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형사소송법 근거로 ‘헌법재판’에 딴지
정형식 재판관 “헌법재판이라는 점 감안”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내란죄 피의자들의 수사기관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것을 두고 윤 대통령 쪽이 형사소송법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자 헌법재판소가 “증거능력이 있다.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고 일축했다.

 

11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 대통령 7차 변론기일에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증거 채택 기준에 대해 피청구인의 입장 표명이 있었으므로 정형식 재판관이 이에 대해 간략하게 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은 “지난 준비기일에서 밝힌 바와 같이 헌재는 탄핵심판이 헌법재판이란 점 감안해, 형사소송법 전문법칙을 완화해서 적용한다. 이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라는 헌법재판소법 40조1항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재판관은 “이 조항은 현재까지 개정이 안 됐고 선례도 변함없이 유지됐다. 이런 선례 기준은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에도 2023헌나1 결정 행안부장관 이상민 탄핵, 2023헌나2 결정 검사 안동완 탄핵 사건에서 일관되게 적용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도 전문법칙을 완화 적용에 대해 이런 사정을 종합해 재판부의 평의를 거쳤음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헌재가 내란죄 핵심 가담자인 군 관계자들의 피의자 진술조서를 탄핵심판의 증거로 채택한 것에 반발했다. “형사소송에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라 할지라도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데, 헌재는 검찰 조사 당시 변호사가 참여했다는 이유로 증거로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피고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만’ 형사재판에서 검찰 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판례를 근거로 한 비판이다. 그러나 헌재가 탄핵심판에 적용되는 헌재법 조항을 근거로 ‘형사소송법을 완화해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윤 대통령 쪽 대리인단은 ‘헌법재판일수록 엄격하게 형사소송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후 몇번 더 재반박을 했지만 문 권한대행은 “평의에서 좀 더 논의해보겠다”고만 했다.

 

윤석열, 신문조서 증거 채택한 헌재에 딴지…“중구난방 조사”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출석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죄 피의자들의 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것을 두고 “실제 증언을 들은 것과 거리가 많이 벌어졌다”며 “그런 점을 잘 살펴달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오전 10시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7차 변론을 열었다. 이날 헌재는 증인신문 진행 전 증거 채택과 관련해 내란죄 피의자들의 신문 조서에 대한 증거 능력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정형식 재판관은 “지난 준비기일에서 밝힌 바와 같이 헌재는 탄핵심판이 헌법재판이란 점 감안해, 형사소송법 전문법칙을 완화해서 적용한다”며 “이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라는 헌법재판소법 40조1항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직접 손을 들고 발언권을 얻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군 검찰이면 군 검찰, 경찰이면 경찰 일관되게 한 기관이 조사한 게 아니고 여러 기관이 달려들어서 중구난방으로 조사하고 국회에서 한 청문기록까지 혼재돼있다”며 “홍장원이나 다른 관계자들을 우리가 여기 심판정에서 증인 신문해봤습니다만 그들의 조서에 기재된 내용과 실제 증언 들은 것이 너무 거리가 많이 벌어진 것을 많은 사람이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관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수사기관 조서와 심판정에서의 증언이 달라진 경우가 있는 만큼,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어 윤 대통령은 “증거능력 판단은 재판관이 하시더라도 증거로 채택해서 사실인정에 반영한다는 것은, 근본구조가 어느 기관이 체계적으로 수사했으면 모르겠는데 서로 (수사 구조 등이) 맞지 않고 하기 때문에 그런 점을 잘 살펴달라”고 주장했다.

 

앞서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헌재가 내란죄 핵심 가담자인 군 관계자들의 피의자 신문조서들을 탄핵심판의 증거로 채택한 것을 비판해왔다. 이날 증거 채택과 관련한 재판관의 발언 뒤 윤 대통령 쪽 대리인단이 이에 대해 반박하는 주장을 했지만, 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평의에서 좀 더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 한겨레  장현은 오연서  신민정 기자 >

이재명이 떠올린 ‘계엄 비하인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아침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동영상 갈무리
 

