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첫 100일 '연착륙?', 남은 100일은 '지뢰밭'

● COREA 2021. 11. 27. 07:2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윤석열, 이번엔 탈원전 덮어놓고 비판하다 또 헛발질

월성1호기 계속운전 위해 쓴 비용 보전 계획에

윤 “결과적으로 경제성 인정한 꼴”  정부 비판

폐쇄 따른 수익손실 포함 안돼 ‘경제성’은 비약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을 비판하다 파리협정을 부정하는 듯한 주장을 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이번에는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비용과 수익, 경제성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은 듯한 발언을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윤 후보는 26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탈원전, 무지가 부른 재앙! 뒷감당은 국민이 해야 합니까?’라는 글에서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우에는,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조기폐쇄, 영구정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래놓고 그 손실에 대해서는 기금으로 보전을 해준다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결과적으로 경제성을 인정한 꼴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적었다. 윤 후보의 글은 정부가 전날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확정한 ‘에너지전환(원전 감축) 비용보전 이행계획’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비용보전 이행계획은 에너지전환(탈원전)을 위해 원전을 감축한 사업자가 적법·정당하게 지출한 비용을 보전해주기 위한 보전 대상, 기준, 절차 등을 담고 있다. 이행계획은 사업 추진 중 중단된 신규원전들에 대해서는 부지 매입비와 공사비 등을 보전 범위로 잡았다. 또 월성1호기에 대해서는 계속운전을 위한 설비투자 비용과 물품구매 비용 등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정부가 한수원에 이미 지출된 이런 비용을 보전해주는 것은 윤 후보가 주장하는 경제성과는 관련이 없다. 만약 윤 후보 주장대로 정부가 탈원전 비용보전 이행계획을 마련한 것이 월성1호기의 경제성을 인정한 꼴이 되려면, 월성1호기를 폐쇄하지 않고 계속 돌렸을 경우의 수익을 인정해 보전해주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고, ‘비용 보전’의 취지에 따라 애초 포함될 수가 없었다.

 

내년말까지 탈원전을 완료할 예정인 독일에서는 원전을 조기 폐쇄하는 사업자들에게 원전을 폐쇄하지 않고 계속 돌릴 경우 기대되는 수익까지 보전해주지만, 한국 상황과는 다르다. 지난 3월 독일 정부는 4개 원전 운영업체들과 오랜 법정 다툼 끝에 탈원전 정책에 따른 손실 보상금으로 약 24억유로(약 3조3000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 손실 보상금은 원전의 조기 폐쇄로 생산하지 못하게 된 잔여 전력량에 대한 손실 보상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월성1호기를 포함해 7개 원전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이번 이행계획에 이런 손실 보상은 들어 있지 않다. 또한 2023년 고리2호기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폐쇄되는 나머지 가동 원전들도 수명 연장을 위한 설비 투자 없이 설계수명 만료로 정지되는 것이어서 독일과 같은 형태의 보상은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보전해주기로 한 것이 지출된 ‘비용’에 한정된다는 사실은 ‘에너지전환 비용보전 이행계획’이라는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부가 월성1호기 비용 보전을 결정한 것이 월성1호기의 경제성을 인정한 꼴이라는 윤 후보의 주장이 비용과 수익을 구분하지 않은 실수일 수도 있지만 반 문재인 결집을 위한 의도적 왜곡일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이유다. 김정수 기자

  

민주당이 ‘윤석열 무지’ 자꾸 꺼내는 까닭은?

 

이달 초 이미지 조사 바탕 상대 공격 전략

이 후보 ‘추진력’ 강점 ‘대장동’ 약점…윤 후보 ‘강직함’ 강점 ‘무지함’ 약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윤석열 대선 후보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 이 후보의 ‘추진력’, 윤 후보의 ‘강직함’이 긍정적인 특징으로 꼽혔다. 부정어로는 이 후보의 경우 ‘대장동’, 윤 후보는 ‘무지’로 조사됐다. 민주당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후보의 강점을 부각하고 윤 후보의 약점을 공략하는 메시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이달 초 인터넷 설문 방식으로 이재명·윤석열 후보 이미지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자는 3000여명이었고 두 후보를 제시했을 때 각각 어떤 낱말이 떠오르는지를 물었다. 두 후보 모두 긍정보다는 부정적 낱말을 떠올리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한다.

