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존 약속 되새긴 ‘6·15 20’]

김연철 장관 비바람 불어도 갈 길, 20돌 행사 논평 안 해

김태년 민주 원내대표 판문점선언 비준 추진

 

구불구불 흐르더라도 끝내 바다로 향하는 강물처럼 남북은 낙관적 신념을 가지고 민족 화해와 평화와 통일의 길로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합니다.”

북의 거친 말폭탄공세 속에 맞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일. 더 이상의 사태 악화를 막고 북을 다시 대화의 장으로 불러오려는 정부·여당의 노력이 온종일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와 오후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열린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에 보내온 영상 메시지에서 강조한 것은 평화와 통일을 지향할 수밖에 없는 남북의 숙명이었다. 문 대통령은 남쪽에 깊은 실망감을 토로한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담화 내용을 의식한 듯 기대만큼 북-미 관계와 남북관계의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나 또한 아쉬움이 매우 크다“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의 이행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대화의 창을 닫지 말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반도는 아직 남과 북의 의지만으로 마음껏 달려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남과 북이 자주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도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대북정책을 이끌어온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전 통일부 장관)과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통일부 장관)도 최악의 사태를 막으려면 정부의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최근 위기의 직접적 원인이 대북전단 살포라는 점을 들어 우선 대북전단살포금지법제정에 최대한 빨리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정상의 원 포인트 회담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이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쓰는 배경에는 김여정 제1부부장의 공언대로 북이 무력도발을 감행할 경우 2018년 이후 남북이 힘겹게 쌓아온 모든 성과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자칫 상황이 유혈충돌로 번지면, 남북관계는 2017년 이전의 극한 대립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 군은 북한군 동향을 예의 주시했지만, 특이동향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돌을 맞는 6·15 선언의 핵심은 공존의 약속이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경의선 도라산역에서 진행된 늦봄 문익환 시비 제막식에 참석해 비바람이 불어도 묵묵히 가야 할 길을 가겠다“6·15정신은 사대가 아닌 자주, 대결이 아닌 평화, 분단이 아닌 통일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선언 20돌을 기념하는 공식행사를 열지도, 논평을 내놓지도 않았다. 공을 남쪽에 넘긴 채 다음 단계의 행동을 준비하며, 그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길윤형 성연철 이제훈 기자 >

문 대통령 평화약속 뒤로 돌릴 수 없어협력사업 찾자

전단살포 등 적대행위 중단 합의 지켜지게 국민마음 모아주길

문재인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20돌인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더는 여건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릴 수 없는 시간까지 왔다며 남과 북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협력 사업을 찾아나서자고 북한에 제안했다. 남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문 대통령의 첫 공식 반응이다.

그는 나와 김정은 위원장이 8천만 겨레 앞에서 했던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뒤로 돌릴 수는 없다한반도 운명의 주인답게 남과 북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실천해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5월 취임 3주년 때 남북 철도 연결 비무장지대 국제평화지대화 개별 관광 추진 등을 언급하며 이제는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않겠다고 한 발언의 연장선이다.

최근 북한의 격한 대남 비판에 빌미가 됐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서도 직접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기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영상 축사에서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 등 모든 적대 행위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국민께서 이 합의가 지켜지도록 마음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자제를 촉구했다. 지난 11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차원에서 대북전단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이번엔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단속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구불구불 흐르더라도 끝내 바다로 향하는 강물에 견주며 남과 북은 민족 화해와 평화, 통일의 길로 더디더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오랜 단절과 전쟁의 위기까지 어렵게 넘어선 지금의 남북관계를 또다시 멈춰선 안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영상을 촬영하면서 20184·27 남북 정상회담 때 오른 연단에 올라 축사를 읽었다. 문 대통령이 착용한 푸른색 넥타이는 김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 의원이 보내온 것으로 20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때 맸던 넥타이다. 소품과 의상을 통해서도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강력히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미 신뢰를 접고 국론으로 남쪽에 대적 행동을 선언한 북한이 전향적 태도를 보일지 불확실하다. 이날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고위급 대화 제안 등 구체적인 제안이나 새로운 조처가 담겨 있지 않았다. 뾰족한 수가 마땅찮은 청와대의 고심을 보여준다는 평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지만, 남북관계는 우리가 원치 않는 격랑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며 엄중한 상황 인식을 내비치기도 했다. < 성연철 기자 >

