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통일평화연대, 내란범 윤석열 파면 촉구

 

무인기 침투, 오물풍선 원점 타격 등 전쟁유도
"헌법 수호 의지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정치적 이익 위해 국민의 안전 위험 빠트려"

 

자주통일평화연대는 21일 오전 10시 서울시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전쟁 유도 내란 범죄자 윤석열 파면 촉구 자주통일평화연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5.02.21. 자주통일평화연대
 

자주통일평화연대는 21일 오전 10시 서울시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전쟁 유도 내란 범죄자 윤석열 파면 촉구 자주통일평화연대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의 빠른 파면을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이 국민과 국회의 신속한 조치 속에서 해제되고 내란 주범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되어 그 심판 절차가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고 있다.

 

오는 25일은 윤석열 탄핵 심판 변론이 종결될 예정이지만, 윤 대통령은 변론 기간 내내 '비상계엄은 통치행위' '경고성 계엄'이라는 궤변을 일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반국가 세력 척결'을 운운하며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있는 국민의 힘을 비롯한 내란동조세력들은 헌재와 사법부를 공격하는 데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온 국민이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과 내란 과정을 실시간으로 목격했고 윤 대통령의 범죄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더구나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주동자들이 비상계엄의 명분을 위해 평양에 무인기 침투, 오물 풍선 원점 타격 시도, 특전사를 동원한 오물 풍선 대응 훈련 등도 이어갔다는 점도 폭로됐다. 노상원 전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는 500여 명에 대한 수거 계획, 북한 공격 유도 메모 등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자주통일평화연대는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전쟁 조장 정책을 비판하며 중단을 촉구해 오면서, '전쟁 유도 내란 범죄자 윤석열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의견서를 발표했다.

 

'전쟁 유도 내란 주범 윤석열의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자주통일평화연대 의견서'는 8인의 헌법재판관에게 윤석열의 파면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의견서에는 ▲12·3 비상계엄은 요건도 절차도 갖추지 못한 위헌이며 ▲내란 주범 윤석열은 비상계엄의 명분을 위해 전쟁까지 유도했고 ▲윤석열과 공범들의 전쟁 유도 범죄는 죄질이 더욱 엄중하며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전쟁을 유도한 중대범죄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전쟁 유도 내란 주범 윤석열을 신속 파면해야 된다고 기재했다.

 

이홍정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은 의견서 발표 후 기자회견문을 통해 "윤석열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법적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끝내 헌법 수호 의지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급기야 비상계엄 선포가 정당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을 비판하는 민주시민들을 반국가 세력으로 정죄했다"고 비판했다.

 

자주통일평화연대는 21일 오전 10시 서울시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전쟁 유도 내란 범죄자 윤석열 파면 촉구 자주통일평화연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5.02.21. 자주통일평화연대

 

그러면서 "탄핵 심판은 헌법과 법률 위반을 판단함과 동시에 파면의 필요성을 판단하고, 파면의 필요성은 윤석열이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는지 고려한다"며 "윤석열이 주권자들의 신임을 어떻게 배반했는지 지금도 몸소 경험하고 있는 우리는 피청구인의 파면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는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정신은 헌법의 진정한 주인이 민주공화국의 주권자 시민임을 천명하고 있다"며 "우리는 민주공화국의 헌법 수호자로서 윤석열의 파면만이 우리 민주공화국을 새롭게 하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한충목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는 "윤석열이 전쟁 유도를 하려 했던 것은 계엄을 합법화하려고 했던 저의가 담겨있는 것"이라며 "국지전이 일어났다면 한반도에 사는 수백만이 희생됐을 것이다. 야당이 대통령을 반대한다고 해서 왕이 군대를 동원하듯 진압하려 했다면 과연 이것이 민주공화국에서 가능한 일인가"라고 질타했다.

 

함재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통일위원장은 "한반도의 현재 지형은 우발적 군사 충돌 단 한 번만으로도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 있다"며 "이것은 내란 세력들이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전쟁을 조장한 윤석열과 내란 세력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외환죄 처벌은 반드시 필수"라고 말했다.

 

이진호 평화통일시민행동 대표는 "최근 전쟁 유도 범죄의 증거까지 인멸하려는 시도들이 밝혀지고 있다"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한 이 윤석열이란 자를 하루라도 빨리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하루라도 빨리 이 전쟁 세력들을 척결하기 위해 엄정한 수사와 심판이 필요하다. 윤석열의 탄핵을 하루라도 빨리 해야 할 이유"이라고 말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 지난해 3월 인지”

“‘명태균 녹취록’ 검찰 제출 시기는 작년 4월”
검찰, 언론 첫 보도 9월 훨씬 이전부터 알아

‘윤석열 오른팔’ 김성훈, 창원지검장에 투입
‘명태균-김건희 게이트’ 덮으려는 수순이었나
김성훈 후임 지검장 정유미도 ‘윤석열바라기’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9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11.9. 연합
 

‘명태균-김건희 게이트’ 사건을 전담수사 해온 창원지검의 수사 결과를 두고 부실수사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검찰이 김건희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최초 인지한 시점이 언론에서 관련 의혹을 첫 보도한 지난해 9월이 아닌 지난해 3월이었고, 검찰의 명태균 녹취록 확보 시점도 지난해 4월이라는 증언이 사건 중요 관계자 등으로부터 나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3월 말~4월 초순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김용현 국방부장관 등에게 ‘시국 상황이 걱정된다.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나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등의 발언으로 계엄을 구상했던 흔적이 공소장에서 밝혀진 바 있다.

