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집단 퇴장으로 정족수 미달 '투표 불성립'
당론 반대…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만 투표

국힘, 의원총회 핑계로 추가 이탈 '원천봉쇄' 의혹

내란 수괴 비호 급급해 국민 열망 철저 저버려

우원식 "국가 중대 사안 투표도 못해 국민께 죄송"
민주 "물리적 투표 방해행위, 국회법 위반" 성토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의 제안 설명 때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해 의석이 비어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4.12.7. 연합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끝내 물거품이 됐다.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를 군홧발로 짓밟고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뿌리 뽑으려 했는데도, 심지어 자당 당대표를 노린 체포조를 투입했는데도, 집권여당은 내란 수괴를 비호하는 데 급급해 국민의 대의기구로서 존재 의의를 철저히 저버렸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6당 소속 의원 190명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 등 191명이 발의에 참여한 윤 대통령 탄핵안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105명이 본회의에 불참함에 따라 의결 정족수 200명에 미치지 못해 아예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됐다. 국회의장을 포함해 야당 및 무소속 192명, 여당 3명 등 총 195명이 투표해 정족수에 5명이 모자랐던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명패수 195개로 투표하신 의원 수가 의결 정족수인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에 미치지 못했다"며 "따라서 이 안건에 대한 투표는 성립되지 않았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토록 중대한 국가적 사안에 대해 투표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국가의 중대사를 놓고 가부를 판단하는 민주적 절차조차 하지 못했다. 국회를 대표해 국민께 죄송하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 국민의힘 의원총회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4.12.7. 연합
 

본회의에 앞서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모두 부결시킨다는 당론을 재확인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건희 특검법 표결에는 참여한 뒤 안철수 의원을 제외하곤 본회의장에서 전원 퇴장했다. 김건희 특검법은 찬성 198명, 반대 102명으로 부결됐다.

이어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에 나섰다. 그는 "어서 돌아와 국회의원의 본분을 다해달라"며 여당 의원들 이름을 하나하나 절박하게 외쳤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도 자리에서 일제히 기립해 함께 호명하면서 본회의장으로 돌아와 줄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만 자리를 지켰을 뿐 여당 의석은 텅 빈 채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 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투표가 시작되자 뜻밖에 김예지 의원과 김상욱 의원이 차례로 본회의장에 복귀해 투표에 참여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들의 등장에 크게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며 일부는 찾아가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다만 김상욱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국민들이 지켜보는 이 중요한 탄핵 투표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게 국민을 위하는 자세였기에 참석했다"고 밝힌 뒤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당에 소속된 몸이기 때문에 당론에 따라 이번 탄핵안에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반대표를 행사했음을 알렸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해 표결한 뒤 퇴장하고 있다. 2024.12.7. 연합
 

국민의힘 당론을 어기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한 건 중진 안철수 의원에 이어 친한계로 분류되는 초선 김예지 김상욱 의원까지 3명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오후 6시 17분부터 7시 무렵까지 모두 195명이 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투표를 마쳤지만 여당에서 더 이상의 이탈자가 나오지 않음으로써 의결 정족수 200명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참여를 호소하며 기다리다 오후 9시 20분 결국 투표를 종료시키고 개표 없이 투표 불성립을 선언했다.

대통령 탄핵안의 가결 요건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발의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표결은 무기명 비밀투표로 이뤄진다. 재적 300명 중 국민의힘을 제외하고 무소속인 김종민 의원과 우원식 국회의장까지 포함하면 야당 및 무소속 의원은 총 192명이다.

여당에서 8명만 더 찬성하면 탄핵안이 가결되는 것이었지만, 쿠데타 세력의 후예이자 내란 수괴의 공범인 국민의힘에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들은 표결 자체를 보이콧함으로써 윤 대통령 탄핵소추를 원천적으로 무산시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투표 중인 7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투표를 참여하지 않고 의원총회 중인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표결 참여를 독려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2.7. 연합
 

국민의힘은 본회의장 퇴장 직후 의원총회를 열었는데, 사실은 추가적인 이탈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원들을 한곳에 가둬두고 물리적으로 원천봉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이는 국회법 위반 소지가 짙다. 국회법 제148조 3항(회의장 출입의 방해 금지)은 '누구든지 의원이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하여 본회의장이나 위원회 회의장에 출입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야당 측의 유권해석 요구에 국회 사무처 의사과는 "목적과 관계없이 출입 자체를 방해하는 행위도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회신했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장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지도부는 의원총회를 열어 투표 방해 행위를 하고 있다"며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를 불러 국회법에 저촉된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왜 투표방해 행위를 하고 있는지 물어봐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노종면 대변인은 "사전에 오늘 표결에 참석하기로 사적으로 약속했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못 오고 연락도 되지 않는다"면서 "그분들이 의원총회를 빌미로 내부 공간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가 심각하게 의심하고 있다"고 했다.

우 의장은 확인해보겠다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불러 관련 사항을 물었다. 이후 우 의장은 "최소한 민주주의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이라고 하는 일에 대해 투표조차 성립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우습나"라며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느 정파의 문제가 아니다. 각자 판단에 의해 투표소 안에 들어가 '김건희 특검법'처럼 부결시키면 되지 않나"라고 개탄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국힘 의원 10여명 “탄핵 투표 들어가자” 했지만…본회의장 출석은 3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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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제17차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건희 특별법’ 부결 이후 모두 퇴장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상정을 앞두고 안철수 의원이 홀로 텅 빈 여당 의석을 지키고 있다. 이후 김예지, 김상욱 의원이 추가로 입장했다. 성동훈 기자

 

국민의힘 의원 10여명이 7일 국회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하자는 당론에 대해 반대하며 ‘투표는 해야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중 다수가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았다. 오후6시50분 현재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 105명이 표결에 불참하면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은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될 상황에 처했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후 5시 국회 본회의 열리기 전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반대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투표에 참여할지 여부를 두고는 여당 최다선인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중진들끼리 논의한 결과 김 여사 특검법은 부결 투표하고, 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해서는 투표 않고 퇴장하기로 정했다며 이 같은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한 초선 의원은 “국회의원인데 투표는 해야 하지 않느냐”며 “부결하기로 (당론으로) 약속했는데 의원들끼리 믿어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 의견을 밝히며 투표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초선 의원도 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투표도 안하면) 지역구에서 미래가 없다”며 “떳떳하게 정치하고 싶다”는 취지 발언을 했다.

이에 한 재선 의원은 다수결 투표라도 해보자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부결 당론을 정했다면 국회의원으로서 적어도 투표는 회피하지 말자”며 “이렇게 당론이라고 밀어붙이지 말고 다수결 투표라도 해보자”는 취지 의견을 밝혔다. 이에 10여명 의원이 손을 들고 투표하자는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만약 투표 의사를 밝혔던 10여명 의원들이 윤 대통령 탄핵 투표에 참여했다면 의결정족수 200명은 넘을 수 있어 개표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투표 불참을 당론으로 밀어붙이면서 윤 대통령 탄핵안은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처참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 경향 유설희 기자 >

 

“내란 부역자” “감금 당했나” 비판에도…윤석열 지킨 국힘 105명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마친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퇴장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부결’ 당론에 따라 표결을 거부하고 국회 본회의장을 떠났다. 본회의장을 나서는 그들의 뒤통수에는 “내란 부역자”라고 외치는 야당 의원들의 비난이 꽂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후 5시 개의한 국회 본회의에서 첫번째 안건인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마친 뒤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이들이 따른 건 ‘당론’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윤 대통령 탄핵안 반대를 당론으로 확정했고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직후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하자고 했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2 찬성’으로 가결되는 김건희 특검법은 부결시키고,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을 의결정족수로 하는 윤 대통령 탄핵안은 아예 투표 자체를 불성립시키자는 작전이었다. 지도부가 집단퇴장 방침을 세운 건, 혹시 모를 ‘이탈표’ 8표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국민 보기 부끄럽지 않습니까.” 김건희 특검법 표결을 마친 의원들이 우르르 본회의장을 떠나자 야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윤석열을 방어해줄 수 있냐.” “나가지 말고 자리에 앉아주세요.” “이건 타협의 문제가 아닙니다. 부탁드립니다.” 비난과 읍소가 뒤엉켰다.

