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대선 전 트럼프에 큰 승리"대선 결과 대법원까지 갈 경우 영향 주목

공화 속도전식 인준 강행역대 5번째 여성 대법관·두 번째 젊은 대법관 탄생

 

미 상원에서 26일 인준안이 가결된 에이미 코니 배럿연방대법관 지명자

 

에이미 코니 배럿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인준안이 26일 상원을 통과했다.

대선을 불과 8일 앞둔 상황에서 대법관 인준이 의회에서 이뤄짐에 따라 막판 표심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미 상원은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 이날 본회의에서 찬성 52대 반대 48로 배럿 지명자의 인준안을 통과시켰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앞서 배럿 지명자의 인준안은 지난 22일 상원 법사위에서 민주당이 보이콧한 가운데 공화당 단독으로 처리된 바 있다.

이로써 '진보의 아이콘' ()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낙점한 배럿 지명자의 의회 인준 절차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희망대로 오는 113일 대선 전에 속전속결로 마무리됐다.

보수 성향인 배럿 대법관의 합류로 미국 연방대법관의 이념적 지형은 보수 6, 진보 3명으로, 확실한 보수 우위로 재편됐다.

이에 따라 낙태와 총기규제, 의료보험 등 주요 사안에서 보수적 성향의 판결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린 우편투표 대폭 증가 등으로 인해 선거 결과를 둘러싼 법정 공방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대법원이 대통령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배럿 대법관의 조기 인준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AFP통신 등은 이번 인준이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대한 승리를 안겨줬다고 보도했다.

앞서 긴즈버그 대법관이 지난달 18일 향년 87세로 별세한 뒤 후임 인선 문제가 대선 국면에서 판을 뒤흔들 대형 변수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대선 전 인준'을 목표로 속도전식 강행을 밀어붙이며 보수층 결집에 나섰으며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 민주당은 대선 후 당선자가 후임자를 지명해야 한다고 맞서왔다.

48세의 배럿 대법관 지명자는 고 안토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서기 출신으로, 모교인 노터데임대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역대 5번째 여성 대법관이자 199143세의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이래 두 번째로 젊은 대법관이 탄생하게 됐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남성 리더를 '머리', 여성 리더를 '시녀'로 칭하는 기독교 단체 '찬양하는 사람들'의 회원인 것으로 드러나 청문회 과정 등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트럼프, 백악관서 배럿 인준 축하 행사코로나19 확산 우려

바이든  "슈퍼 전파자 행사 계속 개최방역 지침 준수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신임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인준 축하 행사를 백악관에서 개최키로 했다.

여당인 공화당이 53석으로 과반인 상원은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배럿 대법관에 대한 인준안을 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오늘 오후 백악관에서 인준 축하 행사를 개최할 것"이라며 "대규모로 열지는 않겠지만, 멋진 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행사에서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이 취임 선서를 주관할 예정이라고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일인 113일 전까지 배럿 대법관 인준 절차를 마쳐달라고 요청했다.

미 상원, 배럿 대법관 인준 가결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하는 세 번째 대법관인 배럿 대법관이 취임하면서 전체 9명 가운데 과반인 6명이 보수 성향의 대법관으로 채워지게 됐다.

백악관에서 행사를 개최함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도 나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26일에도 배럿 연방법원 판사를 대법관 후보로 지명한 후 백악관에서 공화당 지도부가 참석하는 행사를 열었으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에 감염돼 3일간 병원에 입원했다.

당시 행사에 많은 인원이 참석했고, 상당수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적했다.

마크 메도우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배럿 대법관 인준 행사는 야외에서 개최할 것"이라며 "참석자 간에 최대한 거리를 두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펜실베이니아 유세에서 "축하 자체를 비난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슈퍼 전파자'를 양산하는 대규모 행사를 계속 개최하면서 방역 지침도 어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후보는 "백악관 행사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는 등 코로나19 예방책을 준수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물 분자 포착·얼음 존재 영구 음영지역 두 배 연구결과 나와

 

클라비우스 크레이터 [NASA, Moon Trek, USGS/LRO 제공]

 

달 표면에 지금까지 여겨지던 것보다 더 넓게 물이 존재해 더 쉽게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26일 나란히 나왔다.