 

윤 대통령이 2024년 4월 전후로 검찰 등으로부터  ‘명태균 김건희 관련 사건’ 등을 보고받고 계엄을 구상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새로 제기된다. 또 검찰은 첫 언론보도 6개월 전부터 명태균 김건희 게이트의 중요단서를 확보하고도 수사를 뭉개왔던 셈이어서, ‘명태균·내란 특검’ 여론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 범정, 지난해 3월 ‘명태균 게이트’ 인지

‘명태균 녹취록’ 검찰 제출 시기는 작년 4월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이 ‘명태균-김건희 게이트’ 사건 관계자와 검찰 등 상대로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명태균 게이트 공익제보자 강혜경 씨는 지난해 3월 창원지검에서 첫 조사를 받았고, 지난해 4월 휴대폰을 임의제출 했다. 이 휴대폰에는 현재 언론에 공개된 ‘명태균과 김건희 공천 개입 및 국정농단 의혹’ 등과 관련한 녹취록 등이 모두 담겨 있었고 강 씨는 검찰에 자세한 설명과 함께 “모든 의혹을 제대로 수사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강 씨가 지난해 3월 창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은 2023년 12월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조사해 검찰에 넘긴 데 따른 것이었다. 애초 강 씨는 2023년 5월쯤 받은 선관위 조사 때부터 “김영선 의원이 국회의원 세비를 명태균 쪽에 절반 보낸 것은 명씨가 공천을 위해 애써준 대가이고, 김건희 등과도 관련돼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다만 선관위는 2023년 12월 김영선 의원 등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만 검찰에 수사의뢰 했다.

 

지난해 4월 휴대폰과 각종 자료 등을 검찰에 임의제출한 강 씨는 명태균 게이트가 터진 지난해 9월 이전 이미 네 차례 검찰에 출석해 조사까지 받았다고 한다. 강 씨가 검찰 수사관에게 ‘김영선과 명태균, 김건희 등과의 관계’를 자세하게 진술했지만 수사관이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았고, 결국 강 씨가 휴대폰 등을 제출해 주장을 입증하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공천 개입 의혹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지 않고, 강 씨의 휴대폰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입증할 수 있는 녹취록만 수사자료에 넣었다는 게 강 씨 쪽의 설명이다.

 

이 증언이 사실이라면, 검찰은 최초 수사 때부터 김영선 의원의 단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 아니라 김건희 공천 개입 의혹 등 사건이 수사의 본질이라는 점을 2023년 12월, 늦어도 지난해 3~4월부터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언론보도로 이 사건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까지는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이다. <워치독> 취재에 응한 한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이미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범정)에서 명태균 관련 의혹을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명태균 씨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씨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23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검에 들어가고 있다. 2024.10.23. 연합

 

2024년 3~4월 검찰, 명태균-김건희 증거 확보

2024년 11월 4일 창원지검 첫 수사보고서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이 지난해 9월 <뉴스토마토> 보도로 ‘김건희 명태균 사건’ 을 첫 인지한 게 아니라 지난해 3~4월께 명태균 녹취록 등을 확보해 자세한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12·3 계엄 내란사건이 ‘구국의 결단’이라는 식의 윤 대통령 설명은 신뢰가 크게 흔들리게 된다.

 

윤 대통령의 내란죄 공소장을 보면, “윤 대통령은 2024년 3월 말~4월 초순경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대통령 안가에서 김용현 국방부장관, 조태용 국정원장 등과 함께 식사하였는데, 그 자리에서 시국상황이 걱정된다고 하면서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나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군이 나서야 되지 않느냐’, ‘군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면서 2024년 3월~4월 계엄을 첫 구상했던 사실이 확인된다. 이는 명태균 녹취록이 검찰에 넘어간 시점과 일치한다.

 

이어 윤 대통령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2024년 11월 9일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국방부장관 공관 2층 식당에서 여인형 방첩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과 함께 식사를 하였고, 이때 시국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특별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취지로 비상계엄에 관해 이야기하였다”는 대목이 있다. 또 2024년 11월 4일 창원지검의 수사보고서로 명태균 컴퓨터에 ‘김건희 명태균 공천개입과 국정농단’ 관련 문자메시지 등이 대량 보관돼 있던 사실이 드러나고, 2024년 12월 2일 명태균씨 쪽은 이른바 ‘황금폰’을 민주당에 넘겨줄 수 있다고 발표했다. 결국, 윤 대통령은 12월 3일 계엄 내란사건을 일으켰다. 

 

이러한 내용들을 종합하면, 2024년 3월 말~4월 초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구상한 시점, 2024년 11월초 계엄 실행을 준비하던 시점, 2024년 12월3일 계엄일을 확정하던 시점 등은 모두 ‘명태균 김건희 게이트’과 관련한 결정적 고비들과 맞닿아 있었던 셈이 된다. 윤 대통령의 계엄 내란 사건 동기에 대해서도 특검을 통해 정확한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명태균 게이트와 12.3 내란 사태 관련 타임라인.(그래픽 제작=굿모닝충청 디자인팀)

 

‘윤석열 오른팔’ 김성훈 창원지검장 투입

‘명태균-김건희 게이트’ 덮으려는 수순?