‘재석 의원 300명 가운데 찬성 198명, 반대 102명.’ 투표 결과지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우원식 국회의장이 ‘2표 차이’로 김건희 특검법이 부결됐음을 알리자, 개표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남아있던 곽규택, 권성동, 권영진 의원 등 20명의 국민의힘 의원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국민의힘 쪽 의석에 남은 건 안철수 의원이 유일했다. 그는 이날 표결에 앞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거취를 당에 일임한 만큼, 당은 오늘 표결 전까지 대통령 퇴진일정과 거국중립내각 구성 여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표결 전까지 윤대통령의 퇴진 일정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한 바 있다. 탄핵안 표결에 앞서 본회의장에 남아있는 안 의원에게 윤상현 의원이 다가가 당론을 따라 함께 나가자고 설득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으나 그는 끝내 홀로 남았다.

본회의장 한 층 아래,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여든 본관 246호 앞에는 적막만 감돌았다. 우재준 의원 등 몇몇 의원들이 누군가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으러 가끔 회의장 밖으로 나오긴 했으나,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금세 회의장으로 돌아갔다. 회의장에 모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티브이(TV)를 통해 국회 본회의장 상황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천천히 투표에 임하며 국민의힘의 복귀를 기다렸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혼신의 힘을 다해 호소한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투표 동참을 촉구했다. 그런 야당의 전략이 유효했는지, 저녁 6시19분께 퇴장했던 김예지 의원이 본회의장으로 돌아와 표결에 나섰다. 30여분 뒤, 김상욱 의원도 본회의장에 돌아왔다. 두 사람이 복귀할 때마다 회의장에선 “고맙습니다” “잘했다” 감사 인사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다만 김 의원은 본회의 표결 뒤 기자들을 만나 “(표결하러) 오기가 쉽지 않았다”며 “아직 당에 소속된 몸이기 때문에 당론에 따라 이번 탄핵안에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표결에는 참여하겠다’는 의원들이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가 ‘감금’하다시피 이들을 막고 있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다.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이 페이스북에 “국회 본청 한 회의실에 국민의힘 의원들을 가둬두고 전화기도 꺼놓은 채 못 나가도록 물리력을 행사 중이라는 제보가 있다”는 글을 올린 뒤, ‘진짜인지 확인해봐야 한다’는 말들이 나왔다.

급기야 민주당의 노종면 원내 대변인과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여있는 246호로 찾아왔다. 노 원내대변인은 “이미 다수의 여당 의원들이 ‘투표에는 참여하겠다’는 입장 밝혔다”며 “추경호(원내대표)가 친윤(친윤석열계) 일파와 똘똘 뭉쳐서 문을 걸어잠그고 있는 게 아닌가 확인하러 왔다”고 회의장 앞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고 나온 국민의힘 의원들은 “무슨 자격으로 왔느냐”며 막아섰다는 게 노 의원 등의 설명이다.

노 대변인 등이 회의장을 향해 “투표해”를 반복해 외치며 나오라고 촉구하자, 문 앞에 머물고 있던 국민의힘 보좌진들이 “나가라”를 연호하며 맞받아쳤다. 날선 대치 장면도 연출됐다. 국민의힘 보좌진들은 노 의원 등을 향해 “남의 의총장에서 뭐하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민주당 의원들도 “아니, 여기가 어딘 데 나가라고 하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이면 다야” “어디서 반말이야” 막말과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한 여성 보좌진은 “그렇게 이재명 대표를 대통령 만들고 싶습니까”라고 따졌다.

노 의원 등은 10분 만에 돌아섰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정당당하게 국회의원으로서 권리를 행사하라고 하러 왔는데 비겁하게 문을 잠그고 숨어있는 모습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 나와달라”고 촉구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후 기자들을 만나 ‘여당 소속 의원들의 탄핵안 표결을 막고 있다’는 주장은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그는 “여당 일부 의원이 투표에 참여하기도 했고 지금도 얼마든지 간다면 갈 수 있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가짜뉴스로 우리 당을 압박하는 것이(야말로) 자유로운 의사 표현에 대한 방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이후 언론 공지를 통해 “여당 의원들은 투표에 거부 의사를 밝히고, 본회의장 밖에서 개표를 기다리고 있다”며 “자유투표 의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며 책임을 묻는 우 의장과 민주당의 비정상적인 행위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을 감금하고 물리력을 행사 중이라는 에스엔에스(SNS·사회관계망서비스) 글은 모두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며 “한 최고위원을 포함해 허위사실 유포 행위자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말했다.

오후 8시50분, 우원식 국회의장은 밤 9시20분에 탄핵안 투표를 종료하겠다고 고지했다. 투표 종료를 20분 앞둔 오후 9시, 5선의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다시 246호 앞으로 찾아왔다. 정 의원은 “최종적으로 (투표를) 호소하러 왔다”고 했지만, 끝내 문은 열리지 않았다. 정 의원은 “그래도 한마디 하고 싶어 찾아왔는데 문전박대를 해서 돌아간다. 개인적으로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에 헌정 중단을 절차에 따라 회복시키는 그런 선물을 국민께 드리는 날이 이뤄지길 희망한다”며 발길을 돌렸다.               <  한겨레 신민정  전광준 기자 >

 

국힘 당사 앞 몰려간 시민 200여명 “한동훈이 기만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폐기 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로 몰려간 시민들. 박고은 기자
 

7일 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폐기되자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몰려가 “국힘당 해체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이날 밤 9시30분께 국민의힘의 보이콧으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폐기되자 국민의힘 당사 앞으로 온 시민 200여명은 경찰의 방호벽 넘어로 국민의힘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 시민은 국민의힘 당사를 지키고 있는 경찰에게 “당신들 (비상계엄이 선포된) 12월3일날 뭐했어?”라며 따졌다. 국민의힘 당사를 향해 “너네들만 따듯한 데 있으니 좋냐? 내려와라!”고 외치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재학생인 이기람씨는 “국민의힘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아 투표수가 모자라 까보지도 못했다. 국민의힘에 책임 묻는 게 맞다”며 “정치학과가 예로부터 민주주의 최선봉에 섰다. 그럼에도 국힘에서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한 김민전을 선배로 인정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최주철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한동훈이 탄핵 찬성으로 알고 있있고 가결 기대했는데 오히려 기만한 거 같다”며 “기대를 국민의힘에 한다는 게 안 맞는 것 같지만 국민 배신한 것에 대해서 분노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사과 보고는 국민을 기만하는 느낌. 그걸로 끝낼 수 있는 상황 아니라고 본다. 계엄군이 유리창 깨고 (국회에) 들어가는 걸 전 국민이 확인한 상황에서 수습은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서강대 총학생회장단도 “국회는 윤석열 탄핵안 표결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국민의힘을 규탄했다.                             <  한겨레  박고은 기자  >