“있을 수 없는 우연이 수없이 겹쳐 기적이 벌어진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아침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비상계엄 선포된 지난해 12월3일의 급박했던 상황을 돌이키며 한 말이다. 당시 이 대표는 계엄군에 붙잡힐 것을 우려해 국회 숲속에 숨기도 했고, 자신이 체포될 경우를 대비해 ‘민주당 지휘 순서’를 정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당시 국회로 가면서 가장 먼저 ‘방송’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김어준씨가 “계엄 직후 제게 전화가 왔다. (이 대표가) 다급한 목소리로 ‘빨리 시민들에게 국회로 모이라는 방송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왜 방송을 (먼저) 생각했느냐”고 묻자, 이 대표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여러 장면 중 (여성 시민군의) 방송이 떠올랐다. 국민 외에 (계엄을) 막을 수 있는 힘은 없다, 국민이 국회를 에워싸야 한다(고 생각했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선무 방송을 (요청)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국회 도착 뒤 가장 우려한 것은 ‘계엄군에 의한 체포’였다. “(당대표실로) 가면 잡힐 테니까 국회에 있는 숲에 숨어있었다. 그 뒤 (의원회관에 있는) 한준호 민주당 의원실에 앉아 가지고 제가 잡힐 경우 다음 민주당 지휘자 순위를 정했다”고 했다. 자신의 체포를 대비해 민주당 내 최고위원, 원내대표, 지명직 당직자 등을 추려 ‘민주당 지휘 순번’을 적어 발표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본회의장에는 왜 늦게 들어갔느냐’는 질문에는 “잡히면 안 되니까. 당시 비서실장과 저, 한준호 의원 3명이 같이 있었는데, ‘148명이 모이면 들어가자’고 했다. (민주당 의원만으로 비상계엄 해제 의결 정족수인) 150명이 넘어야 하는데, (그때까지) 위험에 노출될 걸 최소화해야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151명이 넘어도 (해제안) 의결을 안 하기에, 잡힐 각오를 하고 ‘척후팀’과 ‘후방 경호팀’을 두고 총 3팀이 동시에 숲에서부터 (본회의장까지) 뛰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이 대표는 그날 비상계엄 선포 2시간반여 만에 해제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을 ‘기적’이라 표현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정말 오랜 시간 철저히 (계엄을) 준비했고 나름대로 계산도 다 했는데 모든 것이 어긋났다. 수없이 있을 수 없는 우연이 겹쳐 기적이 벌어진 것”이라며 수많은 ‘우연’을 나열했다. “그 시간이 아니고 딴 시간이었다면, 다른 날 했다면, 공개 발표 안 하고 미리 시행했다면, (주요 정치인) 집에 미리 (계엄군을) 배치해 잡았더라면, 군인들이 단 한명이라도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다면, 또는 우리 국민들이 조금 늦게 왔더라면…”  < 한겨레  김채운 기자 >

 

“피청구인 배려, 이번 주 신문으로 충분…신속 종결해야”

 
 
▲헌법재판소. ⓒ연합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이 진행되는 11일 국회 측 대리인단이 “피청구인에 대한 배려는 이번 주의 증인신문절차로 충분하다”며 신속한 변론 종결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인인 국회 측을 대리하는 이광범 변호사는 이날 변론에 들어가기 앞서 기자들에게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다. 부정 선거 음모론 등 허황된 말을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 하는지, 그것을 그대로 화면에 담아 전 국민에게 중계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신속한 변론 종결을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광범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보기에 답답할 정도로 피청구인에게 방어권 보장을 위한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피청구인은 방어권을 오용하고 남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윤 대통령 측이)내란 프레임을 짜서 자신에 대한 ‘탄핵 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음모론을 제기한다”고 했으며 “심판정 밖에서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법재판소를 해체하고, 헌법재판소를 깨부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했다. 

 

▲헌재에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 ⓒ연합
 

이 변호사는 “이 사건은 더 이상의 사실확정이 필요 없고, 피청구인의 행위는 직접적 헌법 위배이기 때문에 위배의 중대성조차 명백한 경우”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사실 확정부터 쟁점이었고 헌법과 법률 위배가 심리 대상이었던 것과 대조된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은, 특정인의 국정 개입을 허용하고 권한을 남용한 행위가 문제된 사안이었다. 대통령에 대한 형사소추가 금지된 행위가 대상이었고, 수사기관에 의한 직접 조사조차 있기 전이었다”고 했다.