 

이 후보에 대한 긍정 이미지는 ‘추진력’, ‘개혁’, ‘사이다’, ‘혁신’, ‘한다면 한다’ 등이었다. 반면 이 후보를 따라다니는 부정적 단어는 ‘화천대유’, ‘대장동’이었다. ‘조폭’, ‘형수 욕설’, ‘거짓말쟁이’, ‘포퓰리즘’ 등도 그 뒤를 이었다. 행정가로서의 추진력을 높이 산 반면, 대장동 개발 의혹과 각종 추문이 이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런 문제들은 일부 언론의 허위과장 보도 등에 기인한 사실과 전혀 다른 부분이 대부분이라고 보고 앞으로 국민들이 진상을 알게되면 거의 해소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윤 후보의 긍정적인 이미지로는 ‘정의’, ‘강직함’, ‘검찰총장’, ‘공정’ 등이 꼽혔다. 부정적 낱말로는 ‘무지’, ‘개 사과’, ‘도리도리’ 등이 꼽혔다. 검찰총장 시절 반정부적 선택적인 검찰권행사로  문재인 정부와 맞서는 모양새를 보이며 긍정적 이미지가 형성됐지만, 대선 출마 뒤 쏟아낸 각종 설화가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윤 후보의 부정적 이미지를 파고들고 있다. 윤 후보가 지난 22일 ‘대선후보 국가정책발표회’ 연단에 올라 80초간 침묵하는 장면이 생방송된 뒤 그의 무능함을 강조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박찬대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윤 후보는 프롬프터가 오작동하자 2분 가까이 ‘얼음’이 된 적이 있다”며 “매 순간 드러나는 윤석열 후보의 준비 부족, 자질 부족에 국민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도 지난 17일 ‘9·19 군사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는 윤 후보의 발언에 “개인의 무지는 개인 문제로 그치지만 정치인의 국정 무지는 국가적 재앙의 근원”이라고 했고 이날도 탄소감축 목표 하향을 주장하는 윤 후보를 향해 “지구환경과 인류의 미래문제 이전에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나라 경제를 망치는 무지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 후보는 정기국회에서 ‘이재명표 법안’ 처리를 당부하는 등 본인의 추진력을 강조하고 있다. 또 전 국민 재난지원금 계획을 철회하면서 ‘포퓰리스트’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희석될 거라는 기대도 있다. 서영지 기자

 

윤석열의 첫 100일 '연착륙?', 남은 100일은 '지뢰밭'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5일 서울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캠퍼스 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게 지난 3월4일이다. 그로부터 100여일 뒤, 그는 잠행을 깨고 정치 행보에 돌입해, 6월 말 정치 참여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기존 정치에 대한 혐오, 새 정치에 대한 갈망이 ‘윤석열 바람’을 일으켜 그를 윤봉길의사기념관 단상 위에 세웠다. 첫 일성은 공정과 법치 회복이었다. 그는 선언문의 많은 부분에서 정부가 “국민을 약탈하고 있다”고 규정하며 ‘반문(재인)’ 색채를 강화했고, 강경 보수 지지층은 “정권이 그의 출마를 비난하지만 사실은 등을 떠민 것”이라며 그를 다독이기 시작했다. 보수 진영에선 3개월에 걸친 잠행 기간에 그가 보수 지지층 입맛에 맞는 언어를 습득했고, 공감할 만한 화두를 던졌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정치 참여 선언 뒤 정치인 윤석열을 향한 기대감은 폭발적이었다. 보수 지지층을 사로잡았다는 점에서 정치인으로서의 첫 100일은 절반의 성공쯤으로 인정할 법하다.

