴질랜드에서 매춘은 합법으로 섹스산업 종사자와 고객은 법적으로 보호 장구를 사용하게 돼 있다.

스티븐 해럽 판사는 판결에서 피고인이 매춘업소를 찾았을 때 성관계 때 법적으로 반드시 콘돔을 착용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 알고 있었다며 그런데도 성관계 도중에 콘돔을 제거하고 여자의 거부 의사를 무시하고 행위를 계속한 것은 강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해럽 판사는 그런 행위가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정신적인 상처까지 준다며 강간을 당한 섹스산업 종사자도 다른 여성 피해자와 다를 게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웰링턴 지역 범죄수사대의 헤일리 라이언 형사는 이런 형태의 범죄로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것은 뉴질랜드에서 처음이라고 말했다.

 

빅토리아 대학 사만다 킨 박사는 성관계 도중 상대방 동의 없이 콘돔을 제거하는 행위에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은 성관계를 시작할 때 콘돔을 착용해 관계를 갖기로 한 합의가 콘돔을 제거했을 때는 달라진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관계 도중 콘돔을 제거하는 것은 상대방의 건강을 위협할 뿐 아니라 원하지 않는 임신 위험도 야기한다며 "스텔싱에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은 이런 행위의 심각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UAE 민간항공청 사고조사 보고서 발표

낙하산 펴지지 않은 이유는 밝혀지지 않아

 

   '두바이 제트맨' 뱅스 르페

 

영화 속 슈퍼히어로처럼 특수 제작한 장비(윙수트)를 착용하고 하늘을 누비던 프랑스 스턴트맨 뱅스 르페(36)는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트맨'으로 더 유명한 르페는 지난해 11월 두바이 사막에서 비행 훈련 중 추락해 숨졌다.

19일 미국 ABC방송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민간항공청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사고조사 보고서에서 르페가 비행 중 추락할 때 낙하산이 펼쳐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윙수트에는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비상용 낙하산이 내장돼 있는데, 르페가 낙하산을 펼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다만 UAE 민간항공청은 낙하산이 제대로 펴지지 않은 이유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윙수트 입고 A380과 비행하는 뱅스 르페 [빈스 레펫 소속사 'Jetman' 페이스북 갈무리]

르페가 착용한 헬멧에 촬영된 사고 당시 동영상을 보면, 르페는 240m 상공에서 중심을 잃고 빙그르르 돌며 제자리 비행(호버링)을 했다.

르페는 과거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적 있고,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도 호버링을 하게 되면 비행을 포기하고 낙하산을 펼치기로 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낙하산은 르페가 추락한 후에야 작동했다.

윙수트에 기계적 결함이 발생하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르페는 지난해 2월 미니 제트 엔진 4개를 단 카본소재 윙수트를 입고 고고도 비행에 최초로 성공한 인물이다.

이 윙수트를 입으면 최고 6천100m 상공까지 날아오를 수 있다. 최고 속도는 시속 400㎞에 달하며, 비행 가능 시간은 약 13분이다.

르페는 고층 건물이나 절벽 등에서 낙하산을 차고 활강하는 익스트림 스포츠 '베이스 점핑'으로도 유명했다.

그는 2014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828m)에서 뛰어내리기도 했다.

 

윈저성서 가족 참석 장례식…코로나19로 대중 행사 없이 조촐하게

랜드로버 영구차 등 직접 기획…윌리엄 · 해리 형제 화해 계기 되나

 

장례식에 홀로 앉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AP=연합뉴스]

 

필립공(에딘버러 공작)의 장례식에 홀로 앉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모습이 70여 년간 곁을 지키며 버팀목이 돼 준 부군 필립공이 세상을 떴음을 실감케했다.

필립공은 17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3시 런던 교외 윈저성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영면에 들었다.

100세 생일을 약 두 달 앞두고 지난 9일 별세한 필립공은 윈저성 내 성조지 예배당 지하의 왕실 묘지에 안치됐다.

여왕 부부는 코로나19를 피해 작년 초부터 윈저성에서 지내왔다.

거의 한 세기에 걸친 비범한 삶이 종지부를 찍은 데에 영국은 물론 영연방과 세계 곳곳에서 애도를 보냈다.