 

창원지검이 명태균 김건희 게이트의 결정적 단서들을 사건 초기부터 확보해놓고도 수사를 뭉개온 의혹 역시 12 ·3 내란 사건 특검의 중요한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

 

검찰이 ‘명태균-김건희 게이트’ 의혹을 접하고 수사를 뭉갠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은폐하려 애쓴 것처럼 해석되는 정황은 이미 공개된 명태균 녹취록에서도 확인된다. 민주당이 공개한 이른바 '충성맹세 사건’ 명태균 녹취록을 보면, 명태균 씨는 회계담당자 강혜경 씨에게 2023년 11월 25일, 12월 9일 통화 때 “창원에 지검장은 다 나때문에 왔는데 (중략) 경찰청장부터 해서 검찰부터 해서 김영선에 잡혀가 다 충성맹세 시킨 거 아냐. 내가 데리고 와서 김영선한테 ‘충성합니다’ 다 세 번씩 외쳤어. 선관위 (사건이) 아무리 넘어와도 경찰이 다 없애버려. 내가 해줬어. 그거 한 달도 안됐다”고 말했다. 

 

해당 녹취록에 근거한 <워치독> 취재를 더 하면, 명태균 씨는 처음에 “왜 쓸 데 없는 이야기를 선관위에 해서 일을 크게 만드냐”며 강 씨를 크게 나무랐지만 “다 조처를 해서 별일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강 씨는 이때 이미 명 씨와 김영선 의원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있었고, 그는 명 씨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검찰에 출석해 휴대폰을 제출하고 김건희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자세하게 진술했다는 것이다.

 

이 당시 창원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김성훈 검사였다. 김 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때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자신의 옆에 두게 해달라고 특별히 청탁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김 검사는 윤 대통령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할 때부터 함께 하면서 신뢰관계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 관계자는 “창원지검은 검사장들 사이에서 선호되는 곳이 아니다. 그곳에 특별히 윤 대통령의 핵심 오른팔이 지검장으로 갔다는 것은 무언가를 관리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영선 의원 관련 선관위 고발 사건을 경찰에 맡기지 않고 검찰이 직접 관리한 것도 이례적인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유미 창원지검장이 17일 대구지검 신관 7층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구고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4.10.17. 연합

 

2024년 5월 정유미 창원지검장이 새로 왔는데 정 지검장 역시 검찰 내부에서는 ‘윤석열바라기’ 검사로 알려져 있다. 정 지검장은 김영선 의원 사건을 소속 검사 없이 수사관들만 있는 수사과 형사4부에 배당했고, 지난해 10월에서야 검사가 있는 형사부로 옮긴 것이 드러나 국회에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강혜경 씨 등을 조력하고 있는 한 법조인은 <워치독>에 “검찰은 강혜경 씨의 진술로 선관위에서 사건이 넘어온 2023년 12월 혹은 강혜경 씨가 휴대폰을 제출한 2024년 4월쯤 이미 명태균과 김건희, 윤석열 관련 여러 의혹 등을 알고 있었는데 단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으로 덮어온 듯하다. 검찰이 지난해 9월 말 강혜경 씨가 보관하던 명태균 피씨(PC)를 압수수색 했지만 언론 보여주기용이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창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한 참고인도 <워치독>에 “검사가 ‘정말 명태균이 들려준 통화에서 김건희 윤석열 음성 들은 게 맞냐?’고 계속 떠보았다. 검찰은 포렌식 해서 증거 다 갖고 있었으면서 그런 질문을 한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창원지검은 이와 관련한 <워치독>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해 9월부터 근 6개월 간 대체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명태균 특검만이 초유의 국정 농단을 제대로 밝혀낼 유일한 열쇠다”라고 17일 입장을 냈다. 그러나 검찰이 6개월보다 훨씬 앞선 1년여 이상 명태균-김건희 관련 의혹을 자세히 알고 있었던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명태균 특검’, ‘내란 특검’  여론은 더욱 높아질 듯 보인다.  < 허재현·김성진·조하준·김시몬 워치독 기자 >

 

미-러 우크라 협상, 종전보다 '경협'에 더 눈독

● WORLD 2025. 2. 22. 04:17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루비오 "아주 놀라운 경제적 기회 공동탐사 하기로"

라브로프 "에너지, 우주 탐사 포함 경협 분야 협의"
미국 국부펀드 창설…러 측과 투자, 경협 주도할 듯

관계 정상화는 첫걸음, 지정학적 공동 관심사 협의
정작 우크라 종전 해법은 "이제 풀 문제" 즉답 피해

 

트럼프가 꿈꾸는 러시아와의 특별하고(extraordinary), 놀라우며(incredible), 독특한(unique) '경제적 기회'는 과연 무엇일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지난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러시아 측과 만난 미국 협상단은 우크라이나 종전 해법 자체보다 종전 뒤 맞이할 미·러 경제적 기회에 부푼 기대를 드러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왼쪽)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디리야 궁전에서 회담을 하면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25.2.18. AFP 연합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는 이날 회담 뒤 AP통신·CNN 공동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함께 탐사할 '특별하고 놀라운 경제적 기회'를 5번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우크라이나 문제는 징검다리일 뿐이며, 가급적 빨리 러시아와 협력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회담에 러시아 측에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 보좌관이 참여했다.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최고경영자도 같은 날 리야드에서 미국 측과 만났다.