 

대통령 담화에 분노 쏟아낸 TK “윤석열·한동훈·국힘 야합 선언”

7일 오후 대구·경북 곳곳 윤석열 퇴진 집회

 

 

 
지난 6일 오후 5시 대구시 중구 씨지브이(CGV)대구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대구시국대회’에 2000여명이 참석했다. 김규현 기자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분노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 7개 시민단체는 7일 긴급 성명을 내어 “윤석열의 오늘 담화는 탄핵을 앞둔 국민에 대한 담화가 아니라 계엄령 선포의 기존 입장을 유지한 자신의 입장 표명이자 궁지에 몰린 윤석열과 한동훈, 국민의힘의 야합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로써 윤석열에게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 명명백백히 드러났다. 자신에 대한 처분을 국민의힘에게 일임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헛소리이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정신차리고 내란음모 실행자와 협력자를 탄핵하고 처벌하는데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도 이날 성명을 내어 “윤석열은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고작 2분간 진행된 대국민담화의 주된 내용은 ‘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는 것이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도 당의 안위만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국의 거리로 쏟아져 나온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탄핵안이 부결되면 남은 것은 국민적 항쟁뿐”이라고 꼬집었다.

경북 울진군 시민사회로 꾸려진 ‘윤석열 탄핵 울진군민행동’은 이날 울진읍 농협하나로마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란의 주범인 윤석열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 민심을 배반한 권력과 정당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지난 역사에서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탄핵 반대는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며, 내란의 공범으로 윤석열과 함께 침몰할 것”이라고 밝혔다.

퇴직 교사들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대구지역 퇴직 교사 227명은 이날 시국선언을 발표해 “위기 때마다 찾아와 읍소하면 모른 척 들어 주고,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을 지지했던 대구·경북에서도 많은 시민이 분노와 충격에 휩싸여 윤석열 퇴진과 구속을 외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며 “비상계엄이라는 비상식적이고 반헌법적인 조처를 한 내란 주범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라고 밝혔.

경북 지역 퇴직 교사들로 꾸려진 경북참교육동지회도 성명을 내어 “평생을 경북에서 후진 양성을 위해 헌신한 우리 퇴직 교사들은 국정농단과 국가혼란을 초래한 윤석열 같은 제자를 둔 것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공동체의 가치보다 경쟁중심의 반민중적인 사람을 교육한 것에 대한 통한의 반성을 하며 무너진 정의를 살리기 위해 나서고자 한다. 사랑하는 제자와 젊은 사람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은 윤석열을 즉각 몰아내는 것이라고 선언한다”고 밝혔다.

한편 윤석열퇴진 대구시국회의는 이날 오후 5시부터 대구시 중구 씨지브이(CGV)대구한일극장 앞에서 국회 본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생중계를 함께 본 뒤, 오후 6시부터 ‘윤석열 퇴진 대구시국대회’를 열 예정이다. 탄핵안이 부결되면 집회를 마친 뒤 대구시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경북도당 앞까지 행진한다.

경북에서도 이날 오후 안동(안동문화의거리)·경주(신라대종 앞)·영천(영천시청 앞) 등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 한겨레  김규현 기자 >

 

“결국 국민이 이긴다…윤석열 탄핵” 밤새 국회를 울렸다 

국회의사당 앞 범국민촛불대행진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김건희 여사 특검 투표 결과를 대형 화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담장을 사이에 둔 국민 100만명(주최 쪽 추산, 경찰 비공식 추산 15만명)과 ‘국민의 대의 기관’ 뜻은 끝내 어긋났다.

7일 밤 9시30분께,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정족 수가 부족해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 되었다는 소식이 국회 앞을 지키고 있던 시민들 사이에 전해졌다. ‘극적인 반전’을 기다리며, 늦은 밤까지 구호를 멈추지 않던 시민들 사이에 일순 정적이 감돌았다. 고요, 그리고 이내 탄식과 고함이 터졌다. “안돼” “아악”.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정해, 대부분 의원이 따랐다. 국민의힘에서 8명 이상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면 정족 수 부족으로 탄핵안은 자동 폐기될 예정이었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의원은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 3명 뿐이다.

국회 표결을 앞두고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은 표결 결과가 나오기 직전까지도, 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돌아오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못했다. 여당 의원들 이름을 호명하며 “(본회의장에)들어가” 들어가”를 외치는 시민 목소리는 표결 종료시점이 임박할 수록 외려 점점 더 크게 울렸다. 아이패드에도 하고픈 말을 담아 흔들었다. “이틀 뒤에 시험이야 그러니까 빨리 들어가” “나 내일 출근한다 빨리 들어가라” “이번만큼은 국민의 ‘힘’이 되어라”.

공부하고 출근하는 일상을, 그 바탕에 있었던 민주주의를 지켜달라는 애원이었다. 행정부 수반 대통령이 벌인 ‘내란 사태’에 맞서 국회의 본래 역할대로 시민 목소리를 대변해달라는 간청이었다.

직장인 정유은(32)씨는 표결 종료 소식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끝내, “민주주의라서 국민의힘 의원들도 편하게 살았던 게 아닌가. 그들이야말로 민주주의를 누릴 자격조차 없다”며 “매주 나올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학생 신지은(22)씨는 “이렇게 추운 날씨에 이렇게 많은 국민이 외쳤는데 국민의힘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촛불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7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부터 여의도역까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탄핵안 통과는 불발됐지만 시민들은 포기하기보단 다짐하고 서로를 다독이는 분위기였다. ‘12.3 내란 사태’의 참혹한 광경 앞에 물러설 수 없는 선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조민제(48)씨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위기를 맞고보니 당연한게 아니었던 것”이라며 “딸이 중학교 2학년인데 계엄이 뭔지도 잘 모른다. 군이 국민한테 총을 겨눌 수 있다는 것도 이해를 못한다”며 울었다. 이어 “그래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주말을 포기하고 한 데 모인 모습은 자랑스럽고 감동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8년 전 겨울 내내 이어졌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집회를 되새기는 시민도 적잖았다. 직장인 정아름(28)씨는 “제대로 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실망과 걱정이 앞선다”면서도 “국민의힘은 탄핵을 한 번 겪고도 국민 무서운 걸 모르는 것 같다. 그때처럼 어떻게든 국민이 이기고 마는 모습을 또 보게될 것”이라고 했다. 직장인 김균호(54)씨는 “이런 광장이 모이면 하나의 들불이 돼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 것처럼 더 타오를 거다.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범국민촛불대행진을 진행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여당의 표결 불참을 “주권자 국민의 뜻을 짓밟은 내란동조 행위”로 규정하며 “국민들은 국민의힘의 존재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내란 세력들은 우리들의 평화로운 집회를 폭력 시위로 변질시키려 할 것”이라며 “끝까지 평화로운 집회를 만들어 나가자”고 했다.

이날 국회 앞에는 주변인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을 일부 열차가 무정차 통과할 정도로 압도적인 인파가 몰렸지만, 큰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탄핵” 탄핵”을 외치는 시민의 목소리만은 밤 늦은 시간까지 국회를 향해 울렸다.  < 한겨레 김가윤  박고은 기자 >

 

 

 

‘윤석열 탄핵 찬성’ 시사한 친한계…‘김건희 특검법’도 찬성표 던지나

 
     김건희 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탄핵 동참 뜻을 밝히면서, 친한동훈계가 ‘김건희 특검법’에도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모인다.