 

신입당원으로서의 100일은 좀 더 박한 평가가 나왔다. 윤 후보는 지난 7월30일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기습 입당했고, 100일 만에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됐다. 결과적으론 목표를 달성한 성공적인 100일이었지만, 경선 과정 내내 그의 행동과 발언은 논란을 키웠다.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맘껏 쉴 수 있어야 한다”, “부정식품이라는 것은 없는 사람은 그 아래도 선택할 수 있게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으로 입길에 올랐다. 손바닥에 한자로 ‘왕’(王)자를 쓰거나, 무속 논란에 휩싸이며 경선 과정 내내 잠잠할 날이 없었지만, 정점은 ‘전두환 옹호 발언’이었다.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이 많다”는 주장에 이어, 반려견 에스엔에스(SNS)에 ‘개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까지 올라오자 당내에서조차 “상식을 초월한다”는 날이 선 반응이 나왔다. 신입당원 윤석열의 모습은 상식을 지닌 일반 유권자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정치인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자질이 있는지 의심하도록 만들었다. 수많은 설화 속에서도 결국 최종 후보로 선택됐으나 이 기간 드러낸 약점은 남은 대선 과정에서도 뼈아프게 따라다닐 듯하다.

 

오는 29일은 20대 대통령 선거일 딱 100일 전이다. 윤 후보에게도 100일이 남아 있다. 이번 100일이 지나면 윤 후보는 생애 첫 선거 결과를 받아들게 된다. 각 당 주자 선거대책위원회는 남은 3개월간 승부수를 띄우겠다고 벼르며 고삐를 죄는 모양새다. 그러나 지난 5일 경선을 통과한 윤 후보가 이날까지 내놓은 장면은 사실상 ‘밥그릇 싸움’과 다름없었다. 뉴스에는 연일 선대위 구성안을 놓고 자리싸움, 주도권 쟁탈전 등 볼썽사나운 모습만 비쳤다.

 

아쉬운 것은 윤 후보가 경선 통과 뒤 20여일간 단 한차례도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국가를 대하는 비전이나 철학을 놓고 벌이는 논의는 자취를 감췄고, 정책 방향도 모호하다. 중도·무당층을 아우를 새 얼굴, 엠제트(MZ) 세대의 목소리를 전달해줄 젊은 인재 또한 보이지 않는다. 민심의 향방은 안갯속이다. 앞서 나가던 윤 후보 지지율은 후보 결정 뒤 컨벤션 효과를 이어가지 못하고 다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맞붙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00일 뒤 윤 후보는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까. 김미나 기자

공직선거법 위반 박형준 부산시장 공판 시작

● COREA 2021. 11. 27. 07:17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국정원 사찰 관여 혐의 …“성심성의껏 임할 것”

 

박형준 부산시장이 26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첫번째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지난 4월7일 재·보궐선거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허위사실공표)로 재판에 넘겨진 박형준 부산시장의 첫번째 재판이 26일 부산지법에서 열렸다.

 

부산지법 형사6부(재판장 류승우)는 이날 354호 법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박 시장의 첫번째 재판을 시작했다. 박 시장은 취재진에게 “재판이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임하겠다”고 말한 뒤 법정으로 들어갔다.

 

이날 재판에서 법원은 피의자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진행했다. 이어 검찰이 박 시장의 기소 내용을 설명했고, 박 시장의 변호인 쪽은 이에 반박 논리를 펼치는 등 날 선 공방을 벌였다.

 

2009년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홍보기획관이었던 박 시장은 4월 재·보궐선거 때 국가정보원의 4대강 사찰 문건에 관여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자 박 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관여한 바도 없고 지시한 사실도 없다”고 부인했다.

 

7월 김경협 국회 정보위원장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제출받아 열람한 ‘4대강 사찰 감찰 결과 보고서’에는 박 시장의 적극적인 개입 정황이 나왔다. 박 시장이 2009년 6월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4대강 반대 인사 관리방안 보고서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내면서 “차관회의에서 국정원이 제시한 대책을 적극 반영하도록 조처할 계획”이라고 보고했고, 이 대통령은 후속 대책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부산시민단체들과 민주당은 각각 3·7월 “4대강 불법사찰 보고서를 만들고 실행하는 것에 직접 관여했는데도 거짓말을 했다”며 박 시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고발 내용을 검토한 뒤 지난달 5일 박 시장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 시장은 기소된 직후 입장문을 내어 “검찰 기소 내용에는 오로지 국가정보원의 4대강 정보보고 문건 생성과정에서 제가 알았을 것이라는 추정이 있을 뿐이다. 억지 기소를 보고 두려움보다는 용기가 더 솟는다. 부산의 미래만 바라보고 당당하게 가겠다”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거짓말하는 얼굴은 이 근육을 실룩거린다

