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육성 생생한데 김영철 검사 무혐의 처분


소환조사는 물론 휴대폰‧카톡 내역도 조사 안 해
공수처 부장검사 송창진, 김영철과 연수원 동기
검찰 특수통 출신에 윤석열과 근무연 있는 '친윤'

이종호 변호인 전력에도 직무회피 늑장 신청해
이재명 테러 현장 '황당 물청소' 경찰에도 면죄부

김건희 명품백 사건도 맡다 최근 공수처에 사표
껄끄러운 수사 접고 김영철에 마지막 선물 줬나

 

시민언론 뉴탐사가 보도한 '장시호 녹취록' 관련 영상 중 갈무리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2017년 국정농단 관련 재판 등에서 검찰과 거래했던 정황을 육성으로 상세히 설명하는 내용이 담긴 '장시호 녹취록'이 큰 파문을 일으켰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무기력한 수사 끝에 사실상 사건을 덮고 말았다.

공수처 수사2부(부장 송창진)는 장시호 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허위 증언 연습을 시킨 의혹 등을 받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모해위증교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당했던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를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공수처는 20일 언론 공지를 통해 "모해위증교사 등 혐의로 고발된 김 검사와 관련해 19일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했다"고만 밝혔을 뿐, 무혐의 판단의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장시호 녹취록'은 장 씨가 가까운 지인과 통화하면서 털어놓았던 얘기들을 해당 지인이 녹음해 갖고 있던 것으로 2년치 녹음 파일이 1300여 개에 달한다. 이 녹취록에는 수사 검사가 수감 중인 피의자를 상대로 어떻게 회유 작업을 벌이며 증언을 압박하고 뒷거래를 하는지에 관한 정황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검찰청 술판 회유' 의혹 제기와 맞물려 검찰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공개석상에서 "검사인지 깡패인지 알 수가 없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장 씨가 '오빠' 또는 '김스타'라고 불렀던 김영철 검사는 장 씨에게 구형량을 미리 알려주고 증언 연습을 시킨 정황 외에도 내밀한 사적 관계 속에서 ▲본인의 인사 이동 내용을 법무부 공식 발표 8일 전에 알려주고 ▲장 씨로부터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프로포폴 투약에 관한 제보를 받고 대신 장 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자금 횡령 사건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해주겠다고 했으며 ▲검사 사무실에서 장 씨 아들의 생일 파티를 해줬다는 의혹 등을 받았다. ☞ '장시호 녹취록' 일파만파…이재명 "검사인가 깡패인가" ☞ 장시호가 김영철 검사에게 사과? 거짓 의혹 증폭 ☞ "이재용 불면 나는 봐준대"…장시호‧김영철 거래 의혹

 

시민언론 뉴탐사가 보도한 '장시호 녹취록' 관련 영상 중 갈무리
시민언론 뉴탐사가 보도한 '장시호 녹취록' 관련 영상 중 갈무리
 

그럼에도 공수처가 고발 6개월 만에 대뜸 김영철 검사에게 면죄부를 주자 야권에서는 봐주기로 작정한 게 아니냐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공수처는 김영철 검사에 대한 소환조사는 물론 장시호 씨와의 휴대폰 통화, 카톡과 텔레그램 메시지 내역 등에 대한 기본적인 증거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판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빠 검사 김영철을 공수처 동기 검사 송창진이 공수처 사표를 내면서 시원하게 무혐의로 봐줬다"고 비판했고, 같은 당 장경태 의원은 "검사가 검사했네. ♡33기 동기 사랑♡"이라고 비꼬았다.

김영철 검사를 무혐의 처분한 공수처 수사2부 송창진 부장검사는 사법연수원 33기로 김 검사와 동기다. 과거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와 대검찰청 중수부 등에서 근무한 특수통이며,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에서 일할 때 부산저축은행 합동수사단에서 함께 근무했고, 윤 대통령이 대구지검 특수부장으로 재직할 때도 특수부에서 함께 일한 이력이 있는 '친윤'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찐윤'으로 통하는 김영철 검사와 여러모로 코드가 맞는 것이다.