애초 친한계는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건 수사기관에 대통령실과 당의 빗장을 여는 것”이라며 ‘절대 불가’ 태도였다. 김건희 특검이 성사되면 지난 4월 총선 공천을 책임진 한 대표가 수사 대상에 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대표와 가족 명의의 당원 게시판 글 논란이 확산하고 ‘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 사건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수사 상황을 지켜본 뒤 입장을 정해도 된다”는 ‘결론 유보’ 쪽으로 돌아섰다. 이를 두고 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친한계가 ‘당원게시판 논란’을 덮으려고 김건희 특검법을 볼모로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5일 오전 한 대표의 비상계엄 비판과 윤 대통령 탈당 촉구→6일 오전 한 대표의 윤 대통령 탄핵 동참 시사 등 상황이 급변하면서, 친한계의 김건희 특검법 이탈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과 함께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탄핵소추안과 마찬가지로 김건희 특검법도 국민의힘 의원 최소 8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친한계 조경태 의원은 이날 ‘(김건희) 특검도 필요하다고 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연하다”고 답했다. 또 다른 친한계 인사는 한겨레 통화에서 “지금 상황으로는 어영부영 김건희 특검법까지 같이 넘어가는 분위기 아니냐”고 했다.

당내 중립지대 의원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계파색이 옅은 김용태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대표의 탄핵 찬성 시사 발언 직전 에스비에스 라디오에서 “특검까지 막기는 정무적으로 어려울 수 있지 않겠나”라며 “두개(탄핵과 특검) 다 반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탄핵 반대’ 당론을 전제로 한 것으로, 특검법 찬성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 중이라는 취지다.

 

조경태, 국힘 의원 중 탄핵 첫 찬성…“윤 직무정지 빨리 시켜야”

“정치인들 역사 앞에 죄인 돼서는 안 된다”

 
 

친한동훈계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6일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라면 모두가 (윤석열 대통령 직무정지에) 찬성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 중에서 탄핵 찬성을 언급한 건 조 의원이 처음이다. 한동훈 대표는 앞서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며 탄핵을 시사했다.

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말했듯이 대통령 직무정지를 빨리 시켜야 한다. 국민의힘이 또 정치인들이 역사 앞에 죄인이 돼서는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조 의원은 한 대표의 ‘윤 대통령 직무집행 정지’ 발언에 대해선 “(탄핵 찬성으로) 봐도 된다. 그건 다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국민의 편에 서느냐, 아니면 비상계엄을 내렸던 세력의 부역자가 되느냐 선택은 정치인들이 판단해야될 문제”라며 “부디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모두가 국민의 편에 서는 정치인이 되길 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다. 비상계엄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 거기에 대해 본인들이 판단해야 될 문제”라며 “국민의 편에 서느냐 부역자가 되느냐, 거기에 대해 선택을 스스로 하시면 되겠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의 입장이 사전 추경호 원내대표와 조율된 것이냐는 질문에는 “원내대표는 지난번 개헌 해제 표결에 참석 안했다. 그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라며 “그 부분은 원내대표로서 적절한 처신이었는지 많은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버티는 국힘 중진…한동훈 ‘탄핵 찬성’ 시사에 반발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한동훈 대표 발언 후 비공개 전환되었음에도 김재원 최고위원(왼쪽)이 발언하자 한 대표가 바라보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6일 한동훈 대표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시사 발언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추경호 원내대표와 긴급 회의를 한 뒤 곧바로 한동훈 대표를 만나 이런 의견을 전달했다.

5선 윤상현 의원은 모임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대로 당장 대통령을 탄핵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게 정권을 헌납할 수는 없다”며 “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체제와 미래, 아이들을 위해서 대통령 탄핵에 동참할 수 없다”고 했다.

윤 의원은 “(중진 모임에서) 일단 탄핵 반대보다는 한동훈 대표의 말씀에 대해 당론으로 채택된 것에 대해 어떻게 혼자서 저런 식으로 하냐는 중진들의 의견 개진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 대표의 말에 동의하는 의원이 있었냐는 물음에는 “거의 없었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는 대통령 탄핵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5선인 권영세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론이 (탄핵에) 반대해야 한다”라며 “(한 대표 입장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아직 확인되지 않는 이야기를 가지고 이렇게 입장을 바꾸는 건 굉장히 경솔한 일”이라고 했다. 한 대표가 언급한 ‘주요 정치인 체포·구금 계획’이 사실로 확인되면 입장이 달라질 수 있냐는 물음엔 “앞으로 이야기가 되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계엄이 나오자마자 (한 대표가) 내용도 알지 못한 상황에서 위법·위헌으로 규정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도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것은 대단히 문제가 있다”며 “당분간 계속 (탄핵 반대 당론이) 유지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5선 김기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직무집행정지를 요구한 것을 듣고 “순간 귀를 의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이야기가 아닌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반발했다. 김 의원은 “(한 대표가) 불과 하루 전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를 막기 위해’ 탄핵을 막겠다더니, 오늘은 ‘국민을 지키기 위해’ 탄핵이 필요하다고 한다”며 “대통령 탄핵이 어린아이 손바닥 뒤집듯 할 수 있는 가벼운 사안인가”라고 했다. 이어 “한 대표는 오늘의 발표 이전에 의원총회에서 어떤 의견도 구하지 않았다”며 “당론을 정할 때는 대표와 상의하라고 외치더니, 정작 이 엄청난 결정을 내릴 때는 당헌·당규를 위반한 채 자신 혼자 처신한 것이다. 제왕적 대표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 계엄은 명백히 잘못된 조치였다. 대통령도 국민께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해야 마땅하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또 다시 대통령 탄핵에 우리 당이 앞장서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우리 당이 탄핵에 앞장서는 것은 국민 앞에 또다른 무책임이고, 보수 괴멸을 우리 손으로 앞당기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탄핵은 국가적 불행이다. 우리는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혼란과 국가 분열, 국민 갈라치기로 인한 국력 손실을 겪은 바 있다”며 “우리 손으로 만든 대통령을 이번에도 우리 손으로 탄핵한다면, 다음번에 또다시 우리에게 표를 달라고 국민에게 말조차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국힘 친한계 의원 5명 “대통령 임기단축 개헌해야”

 

여당 내부 첫 집단적 요구 분출
“대통령 사과·관련자 처벌”도 주문

 

 

 
국민의힘 소장파 의원들이 5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 등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친한동훈계 의원 일부가 12·3 비상계엄 사태의 질서 있는 수습을 위해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에 힘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국민의힘 안에서 ‘임기 단축 개헌’이 집단적인 요구의 형태로 분출된 것은 처음이다. 다만 이들은 야당이 추진하는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해선 “국정 마비와 국론 분열을 가져온다”는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소속 김재섭·김상욱·김소희·김예지·우재준 의원은 5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진실한 사과 △책임 있는 모든 이들에 대한 신속한 조사와 처벌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을 요구했다. 재선인 김예지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초선 의원이다.