● 경제 & 과학 2021. 11. 27. 07:1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눈썹 사이 주름근과 뺨의 큰광대근

사람 의지와 상관없이 미세한 변화

인공지능 훈련으로 73% 감지 성공

 

    거짓말을 하면 어떤 식으로든 얼굴에 표가 난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됐다.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보고 거짓말인지 아닌지 가려내는 새로운 형태의 안면 인식 기술이 선을 보였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진은 기계학습을 통해 훈련한 인공지능으로 안면 근육의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거짓말 탐지 성공률이 73%를 기록했다고 국제학술지 ‘뇌와 행동’(Brain and Behavior)에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거짓말탐지기는 심장박동이나 혈압, 호흡 같은 생리적 활동의 변화를 통해 거짓말 여부를 판단한다. 그러나 이런 생리 활동은 의식적으로 연습을 하면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범죄수사에서 사용하는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직접적인 증거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미국심리학회는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은 거짓말 탐지기 검사가 거짓말을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다는 증거가 거의 없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이런 약점을 보완해 사람의 의지와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측정, 판별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거짓말을 하면 어떤 식으로든 얼굴에 표출이 된다는 생각은 진화론을 개척한 찰스 다윈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됐다. 다윈은 1872년 출간한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서 “얼굴 근육은 심장과 마찬가지로 의지로 잘 조절되지 않으며, 약간의 자극에도 무의식적으로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그러나 얼굴 근육의 변화를 측정하고 수집하는 것, 인식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이 비자발적이면서 제어 불가능한 미세한 변화는 눈깜짝할 사이, 즉 불과 40~60밀리초 후에 사라지고 만다.

 

연구진은 기존의 안면근전도(sEMG) 기술보다 감지력이 더 좋은 새로운 웨어러블 전극을 개발해 이번 실험에 사용했다. 이 기술은 이미 수면 모니터링 기기로 상품화돼 사용중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40명의 실험참가자들에게 안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는 전극을 부착했다. 전극을 붙인 곳은 찡그릴 때 쓰이는 눈썹 사이 근육, 이른바 눈썹주름근과 미소 지을 때 쓰이는 큰광대근이라는 이름의 뺨근육 두 곳이다.

 

연구진은 실험참가자 가운데 두 사람씩 짝을 지워 서로 마주앉게 한 뒤, 한 사람에게 헤드폰을 끼고 자신이 들은 단어(진실)를 다시 말하거나 다른 단어(거짓)를 말하도록 했다. 실험에 사용한 말은 ‘선’, ‘나무’ 같은 간단한 단어였다.

 

상대방은 이 사람의 말을 듣고 거짓말인지 아닌지 판별하도록 했다. 이런 방식으로 역할을 바꿔 또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의 예상대로 사람들은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는지 여부를 제대로 판별하지 못했다. 사람에 따라 22~73%의 큰 편차를 보여 유의미한 결과로 인정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얼굴 근육 움직임 패턴을 학습한 거짓말 탐지 알고리즘은 거짓말을 73% 잡아냈다.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해 거짓말 여부를 검사하는 모습.

 

전극 없이 카메라만으로도 가려낼까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수확은 거짓말할 때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움직이는 얼굴 부위를 확인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거짓말할 때 움직이는 근육이 똑같지는 않았다. 어떤 이는 뺨 근육을, 또 어떤 이는 눈썹 사이 근육을 실룩거렸다. 물론 거짓말할 때 움직이는 근육이 두 부위만은 아니다. 연구진은 “가능한 여러 후보 영역 중에서 단지 이번 실험에서는 두 가지만을 찾아낸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디노 레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거짓말 그 자체는 매우 단순했다”고 말했다. 실제 생활에서 거짓말할 때는 거짓과 진실을 섞어가며 장황하게 말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가려내기가 훨씬 더 어렵다.