송 부장검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전력 때문에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종호 전 대표는 주가조작에 쓰인 김건희 씨 계좌를 직접 관리했으며 작전세력의 '컨트롤타워'로 지목돼 1·2심에서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해병대 출신인 이 전 대표는 "내가 VIP한테 얘기하겠다"면서 '임성근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도 휩싸였다. 그럼에도 송 부장검사는 지난 7월 공수처 차장 직무대행으로서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사건에 대한 직무회피를 늑장 신청했다. 결국 공수처는 송 부장검사를 이 사건 수사 지휘 라인에서 배제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한 영상. 경찰이 지난 2일 이재명 대표 테러 사건 발생 직후 1시간도 지나지 않아 현장을 물청소하고 있는 모습. 2023.1.15. 델리민주 갈무리
 

송 부장검사는 또 지난 8월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부산 가덕도에서 살인미수 테러를 당했을 때 피가 흥건한 현장을 보존하지 않고 재빨리 물청소를 해 증거인멸 혐의로 고발됐던 우철문 전 부산경찰청장과 옥영미 전 부산강서경찰서장을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이에 민주당 측은 "현장 보존은 범죄 수사의 기본 중의 기본 원칙인데 윗선 지시 없이 현장 경찰이 야당 대표 테러 현장을 물청소했다는 건 절대 납득할 수 없다"며 공수처 결정에 강력 반발했었다.

그렇게 미심쩍은 행보를 보이던 송 부장검사는 최근 일신상의 이유로 공수처에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2월 공수처에 합류해 임기가 2026년 2월까지인데 불과 1년 9개월 만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송 부장검사가 공수처를 떠나기 직전 작심하고 김영철 검사에게 마지막 '선물'을 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공수처 수사2부는 김건희 씨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도 맡고 있었는데 부장검사가 돌연 사표를 내는 바람에 수사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 부장검사에 앞서 디올백 사건 주임검사를 맡고 있던 같은 수사2부 김상천 검사도 지난달 말 퇴직했기 때문에 설상가상인 상황이다. '친윤'인 송 부장검사는 김건희 씨나 김영철 검사 수사를 밀어붙이기도 곤란하고, 친정인 검찰의 대항마 격인 공수처에서 계속 근무하기가 이래저래 껄끄러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장시호 씨와 김영철 검사가 2020년 10월 25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KPI뉴스
 

이 같은 송 부장검사의 행태를 두고 관련 시민단체 및 야권에서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면서 김영철 검사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재정신청 절차를 밟기로 하는 등 진실을 반드시 규명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5월 김영철 검사를 공수처에 고발했던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김한메 대표는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는 검찰 2중대인가. 공수처의 노골적인 김영철 검사 구하기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김영철 검사를 단 한 차례도 소환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수사 의지가 얼마나 없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그래도 김영철 검사는 코바나 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도이치 파이낸셜 저가 매입 사건, 삼성전자의 아크로비스타 아파트 뇌물성 전세권 설정 사건 등 김건희 여사가 고발된 비리 의혹 사건들에 한날한시 땡처리하듯이 면죄부를 줬다. 윤석열 처가의 호위 검사로 알려질 정도로 충성파"라며 "그런 김영철 검사를 도이치모터스 사건 공범 이종호의 변호인이었던 송창진 부장검사가 자신의 '사직 선물' 개념으로 불기소하고 공수처를 떠난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또 "김영철과 장시호 간의 부적절한 소통을 입증하는 어떠한 형태의 통신 증거 하나도 확보하지 않은 채 오로지 김영철 검사의 일방적인 변명만 믿고 1000개가 넘는 장시호와 지인 간의 통화 녹취가 전부 거짓말이라는 논리로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면서 "현직 검사와 피의자의 부적절한 사적 관계를 넘어 국가 공권력을 동원해 검찰이 바라는 방향으로 수사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자행한 법정 증언 사전 연습 등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해 고발인으로서 법원에 재정 신청을 통한 이의제기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김영철 대검찰청 반부패1과장 관련 자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도 전날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당 김승원·서영교·이성윤·박규택 의원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김영철 검사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2부 부장검사로 재직하면서 2022년 7월부터 2023년 9월까지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들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린 윤석열-김건희 사단의 핵심 인물"이라며 "김영철 검사가 수사를 담당하기 이전의 수사 부서에서는 대가성이 입증되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음에도 소환조사, 압수수색, 강제조사를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은 채 김건희 여사에게 면죄부를 쥐어줬다"고 직격했다.