남북관계 개선 팔 걷은 여당4·27선언 국회 비준 재추진

이해찬 약속 이행 국회 뒷받침 북한, 문재인 정부 의지 믿어야

김태년 , 남북관계 발전 도와야,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촉구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6·15 남북공동선언 20돌을 맞은 15일 더불어민주당은 4·27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을 재추진하고 법률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한 안건도 여럿 발의됐거나 검토 중이다. 북한이 군사행동까지 언급하며 긴장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남북 대화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국회 차원의 입법 수단을 최대한 동원하는 모양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10년의 전진과 10년의 후퇴에서 뼈저리게 얻은 교훈은 정책 일관성이다. 정상 간 합의서가 법적 구속력을 가졌을 때 정권과 상관없이 일관성 있게 남북관계 발전이 가능하다며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처리를 다시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89114·27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자유한국당 반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르면 남북합의서에 담긴 내용이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줄 땐 국회가 남북합의서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갖는다. 정부는 4·27 판문점선언이 국회 비준을 받게 되면 20189월 평양공동선언 등 나머지 후속 선언은 비준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남북관계를 풀어갈 해법은 오직 신뢰와 인내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북한에 우리가 최선을 다해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4·27 판문점선언 등 가능한 것은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국회는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북한은 남북한 정치체제의 차이를 이해하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의지를 믿어야 한다며 남북 모두를 향한 메시지를 내놨다. 미국의 역할도 촉구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미국은 남북관계 발전을 도와야 한다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이 조속 재개되도록 대북제재 예외를 인정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최근 북한이 문제 삼은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제정도 서두를 것을 약속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대북전단 살포는 남북 간 무력충돌도 야기할 수 있는 일종의 심리전이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평화범죄 행위라며 대북전단 문제는 역대 정부를 거치며 해결되지 않은 해묵은 사안이다. 금지하는 입법을 완료해 해묵은 소모전의 종지부를 찍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민주당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안 4개가 발의되어 있다. 이날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정의당 소속 의원 174명은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중의 조속한 종전선언 실행, 법적 구속력을 갖는 평화협정 체결 논의 시작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 김원철 기자 >

, 경계·감시 강화정경두 긴장감 고조” “ 북 특이 동향은 포착 안돼

북한이 군사도발 의지를 내비치자 우리 군도 대북 경계·감시태세를 강화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15군은 모든 상황에 대비해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군과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1부부장이 연속적인 보복 행동을 예고하는 담화를 낸 뒤 각 군도 최전방에서 대북 경계·감시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최전방 지역에서 열상감시장비(TOD)를 비롯해 시긴트(감청·영상정보) 장비로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공중과 해상에서는 피스아이(항공통제기)와 이지스 구축함 등으로 감시태세를 유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전반적인 대북 감시태세가 강화된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아직까지 (북한의 군사 활동과 관련한) 특이 동향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군 당국은 합동참모본부 산하 모든 부대에 음주·회식·골프 금지 지시를 내렸다.

한편 정경두 장관은 이날 열린 ‘2020년 국방학술 세미나에서 북한이 최근 군사 행동을 시사하는 대적 행동의 행사권을 군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언급해 긴장감이 매우 고조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역대 최대 예산을 들여 ··공 정밀 유도무기, 3t급 잠수함, 글로벌 호크, 정찰위성, F-35A 스텔스 전투기 등 첨단무기체계 전력화를 통해 전략적 억제능력과 전방위 위협 대응능력을 강화하고 있다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강력한 힘으로 뒷받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노지원 기자 >

경찰 대북전단 살포 거점 24시간 방지체제 가동처벌 법리 검토

6·25전쟁 발발 70주기를 앞두고 일부 단체들이 대북 전단 살포를 예고하며 남북 관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경찰이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해 ‘24시간 방지체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인천, 경기, 강원, 충남까지 (각 지방청에) 비상경계령을 내리고 조류와 풍향을 분석해서 주요 (살포) 지점에 (경찰을) 배치해 24시간 방지체제를 가동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 11일 통일부가 대북 전단 살포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큰샘을 고발한 것을 두고서도 법리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 청장은 “(통일부의) 수사 의뢰가 있기 전 이미 사실관계를 파악하면서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하고 있었다. 사건들을 병합해서 처벌할 수 있는 법리 검토를 심도 있게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충남 천안과 경남 창녕 등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면서 아동의 안전에 대해 우려가 나온 것에 대해 민 청장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응 수준을 코드3’에서 코드1’ 이상으로 변경해 긴급 현장 출동하도록 조치했다가정폭력 신고 접수 시 해당 가정에 아동이 있을 경우 신고가 없더라도 아동학대를 추가조사하는 방안이 담긴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다음달 2년 임기가 끝나는 민 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 자리를 빌어 임기 동안 인권 경찰의 초석을 다졌다고 스스로 평가하면서 짧은 소회를 나타내기도 했다. 민 청장은 후속 조처가 남아있지만 수사권 개혁이 이뤄졌고, 자치경찰제와 정보경찰 개혁 등 경찰에서 취할 수 있는 것은 어느 정도 했다. (국회) 입법까지 마무리되지 못한 게 아쉬움은 남는다인권영향평가제나 현장에서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화경찰제,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여성대상 범죄 피해 방지, 디지털성범죄 수사체제 등 조치를 해나가고 있는데 인권경찰을 위했던 것으로 떠오른다고 했다. < 이재호 기자 >