필립공 장례식 참석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로이터=연합뉴스]

성 조지 예배당에서 치러진 장례식에는 여왕과 자녀 등 직계 가족과 가까운 친척 30명만 참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규모가 대폭 축소되고 시신 참배를 포함해 사람이 많이 모일만한 행사도 일체 생략됐다,

대신 장례식은 TV와 라디오로 중계됐다.

 

장례식 시작에 맞춰 전국적으로 1분간의 묵념이 진행됐고 예포도 발사됐다.

장례식을 끝으로 공식 애도 기간은 종료된다.

필립공은 20여년 전부터 손수 꼼꼼하게 장례식 기획을 챙겨왔다. 운구에 쓰인 영구차로는 개조한 랜드로버가 사용됐다. 랜드로버 차량 개조는 2003년부터 16년간 진행됐으며 필립공이 도색까지 세세하게 관여했다.

찰스 왕세자 등 직계가족 9명이 8분간 영구차를 따라 걷고 여왕은 그 뒤에서 차량으로 이동했다. 운구 행렬은 보병부대와 해병대 등이 호위했다.

필립공 장례식 [로이터=연합뉴스]

장례식장에서는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지켰다. 그 때문에 여왕은 떨어져 혼자 앉아야 했다.

윈저 주임사제는 "필립공은 여왕을 향한 변함 없는 충성과 국가·영연방을 위한 봉사, 용기·강함·신앙으로 우리에게 영감을 줘왔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캔터베리 대주교도 기도하면서 필립공의 평생에 걸친 신앙과 충성심, 책임감과 지조, 용기와 지도력을 칭송했다.

필립공의 장례식에선 그의 군 복무 경력과 그리스·덴마크 왕자로서 혈통이 강조됐다.

관 위에는 개인 깃발과 해군 모자, 칼, 화환이 놓였는데 깃발엔 덴마크, 그리스, 에딘버러 그리고 자신의 성인 마운트배튼을 상징하는 그림이 들어간다.

떨어져 걷는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 [AFP=연합뉴스]

장례식에는 미국으로 떠난 해리 왕자도 1년여 만에 귀국해 참석했다. 임신 중인 부인 메건 마클 없이 혼자 돌아왔다. 마클은 TV로 장례식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왕실과의 결별 배경에 관해 폭탄 발언을 던진 해리 왕자와 형인 윌리엄 왕세손이 할아버지 장례식을 계기로 화해할지가 관심이다.

이들이 영구차 행렬에서 떨어져 걷는 것을 두고 비관적인 관측도 나왔지만, 장례식 후에는 윌리엄 부부와 해리 왕자가 함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평양 주재 영국 외교관 아내, 2년간의 거주경험 담아 책 출간

 

2년간의 북한 거주 경험을 담은 린지 밀러의 신간 [린지 밀러 트위터 캡처]

 

"폐쇄된 북한 사회에서 외국인으로서 지낸 일상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평양 주재 영국 외교관의 아내로 2017년부터 2년간 북한에 거주했던 린지 밀러는 경험을 담은 책 '북한, 어느 곳과도 같지 않은 곳' 출간을 앞두고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책에는 수필 16편과 밀러 씨가 북한에 머무르면서 찍은 평양의 길거리, 주민들의 모습, 풍경 등 사진 200여 장 등이 수록됐다.

밀러 씨는 "북한 정권이 외부에 보여주고 싶은 장면들이 아니라 실제로 제가 보고 느낀 북한이 책 안에 담겼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세계 어느 나라와도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곳"이라면서 "북한에 살면서 늘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도 그랬다"고 설명했다.

북한 여성들과 교류하면서 나눈 대화들도 소개했다.

그는 "놀라웠던 것은 북한 여성들이 남존여비 사상을 답답해했고 외부의 현대 여성을 동경하고 있었던 점"이라면서 "아이를 낳는 것보다 직업을 갖고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삶은) 부모님이 반대하실 것이라고도 했다"면서 "자녀 없이 직업을 갖고 결혼 생활을 하는 제 인생에 대해서도 흥미로워했다"고 전했다.

또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알고 지내던 북한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하며 저희에게 설명해달라고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뉴스를 보면 북한 정권의 핵과 미사일 개발 등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가 궁금해진다"면서 "국경이 닫혔다고 외부 사람들에게 북한 주민들이 잊혀졌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