이들은 회견에서 “대통령은 민주주의 유린의 역사와 인권 탄압의 트라우마를 겪었던 우리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대통령과 여당이 어떤 명분을 가지고 온다 해도 이번 비상계엄을 합리화하지 못한다. 탄핵으로 인한 국정 마비와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 임기 단축’도 주장했다. 이들은 “현실이 엄중하고 국민들 분노가 굉장히 커 이 정도 주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책임감의 발로”라고 말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민의 분노가 들끓는데도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미적지근한 반응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김재섭 의원은 “계엄 사태에 대해 여당에서 책임 있는 대답과 구체적이고 신랄한 반성의 메시지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지난 4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어디에 내란 의도가 있느냐”고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들이 쏟아진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들은 7일 예정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과 관련해선 즉답을 피했다. ‘임기 단축 개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탄핵에 동참하겠느냐’는 물음에 김재섭 의원은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전날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통해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바 있다.

 

국힘 시도지사들 긴급 회동…“한동훈 ‘탄핵 시사’ 발언 때문만은 아냐”

6일 오후 5시 모이기로…유정복 인천시장 제안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들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수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다.

국민의힘시도지사협의회는 6일 오후 5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모여 정국 수습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긴급 회동은 협의회장을 맡은 유정복 인천시장이 제안해 이뤄졌다. 유 시장 제안에 12명의 다른 광역단체장들은 긴급 회동에 찬성하고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국 수습 방안은 회동이 끝난 뒤 정리,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회동은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의 오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사 발언과 관계없이 이뤄졌다는 게 유 시장 쪽 설명이다. 다만 한 대표 발언 이후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유정복 시장 쪽은 “유 시장이 출근 전부터 국민의힘시도지사협의회 회동을 논의했다고 한다. 출근 직후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에게 회동을 제안했다”며 “이번 회동이 한 대표의 탄핵 시사 발언 때문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한 대표가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그런 발언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했다. 이어 “정국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논의하고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탄핵은 안 돼…윤 대국민 사과·임기 단축 개헌해야”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5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거듭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데 국민의힘이 동조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6일 이날 오전 9시45분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용병 두 사람(윤석열·한동훈)이 국사가 아닌 개인적인 감정을 이유로 저지르고 있는 반목이 나라를 뒤흔드는구나. 또다시 탄핵당하면 이 당은 더이상 존속할 가치도 없고 소멸할 겁니다”라며 “이미 전달되어 검토하시겠지만 대통령은 조속히 대국민 사과를 하고 거국내각을 구성하여 책임 총리에게 내정 일체를 맡기고 임기 단축 개헌을 선언하시기 바랍니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 오전 11시42분께 쓴 글에서는 “8년 전 박근혜 탄핵 때 경남지사로 있으면서 우리 당 국회의원들에게 ‘탄핵은 불가하다. 질서있는 하야의 길로 가라’고 그렇게 설득해도 유승민을 비롯한 야당 담합 세력들은 탄핵에 동조하여 탈당하고 바른정당으로 갔다. 탄핵 대선 때 궤멸 지경에서 겨우 연명하기는 하였으나 대선, 지방선거, 총선에서 연달아 참패하고 적폐세력으로 몰려 소수당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두 달 전부터 박근혜 탄핵 전야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는데도 알아듣지 못하고 당과 나라는 또다시 나락으로 가고 있다. 통탄할 일이다. 한국 보수세력이 그렇게 무능하고 나약한 집단이었던가? 철부지 용병이 날뛰는 그 당은 미래가 없다. 그럴 바엔 차라리 당을 해체해라. 그런 인식 수준으로 너희들은 한국 보수정당을 운영할 자격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 5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발표 사태에 대해 “답답한 마음은 이해하겠으나 뜬금없는 결정이었다. 지금은 시대가 변했고 군인들이 좌지우지하는 나라가 아니”라고 지적하며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각 실·국장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대구시정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도록 매진하라”고 말했다.

 

윤 탄핵안·김건희 특검법 7일 동시 표결…‘여당 동참’ 압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과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안건을 7일 저녁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함께 올리기로 했다. 국민의힘이 지난 4일 밤 ‘탄핵 부결’을 당론으로 정해 탄핵안 가결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향한 ‘광장의 분노’를 동력 삼아 국민의힘에 탄핵 동참을 압박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광장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집단으로 불참한다면, 민주당으로선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마땅찮다. 2017년 ‘박근혜 탄핵’을 거치며 국민의힘에는 ‘탄핵 찬성=정권 상실’이란 프레임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탓이다.

이재명 대표는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실질적인 왕정을 꿈꿨던 친위 쿠데타”라며 “탄핵은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한동훈 대표에게 전화도 드리고 비서실장을 통해서 대화도 요청하지만, 아무 반응이 없다”며 “대범하게 본인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이 자리에서 “내란의 우두머리를 지키기 위해 내란의 공범을 자처한다면, 국민께서는 우두머리뿐 아니라 공범까지 싸그리 심판할 것이고, 한동훈 대표도 당연히 심판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탄핵 거부=내란 동조’ 프레임으로 국민의힘을 압박하겠다는 계산이다.

민주당은 애초 6일 새벽으로 계획했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7일 저녁 7시로 늦췄다. 탄핵 반대 당론을 정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시간을 벌고, 그사이 국민 여론으로 국민의힘을 압박하려는 의도다. 실제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4일 전국 18살 이상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4%포인트)를 보면, 응답자의 73.6%가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 민주당은 7일 오후 서울에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가 주최하는 ‘윤석열정권 퇴진 3차 총궐기’에 참가한 뒤 본회의 표결에 참석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오는 10일로 예정했던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시기도 7일로 당겼다.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과 같은 날 재의결 안건을 올려 국민의힘의 ‘집단 표결 불참’을 최대한 방해해보겠다는 셈법이다. ‘재적 의원(300명) 3분의 2’가 찬성해야 통과되는 윤 대통령 탄핵안과는 달리 김건희 특검법은 재표결에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찬성’만으로 가결된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에 불참한다고 해도, 민주당 의원(170명)만으로도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에선 이를 막기 위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어쩔 수 없이 본회의장에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물론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에는 반대표를 던지고, 당론에 따라 단체로 퇴장하면 윤 대통령 탄핵안 처리는 어려워진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탄핵소추안 의결이 어려운 건 알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일단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7일 탄핵의 벽을 뚫지 못할 것을 대비해 ‘탄핵 장기전’도 준비하고 있다. 우선 ‘김건희 특검법’을 세차례 발의했던 것처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부결되면 탄핵소추안도 다시 발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죄로 수사하는 상설특검 수사요구안도 발의했다. 오후에는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을 내란 혐의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내란 또는 외환의 죄’는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수사가 시작되면 실질적으로 윤 대통령을 압박하고, 탄핵의 ‘증거’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민주당은 기대한다.

국민의힘을 윤 대통령 탄핵에 동참시키려면 압도적 ‘광장의 힘’이 필요하다고 본다. 2016년 12월9일 ‘박근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던 것도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의원 62명이 가중되는 ‘광장의 압박’에 탄핵 찬성으로 선회하면서 가능했기 때문이다.

 민주 “2차 계엄 제보 입수…전 의원 국회 대기”

“오늘 이후 국회 경내 비상대기
2차 계엄 시도 금방 진압될 것”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2차 비상계엄 선포’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고 6일부터 소속 의원 전원이 국회 경내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2차 계엄 시도와 관련한 제보, 문제 제기가 당에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저희 의원들은 오늘 이후 국회 경내를 이탈하지 않겠다. 지금까지 그랬으나 경내에서 비상 대기하겠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이어 “윤 대통령이 2차 계엄을 통해서 국민의 민의를 꺾으려 시도한다면 금방 진압될 것”이라고도 했다.