 

루비오 장관은 인터뷰 모두에 러시아 측과 합의한 4가지를 설명했다. △ 워싱턴과 모스크바 대사관 정상적 기능 복원 △ 우크라 종전을 논의할 고위급 협상팀 임명 △ 종전 뒤 미·러 간 기대되는 지정학적, 경제적 협력 방안 논의 △ 협상 참여자들의 지속적인 관여 등이다. 4가지 합의 사항은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이 회담 뒤 내놓은 발표자료에도 담겼다. 인터뷰에서 AP와 CNN의 관심은 우크라 종전 방안에 집중됐다.

 

루비오는 러시아 측과의 회담이 '솔루션(해법)'에 기반한 생산적인 회의였다고 밝혔다. 이는 최소한 양국 간 영토 문제와 우크라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등 핵심 현안에 대해 논의가 오갔음을 짐작게 한다. 논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종전 해법에 관한 질문이 계속되자 루비오는 "앞으로 우크라와 유럽 파트너들, 러시아와 협의할 문제"라며 예봉을 피하며 "모든 전쟁 당사자가 수용할 만한 합의안을 도출해야 영구적인 해결이 가능하다"는 원론적 언급에 그쳤다. '영토 문제에서 러시아의 양보 의지를 확인했느냐'는 질문에도 "어렵고 힘든 외교를 통해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회담한 후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2018. 07. 16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경제적 기회'를 언급하는 대목에선 사뭇 뉘앙스가 달랐다. 루비오는 미러 고위급 협상팀의 임무를 설명하면서 "특별한 기회를 탐사하는 작업에 일단 착수하는 것"이라면서 "지정학적으로 공동의 관심 이슈에 대해 또 솔직히, 희망컨대, 경제적으로 세계에 좋고, 두 중요한 국가(미러) 관계를 장기적으로 개선할 놀라운 기회가 존재한다"라고 역설했다. "놀라운 경제적 기회의 문을 여는 열쇠는 바로 어려운 문제이지만 우크라 갈등의 종식"이라고 말했다.

 

왈츠 보좌관은 "중요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몇 달만에 세계의 관심을 우크라 종전 여부에서 어떻게 종전할 것인가로 바꾸었다는 사실"이라고 공로를 트럼프에게 돌렸다. 미·러 간 지정학적 공동 관심사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중국 견제와 시리아와 이란 문제를 포함해 중동 현안에서 협력 등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반도 문제를 포함해 따로 떼어내 살펴볼 대목이다.

 

러시아 외교부는 A4 1쪽짜리 간결한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양국 모두 조속한 대사 임명 및 외교활동의 제한을 제거할 차관급 협상 △에너지와 우주 탐사 및 다른 상호 관심사를 포함한 경제 협력 대화 착수 △ 우크라 전의 원인을 제거하는 방식의 종전 관련 의견 교환 △가까운 장래에 특사 임명 △ 핵보유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평화와 안보 문제에서 러시아와 미국의 특별한 책임을 염두에 두며 다른 국제 이슈를 논의할 채널 재개 등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 착륙한 도널드 트럼프 전용기. 대통령 취임을 앞둔 지난 7일 트럼프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가 타고 왔다. 그는 '개인적으로 관광 여행을 왔다"라면서도 "그린란드 사람들에게 아버지의 인사를 대신 전한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는 이날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를 차지하는 데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해 파란을 일으켰다. 2025.1.7. 로이터 연합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은 에너지 분야 협력이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원유는 러·독·미 간 삼각관계와 러·중·미 간 삼각관계와 연계돼 있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에서도 러시아와 독일 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노르트스트림2의 개통에 반대한 바 있다. 전쟁은 러·중 간 에너지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두 나라는 시베리아2 파이프라인 건설을 해 왔다. 전혀 다른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면, 미국 측이 거듭 강조한 '놀랍고도 특별한 기회'가 되기 어렵다. 우선 트럼프가 집요하게 욕심을 드러내는 그린란드 매수와 관련지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그린란드 장악에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폭탄선언(1.7. 마러라고)으로 덴마크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린 뒤 24일 북극 안보를 의제로 '덴마크-미국-그린란드' 삼자 간 대화채널 구성에 전격 합의했다. 취임 나흘 만이다. 트럼프가 북극 안보의 위협으로 지목한 건 러시아가 아니었다. 그린란드 주변의 중국 선박과 군함이었다. 중국을 견제할 안보적 수요와 북극권 경제 부흥의 기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데 러시아와 협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이 추진하는 북극 실크로드(Polar Silk Road) 역시 트럼프의 시선을 끌고 있다.