 

헌법재판관을 지낸 국회측 김이수 변호사는 “(피청구인은) 자신의 정치력 부재를 극약처방으로 해결하려고 요건에도 전혀 맞지 않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많은 국민들이 영상매체로 지켜보는 중에,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무덤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며 “탄핵을 초래한 사람이 이제는 지푸라기도 잡는 식의 탄핵공작설까지 주장하고 있다. 참으로 한심하고 어이없는 행태”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여섯 번의 변론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와 포고령 발령의 위헌 위법성뿐만 아니라,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침탈 행위의 위헌 위법성 또한 충분히 드러났다고 보인다”며 “하루라도 빨리 내려지는 파면결정이 대한민국을 안정시키고, 정상화시키는 첩경”이라고 했다.

 

헌재는 지난해 12월27일부터 두 차례 변론준비기일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를 시작해 이번주 두 차례 변론을 마치면 여덟 차례의 예정된 변론기일을 끝낸다. 헌재가 추가 기일 지정을 하지 않으면 변론이 종결되는데, 종결 여부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윤 대통령 지지층 일각에서는 변론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헌재는 11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을 증인신문한다. 마지막 변론기일인 오는 13일엔 조태용 국정원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조지호 경찰청장, 조성현 수방사 1경비단장 신문이 진행된다. <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

 

“혐오 앞에서 무력해지지 말자” 끝까지 연대 다짐

"윤석열 반드시 파면, 동조자들 역시 처벌 피할 수 없을 것”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제10차 범시민대행진'이 8일 오후 광화문 일대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서울서부지법 난동사태 이후 극우 기독교 세력을 중심으로 폭력·위협 행위와 혐오 표현이 만연해진 가운데 대학생들이 이를 비판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대학생들은 “혐오 앞에서 무력해지지 말자”며 끝까지 연대할 것을 다짐했다.

윤석열퇴진 전국대학생 시국회의는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10차 시국대회를 열고 “극우는 똘똘 뭉쳐 폭력을 행사해서라도 윤석열 탄핵을 막으려 하지만, 윤석열은 반드시 파면될 것이고 동조자들 역시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외쳤다.

 

대학생들은 최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서부지법 난동사태를 선동한 혐의로 입건된 사실을 언급하며, 혐오로 얼룩진 극우 세력을 규탄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는) 당연한 결과로 만족할 수 없다”며 “윤석열의 그림자, 남아있는 ‘작은’ 윤석열까지 모두 몰아내기 전까지 결코 끝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8일 ‘윤석열퇴진 10차 대학생 시국대회’에 참여한 학생들이 현 시국에 대한 의견과 자신들이 바라는 세상에 대한 바람을 바닥에 분필로 적은 모습. 김가윤 기자

 

서울예대 시국선언 제안자인 대학생 김예담씨는 지난주 자신에게 삿대질하며 고함을 질렀던 한 극우 기독교 집회 참가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김씨는 “그분은 제가 좌파라서, 빨갱이라서, 종북이라서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고 굳게 믿고 계셨다. 극우 기독교 세력이 사람들을 선동하고, 집단 폭력을 사주하고 있다”며 “진심으로 신을 믿는다면, 사랑을 말하는 당신의 신 앞에 떳떳한 일을 하라”고 지적했다.

 

이화여대 학생 김서윤씨도 극우세력의 혐오 행태에 분노를 표했다. 김씨는 “한 달 전 처음으로 수요시위에 참여했는데 바로 옆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극우세력의 만행을 직접 목도했다”며 “더 화가 났던 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가 극우세력의 손을 들어주며 사실상 피해자들에 대한 혐오에 동조하는 행태를 보였던 것”이라고 분노했다.

 

특히 서부지법 사태와 같은 폭력 행위에 가담한 이들에 대한 비판이 목소리가 쏟아졌다. 가톨릭대 학생 유수영씨는 “법원을 박살 내고 판사를 위협하는 것이 법치주의인가? 행인들을 위협하는 게 자유민주주의인가?”라고 물으며 “이제 그만 무기를 내려놓고 대화의 장으로 들어오라”고 규탄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대학생 강혜령(24)씨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집권했을 때 (미국에서) 극우세력이 거리를 활개 치고 다녔던 ‘초기 증상’과 비슷하다”며 “(혐오와 폭력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기 전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학생 유지예씨는 “혐오 앞에서 무력해지지 않으며 추위를 견디고 봄을 맞이하자”며 무엇보다 서로 연대할 것을 강조했다.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제10차 범시민대행진'이 8일 오후 광화문 일대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이어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이날 10차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4번 출구 앞에서 범시민대행진을 열었다. 비상행동은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변론에서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탄핵 공작”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궤변”이라 지적하며 헌법재판소에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했다.   < 한겨레 김가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