군인권센터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육군에서 이상 징후가 제보되고 있다. 복수의 부대가 상급부대 지침에 따라 중대장 이상 지휘관은 8일까지 비상소집이 있을 수 있으므로 휴가를 통제한다는 지침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이재명 “윤, 계엄 또 시도할 것…북한과 국지전 벌일지도”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 통과 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시도가 국회 의결로 무산된 4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사퇴 촉구· 탄핵 추진 비상시국대회’를 열어 ‘불법 계엄’을 규탄하고 윤 대통령 등에 대한 내란죄 수사를 촉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비상시국대회에서 “(윤 대통령은) 상황이 정비되고 호전되면 또 계엄을 시도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까지보다 더 당당하게 대비해야 한다”며 “이 나라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 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저들도 한번 실패했기 때문에 부족한 점을 채워서 다시 시도할 것”이라며 “무력을 동원한 비상 계엄 조치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된 순간에 저는 그들이 국지전이라도 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북한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교전 상황을 만들고 무력 충돌로 이끌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태로 보여진다”고도 했다. “상식을 가진 보통의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결코 비상 계엄 같은 건 꿈도 꾸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장갑차 앞에 앉아서 장갑차를 막고 실탄 탄창 꽂은 총 앞에서 함께 맞서 싸운 여러분이 없었다면 어떻게 몰염치한 정권의 친위 쿠데타, 내란 행위를 막을 수 있었겠냐”며 “국민 여러분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사실은 헌법 1조에만 쓰인 게 아니라 바로 이 투쟁 현장, 삶의 현장에서 여러분 스스로가 증명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윤 대통령은 헌법상 가장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인의 한 명일 뿐”이라며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내란죄를 벌였을 경우에는 법상 형사소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제 우리는 윤석열을 대통령 자리에 잠시라도 둘 수 없다. 탄핵소추로 윤석열의 대통령 직무를 즉각 정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윤석열, 미친 독재자...2차 계엄 가능성 1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민석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5일 윤석열 대통령을 “비정상을 넘은 미친 독재자”라고 비판하며, 윤 대통령이 계엄 재시도에 나설 가능성을 “100%로 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5일 민주당 비상최고위원회의에서 “‘내가 무슨 잘못이냐’는 (윤 대통령의) 뻔뻔한 적법 주장과 합리화가 제2 계엄시도의 첫번째 신호탄”이라며 ‘국회 독재를 막으려 계엄했다’는 광인의 독백은 결코 무시하면 안 될 계엄 내란의 합리화”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8월부터 윤석열 정부의 ‘계엄 준비설’을 제기해온 바 있다.

김 의원은 “북한과 간첩이 아니라 야당과 국회, 비판적 국민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고 척결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역대 독재 최초의 계엄 명분, 김건희 감옥행을 온 국민을 밟고라도 막아야 한다는 광적인 집착, 하루하루 조여드는 김건희 특검과 명태균 조사의 압박감, 무엇보다 치매 노인에게 주어진 살인 무기 같은 계엄권이 그대로 있기 때문에 제2, 제3의 계엄은 반드시 시도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시비에스(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도 2차 계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100% 그렇게 본다”고 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대통령의 본질적인 동기와 본질적인 권한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더 궁지에 몰린 비정상적 대통령은 더 극악한 방법으로 이번에는 성공시킨다, 마치 찌르고 비틀어서 끝까지 기소해 성공시킨다는 정치 검찰의 수법처럼 반드시 다시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의 김 장관 면직을 재가한 데 대해 “다른 국방부 장관을 (임명)해서라도 (계엄을) 할 수가 있다. (면직 재가) 그것은 일시적인 후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면직을 재가하고, 신임 장관 후보자로 최병혁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지명했다.

 

“윤 ‘계엄 해제돼도 또 하면 된다’고 했다”…민주, 제보 공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군에 ‘국회의원 체포’를 언급하며 “(부족하면) 병력을 더 투입하라. (비상)계엄이 해제돼도 또 한 번 하면 된다”고 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6일 “저희 의원이 제보를 받았는데 매우 신빙성 있다고 판단돼 공유한다”며 “윤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방문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거기에 ‘국회의원 체포’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군이 체포가) 안 되는 이유로 ‘군 병력이 부족하다’ 하니 윤 대통령이 ‘병력을 더 투입해라. ‘계엄이 해제돼도 제가 또 한 번 하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제보는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지만 상황이 엄중해 언론에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또,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까지 ‘사복체포조 가동’을 비롯해 비상사태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내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인데 시점은 매우 유동적”이라며 “그 사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단전, 단수, 병력 투입, 사복체포조에 의한 본청 주변에서의 작전개시 가능성까지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주요 정치인들 체포 지시를 받았다는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이 ‘체포 1순위’라고 강조했다. 노 대변인은 “지금 이 내란죄는 군사 반란에 해당한다고 우리 당은 판단한다”며 “군 검찰이 즉시 군사 반란에 가담한 군 관계자를 체포해야 하고, 그 중에서도 여인형 사령관은 즉시 체포해야 할 대상”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필요하면 국회 전원위원회 개최도 검토 중이다. 노 대변인은 “유관 상임위별로 전체회의 중인데, 상임위 활동을 강화하기로 방침을 세웠다”며 “필요시 전원위를 소집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개최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원위원회는 의원 전원이 참석하며 각종 상임위원회 등을 거친 의안 수정안 의결이 가능하다.

 

“2차계엄 의심…4일 지휘관 비상소집 대비 지시” 군인권센터 주장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2차 비상계엄 정황이 포착되었다며 육군에서 들어온 제보를 설명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육군 여러 부대에서 8일까지 ‘비상소집에 대비한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을 내리는 등 ‘2차 비상계엄’ 의심 정황이 포착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권단체 군인권센터는 6일 기자회견을 열어 “복수의 육군부대에서 탄핵안 표결 다음 날까지 지휘관 비상소집 대비를 지시했다”며 “2차 비상계엄 의심 정황이 포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육군부대 간부들의 제보를 받았다. 전방 부대, 수도권 인근 부대 모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군인권센터 설명을 들어보면 육군 여러 부대는 상급부대 지침에 따라 12월4일 오전 11시 또는 12시경 ‘전 장병 출타 정상 시행’ 지침을 하달하면서 지휘관(중대장 이상)은 12월8일까지 지휘관 비상소집이 있을 수 있으므로 ‘휴가를 통제한다’는 지침을 덧붙였다고 한다. 야당은 지난 4일 오전, 7일 오후 7시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처리할 뜻을 밝힌 바 있다. 탄핵 표결 이튿날까지 비상소집을 준비시킨 것인데, 탄핵 표결이 부결될 경우 윤 대통령이 대통령 업무를 이어가면서 또다시 계엄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을 암시한다는 게 군인권센터 쪽 주장이다. 

군인권센터는 “비상계엄이 해제되었음에도 육군 부대들이 여전히 비상 상황을 유지하고, 비상소집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2차 계엄의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라며 “탄핵이 부결될 시의 플랜을 세워두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지난 3일 밤 11시 각 부대에 검문소와 탄약고를 확인하라는 등 비상소집 지침이 하달됐다는 점도 언급됐다. 군인권센터는 “당시도 관련 지침이 문서로 하달된 건 없고 단체 대화방 등 여러 루트로 비상대기 명령이 내려갔을 뿐이다. 이번도 어떠한 문건이 없더라도, 휴가를 묶어두는 자체가 이상 징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센터는 ‘부대 내 상황이 굉장히 이상하다’, ‘평소 같지 않다’, ‘엄중한 분위기다’라는 제보도 받았다고 전했다.