우주 개발 분야도 거울의 새로운 협력으로 신기원을 열 수 있는 분야다. 트럼프는 취임사에서 '뉴 프론티어'를 강조하며 "화성에 성조기를 꽂겠다"라고 다짐했다. 정부효율부(DOGE) 수장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사업과도 무관치 않다. 우주공간은 미·중이 경쟁하는 또 다른 전략공간. 러시아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중심으로 비교우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의 닉 헤이그(왼쪽)와 러시아 우주공사의 알렉산드르 고르부노프가 28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네버럴 우주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우주선 드래건 호에 나란히 앉아 있다. 2024.9.28. EPA 연합 

 

미·러 간 경제적 기회를 탐사하는 작업은 당분간 러시아 측에서 드미트리예프 RDIF 최고경영자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 RDIF는 러시아 국부펀드. 미·러 회담이 열린 리야드에 그가 등장한 것만으로 존재감이 두드러진 인물이다. 그는 각국 언론에 "미국과 러시아의 경제 협상이 2~3개월 내로 진전을 보일 걸로 믿는다"고 말해 양국 간 대형 프로젝트가 논의될 것임을 내비쳤다. 우크라전 이후 러시아에서 철수한 미국 기업들의 손실이 3000억 달러(432조 6000억 원)에 달한다고 널리 알리기도 했다.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인 드미트리예프는 트럼프 1기 때도 미·러 접촉에 관여한 인물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부과한 대러시아 제재를 일부 해제하고, 상호 직접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할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드미트리예프의 미국 측 상대는 조만간 정해진다. 트럼프는 지난 3일 미국 국부펀드 창설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연방정부 국부펀드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증진하고, 미국 가정과 중소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이며, 미국의 세계 경제적, 전략적 리더십을 증진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부펀드 설립안은 재무, 상무장관이 대통령 경제정책 보좌관과 협의해 향후 90일 내 제출토록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 자 사설에서 정치인들이 연방정부 자산을 동원해 민간기업을 포함해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것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 펀드를 만드는 데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시계는 따로 돌아간다. 세계가 우크라 전쟁의 향방에 관심을 쏟는 사이 트럼프는 푸틴의 러시아와 함께 또 다른 '깜짝 뉴스'를 준비하고 있다. < 민들레 김진호 기자 >

 

미국 국부펀드의 창설 준비를 지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 [백악관 누리집]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라는 오래된 내력

● COREA 2025. 2. 22. 04:1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김대중, 이미 1991년에 민주당과 진보정당 구분


"민중당과 통합? 보수정당에 들어올 필요 없어"
"사회민주당 간판, 사민주의 정책? 가능성 없다"
'중산층과 서민의 이익' 위한 중도‧중도우파 표방

문재인 "사회민주주의 근처도 못 가는 보수정당"
이해찬 "개혁 세력이지만 진보 아니고 중도우파"
권영길 "신자유주의 민주, 절대 진보 될 수 없어"
학자들 지적도 마찬가지…"서구 기준 보수 정당"

이재명 역시 오랜 지론…차기 대선용 급조 아냐
2017년 저서 "진짜 보수가 가짜 보수 몰아내야"

 

임종석 김경수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 중도보수론'을 두고 정치권 안팎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비명계를 비롯한 비판론자들은 민주당의 유구한 정체성은 진보인데 왜 이 대표 마음대로 노선을 바꾸느냐는 취지로 펄쩍 뛰고 있다. 과거 한나라당에서 의원 생활을 하며 "실패와 부패로 얼룩진 김대중 정권 심판"을 외쳤던 김부겸 전 총리마저 "민주당의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당을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고 했다"고 반발하는 등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포함해 소위 친문(親文) 인사들의 분노가 쏟아지더니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도 21일 가세해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 아니다. 대표가 함부로 바꿀 수 없는 문제"라고 단언했다.

 

진보를 자처하는 언론들은 자신들이 종전에 민주당을 진보 정당으로 취급한 적이 없었음에도 이 대표의 발언이 나오자 돌연 '민주당의 정체성은 진보'라고 잣대를 바꿔 못마땅하다는 기색을 드러냈다. 한겨레는 <이재명 "민주당 중도보수", 혼자서 불쑥 선언할 일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민주화 이후 국민의힘 계열과 민주당 계열로 사실상 양당제로 유지돼온 한국에서 민주당은 진보 쪽으로 폭을 넓혀왔다. 이런 전통을 이재명 대표가 하루아침에 흩뜨릴 수 있나. 중도층 표심을 얻기 위해 민주당의 오랜 정체성을 내던지는 과오를 범해선 안 된다"고 질책했고, 경향신문도 사설 <"민주당은 중도보수"라는 이재명, 정책 우회전 예고인가>에서 "이 대표가 당 정체성에 대한 공론화 과정도 없이 민주당을 중도보수 정당으로 규정한 것은 느닷없고, 적절치도 않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보수 또는 중도보수 정당이라며 이 대표가 '위장전입'을 하려 한다고 비난과 조롱을 퍼붓고 있다. "두 길 보기 정치 사기"(권성동 원내대표) "한마디로 위장전입"(김상훈 정책위의장) "대한민국 유일의 중도보수 정당 국민의힘에 입당하실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김기현 의원) "이재명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당이면 파리도 새"(안철수 의원) 등 지도부 및 중진 의원들의 이 대표를 향한 집중포화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중도 또는 중도보수 정당이라는 점은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오래된 개념이다. 민주당이 배출한 역대 대통령 가운데 김대중‧문재인 전 대통령은 그 점을 명확하게 밝혔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비슷한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이들 세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때 오른팔 역할을 했으며 현재도 민주당을 대표하는 원로인 이해찬 전 대표 또한 "민주당은 중도우파"라고 규정했다. 정의당과 진보당 등 실제 진보 정당들의 민주당에 대한 평가, 학자들의 분석 또한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진보 정당'이라는 인식이 오히려 착시라는 얘기다. 이 기사는 분량상 이재명 대표가 중도보수론을 꺼낸 의미나 배경은 생략하고 민주당을 둘러싼 중도보수 담론이 사실에 부합하는지만 중점적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4년 한길사에서 출간한 저서 '나의 길 나의 사상' 표지. 김호경 에디터