하나는 햇빛이 드는 달 표면에서 물(HO) 분자 분광 신호가 분명하게 포착됐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물이 얼음 형태로 갇혀있을 수 있는 영구 음영(陰影) 지역이 기대했던 것보다 넓다는 것이다. 둘 다 달에서 물을 확보하는 것이 예상외로 쉬울 수 있다는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은 달 탐사 현장에서 식수로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소를 분리해 로켓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다.

두 연구 결과는 모두 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을 통해 발표됐다.

네이처에 따르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 우주비행센터 연구원 케이스 호니볼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보잉 747기를 개조해 운영하는 '성층권적외선천문대'(SOFIA)의 달 관측 자료를 분석해 분명한 물 분자 분광 신호를 포착했다.

달 표면, 특히 남극 주변에서는 수화(hydration·水和) 흔적이 포착돼 보고된 바 있지만 3(마이크로미터) 분광 신호여서 물 분자인지 수소 원자에 산소가 결합한 수산기(OH) 화합물인지 분간이 안 됐다.

하지만 SOFIA가 달 남반구의 '클라비우스 크레이터'에서 관측한 6분광신호는 물 분자가 햇빛을 받아 가열될 때 나오는 것으로 수산기 화합물과 공유하지 않는 물 분자만의 신호로 확인됐다.

달 클라비우스 크레이터서 물분자 분광신호를 포착한 SOFIA

연구팀은 남반구 고위도 지역에 물 분자가 100~412 ppm 정도로 존재하며, 달 표면에서 증발하지 않고 토양 알갱이 사이에 보관된 것으로 추정했다.

호니볼 박사는 이날 NASA가 논문 공개에 맞춰 마련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물의 양은 토양 1에 약 350정도"라면서 물 분자가 분산돼 있어 얼음이나 물 웅덩이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볼더 콜로라도대학 천체물리학 조교수 폴 헤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혜성이나 운석을 통해 전달된 물이 얼음 형태로 보존돼 있을 수 있는 영구 음영지역인 이른바 '콜드 트랩'(cold trap)이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존재하며, 이전에 추정되던 것의 두 배가 넘는 약 15천 제곱마일(4)에 걸쳐 남, 북극 주변에 형성돼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연구팀은 NASA 달정찰궤도선(LRO) 자료를 검토하고 수치모델을 활용해 이런 결과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콜드트랩이 작은 것은 지름이 1밖에 안 되는 것도 있으며, "우주비행사가 (얼음을 찾아 큰 충돌구의) 음영지역으로 깊이 들어갈 필요 없이 주변에서 1m짜리 음영을 찾아내 활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남극 주변에 있는 대형 충돌구인 '샤클턴 크레이터'는 약 20에 걸쳐 있고 깊이가 수 킬로미터에 달하며 기온은 영하 150도까지 내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 킬로미터에서 1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콜드트랩

연구팀은 달의 영구 음영지역이 실제 얼음을 가졌는지는 이번 연구에서 입증하지 못했으며,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주비행사나 로버가 직접 가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헤인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맞는다면 식수나 로켓 연료, NASA가 물을 요구하는 모든 것에 더 쉽게 접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칠레 산티아고 개헌 국민투표 현장 개헌” 78% 압도적 찬성

내년 4월 투표 제헌위원 선출, 2022년초 국민투표 새 헌법 승인

 

칠레 개헌 국민투표가 치러진 25일 수도 산티아고의 프로비덴시아에 위치한 레히나 파시스 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손소독을 하면서 투표 준비를 하고 있다. 산티아고/김순배 통신원

 

피노체트 독재를 무력이 아니라 종이와 펜으로 몰아냈다. 오늘 다시 종이와 펜으로 나라를 바꾸게 됐다.”