이어 "그런 김영철 검사를 또 다시 봐주기한 송창진 부장검사도 대표적인 친윤 검사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김영철 검사가 김건희 여사를 봐주고, 이런 김영철 검사를 송창진 검사가 봐주는 '끼리끼리' 봐주기 행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살아있는 권력에 면죄부를 주기 위해 애쓰는 검찰과, 이를 묵인하며 또다시 면죄부를 쥐어준 공수처에게 경고한다.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계속 남용한다면 탄핵에 이르는 명백한 직무유기를 저지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서영교 의원은 별도로 발언에 나서 "정말 황당한 결정이다. 어떻게 김영철 검사를 무혐의 처분할 수가 있느냐"며 "김영철 검사와 장시호 씨가 서로 주고받은 카카오 대화는 뭔가? 장시호 씨가 김영철 검사를 오빠라고 부른 내용은 뭔가? 이와 관련해 김영철 검사는 한마디도 해명하지 못했다"고 어이없어했다. 아울러 "김영철 검사는 (구치소에 수감된) 장시호 씨를 크리스마스에도, 일요일에도, 토요일에도 수십 번을 불러냈다"면서 "우리는 재정신청으로 이의제기를 하고 또다시 법적 조치를 하겠다. 그래서 검사들 간의 불법을 온 세상에 낱낱이 밝히고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확언했다.

 

23일 오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영교 의원이 '모해위증교사' 의혹 장시호 씨에 대한 구치소 출입기록을 제시하고 있다. 2024.8.23. 연합
 

반면 김영철 검사는 지난 5월 8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21년 검사 인생을 모두 걸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씀드린다. 대낮에 입에 담기도 어려운 허위 사실을 선정적으로 이용해 악의적인 음해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보도 내용은 일고의 가치가 없는 사실무근의 허위 사실"이라고 거듭 반박했다.

그러면서 ▲장 씨를 외부에서 만나거나 장 씨에게 사건과 무관한 이유로 연락한 적이 없고 ▲질문지와 답변 내용을 주며 '법정에서 암기해 증언하라'고 한 사실이 없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과 장 씨를 대질 조사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김 검사는 관련 보도를 한 시민언론 뉴탐사 강진구 기자와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하고 서울중앙지법에 총 3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민주당 검독위, 〈워치독〉 보도 관련 긴급 기자회견


"유죄 정해놓고 증거도 안 줘…검찰은 사냥 멈추라"
"법원도 공정하고 현명한 판결 통해 잘못 바로잡길"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 등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7일 국회에서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사건 1심 판결 관련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2024.11.17. 연합
 

더불어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이하 검독위)는 22일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 박근혜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성남시를 압박한 문건이 확인됐음에도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사건' 1심 재판부가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는 데 대해 "객관적인 증거를 무시한 명백한 오판"이라며 "향후 재판에서 공정하고 현명한 판결을 통해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검독위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의 보도 내용을 인용해 박근혜 정부의 전방위적인 성남시 압박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워치독>은 오전 「"협조 안하면 문책" 이재명 압박 총리실 문건 확인」이라는 제하의 단독 보도를 통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총리실, 국토교통부가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변경을 위해 수십 차례 회의를 갖고 전방위적으로 성남시를 압박한 문건들을 공개했다. 또 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국토부로부터 직무유기를 문제삼겠다는 압박을 받았다"는 이 대표의 국정감사장 발언 배경을 입증하는 박근혜 정부 총리실의 '공직복무관리업무지침' 문건도 밝혀냈다. 해당 문건에는 이 대표가 결심 공판에서 말한 '인적 문책'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검독위는 "▲국무총리실(2013~2015년) 공직복무관리지침 "인적문책 병행" 하달 ▲2013년 3월 22일 SBS "공공기관 부지 헐값 매각 투기 세력 우려(이재명 시장 인터뷰)" 보도 ▲대통령 주재 종전 부동산 미(未) 매각기관 점검 회의 총 35회 ▲국토부가 성남시에 부동산 매각에 협조 요구 공문 6차례 발송 등 박근혜 정부의 중앙부처가 성남시를 압박한 명백한 증거 자료들에 대해 재판부는 언급 자체를 하지 않았다"며 "재판부는 이 대표와 변호인들이 제시한 증거들을 외면한 채 검찰의 입맛에 맞는 일부 내용만을 가지고 '협박을 당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객관적인 증거를 무시한 명백한 오판"이라고 말했다.