 

레비 교수는 “앞으로는 전극 없이 카메라만으로 안면 근육의 움직임을 식별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앞으로 은행, 경찰이나 공항 출입, 취업 면접 등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거짓말 탐지에 사용하는 것에는 비판도 있다. 더비대 레이 불 교수(빔죄수사학)는 “사람들의 얼굴에 있는 미세한 표정 변화를 통해 거짓말을 가려내는 것이 정확한 방법이라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는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거짓말 탐지 알고리즘이 한 명의 거짓말쟁이를 잡아낼 때 무고한 10사람을 지목한다면 이득보다 폐해가 훨씬 클 것이란 지적이다. 곽노필 기자

풀소비 감소로 쌓인 마른 풀이 땔감돼 ‘초원 대화재’

탄소 방출, 포식자 멸종 연쇄 효과 등 지구생태계 바꿔

 

플라이스토세 말 멸종사태로 많은 털매머드 등 대형 초식동물이 사라졌다. 그 직접적 결과로 대규모 화재가 잦아졌다. 마우리시오 안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기후변화로 세계가 대규모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플라이스토세 후기 대멸종 사태 이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대형 초식동물이 잇따라 사라지자 대륙에 걸쳐 들불이 급증한 것으로 밝혀졌다.

 

5만년부터 6000년 전 사이 털매머드를 비롯해 코끼리 크기의 땅늘보, 거대한 들소, 원시 말 등 초원을 지배하던 거대한 동물들이 대거 멸종했다. 앨리슨 카프 미국 예일대 박사후연구원 등은 26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대형 초식동물의 멸종사태가 지구 차원의 화재 증가를 낳았다”고 밝혔다.

 

초원에서 풀, 덤불, 관목 등을 다량 섭취하던 대형 초식동물이 사라지자 초원에 마른 풀이 쌓이고 나무가 들어섰고 여기에 큰불이 자주 일어났다. 화재는 호수 바닥 퇴적층에 검은 재를 남겼다. 퇴적층의 재 함량을 비교하면 수백∼수천 년 단위로 화재가 얼마나 자주 어떤 규모로 났는지 알 수 있다.

 

연구자들은 전 세계 410곳의 호수 퇴적층에서 활성탄(숯) 기록과 대형 초식동물의 멸종실태를 비교해 멸종이 초원에 대형 화재를 불렀다는 결론을 얻었다. 화재로 막대한 면적의 초원이 불탔고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거의 화재가 지구기후에 끼치는 영향은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고 논문은 밝혔다.

 

남미의 멸종한 고대 아르마딜로 도에디쿠루스. 갑옷으로 무장한 거대 초식동물로 무게는 1400㎏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 기간 동안 초원에서 풀을 뜯던 대형 초식동물이 가장 많이 멸종한 곳은 남미로 83%에 이르렀고 이어 북미가 68%로 많았다. 오스트레일리아(44%)와 아프리카(22%)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연구자들은 “대륙마다 멸종 양상이 달랐기 때문에 멸종사태가 화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지구 차원의 실험을 한 셈”이라고 논문에 적었다.

 

비교 결과 대형 초식동물이 가장 많이 멸종한 남미에서 화재가 가장 크게 늘었고 이어 북미가 뒤따랐다. 호주와 아프리카에서는 초원 화재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대형 초식동물이 사라지면서 초원에 마른 풀과 덤불, 키 작은 나무 등이 들어차 화재에 땔감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마스토돈이나 자이언트땅늘보처럼 숲에서 나뭇잎을 뜯어먹던 대형 초식동물도 멸종했지만 그곳의 산불 증가는 미미했다고 밝혔다. 초원의 화재는 땔감이 좌우하지만 산불은 수분이 좌우하기 때문이다.

 

남미의 멸종한 거대 초식동물 자이언트땅늘보의 상상도. 길이 6m 무게 4t의 코끼리 크기였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대형 초식동물은 생태계 엔지니어로 불린다. 이들의 멸종은 당장 포식자의 몰락을 초래하고 초식동물이 배설물을 통해 씨앗을 퍼뜨리던 식물을 곤란에 빠뜨린다.

 

카프 박사는 “대형 초식동물의 멸종은 산불을 포함한 연쇄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를 통해 초식동물이 오늘날 지구 생태계 모습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과거 멸종한 대형 초식동물 자리는 대부분 가축이 차지했다. 연구자들은 “가축과 풀을 뜯는 야생동물이 화재 억제와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앞으로 연구할 과제”라고 밝혔다. 조홍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