25일 칠레의 헌법을 새로 만들지 여부를 묻는 역사적 국민투표의 현장에서 만난 세실리아 시푸엔테스(75) 할머니의 말이다. 할머니는 198810월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대통령의 집권 연장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아니요를 선택했고, 이날은 새로운 헌법 제정에 찬성했다. 이날 국민투표에서 물은 다른 한가지 새 헌법을 쓰는 기구의 구성은 현 국회의원과 국민이 각각 50%씩 참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100% 국민투표로 새로 뽑는 구성을 선택했다. 할머니는 이 선택이 보다 공정한 칠레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시작이 되리라 믿고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가 넘어가면서, 세실리아 할머니가 투표한 수도 산티아고 프로비덴시아의 레히나 파시스 학교에는 200m 이상 긴 줄이 늘어섰다. 이날 투표율은 50.83%를 기록해, 최근 두번의 대선 투표보다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99.8% 개표 결과, 새 헌법 제정 찬성이 78.27%, 반대가 21.73%였다. 제헌기구 구성방식 역시 국회의원·국민대표 각각 50% 구성이 21.01%, 국민대표 100% 구성이 78.99%로 집계됐다. 두개의 국민투표 문항에 투표자의 80%에 가까운 절대다수가 할머니와 같은 선택을 한 것이다. 칠레 국민들은 이날 피노체트의 잔재였던 헌법을 4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기본권조차 돈이 결정피노체트의 망령 걷어낼 첫발

칠레인들은 세실리아 할머니처럼 국민 스스로 만든 변화에 희망을 걸었다. 투표장에서 만난 호세파 오크만(29)은 지난해 10월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으로 촉발된 뒤 대통령 퇴진과 새 헌법 제정을 요구하며 몇달째 이어졌던 시위의 현장에 나갔다. 호세파는 폭력시위를 벌였다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수백만명이 변화를 요구했고, 이제 국민의 힘으로 권력을 되찾고 변화를 시작하는 것이라며, “현 헌법에 가로막혀서 하지 못하던 법률 개정 등 나라의 근본적 변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기대를 걸었다. 투표장 안내를 하던 파올라 발렌수엘라(33)나라의 미래를 스스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라며 새로운 시대에 맞게 헌법을 바꾸도록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4살 아들을 데리고 투표장에 나온 로돌포 세풀베다(29)무능하고 비효율적인 의회와 정치권을 대신해 국민들이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실리아 할머니도 그동안 칠레가 살기 좋아졌지만 아직 모자란다폭력이 아니라 대화로 칠레를 바꿔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사적 국민투표에 대한 설렘과 긍지도 느껴졌다. 친구와 투표를 하러 나온 알바로 파라오(45)칠레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역사적인 순간이다.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라며 남녀가 동수로 제헌위원에 참여하는 등 새 헌법에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 어두운 역사를 뒤로하고 새로운 방식의 발전과 새로운 나라 건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계 존 콘트레사스(75) 할아버지도 기대를 걸었다. “오늘 칠레의 미래가 결정되고 그 결실을 맺을 것이라며 그동안 상처받았던 칠레가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나아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투표 독려 티브이 광고는 201033인의 광부 구출과 2016년 아메리카컵 축구대회 우승 등 최근 칠레에서 있었던 환호의 순간을 내보내며, 역사적 순간에 동참할 것을 독려했다. 구글 첫 화면은 이날 역사적 국민투표를 기념해, 칠레의 국기와 투표함 모양의 디자인을 선보였다.

칠레 개헌 국민투표가 치러진 25일 수도 산티아고의 프로비덴시아에 위치한 레히나 파시스 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손소독을 하면서 투표 준비를 하고 있다.

군부독재 잔재, 수십년간 지배지금까지는 시장의 헌법이었다

하지만 이날 모두가 새로운 헌법 제정에 찬성하지는 않았다. 마스크 밖으로 흰 수염이 길게 삐져나온 하이메 바르가라(72) 할아버지는 불필요한 일을 벌여서 원하지 않는데도 국민투표가 실시돼 투표하러 왔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이미 새 헌법을 쓰겠다던 대선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떨어졌고 혼란은 필요 없다피노체트 때 만든 헌법이 문제라는데, 헌법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젊은이들이 왜곡하고 거짓말을 한다고 비판했다.

할아버지도 1988년 국민투표에서 피노체트의 집권 연장에 반대했다. 할아버지는 당시는 피노체트가 15년이나 군사통치를 했으니, 민주주의 정부를 원했다헌법이 문제가 아니라 일을 해야 세금을 걷고 정부가 지원을 하지, 모든 걸 다 거저 주는 마법은 없다고 비판했다. 자신을 로베르토라고 밝힌 할아버지도 일부 정치세력이 무력으로 이런 상황까지 만들어서 필요 없는 일을 하고 있다며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고 돌아섰다. 이날 투표감독관으로 일하던 파블로 루이스(38)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헌법을 새로 제정할지를 결정하는 의미 있는 투표에서 선거관리 업무를 맡게 돼 뿌듯하다면서도 지난해 이어진 시위와 혼란, 폭력 등에 반대한다. 새로운 헌법도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새 헌법 제정에 반대했다.