 

우선 한국 정치사의 거인이자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생전에 민주당이 '중도' '중도보수' '중도우파' 정당이라고 누차 공언했다.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했던 관련 발언이 언론에 일부 소개되기도 했는데, 시민언론 민들레는 김 전 대통령이 그보다 훨씬 전인 1992년 제14대 총선 및 대선 이전부터 민주당의 정체성을 진보와 뚜렷이 구별해 설명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 전 대통령의 주요 저서로 1994년 한길사에서 출간한 <나의 길 나의 사상>에는 <나의 정치철학과 정책을 말한다>는 장문의 글이 실려 있다. 앞서 월간 <사회평론> 1992년 1월호에 게재됐던 정운영 한겨레신문 논설위원과의 대담을 전재한 것으로(대담은 1991년 12월 진행), 여기서 김 전 대통령은 14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우재‧장기표‧이재오‧김문수 등이 이끌던 민중당과의 통합에 대해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민중당은 진보인 반면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기 때문에 자칫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취지다.

 

"민중당과 우리 당이 통합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당은 중도 정당이고 보수성을 띤 사람들도 많고, 반면에 민중당은 진보 정당이 아닙니까? 진보 정당이 보수 정당으로 들어올 필요는 없습니다. 진보 정당은 진보 정당대로 대표할 세력이 있지요. 진보 정당이 조급하면 안 돼요. 조급하다가는 전부 실패합니다. 진보 정당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이념적으로 확고하게 뭉친 중심 세력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 나는 진보 정당을 하시는 분들에게 솔직히 얘기합니다. '여러분들이 할 일은 우선 민주당을 정권 잡게 하는 것이다.' (…) 우리가 승리하면 그날로 노동조합의 정치 활동이 자유롭게 풀리게 되어 민중당이 노조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진정한 진보 정당을 구상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이에 정운영 논설위원이 "사회민주당이라는 간판과 사회민주주의적인 정책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겠느냐"고 묻자 김 전 대통령은 또 이렇게 답했다.

 

"우리 당이요? 그럴 가능성은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지금은 자본주의 정당과 사회주의 정당이 150년 동안 서로 대결해 오다가 민주주의라는 공통분모 위에서 통합되는 과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에 가보더라도 과거 보수 정당이나 사회민주 정당들이 전부 자기를 중도 정당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사민당도 자기를 중도 정당이라고 하지 혁신 정당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독일의 사민당도 그렇고 말이지요. 심지어 기독민주당이 자기들을 중도좌파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정당이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대중 참여의 개방경제, 사회적으로는 복지사회,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중도 통합이 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중도 정당의 길이 정당한 길이고 앞으로 여기도 통합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1년 삼인 출판사에서 출간한 '김대중 자서전' 표지

 

2011년 삼인 출판사에서 낸 <김대중 자서전>에는 김 전 대통령이 정계 은퇴 뒤 복귀해 1995년 9월 5일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할 때의 과정이 소개돼 있다. 여기서도 그는 '중산층과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당의 정체성을 진보가 아니라 중도에 두고 있다.

 

"여의도에 새 당사를 얻었다. 1995년 7월 20일, 여의도 대하 빌딩에서 신창 당사 입주식이 있었다. 나는 신당 창당 준비위 상임고문을 맡았다. (…) 새 당이 탄생했다. 이름은 '새정치국민회의'였다. 국민회의란 당명은 비폭력 투쟁으로 인도의 독립을 이끈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 그가 몸담고 있던 '국민회의파'에서 영감을 얻었다. (…) 새정치국민회의는 창당 선언문과 강령에서 국민의 참여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복리를 증진하는 중도 정당을 표방하였다."

 

"당시 우리는 자민련과 후보 단일화 협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재야 민주화 운동 출신들의 반발과 비판이 있었다. 당내에서는 김근태 씨 등 재야 출신 소장 의원들이, 당 밖에서는 종교계 인사들이 반발했다. (…) 과거에 대립했던 세력과의 연합에 거부감이 있겠지만 현실 정치에서 소신과 명분 못지않게 현실적 선택도 중요하다는 것을 얘기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권 교체라고 역설했다. (…) 그때까지도 DJP 연합에 대해 일부에서 야합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독일에서도 사민당이 기민당과 연합하고, 기민당이 기사당과도 연합한다. 나는 공동 정부를 운영해서도 충분히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이 밖에도 김 전 대통령은 1997년 7월 18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중도보수로 변한 게 아니다. 우리 당(새정치국민회의)은 시작 때부터 중도우파를 표방했다"고 말했고, 같은 해 11월 13일 금융실명제 관련 방송 3사 공동주최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도 "우리 당은 중도우파 정당이다.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기 때문에 우파이고,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중도"라고 같은 설명을 되풀이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만큼 명확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생전에 회고록 성격으로 쓰다 미완에 그친 <성공과 좌절>에서 '제3의 길'과 관련한 서술을 했다. 참여정부의 국가 미래전략인 '비전 2030'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된 채 묻혔다고 안타까워하며 "2020년까지 극우의 나라에서 보수의 나라로, 2030년까지 중도진보의 나라로 가자는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는 내용이다.