[남북관계 원로전문가 3, 정세 진단과 해법]

문정인 북 실존 위협, 정면돌파, 남북정상 원포인트 회동

정세현 김여정 리더십 명운 걸려, 민주당이 입법 착수해야

이종석 전단대처 느슨, 위기 자초, 무조건 문제 해소시켜야

 

북쪽은 남쪽이 4·27 판문점선언을 이미 깼다고 생각한다. 대북전단 살포라는 합의 위반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해소해 판문점선언을 살려야 한다. 남북관계가 6·15 공동선언 이전으로 후퇴할지 모를 위기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과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고언이다. 세 원로는 지금의 남북관계가 본질적 위기 상황이라면서도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제정에 최대한 빨리 착수하는 게 위기 탈출의 첫걸음이라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6·15 남북공동선언 20돌을 기념해 15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좌담에서 나온 진단이다.

세 원로는 북쪽의 대남 강경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되리라고 내다봤다. 문정인 특보는 북쪽은 남쪽이 미국과 함께 시간을 끌며 북한 체제를 넘어뜨리려는 게 아니냐, 그러니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북쪽이 실존적 위험을 느끼고 정면돌파하겠다는 것이다. 레닌식으로 말하면 남쪽을 (미국보다) ‘약한 고리로 판단한 셈이라고 짚었다.

정세현 부의장은 남북관계의 겨울이 길어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그는 “13일 담화를 보면 김여정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당·국가한테서 위임받은 권한으로 조선인민군까지 지휘한다는 얘기라며 (대북전단)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김여정이 2인자 자리를 굳힐 수도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 (남쪽에) 굉장히 극렬하게 나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북쪽은 고강도 제재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후계자 문제까지 겹친 상황에서 김여정의 리더십을 확보해나가려는 터라 (남쪽을 비난하는) 이런 불편한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왼쪽부터),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의 하나로 열린 라운드 테이블에서 발언하고 있다.

세 원로는 최근 북쪽의 대남 발언을 워싱턴식으로 해석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길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석 전 장관은 북쪽이 대남 강경 행보만 하는 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강력한 캠페인을 하고 있어 전단 문제가 호랑이 등에 올라탄 극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지금은 정부가 다른 얘기를 하지 말고 무조건 전단 문제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 원로는 정부가 북쪽의 누적된 대남 불만이 대북전단 문제로 불거지리라는 걸 알고도 느슨하게 대처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기 어려운 상황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정 부의장은 북쪽이 상징성이 강한 6·25에 맞춰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려 할 수도 있다. 정부가 굼뜨니 민주당이 그 전에 입법 절차에 착수해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에는 타이밍과 우선순위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국민 60%가 전단을 금지하고 법도 만들어야 한다고 답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접경지 주민의 생명과 안전이 전단을 살포하는 몇몇 탈북자의 권리보다 못한 거냐 물으며 정면돌파를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 원로는 그럼에도 기회와 희망이 남아 있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북쪽의 2인자인 김여정이 (대북전단이라는) 쓰레기만 치우려고 전면에 나섰겠냐정부가 우물쭈물하면 남북관계의 문이 아예 닫히겠지만, 전단 문제에 단호하게 대처하면 그다음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지금까지 서로를 직접 비판하지 않는 등 정상 간 신뢰는 유지되고 있다죽어가던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린 2018526일 판문점 정상회담과 같은 원포인트 회동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문 특보는 남북 정상이 비공개로라도 만나려면 환경과 조건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대미 설득과 대중 외교 강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미국을 설득해 남북관계를 개선할 외교적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남북 소통 창구가 끊겼으니 중국과 외교를 잘해서 북한의 군사 도발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햇볕정책의 제1원칙을 (중국이 북에 전하도록)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동원 북핵문제는 미북 적대의 산물, 미국 결단이 해결 열쇠

미국, 2018년 싱가포르 합의 따라 비핵화 관계정상화 병행 추진해야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15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스무돌 기념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15북한 핵문제는 미-북 적대관계의 산물이라며 미국의 결단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말했다.