의견은 갈렸지만, 모두 빠짐없이 마스크를 썼다. 칠레 영주권자인 나도 아침 920, 제일 좋은 한국산 마스크를 골라 쓰고 투표소로 걸었다. 코로나19 탓에 투표소를 늘려, 투표소가 바뀌었다. 선관위 직원이 입구에서 나눠준 알코올 젤을 손에 바르고 학교로 들어섰다. 투표장 번호는 195V. 앞사람이 바깥으로 나온 뒤 들어섰다. 큰 거실 크기의 투표장에서 유권자 명단 앞에 신분증을 놓자, “(), 파란색 볼펜을 갖고 왔어요?”라고 물었다. 펜을 통한 전염을 막기 위해, 각자가 펜을 가져오라고 해서 미리 사왔다. 2장의 투표용지를 손에 들었다. 흰색 용지는 헌법을 새로 제정할지 말지를, 베이지색 용지는 헌법 제정 기구의 구성방식을 물었다. 기표소는 천으로 닫히지 않고 트여 있었지만, 투표감독관들에게 보이지 않았다. 나도 칠레의 변화를 믿었다. ‘찬성칸과 국민대표 100% 구성 칸에 위에서 아래로 쭉 선을 그었다. 기표 뒤 투표용지를 접어 배부받은 스티커로 붙인 뒤, 2개의 투표함에 각각 넣은 뒤 신분증을 돌려받고 나왔다.

칠레 개헌 국민투표가 치러진 25일 수도 산티아고의 프로비덴시아에 위치한 레히나 파시스 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알코올 젤로 손소독을 하면서 들어가고 있다.

하루 종일 특별 생방송을 하던 텔레비전에서는 저녁 8시 투표 마감 뒤 곧바로 개표 중계가 시작됐다. 새 헌법 제정에 찬성이 나올 때마다 브라보가 터져나왔다. 반대표가 나올 때는 ~” 야유가 흘러나왔다. 1988년 국민투표에서 1997년까지 피노체트의 집권을 연장할지 물었을 때, 54.7%아니요’, 43.0%에 투표해 민주화의 길을 선택했다. 32년 뒤 오늘, 훨씬 더 많은 칠레 국민들이 민주화 이후 민주화를 향한 새 헌법 제정을 선택했다. 그것도 불신받은 국회의원들을 제외하고, 국민들의 손으로 뽑은 새로운 대표가 헌법 제정의 주체가 되도록 했다. 그 길에서, 시위 현장의 도 더 이상 서로를 적대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시위로 계엄령 선포 뒤 군바리라고 비난받던 군인들은 투표소 출입을 도왔다. 시위대를 무력진압한다고 짭새라고 욕먹던 경찰에게 대학생은 길을 물었고, 대학생은 군인의 안내대로 자전거를 세울 곳을 찾았다.

이날 새 헌법 제정에 찬성한 국민들이 원하는 미래는 확실하다. 모두 공정하고 기본권이 보장되는 칠레를 말했다. 친구와 같이 투표한 알렉시스 리소(47)지금까지는 시장의 헌법이었다. 국민이 의료와 교육 등 기본권에 돈을 내고 경제적 수준에 따라 차별을 받았지만, 이제는 달라야 한다돈이 지배하는 나라가 아니라, 좀 더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세실리아 할머니도 독재가 끝난 뒤 30년간 변화가 있었지만, 교육과 의료 등 더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더 나은 칠레를 기대했다.

