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자상 연상시키는 흑인 여성과 아이 그림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15일치 잡지 표지에 성모자상’(성모 마리아가 예수를 안고 있는 그림)을 연상시키는 흑인 여성과 아이 그림을 싣고 테두리는 인종 차별로 숨진 흑인 남녀 35명의 이름으로 꾸몄다.

<CNN> 방송 등은 4일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폭력적 진압으로 숨진 데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타임>이 표지에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비통한 표정으로 눈을 감은 흑인 여성의 그림을 실었다고 전했다. 아이의 모습은 흰 공백으로 처리됐다. 또 표지의 붉은 테두리에는 2014년 뉴욕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숨진 에릭 가너 등 흑인 35명의 이름이 돌아가며 빼곡히 채워졌다.

타임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잡지 1면 테두리를 사람 이름으로 장식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35명 가운데 많은 사람은 경찰에 의해 숨졌다. 이들의 죽음은 체계적인 인종 차별주의의 결과였고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운동을 촉발하는 데 일조했다고 타임은 설명했다.

표지 그림은 화가 타이터스 카파가 그렸다. 그는 2014년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백인 경찰관 대런 윌슨이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사건에 항의하는 퍼거슨 사태가 터졌을 때도 <타임>에 그림을 실었다고 <시엔엔>은 전했다.

타임지 최신호는 플로이드의 죽음을 둘러싼 시위와 미국의 분열상에 관한 특집 기사로 꾸며졌다.  < 신기섭 기자 >

 

 


서울 도심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평화행진 예정

케이팝국외팬들, 가수·국내 팬에 호소

 

미국 백인 경찰의 강압적 체포로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 세계로 번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번 주말 도심에서 평화행진이 열리는 등 연대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형성하고 있는 방탄소년단 등 케이팝(K-Pop) 스타들도 팬들의 요청에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며 연대에 합류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4일 공식 트위터 계정(@BTS_twt)에 글을 올려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폭력에 반대합니다. , 당신, 우리 모두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LivesMatter)’는 해시태그와 함께 영어로 번역한 글도 함께 올려 국외 팬들도 읽을 수 있게 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을 계기로 벌어지고 있는 흑인 인권운동에 동참해달라는 국외 팬들의 목소리에 화답한 것이다. 케이팝 스타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크고 작은 계기가 있을 때마다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국외 팬들의 요청이 있었다.

케이팝 가수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팬들의 커뮤니티에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미국 시위를 알리는 국외 팬들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가수들에게 ‘#BlackLivesMatter’ 해시태그를 공유하거나, 경찰의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에 참여할 것을 호소했다. 국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들 역시 이 목소리에 답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31(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경찰이 아이워치 댈러스(iWatch Dallas) 앱을 통해 불법시위 영상을 제보해달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자 케이팝 팬들이 케이팝 가수들의 사진·영상 등을 도배해 무력화한 일도 있다. 케이팝 팬인 한 트위터 이용자가 팬캠(팬이 직접 찍은 가수의 무대영상)으로 앱을 도배해 시위대를 지키자는 제안을 한 데 따른 것이다. 팬들에 화답해 현재까지 소녀시대 출신의 티파니 영, 박재범, 투애니원(2NE1) 출신의 씨엘, f(x)(에프엑스)의 엠버 등이 자신의 SNS에 시위를 지지하는 글을 올리거나 기부를 하는 등 연대에 나섰다.

추모와 연대의 물결은 국내 시민들에게도 번지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한국인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한 정보를 구할 수 있는 계정(@BlmKorean)을 만들어 각종 영문자료를 번역해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흑인 인권운동 단체들이 어떻게 시위 과정에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가를 보여주는 기사, 흑인 인권운동의 역사 등이 소개됐다.

오는 6일엔 서울 도심에서 인종차별을 규탄하고 미국 시위와 연대하는 평화 행진도 열린다. 시위를 제안한 심지훈씨는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인종을 떠나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 일을 결코 묵과할 수 없다폭력시위로 분노를 표출하자는 것이 아니다. ‘생활 속 거리두기수칙을 지키면서, 2미터 이상의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천천히 주한 미대사관 앞으로 행진하며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하고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며,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작은 움직임을 시작하자고 밝혔다. 시위는 6일 오후 4시 서울 명동 밀리오레 쇼핑몰 앞에서 시작되며 주최 쪽은 마스크손팻말을 준비해달라고 공지했다. 참가자들은 조지 플로이드를 기리기 위해 무릎을 꿇고 846초동안 바닥에 엎드리는 추모 퍼포먼스를 할 예정이다. < 박윤경 기자 >

4일 홍콩 입법회(국회) 의원들이 중국 국가모독금지법안(국가법)을 심의하고 있다. 이날 심의 도중 민주파 의원 2명이 본회의장에 오물을 뿌려 경찰과 소방관들이 출동했다. 의원들 자리에는 198964일 일어난 천안문 시위’ 31주년을 기념해 잊지 말자 6·4, 사람의 마음은 죽지 않는다는 글귀가 쓰인 팻말이 놓여 있다.