임동원 전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스무돌 기념 특별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북 적대관계가 해소되지 않는 한 북한은 어렵게 건설한 핵무력을 결코 버리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미-북 적대관계가 해소되고 평화가 보장된다면 핵무기를 보유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은 (2018612일 북-미 정상의) 싱가포르 합의에 따라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으며 상호신뢰를 다지며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를 병행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전 장관은 미국에서는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주한미군, 한미안보동맹,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고, 이에 따라 한반도의 현상유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고는 유럽에서는 냉전 종식 뒤에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유지하고 있으며 유럽에 미군이 계속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한반도 평화가 실현돼도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유지될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그동안 일시 중단됐으나 이제 다시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제훈 기자 >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담당 집행위원

다자주의·협력 강조반중 전선불참 밝혀

 

격화하는 미-중 갈등 속에 유럽연합(EU)이 다자주의와 협력을 강조하며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전선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일방적으로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담당 집행위원은 14일 공식 누리집에 더 거칠어진 바다에서 유럽의 이익과 가치를 나침반 삼아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편들기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유럽연합은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 우리 식의 길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연합의 외교정책은 다자주의와 협력에 기반할 것이며, -중 갈등 속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면서 냉전 시절과 같은 대립구도를 만드는 데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보렐 집행위원은 유럽과 미국의 관계는 대단히 중요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항상 동의하는 건 아니라며 유럽연합은 미국 주도의 반중전선 구축에 참여하지 않고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선 협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담당 집행위원은 14(현지) 격화하는 미-중 갈등 속에 어느 한쪽의 편을 드는 대신 유럽의 이익과 가치를 나침반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렐 집행위원의 이런 발언은 15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유럽연합 각국 외교장관 간 화상회의를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그는 지난 9일 제10차 유럽-중국 전략대화에 참여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3시간가량 양자 간 현안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를 벌인 바 있다.

앞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3전략 전망 보고서를 통해 유럽-중국 관계를 기후변화 등 국제적 현안 해결을 위한 전략적 동반자 기술적 우위를 놓고 경제적으로 경쟁하는 관계 체제적 경쟁을 벌이는 라이벌 등으로 규정한 바 있다. 유럽연합이 중국을 라이벌로 규정한 것은 1975년 외교관계 수립 이후 처음이었다.

보렐 집행위원은 전략 전망 보고서에서 체제 경쟁을 벌이는 라이벌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 ‘체제 경쟁적 측면보다 라이벌이란 측면이 더욱 부각된 것 같다유럽연합과 중국의 관계는 복잡하고 다면적일 수밖에 없으며, 중국의 국제 정치적 위상이 높아진 만큼 역할도 커져 협력해야 할 분야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

아프리카 54개국 요청인권이사회 19일 긴급회의

WHO 사무총장 등 유엔 고위 지도자 20명도 성명

 

유엔 인권이사회가 긴급회의를 열어 인종 차별과 경찰의 과잉 진압 문제를 논의한다.

인권이사회가 15(현지시각) 아프리카 54개 국가들의 요청으로 오는 19일 긴급회의를 열어 해당 사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이 일어난 이후, 전세계적으로 인종차별 및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에 항의하는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아프리카 54개 국가를 대표해 디유도네 데지레 수구리 주제네바 부르키나파소 대표부 대사는 지난 12일 엘리자베트 티치피슬베르거 인권이사회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인종에 따른 인권 침해와 아프리카계 사람들에 대한 경찰의 만행, 평화적으로 열리는 차별 반대 시위에 대한 폭력 문제를 토론하자고 요구했다.

앞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 위니 비아니마 유엔에이즈계획(UNAIDS) 사무국장, 나탈리아 카넴 유엔인구기금(UNFPA) 총재 등 유엔 내 아프리카계 고위 지도자 20여명도 전날 세계적 재앙인 인종차별 행위를 비난하는 것만으론 불충분하다“(유엔이) 근본적인 원인과 구조적인 변화를 다뤄야 한다는 성명을 내놨다. 유엔의 목적을 규정한 유엔헌장 제1인종·성별·언어 또는 종교에 따른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의 인권 및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을 촉진하고 장려함에 있어 국제적 목적을 달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위상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플로이드의 가족 등 경찰 폭력 희생자 가족들과 600개가 넘는 시민단체들도 지난 8일 인권이사회 소속 47개 회원국에 서한을 보내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하며 미국 경찰의 폭력에 희생된 흑인 사망 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인권 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존 피셔 제네바 사무소장은 인권이사회가 긴급 소집된 것과 관련 <아에프페>(AFP) 통신 인터뷰에서 인권이사회가 미국 내에서 시스템적으로 이뤄지는 인종 차별 문제 등에 대한 조사를 주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이정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