검독위는 "유죄를 정해놓고 끼워 맞추는 수사와 기소, 이것은 말 그대로 '사냥'이다. 검찰은 파렴치하게도 국토부 공문 등을 압수해서 가지고 있으면서 증거기록에 첨부하지 않았다. 그래서, 변호인들이 어렵게 찾아서 증거로 제출했다"며 "검찰이 백현동 배임 사건을 기소하고도 1년째 사건기록을 안 주고 버티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는 검찰이 해치고 싶은 상대를 없애기 위해서라면 법치주의의 기본 원리인 헌법 질서를 맘대로 파괴해도 된다는 식의 범죄적 행태"라며 "정치검찰은 무도한 사냥을 당장 멈추기 바란다. 법원은 향후 재판에서 공정하고 현명한 판결을 통해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아주기 바란다"고 했다.

다음은 더불어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 긴급 기자회견문 전문.

민주당 사법정의 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 긴급 기자회견문

2024. 11. 22.(금) 14:40,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 "협조 안 하면 문책" 압박, 총리실 문건 등 확인

■ 이재명 대표 공선법 1심 재판부, 대통령 주재 회의 등 중요한 증거와 사실 판단 안 해

■ 검찰이 찍어 기소하고 재판부가 걸러주지 못하면 살아남을 정치인 누가 있겠는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34부는 이재명 대표 공선법 1심에서 중요한 증거와 사실에 관한 판단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2021년 국정감사장에서 "국토부로부터 직무유기를 문제삼겠다는 압박을 받았다"는 발언 배경을 입증하는 박근혜 정부 총리실 회의 문건이 확인됐습니다.

또 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매각 건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 '청와대 회의(2014년 3월 12일)'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해 "사생결단하고 (규제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발언한 사실도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사생결단' 발언 직전인 2014년 2월 21일과 28일 국토부와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 주재로 식품연구원 부지 매각 관련 회의가 두 차례 열렸고, 2013년 7월 11일~9월 6일 사이 '식품연구원 부지 매각 건 등이 다뤄진 정부부처 회의(대통령 주재 회의 포함)'가 무려 35회나 있었던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국토부가 성남시에 보낸 압박 문건과 직무유기 문책 압박'의 배경으로 볼 수 있는 박근혜 정부의 전방위적 움직임이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박근혜 정부 총리실, "인적 문책" 지침 하달

 2013~2015년 국무총리 지시 '공직복무관리 업무지침' 문건을 보면, 박근혜 정부 국무조정실은 매년 초 '중점 추진사항'으로 '국정과제 및 정책현안과제 추진실태'를 강조했습니다. 정권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 '국무총리 지시 1호'로 내린 업무지침에는 "새 정부 140대 국정과제 및 정책현안과제 중 추진이 부진한 과제는 실태를 점검해 원인분석 및 개선조치를 하라"는 내용과 함께 "부진원인 분석에 따라 시책·제도의 보완방안 마련과 함께 인적 문책(직무태만, 무사안일 등) 병행"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러한 문구는 2014년 1월, 2015년 1월 총리실 복무 지침 문건에서도 확인되는데, 특히 2015년에는 "국정 성과를 저해할 경우 실태점검 후 조치하라"는 내용이 추가됐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9월 20일 공직선거법 위반 1심 결심 공판에서 '협박'이라는 표현에 대해 "(박근혜 정부) 총리실에서 연초에 국책사업에 협조 안 하면 '인적 문책'한다,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는 등의 공문을 보내 직원들이 회람했다"며 "이런 식으로 압박을 하더라,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하더라 표현한 것이지, 구체적인 얘길 한 게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국무총리실(2013~2015년) 공직복무관리지침 "인적문책 병행" 하달, 2013. 3. 22. SBS "공공기관 부지 헐값 매각 투기 세력 우려(이재명 시장 인터뷰)" 보도, 대통령 주재 종전 부동산 미(未) 매각기관 점검 회의 총 35회, 국토부가 성남시에 부동산 매각에 협조 요구 공문 6차례 발송 등 박근혜 정부의 중앙부처가 성남시를 압박한 명백한 증거 자료들에 대해 재판부는 언급 자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이재명 대표와 변호인들이 제시한 증거들을 외면한 채 검찰의 입맛에 맞는 일부 내용만을 가지고 "협박을 당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객관적인 증거를 무시한 명백한 오판입니다.