          

집회불허 속 1.5m 거리 두고 ‘64초 묵념홍콩서 타오른 천안문 촛불

무장경찰 3천명 도심서 삼엄한 경계 입 틀어 막는다고 힘·권위 안 생겨

       

1989년을 상징하는 4일 저녁 89분 홍콩섬 중심가 코즈웨이베이에 자리한 빅토리아공원이 침묵에 휩싸였다. <나우뉴스> 등 홍콩 매체가 전한 현장 화면을 보면, 모여든 인파는 64일을 상징하는 64초 동안 팔을 쭉 뻗어 손에 든 촛불을 들어올리고 고개를 숙였다. 198964일 천안문 민주화시위 유혈진압 31주년을 맞아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묵념이었다.

홍콩 경찰은 이날 1990년 이후 해마다 빅토리아공원에서 열리던 ‘6·4 촛불집회를 코로나19 방역을 명분으로 30년 만에 처음으로 금지했다. 진압장비로 무장한 경찰 3천여명이 도심 전역에 배치돼 하루 종일 삼엄한 경계에 나섰다. 주최 쪽인 애국민주운동 지지 홍콩시민연합회’(지련회)는 준법투쟁을 예고했다. 8명씩 1.5m 간격을 두고 공원에서 촛불을 들기로 했다.

<핑궈일보>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집회 예정 시간을 30여분 앞둔 이날 저녁 730분께부터 빅토리아공원 인근 지하철 코즈웨이베이역 부근이 인파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공원 앞 건널목에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이들이 지하철역 부근까지 길게 늘어섰다. 검은 옷을 입고, 촛불이나 종이 손팻말을 든 시민들은 신호등이 바뀔 때마다 물밀 듯 공원으로 들어섰다. 홍콩섬 사이잉푼과 카오룽반도 몽콕·툰먼·타이와이 등지에서도 인도를 빼곡히 메운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앞서 이날 오전 홍콩 입법회 본회의장에서도 민주파 의원들이 64초간 묵념을 했다. 일부 의원은 인민은 잊지 않는다고 적힌 검은 티셔츠를 입었다. 홍콩 입법회는 이날 중국 국가모독금지법안(국가법)을 최종 심의했다. 친중파 챈 킨 의원이 국가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시작하자, 묵념을 마친 민주파 의원들은 “6·4를 잊지 말자. 인민의 마음은 죽지 않는다는 구호를 외친 뒤 퇴장했다.

홍콩 입법회는 이날 오후 민주파 의원들의 불참 속에 국가법안 처리를 강행해, 친중파 의원 41명 전원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앞으로 홍콩에서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의 가사를 바꿔 부르거나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모독행위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만 홍콩달러(78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앞서 민주파 의원들은 국가법안 표결 강행처리를 막기 위해 본회의장에 오물을 뿌리며 저항하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 둘째)6·4 천안문 민주화시위 31주년을 앞두고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왕단(가운데) 등 시위 주역들을 면담한 사진을 3일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했다.

내년부터 촛불집회가 아예 열리지 못한다 해도 달라질 건 없다. 천안문 유혈진압이 발생했고, 무고한 사람이 총에 맞았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한둥팡 중국노동자통신’(CLB) 사무총장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1989년 천안문 민주화운동 당시 철도노동자였던 한 사무총장은 광장 점거 시위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중국 최초의 독립노조설립을 주도한 인물이다.

1993년 홍콩에서 중국노동자통신이란 단체를 설립해 중국 내 노동조합운동 지원을 이어온 한 사무총장은 보안법은 홍콩인들의 머리 위에 걸린 커다란 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제, 누구에게든 날아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그는 홍콩을 떠날 계획이 없다. 그는 사람들 입을 틀어막는다고 더 큰 힘과 권위가 생기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


 


4(현지) 케냐 나이로비에서 한 시민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벽화 앞에 앉아 있다.

                

부검 보고서 폐 손상 없는 무증상 감염사인은 목 짓눌림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플로이드의 유족이 공개한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검시관의 부검 보고서를 보면, 플로이드는 사망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부검 결과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나타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검시관은 플로이드가 무증상 감염자로 추정되며, 코로나19에서 회복한 뒤 바이러스가 몇 주 동안 몸 속에 남아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사망에는 영향을 끼치진 않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플로이드의 혈액에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성분이 검출됐다. 펜타닐을 투여할 경우 의식을 잃을 수 있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시관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플로이드는 무증상 감염자로서 폐 손상이 없었다사인은 목 짓눌림이라고 말했다. < 최현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