한계 있지만 하나씩 정해나갈 것” ‘민주화 이후 민주화실현 갈림길

하지만, 새로운 헌법 제정에 찬성한 이들도 그 한계를 알고 있었다. 알렉시스는 새로운 헌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새 헌법의 내용을 놓고 갈등도 빚고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희망을 걸고 토론하면서 국민들이 하나씩 정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며칠 전, 교육의 자유와 권리를 놓고 벌어진 토론은 다가올 합의의 어려움을 잘 보여줬다. 부모가 자녀를 교육할 방식과 기관을 선택할 자유와 다양한 이념과 운영방식의 교육기관을 설립할 자유와 국가가 양질의 교육을 국민 모두에게 보장할 의무와 그 기본권을 보장받을 권리를 놓고 뜨거운 토론이 붙었다. “지금까지의 자유는 권리를 침해하는 자유였다는 비판이 눈길을 끌었지만, 앞으로 헌법에 담을 내용을 놓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질 것이다. 칠레는 1973년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시작된 신자유주의적 모델과 그에 기인한 불평등뿐만 아니라, 구리 수출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국가재정 악화, 페소화 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 상승 등 대외적 요인까지 겹쳐 삶이 더 고단해졌다. 칠레대 사회학과 에마누엘 바로세트 교수는 22일 세미나에서 국민들은 지금 당장 큰 변화를 원하지만 헌법을 바꾼다고 모든 사회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 탓에 정부의 재정여력은 더 열악해졌고, 불평등은 더 악화됐다.

이제 칠레는 내년 411일 투표에서 제헌위원 155명을 새로 선출한다. 9개월간 헌법을 새로 쓰고, 필요하면 3개월 더 연장된다. 이후 2개월 뒤인 2022년 상반기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이 다시 승인을 결정하게 된다. 202111월 대선과 맞물려, 내년 하반기 칠레는 더욱 뜨거운 논쟁이 달아오를 것이다. 칠레는 이날 1990년 민주화 이후에도 독재의 잔재로 남았던 헌법을 역사 속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제 토론은 그 낡은 헌법에 기초한 신자유주의 국가운영 모델을 어떻게 뜯어고치고, 지난 30년간 이루지 못한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를 어떻게 실현할 것이냐가 될 것이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은 이날 저녁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내다보자고 강조했다. 지난해 시위로 뜨거웠던 산티아고의 이탈리아 광장과 칠레 곳곳에서는 승리의 축포와 환호가 새벽까지 이어졌다. 산티아고/김순배 통신원(칠레센트랄대학교 비교한국학연구소장)


'징용문제 이유 한중일 정상회의 부정적 반응' 분석 이어져

성사 불투명한 북일 정상회담 강조주변국 외교 고립 회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26일 취임 후 첫 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거리두기'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이날 연설에서 한국에 관한 스가의 언급은 "한국은 매우 중요한 이웃 나라다. 건전한 일한 관계로 돌아가기 위해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토대를 두고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나가겠다"는 두 문장이 전부였다.

작년 10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는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다. 국제법에 토대를 두고 나라와 나라의 약속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스가 총리가 1년 전 아베보다 한국의 중요성을 더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양국 간 최대 현안이 된 일제 강점기 징용 문제에 관한 메시지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일본의 일관된 입장이라는 것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징용 문제가 모두 해결됐고 한국 대법원 판결은 국제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을 말한다.

결국 징용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니 한국이 해결책을 마련하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되풀이한 것이다.

연설의 성격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아베가 올해 1월 국회 시정방침 연설에서 한국에 대해 "원래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언급했던 것에 비하면 스가 총리가 이번에 내놓은 한국에 대한 설명은 상당히 간략해졌다.

대법원 판결에 근거해 압류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강제 매각되면 일본 내 반한 감정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한일 관계에 쏟을 에너지가 제한적이라는 메시지로도 풀이된다.

스가 총리의 소신표명 연설은 약 7천자 분량으로 작년 10월 아베의 연설보다 약 1200자 늘었지만, 한국에 관한 메시지의 양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한국과 달리 북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화 의사를 표명해 대비를 이뤘다.

스가 총리는 "납치 문제가 계속해서 정권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규정하고서 "나 자신이 조건을 붙이지 않고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마주할 결의"라고 말했다.