유죄를 정해놓고 끼워 맞추는 수사와 기소, 이것은 말 그대로 '사냥'입니다. 검찰은 파렴치하게도 국토부 공문 등을 압수해서 가지고 있으면서 증거기록에 첨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변호인들이 어렵게 찾아서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검찰이 백현동 배임 사건을 기소하고도 1년째 사건기록을 안 주고 버티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검찰이 해치고 싶은 상대를 없애기 위해서라면 법치주의의 기본 원리인 헌법 질서를 맘대로 파괴해도 된다는 식의 범죄적 행태입니다.

검찰이 찍어서 기소하고, 법원이 이것을 걸러주지 않으면 살아남을 정치인이 누가 있겠습니까? 정치검찰은 무도한 사냥을 당장 멈추기 바랍니다. 법원은 향후 재판에서 공정하고 현명한 판결을 통해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아주시기 바랍니다.

2024년 11월 22일

더불어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

전 현 희   한 준 호   박 균 택   김 용 민   민 형 배   이 성 윤   최 민 희   송 기 호   유 종 완   김 기 표   김 남 희   김 동 아      김 문 수   김 승 원   김   현   김 현 정   모 경 종   박 선 원   박 지 혜   박 해 철   백 승 아   안 태 준   양 부 남   이 건 태         이 용 우   이 재 강   전 용 기   정 준 호   주 철 현   김 성 진   김 지 호   남 영 희   노 영 희   박 성 오   안 귀 령   이 지 은       이 태 형   전 병 덕   조 재 희

 

"협조 안하면 문책" 이재명 압박 총리실 문건 확인

 

박근혜 정부 전방위적 성남시 압박 처음 확인

박근혜 총리실, 공직복무관리 업무지침 하달
안행부→경기도→성남시 "인적 문책" 지침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자체까지 공문 시달"

청와대·총리실·국토부, 용도변경 지속 요구
대통령·국정과제비서관 주재 회의 등 35회
"당시 공무원들 압박 알아…이재명도 말해"

한성진 판사, 대통령 주재 회의 등 판단 안 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찬대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4.11.20. 연합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국토부로부터 직무유기를 문제삼겠다는 압박을 받았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정감사장 발언 배경을 입증하는 박근혜 정부 총리실 회의 문건 내용이 확인됐다. 또 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매각 건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 '청와대 회의(2014년 3월 12일)'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해 "사생결단하고 (규제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발언한 사실도 확인됐다.

그에 앞서 박 전 대통령의 '사생결단' 발언 직전인 2014년 2월 21일과 28일 국토부와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 주재로 식품연구원 부지 매각 관련 회의가 두 차례 열렸고, 2013년 7월 11일~9월 6일 사이 '식품연구원 부지 매각 건 등이 다뤄진 정부부처 회의(대통령 주재 회의 포함)'가 무려 35회나 있었던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국토부가 성남시에 보낸 압박 문건과 직무유기 문책 압박'의 배경으로 볼 수 있는 박근혜 정부의 전방위적 움직임이 언론에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혜 총리실, "인적 문책" 지침 하달