 

"한국의 제3의 길
-클린턴과 진보정책 연구소, 로버트 라이시의 노동 전략, 클린턴과 토니 블레어의 바람은 대처 못지않은 바람이었다.
-그리고 책들. 기든스의 책과 『영국 개혁 이렇게 한다』, 아태 연구소의 번역

생산적 복지, 참여복지, 비전 2030
-비전 2030은 국민에게 인사도 못하고 보수화의 바람에 묻혀버렸다. 진보 언론도 적극적으로 소개하려고 하지 않았다.

 

비전 2030
논리와 구조, 내용의 소개
-목표는 2020까지 극우의 나라에서 보수의 나라로, 2030까지 중도 진보의 나라로 가자는 것.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원조 친노'로 꼽히는 이광재 전 강원도 지사는 이번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어 보니, 진보 대통령이 진보 정책을 다 할 수가 없고, 보수 대통령이 보수 정책을 다 쓸 수 없다. 결국, 중도를 기초로 진보·보수 정책을 가져다 쓰는 길, 결국 중간으로 가더라'라고 말씀하셨다"면서 "이재명 대표는 정도(正道)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이던 2015년 동아일보 논설위원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새정치연합은 사회민주주의 근처도 못 가는 보수 정당"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 홈페이지 기사 갈무리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상으로 당의 정체성에 대한 시각이 확고하고 냉정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이던 2015년 7월 29일 동아일보 논설위원들과 자유토론 형식의 인터뷰를 가졌는데 그 다음 달 4일 보도된 해당 인터뷰 기사의 제목이 <"새정치연합은 사회민주주의 근처도 못 가는 보수 정당">이었다. 중도보수도 아닌 '그냥 보수 정당'이라고 한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보수라고 말한 것 맞나?
"우리의 특수한 지형에서 새누리당과 대비해서 진보라는 소리를 약간 듣지만 당의 정체성으로는 그냥 보수 정당이다."

-이념으로 보면 진보 아닌가.
"상대적으로 그냥 당이 조금 더 개혁적이라거나, 미국 폴 크루그먼의 책 '미래를 말하다'의 분류로 미국식 공화당‧민주당을 각각 보수당‧진보당이라고 할 때 우리를 그렇게 (진보로) 부를지 모르겠지만, 유럽식을 기준으로 하면 보수다."

-당내에는 진보의 가치를 주장하는 사람이 많은데….
"유럽에선 극우에서부터 우파, 중도좌파, 온건좌파, 좌파, 극좌 등등 여러 단계가 있지만 우리는 사회민주주의 근처도 못 갔다. 정의당이나 사회당 이런 데서는 우리를 보고 보수라면서 '사이비 진보'라고도 하지 않느냐. (…)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개혁 정책이 약간 우파적인 것으로 오도가 돼서 우리가 초청해서 저도 축사를 했는데 2003년 당시 사민당의 노선이 다 우리 당보다 왼쪽에 있었다. 복지 지출은 우리가 몇십 년을 쫓아가도 모자랄 정도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각별히 아꼈고 친노‧친문 그룹의 좌장이기도 한 이해찬 전 대표는 2018년 6월 15일 tbs '장윤선의 이슈파이터'에 출연해 "민주당은 진보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이 진보 아닙니다. 민주당을 개혁 세력이라고는 볼 수는 있어요. 그러나 정강‧정책을 보면 유럽에 있는 진보당, 진보 세력, 노동당이라든가 거기보다 훨씬 정책이 보수적이잖아요. 자꾸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데 우리 당이 제가 보기에는 중도우파 정도 되는 겁니다. (…) 지금 보수는 수구 세력이거든요. 말하자면 냉전체제와 분단을 이용해서 내려온 수구 세력 아닙니까. (…) 재벌 위주의 경제 정책에서 이제 좀 더 서민적인 복지라든가 교육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더 강화시키는 것을 가치로 삼는 새로운 건전한 보수가 나와야죠."

 

이어진 진행자와의 문답에서도 이해찬 전 대표는 민주당이 중도우파라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만약 당 대표에 출마한다면 나는 이런 정당을 만들고 싶다면요?
"적어도 우리가 영국 노동당이나 독일 사민당 수준까지 가야 된다고 봐요."

-그럼 한국 민주당이 어느 수준이라고 보세요?
"아까 제가 중도우파라고 그랬잖아요. 진보 세력이 아니라니까요."

-근데 사회적 잣대는 민주당이 진보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건데요.
"아니 이쪽(당시 자유한국당)이 하도 극우니까 그렇게 되는 거지."

 

20일 전국비상시국회의 주최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1500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24.9.20. 이호 사진작가

 

민주당의 대주주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이렇게 개념 규정을 해왔는데 실제 진보 정당 측의 민주당에 대한 분류는 말할 것도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 말대로 '사이비 진보'라는 관점이 오랜 세월 견지돼왔다.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 민주노동당 초대 대표, 17·18대 국회의원과 대선 후보까지 지내면서 진보 정치의 전성기를 주도했던 권영길은 2022년 9월 연합뉴스, 2024년 1월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한국 정치의 비극'에 울분을 토했다. 민주당은 그간의 궤적을 볼 때 중도우파 정도가 맞다는 요지다.