그는 2002년 북일 평양 선언을 거론하며 납치··미사일 등 여러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과거를 청산할 것이며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를 목표로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본의 거듭된 제의를 북한이 사실상 무시하고 있어 대화조차 원활하지 못한 상황인데 현안의 '포괄적 해결', '불행한 과거 청산', '국교 정상화'를 거론한 것은 그리 현실적이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스가 총리가 북일 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한 것은 납치 문제를 중시한 아베 정권 계승 방침 및 일본이 주변국 외교에서 고립되는 인상을 피하기 위한 전략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아베 정권 시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본 국빈방문을 추진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일본 강경파의 반발 속에 연기됐다.

최근에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를 둘러싼 중일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와의 영토 협상을 타결해 러일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아베의 구상도 결실을 보지 못했으며 한일 관계는 수교 후 최악의 상황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정부가 올해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일본 측에서는 징용 문제를 이유로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내달 초 예정된 한일의원연맹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대화의 물꼬가 트일지가 주목되는 정도다.

스가 정권은 한일 갈등 현안을 풀기 위해 지혜를 짜보자는 한국의 제의에 대해서는 '한국이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성사 여부가 극히 불투명한 북한과의 대화 의지만 부각한 셈이다.

 

스가 국회 외교·안보 연설 전문'은 앞에 은 뒤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26일 국회에서 처음으로 행한 소신표명 연설을 통해 남·북한 관련 외교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스가 총리는 마무리 말을 포함한 총 9개 영역의 전체 연설 내용 가운데 8번째로 배치한 외교·안보 분야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한국을 언급했다.

반면에 북한의 납치 문제는 외교·안보 영역의 앞부분에서 거론했다.

이는 한국과는 거리를 두면서 북한과는 적극적인 대화를 모색하는 외교를 전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스가 총리는 특히 취임 후에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로 회담한 사실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으로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스가 총리의 소신표명 연설 중 외교·안보 분야 전문.

- (나는) 총리 취임 이후 G7 (선진 7개국), 중국, 러시아 (정상) 등과 전화회담을 계속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과의 신뢰, 협력 관계를 한층 발전시켜 적극적인 외교를 펼쳐 나가겠다는 결의다.

-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는 여전히 정권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모든 납치 피해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귀국하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 나 자신도 (아베 신조 전 총리처럼) 조건을 붙이지 않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하겠다는 결의다. (2002) 일조(북일) 평양선언에 따라 납치··미사일 등의 제()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해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를 목표로 하겠다. 

- 엄중한 안보 환경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평화로운 생활을 지켜내는 것은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지상 배치형 탄도미사일 요격 체계인) 이지스 어쇼어 (배치 계획 중단에 따른) 대체안 (마련), 억지력 강화 (방안)에 대해선 지난달 발표된 (아베 전 총리의) 담화를 바탕으로 논의를 진행해 마땅한 방안을 정리해 나갈 생각이다.

- 우리나라 외교·안보의 기축인 미일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 및 국제사회의 평화, 번영, 자유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그 억지력을 유지하면서 오키나와의 기지 부담을 줄이는 노력을 하겠다. 후텐마(普天間) 비행장의 위험성을 하루라도 빨리 제거하기 위해 헤노코(邊野古)로 이전하는 공사를 착실히 추진해 나가겠다. (중략)

- 최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호주, 인도, 유럽 등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도 제휴하고 법치에 근거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실현을 목표로 삼겠다.

- 중국과의 안정적인 관계는 양국뿐만 아니라 지역 및 국제 사회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고위급 (회담) 기회를 활용해 주장해야 할 점은 확실히 주장하면서 공통의 제() 과제에 대해서는 협력해 나가겠다.

- 북방영토(쿠릴 4개 섬) 문제를 다음 세대로 미루지 않고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러시아와는 정상 간의 솔직한 의견 교환을 통해 평화조약 체결을 포함 일·러 관계 전반의 발전을 목표로 하겠다.

- 한국은 매우 중요한 이웃 나라다. 건전한 한일 관계로 돌아가기 위해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따라 (한국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해 나가겠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간의 안보가 위협받고 있어 국제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 보건 분야 등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동시에 다자주의를 추진하겠다. 안보리 개혁을 포함한 유엔 개혁, WHO (세계보건기구), WTO(세계무역기구) 개혁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이하 중략)

- 내년 여름에 인류가 바이러스를 이겨낸 증거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대회를 개최하겠다는 결의다. 안전하고 안심하는 대회를 실현하기 위해 앞으로도 전력으로 임하겠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