22일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이 입수한 2013~2015년 국무총리 지시 '공직복무관리 업무지침' 문건을 보면, 박근혜 정부 국무조정실은 매년 초 '중점 추진사항'으로 '국정과제 및 정책현안과제 추진실태'를 강조했다. 정권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 '국무총리 지시 1호'로 내린 업무지침에는 "새 정부 140대 국정과제 및 정책현안과제 중 추진이 부진한 과제는 실태를 점검해 원인분석 및 개선조치를 하라"는 내용과 함께 "부진원인 분석에 따라 시책·제도의 보완방안 마련과 함께 인적 문책(직무태만, 무사안일 등) 병행"이라고 써 있다. 이러한 문구는 2014년 1월, 2015년 1월 총리실 복무 지침 문건에서도 확인되는데, 특히 2015년에는 "국정 성과를 저해할 경우 실태점검 후 조치하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2013년 3월 하달한 국무총리 지시 제1호. 공직복무관리 업무지침 표지. 2024.11.22.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2013년 3월 하달한 국무총리 지시 제1호. 공직복무관리 업무지침 일부. 국정과제 및 정책현안과 관련해 인적 문책을 명시했다. 2024.11.22.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문제는 이러한 문건 내용들이 단순 공무원 업무 지침 차원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점에 있다. 총리실의 '공직복무관리 업무지침'은 매년 초 중앙부처뿐 아니라 안전행정부(행정안전부 전신), 경기도를 통해 성남시까지 내려왔다. 당시 성남시청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워치독>과의 통화에서 "총리 지침이 시달되면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외에 안행부가 자치단체에도 지침을 시달했다"며 "안행부가 뿌리면 경기도가 그걸 받아서 성남시에 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 증언은 행정안전부 문건으로도 확인된다. <워치독>이 입수한 '국무조정실 및 행정안전부 공직복무관리 업무지침 접수 현황' 문건 등에 따르면, 안행부는 2013년 4월 5일 공직복무관리 업무지침을 경기도에 통보했고, 경기도는 사흘 후인 4월 8일 성남시와 같은 기초자치단체에 공직복무관리 업무지침을 통보했다. 다음 해 업무지침도 역시 2014년 2월 21일 경기도에 통보됐다.  이 시기는 성남시가 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매각 건으로 국토부로부터 압박받던 때와 겹친다.

국무조정실,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 경기도의 국무총리 하달 공직복무관리 업무지침 통보 현황. 2024.11.22.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이 대표는 지난 9월 20일 공직선거법 위반 1심 결심 공판에서 '협박'이라는 표현에 대해 "(박근혜 정부) 총리실에서 연초에 국책사업에 협조 안 하면 인적 문책한다,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는 등의 공문을 보내 직원들이 회람했다"며 "이런 식으로 압박을 하더라,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하더라 표현한 것이지, 구체적인 얘길 한 게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이 같은 공문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까지 나서서 성남시 전방위 압박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회의에 '국토부를 통해 성남시 식품연구원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추진한다'는 보고 문건이 올라간 사실도 확인됐다. 2014년 3월 12일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 지역발전연석회의가 열렸는데, 이날 관계부처 합동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올려진 보고문건(지역주도 맞춤형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보면, 여러 공공기관 지방 이전 문제 중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소재 식품연구원 한 곳만 콕 집어 "용도변경 필요기관"이라고 적은 뒤 "국토부-지자체간 협의를 통해 종전 부동산(공공기관 지방 이전 뒤 수도권에 남은 이전 공공기관의 부지)에 대한 용도를 변경해 민간 매각 추진한다. 식품연구원의 경우 성남시 도시관리 계획 변경을 추진한다"고 한 사실이 확인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재한 2014년 3월 12일 제5차 무역투자진흥회의 및 지역발전연석회의 관련 문건(표지). 2024.11.22.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재한 2014년 3월 12일 제5차 무역투자진흥회의 및 지역발전연석회의 관련 문건. 2024.11.22.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이날 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은 "우리가 성장을 해야 되는데 규제라는 '암'을 같이 안고 사는 것은 나라를 발전 시키지 못하는 것이고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사생결단하고 (규제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발언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는데,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문건에 '성남시 식품연구원 용도변경 건'이 강조돼 들어있었던 사실은 크게 주목받지 않았다.