 

"민주당이 대표적인 진보 정당으로 돼 있는 것이 한국 정치의 비극이고 모순이다. 민주당은 진보 정당이 아니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강령의 차이가 없다. 민주당은 자신을 위해서라도 중도를 표방하는 것이 맞다. 북한에 대한 태도 때문에 민주당이 진보 정당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나는 민주당은 절대 진보 정당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진보라고 할 수 있는 강령 기준이 없다. 지금 현시점, 새 시대로의 대전환기인 상황에서 사회 문제를 풀어갈 가장 핵심은 신자유주의를 거부하느냐, 수용하느냐의 문제인데, 이게 가장 기본적 기준인데 민주당은 신자유주의에 따른 경제구조 바탕을 옹호하고 나아가고 있지 않나. 민주당을 위해서도 한국의 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민주당이 중도우파로 가기를 바라고 있다. 몸에 맞지도 않고 거북스러운 진보 정치 딱지를 떼어버리라고 하고 싶다."

 

민주노총 김진억 서울본부장도 2022년 6월 한겨레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은 강성 신자유주의 정당이고 민주당은 연성 신자유주의 정당이고, 그 정도의 차이밖에 없다. (…) '진보'라는 말이 너무 오염이 돼 있다고 생각한다. 중도보수인 민주당이 이미 진보 개념을 차용하고 있으니까"라고 탄식했고,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대표의 발언대로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 맞다. 역대 어떤 민주당 정권이 '진보'의 정체성을 표방했었나?"라며 "김대중 정권은 IMF 구제금융 이후 한국경제를 신자유주의 체제로 재편했고, 노무현 정권은 굴욕적 한미FTA 협상과 명분 없는 이라크 파병 등으로 진보 진영의 비판을 받았으며, 문재인 정권은 촛불 광장의 사회개혁 요구를 외면했다는 평가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민주당이 서구의 기준으로 진보는커녕 보수 정당에 가깝다는 학자들의 지적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데, 가령 김누리 중앙대 교수는 2015년 10월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에서 '우편향'으로 왜곡된 정치 지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수구가 현대사를 지배해온 결과 한국의 정치 지형은 연쇄적으로 왜곡되었다. 수구가 '보수'를 자처하고 나서자, 보수가 '진보'라고 불리게 되었고, 또 진보는 '급진'이라고 불려온 것이다. 세계적 기준에서 보면, 한국 정당들은 모두 한 발짝씩 더 왼쪽으로 명명된 좌칭(左稱) 정당들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진보 정당이 아니다. 역사와 민족 문제에 있어서나, 경제, 노동, 복지 정책에 있어서나 그들은 서구의 보수 정당에 가깝다. 정의당도 서구 정당과 비교하면 그다지 진보적이지 않다. 독일과 비교해보면 한국 국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정의당이 독일 연방의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기독교민주당보다 보수적이다. 이처럼 한국의 정치 지형은 극도로 우편향되어 있다. (…) 역사의 퇴물인 수구는 무덤에 묻고, 보수는 보수답게, 진보는 진보답게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7년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한 저서 '함께 가는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 표지

 

이처럼 민주당의 '유구한' 정체성은 비명계의 주장과는 달리 진보가 아니라 중도‧중도보수‧중도우파로 자리매김 되어 왔다. 이재명 대표 개인적으로도 중도보수론은 차기 대선용으로 '느닷없이' 급조한 게 아니라 꽤 오래 전부터 표명해온 '진짜 보수' 지론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이던 2017년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한 저서 <함께 가는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에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되찾을 시간>이라는 글을 실었다. 최근 정치 유튜브 채널 '새날', MBC '100분 토론' 등에서 했던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

 

"친일파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정치 세력이 보수의 탈을 쓴 채 우파를 자처했고, 그들의 정치 책략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진보 좌파로 규정해버린 것이다. (…)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란 것 자체가 잘못된 설정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보수임을 내세우는 그 세력들 대다수가 가짜 보수이기 때문이다. (…) 진보와 보수의 싸움이 아니다. 진짜 보수와 진보가 힘을 모아 마침내 가짜 보수들을 역사의 뒤안길로 몰아내는 싸움이어야 한다. 너무도 오랫동안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유린해왔던 가짜 보수들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혹자는 입만 열면 복지를 외친다는 이유로 나를 진보좌파 정치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보수도 되지 못하는 반민주세력이 보수의 자리를 차지한 대한민국에서 나는 진보가 맞지만, 법과 상식 원칙을 중시하는 나는 교과서적인 의미에서 진보에 속하기 어렵다. 녹색당, 노동당, 정의당 정도는 돼야 진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정치권으로 국한해서 볼 때 새누리당은 대부분 보수라고 할 수조차 없는 부패 기득권 세력이다. 다수의 서민보다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을 위해 정책을 펴왔던 가짜 보수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져 마침내 역사의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다. (…) 나는 좌파의 정책이든 우파의 정책이든 다 가져다 쓸 수 있는 실용주의자임을 자부한다. 그리고 그 실용주의의 중심에는 보수 진보로 강제 분류 당할 이유가 없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있다. 거듭 말하지만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바로 정치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