군인권센터는 “중대장을 대기시키는 것은 병력을 쉽게 출동시키려는 목적으로 판단된다. 밤 10시30분에 비상계엄을 하고 11시에 병력동원령을 내려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윤 대통령은) 국회에 200여명을 투입하고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실험을 한번 한 셈이다. 경찰 병력만 장악하면 시위하던 시민 천여명도 해산시키고 국회의원을 체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이날 정례간담회에서 ‘2차 계엄’ 의혹에 대해 “육군본부 차원에서 8일까지 지휘관 출타를 통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며 “2차 계엄에 대해선 말씀드릴 부분이 없다. 그런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민주 “계엄 직후 접경지 군인, 시내 진지 구축”…국지전 준비 의혹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5일 국방위 전체회의서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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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5일 오전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해병대원이 해안선 수색정찰을 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강원도 접경지에서 복무하는 군인이 한밤중에 군장하고 유서를 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2월4일 0시 40분쯤 비상계엄이 유지 중이던 그때 강원도 접경지에서 군 복무 중인 아들을 둔 부모가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며 “여기에는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새벽에 군장하고 유서 쓰고 총 챙겨서 시내 진지 구축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말했다. 허 의원은 이러한 제보 내용을 한 번 더 반복해 읽으며 김선호 국방차관에게 “이러한 상황을 체크 못 했냐”고 물었다. 김 차관은 “확인하겠다”고만 답변했다.

제보자의 아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 투입된 계엄군(특전사 707특수임무단, 제1·3공수특전여단, 수방사 군사경찰특임대)이 아니라 일반 군인으로, 윗선의 지시를 받고 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은 접경지 군인이 유서를 쓰면서 느꼈을 공포에 공감하면서, 이러한 사태를 조장한 윤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한덕수 국무총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을 만난 자리에서 이번 계엄선포가 야당에 대한 ‘경고성’이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누리꾼은 “(야당에게) 경고하기 위해 스무살, 스물한 살 군인들까지 유서를 쓰게 만드냐”고 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로서 가슴이 찢어진다”고 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윤 대통령이 계엄을 연장하기 위해 국지전을 준비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앞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불교방송(BBS) 라디오 ‘함인경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2차 계엄 가능성을 제기하며 “북한과 긴장을 고조시켜 국지전을 유발할 수도 있고, 이를 빌미로 계엄을 선포할 수도 있다”고 했다.

 

김선호 국방장관 직무대리 “2차 계엄 요구 있더라도 절대 수용 불가”

기자회견에 방첩사·특전사 관할 본부장 배석

 
 
 
김선호 국방부 차관(장관 직무대리)이 6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 차관 왼쪽은 조창래 국방부 정책실장, 오른쪽 첫번째는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이다. 국방부 정책실장은 국방부 서열이 장관과 차관 다음이고, 국방정보본부장은 방첩사령부를 지휘감독하고 합참 작전본부장은 특전사령부 같은 작전부대를 관할한다. 이들이 기자회견에 배석한 것은 만약 계엄이 발령되더라도 수용·시행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로 읽힌다.
 

2차 비상계엄 선포 우려에 대해 국방부는 “만약, 계엄 발령에 관한 요구가 있더라도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이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국방장관 직무대행)은 6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발표한 ‘비상계엄 관련 국방부 입장'을 통해 “오늘 오전 일각에서 제기된 ‘2차 계엄 정황'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국방부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며, 군 검찰 인원도 파견해 합동수사가 이루어지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차관은 “지난 12월3일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우려와 심려를끼쳐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군은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본연의 임무에 매진하면서 국민의 안전과 평온한 일상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제2 비상계엄?…수방사령관 “불법적·부적절한 지시 절대 안 따를 것”

 
이진우 수방사령관(오른쪽)이 6일 오후 수방사령부를 찾아간 김병주·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튜브 라이브방송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김병주 의원 유튜브 갈무리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이 ‘제2 비상계엄’ 선포 가능성에 대해 “절대 그럴 일 없다”고 부정했다. 이진우 사령관은 6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수방사는 기본임무가 수도 서울 시민 지키는 거다. 불법적이고 부적절한 지시는 절대 따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사령관은 “합리적 명령이 아니면 안 따르겠다. 위법 명령 안 따르겠다는 것이냐”는 김병주 의원 질문에 “예”라고 대답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일로 많이 심려하셨을 텐데 수방사 장병 부모님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 말씀드린다”며 “대한민국 국민 모든 분께 현장출동지휘관으로서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이 사령관은 “국회로 가라”는 당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받고 수방사 병력 110명을 국회에 투입했다.

군 ‘2차 계엄 의심’에 “지금 말씀 드릴게 없다…우려 안 해도 된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군의 국회 진입으로 부서진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실 창문을 들여다 보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국방부가 ‘2차 비상계엄’은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국방부 당국자는 6일 ‘군이 2차 계엄을 준비하고 있다’는 시민단체 군인권센터의 주장에 대해 “군사적으로 어떤 조치가 내려간 게 국방부 차원에서는 없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합참) 관계자도 “2차 계엄에 대해서 지금 말씀드릴게 없다”며 “그런 우려를 안 하셔도 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이날 군인권센터는 기자회견을 열어 복수의 육군 부대가 오는 8일까지 ‘지휘관 비상소집 대비 지시’를 받았다며 “2차 비상계엄 의심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센터는 “복수의 부대가 상급부대 지침에 따라 중대장 이상 지휘관은 오는 8일까지 비상소집이 있을 수 있으므로 휴가를 통제한다는 지침을 지난 4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8일은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표결되는 다음 날이라면서 “의심의 소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합참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부대 이동시에도 합참 승인을 받고 시행하도록 지시한 바 있고, 실제로 대단위 부대이동에 대해서는 확인하고 승인해주고 있다”며 “군인권센터가 발표한 그런 내용은 세부사실은 확인하고 있으나 전혀 그런 의도는 그런게 아닌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육군도 “본부차원서 12월8일까지 지휘관 출타 통제를 내린 바 없다”고 확인했다. < 한겨레 >

 

‘윤석열 내란죄’ 검찰 수사권 없고, 경찰은 ‘셀프수사’…“특검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0월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행사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죄 등으로 처벌하라는 고발장이 검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경찰로 쏟아지며 실제로 초동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수사 주체를 둘러싼 혼선도 예상된다. 수사의 핵심은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이지만, 검찰에는 내란죄 수사개시권이 없고, 수사권이 있는 경찰은 ‘셀프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결국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란죄 고발 사건의 경우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찬규), 공수처는 수사4부(부장 차정현), 경찰은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과에 배당했다. 검찰은 5일 비상계엄 선포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우선 출국금지했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야당의 요구가 잇따르자 경찰도 김 전 장관 출국금지를 신청했다.