이 외에도 <워치독>이 입수한 식품연구원이 2021년 10월 작성한 '종전 부동산 매각관련 경과' 문건을 보면, 중앙부처 중심으로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 매각 관련 회의가 수십 차례 열린 사실도 확인된다. 박 전 대통령의 이른바 "사생결단" 발언 직전인 2014년 2월 28일 오전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 주재로 '지방이전 지연기관 대책회의'가 열렸고, 2014년 2월 21일 국토부에서도 관련 건으로 관계부처 합동회의가 열렸다. 2013년 12월 26~27일 국토부 주관으로 '종전 부동산 매각 방안 회의' '미착공 예상기관 대책회의' 등이 연달아 열렸고, 2013년 7월 11일~9월 6일 사이 '(성남시 식품연구원을 포함한) 종전 부동산 매각 관련' 건으로 대통령과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 등이 주재한 정부부처 회의만 총 35회 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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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연구원 종전 부동산 매각관련 경과 문건. 대통령 주재 회의,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 주재 회의, 국무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현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등이 35회 개최됐다는 내용이 확인된다. 2024.11.22.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박 전 대통령은 이후 계기마다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언급했으며, 그때마다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주관 대책회의가 열리거나, 국토부가 용도변경 공문을 보내는 등 성남시를 압박한 정황이 여러 차례 확인됐다(☞기사 맨 아래 그래픽 일지 참고). 국토부가 성남시에 ▲2014년 1월 22일 ▲5월 21일 ▲10월 1일 ▲2015년 1월 26일 등 최소 4차례 공문을 보내 "용도변경에 적극 협조"하라며 압박한 사실은 이미 알려진 바 있다(☞관련 기사 : 18일자, 한성진 부장판사, '국토부 외압성 공문' 왜곡·무시했다). 특히 2015년 1월 26일 공문은 성남시가 용도변경을 승인하는데 쐐기를 박았다고 평가되는데, 이 공문을 보내기 약 일주일 전인 1월 18일엔 국토부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기획국장이 직접 식품연을 방문했다는 기록도 확인됐다. 지자체로서는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정황이다.

2014년 2월 28일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 주재 지방이전 지연기관 대책회의 결과. 2024.11.22.탐사보도그룹 워치독
 

감사원도 식품연구원 매각 압박에 동원

성남시 식품연구원 부지 매각 압박에는 감사원까지 동원된 정황이 있다. <워치독>이 입수한 감사원의 '2013년 3월 혁신도시 건설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감사원은 지방 이전이 지연된 9개 기관 중 식품연구원을 콕 집어, "종전 부동산 이외에는 이전 재원이 없어 지방 이전이 불가피한 것으로 검토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감사를 받으면서 식품연구원은 감사원에 경위서를 제출해야 했는데, 식품연구원이 2012년 11월 9일 작성한 경위서 문건을 보면, "성남시에서 대기업 연구개발(R&D) 유치를 희망하고 연구시설 외의 용도 이용을 반대하는 입장 표명 후 매수문의가 일절 없다"며 매각 지연 관련 책임을 성남시에 돌리는 내용이 나온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 뒤, 식품연구원은 2013년 3월 5일 성남시에 종전 부동산 매입을 요청했지만, 성남시는 이를 거부했다. 당시 모라토리엄(채무지급 유예)을 선언했던 성남시로선 들어줄 수 없는 요구 조건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11월 9일 한국식품연구원이 감사원에 제출한 경위서. 성남시가 연구시설 외에 용도이용을 반대해 부동산 매수가 어렵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24.11.22.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2012년 11월 9일 한국식품연구원이 감사원에 제출한 경위서. 성남시가 연구시설 외에 용도이용을 반대해 부동산 매수가 어렵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24.11.22.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재판부, 대통령 주재 회의 등 판단 안 해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34부 한성진 부장판사, 주심 이학인 판사, 배석 박명 판사)는 이 대표가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허위사실 공표"라며 유죄 선고를 했지만, 박근혜 정부가 총동원되다시피 한 압박 정황들은 판결문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주재한 2014년 3월 12일 회의에 대해 한성진 판사는 "용도 지역 변경 수위가 특정되지 않았고, (…) 의무조항을 이용하는 것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며 중요하게 판단하지 않았고, ▲"인적 문책" 등 문구가 담긴 총리실 공직복무관리업무지침 ▲식품연구원 매각 문제로 2013~2014년 내내 수시로 열린 대통령과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 주재 회의 등을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다. 