검찰은 직접 수사가 가능한 직권남용 혐의를 중심으로 비상계엄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직권남용 혐의의 경우 윤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어 당장의 실효성은 없다. 검찰이 김 전 장관의 직권남용 수사에 착수한 뒤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인 내란 혐의까지 확대하는 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윤 대통령까지 수사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이날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수사가 적절하게 이뤄질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를 만류하지 않은 의혹이 있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있는 것도 문제다. 검찰 고위직 출신 법조인은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통해 개입하면 검찰총장도 이를 핑계 삼아 수사 범위와 방향을 틀어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란죄는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공직자 범죄가 아니다. 공수처법에서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고위공직자의 ‘관련 범죄’로 수사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긴 하다. 그러나 공수처 관계자는 “관련 조항에 해석의 여지가 많아 단정적으로 (내란죄) 수사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긴 어렵다”고 했다. 게다가 공수처는 가뜩이나 수사인력 부족으로 기존 사건 처리에도 애를 먹고 있다.

경찰은 수사 범위에 한계가 없기 때문에 내란죄 수사에 장애물이 없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도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 대통령 내란죄 사건에 대해 수사 의지가 있는지 정확히 말씀해달라”고 하자 “의지가 없으면 어떻게 (사건을) 배당하느냐”고 답하며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경찰은 윤 대통령의 측근이자 비상계엄 선포에 책임이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조직인데다, 국회 봉쇄에 경력을 투입한 혐의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도 고발된 상태다.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권 한계와 경찰의 ‘셀프수사’ 논란을 돌파하고 내란죄 수사를 하려면 특검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제대로 수사하려면 특검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직권남용은 검찰이나 공수처가, 내란죄는 경찰이 나눠서 수사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검찰이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개시하고 내란죄로 확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국민이 검찰을 신뢰하고 수사를 맡길지 의문”이라고 했다.

야당은 상설특검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죄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상설특검은 개별 특검법과 달리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우회해 재적의원 과반(151명 이상)의 의결로 띄울 수 있다. 다만 수사 기간이 60일(필요시 30일 연장)이고 수사팀이 특검을 비롯한 38명으로 제한된다. 윤 대통령이 특검 임명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사를 방해할 수도 있다.

 

경찰, 120여명 ‘비상계엄’ 전담수사팀 구성…“법·원칙 따라 수사”

 

 
 
지난 5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경위와 관련 현안 질의를 위해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120여명의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단은 6일 “비상계엄 관련 고발사건에 120여명의 전담수사팀을 구성하여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기준으로 비상계엄과 관련해 경찰에 접수된 고발은 총 4건이다. 고발인은 조국혁신당, 민주노총 위원장 등 59명, 진보당, 더불어민주당 등이다.

고발된 혐의는 형법 87조 내란, 군형법 5조 반란, 형법 123조 직권남용 등이라고 국수본은 밝혔다.

 

‘윤 계엄 사건’ 특수본 꾸린 검찰…최순실 게이트 이후 8년만

내란죄는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 아니지만, 직권남용 혐의는 수사 가능

 

 
 
심우정 검찰총장이 10월2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대상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본격 수사에 나선다. 검찰이 특수본 구성에 나선 건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8년 만이다.

대검찰청은 6일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이번 비상계엄 관련 사건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수본 본부장은 박세현 서울고검장이 맡는다. 사법연수원 29기인 박 고검장은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9월 대검 형사부장(검사장)으로 승진했고, 올해 5월 서울동부지검장을 지낸 뒤 지난 9월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했다.

차장검사로는 김종우 서울남부지검 2차장이 투입됐다. 김 차장검사는 ‘금융범죄 중점 검찰청’인 서울남부지검에서 금융·증권·가상자산 수사 등을 이끌었다. 부장검사로는 이찬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장과 최순호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이 포함됐다. 이 부장검사는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등과 관련한 고발장을 배당받은 뒤 직접 수사 개시 여부 등을 검토해왔다. 최 부장검사는 2016년 국정농단 특검 파견 경험이 있다. 특수본 전체 규모와 사무실 위치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검찰이 마지막으로 특수본을 설치한 건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 때다. 2016년 10월27일 출범한 ‘1기 특수본’에 본부장은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검사 30여명이 투입되는 등 단일 사건 최대 규모였다. ‘1기 특수본’은 그해 11월 최순실(현 최서원)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수석비서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을 구속기소했다. 이후 수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여한 박영수 특검팀에서 진행했고, 특검 종료 뒤 ‘2기 특수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및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이 8년 만에 특수본을 다시 꾸린 건 이번 사안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준하는 엄중한 상황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전날 대검찰청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수사가 적절하게 이뤄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고발된 내란죄는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아니나, 함께 고발된 직권남용 혐의는 수사가 가능하다. 검찰은 내란 혐의가 수사 대상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라 판단해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 “윤석열 비상계엄 사건, 군 검찰과 합동수사”

 
심우정 검찰총장이 10월2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대상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군 검찰을 파견받아 군과 함께 합동 수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은 6일 “비상계엄 사건 수사와 관련해 특별수사본부에 군 검사 등 군 검찰 인력을 파견받는 등 협조를 받아 합동 수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군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거 투입된 데다 이 사건 관련 혐의자 상당수가 현역 고위 간부 등임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대검은 이날 박세현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다. 특수본 차장검사에는 김종우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가, 부장검사로는 이찬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장과 최순호 형사3부장이 배치됐다.

 

‘계엄 국무회의’ 입닫은 법무장관, 검찰의 내란 수사 지휘권 쥐나

박성재, 국무회의 참석 했다면 수사 대상…“검찰, 법무부 보고부터 중단시켜야”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회의실에서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차관들과 현안 논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
 

검찰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직접 수사하겠다고 밝히면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이 사건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 장관은 12·3 계엄 사태 사흘째인 5일까지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국무회의에 참석했다면 내란 공모 혐의 수사 대상이 된다. 당장 대검찰청의 법무부 수사 보고부터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윤 대통령 등의 내란 및 직권남용 혐의 고발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를 지시했다. 이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찬규)는 윤 대통령이 이날 아침 기습 면직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출국금지했다.

법무부는 박 장관의 비상계엄 심의 국무회의 참석 여부와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박 장관은 6일 오전 10시 열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국무회의 참석 여부 및 계엄 선포 동조 여부 등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에 부정적이었더라도 일단 12·3 비상계엄 선포 심의 국무회의에 참석했다면 검찰 수사 대상이 된다.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또 대검찰청은 주요 사건의 경우 법무부에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한다. 법무부에 보고된 주요 사건은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공유된다.

검찰 고위직 출신 법조인은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의 내란 혐의가 뚜렷한 만큼 수사검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면 검찰총장도 어쩌지 못한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통해 개입하면 검찰총장도 이를 핑계 삼아 수사 범위와 방향을 틀어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6일 열리는 국회 법사위에서도 이 부분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야당에서는 박 장관 본인이 수사 대상인 만큼 이 사건 수사지휘 회피를, 심 총장에게는 법무부에 수사 보고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검찰은 김건희 여사 사건 등에서 정치적 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탄핵소추되며 직무가 정지됐다. ‘윤석열 검찰정권’이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피의자인 이 사건 수사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심 총장은 이날 저녁 퇴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사건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도 고발된 상태다. 수사권 축소로 검찰은 내란죄를 직접 수사할 수 없다. 다만 직권남용죄를 고리로 내란죄까지 수사할 수 있다는 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재직 중 내란죄로는 기소할 수 있지만, 직권남용 혐의는 수사만 가능하다. 직권남용죄 기소는 퇴임 이후에 가능하다.   < 한겨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