2013~2014년 당시 성남시청에서 과장급으로 근무했던 ㄱ씨는 <워치독>과 한 통화에서 "옛날 직원들과 만나 이야기하면 이구동성으로 식품연구원 압박 받았던 내용들을 이야기 한다"며 "그 당시 진행이 안되면 다른 부서에서도 압박했다"고 전했다. ㄱ씨는 "성남시 직원들 다수가 '압박이 없었다'고 재판에서 진술했다고 하는데, 왜 그렇게 말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당시 이 대표가 시장일 때, 과장들이 (국토부 압박을) 보고하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던 것까지 기억한다"고 밝혔다.                                      <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김성진·허재현·김시몬·조하준 기자 >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관련 주요 사건 시간별 정리. 2024.11.22.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바이든이 키운 우크라전, 러 전략무기 시험장 전락

● WORLD 2024. 11. 23. 02:54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푸틴, 최신 중거리 미사일 동원 우크라 보복 공격


"서방 방공망 요격 못하는 초음속" 추가 발사 경고
핵탄두 장착 가능 다탄두 '하젤' '오리시니크' 공개
"미국, 유럽-아시아 IRBM 배치, 연습하는 데 대응"

푸틴 TV 연설서 쿠르스크 북한군은 언급도 안 해
트럼프 2기 취임해도 전략무기 무한 경쟁 나설 듯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러시아 공격 승인 결정 뒤 우크라이나 전쟁이 개전 이후 처음으로 전략무기의 시험 공간으로 변모했다. 21일, 러시아가 최신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우크라에 발사함에 따라 급속한 확전 양상을 띠고 있다. 조기 종전을 약속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취임을 두 달 남기고 통제 불능의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러시아군이 최신형 중거리미사일을 발사한 21일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서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2024.11.21. AFP 연합
 

'되'로 받고 '말'로 갚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이례적으로 전국에 생중계한 TV 연설을 통해 우크라군이 미국, 영국의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를 공격한 것에 대응해 신형 초음속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 했다고 밝혔다. 우크라군은 19일부터 미국 에이태큼스(ATACMS)와 영국 스톰 섀도 미사일로 러시아 브리얀스크주와 쿠르스크주를 잇달아 공격했다. 러시아군이 대규모 보복공습을 준비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미국은 20일 키이우 대사관을 일시 폐쇄, 직원들을 대피시켰다가 21일 업무를 재개했다.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푸틴은 "러시아는 소련 시절부터 지금까지 미사일과 다른 무기를 생산하는 우크라(드니프로의) 최대 공업 단지에 미사일 파괴 시험을 하는 방식으로 보복했다"라면서 "러시아 중거리미사일(IRBM) 시스템 중 가장 큰 미사일을 전투 조건에서 시험발사했다"고 말했다. 발사된 미사일은 오레시니크(Oreshnik) 시스템 또는 하젤(Hazel)로 호칭됐다. 사거리 1000~5500㎞의 오레시니크(개암)에는 각각 별도의 유도장치를 보유한 여러개의 탄두가 장착된다. 소련 시절 RSD-10 파이오니아와 2027년 러시아 무력체계에 포함될 예정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6 루베즈도 이러한 유형의 미사일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TV를 통해 러시아군과 국민을 상대로 연설을 하고 있다. 2024.11.21. EPA 연합
 

푸틴은 우크라 지원국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초당 1.5~3㎞를 날아가는 하젤 미사일은 요격되지 않는다. 요격은 말도 안 된다"라면서 미국이 유럽에 배치한 현대적 대공방어시스템로 막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시험발사는 러시아 연방의 안보에 가한 위협을 고려해 선택한 것"이라면서 "우리는 자신들의 무기로 러시아 시설 타격을 허용한 나라의 군사시설에도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라고 단언했다. 또 "공격적인 행동이 확대된다면, 비슷한 방식으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해 무력을 사용할 계획을 갖고 있는 나라의 지배 엘리트들은 이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우크라 내 공격 목표가 결정되면, 주민들에게 인도적인 목적에서 사전 통보할 것"이라면서 "공개적, 공식적으로 알릴 것이므로 적들도 정보를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러시아는 이번 발사에 앞서 미국에 사전 통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INF 폐기 뒤 개발한 미사일"

주민 대피 통보를 하겠다는 말은 유사시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푸틴은 러시아의 최신 미사일 개발은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IRBM 및 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려는 미국의 계획에 대한 응답이라고도 강조했다.

"미국은 2019년 억지 주장을 내세우며 중거리 및 단거리 미사일 폐기조약(INF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라면서 "이제 미국은 그러한 장비를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보고 있듯이 유럽을 포함한 세계 여러 지역으로 진전된 미사일 시스템을 이전하고, 군사훈련 중 사용 연습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만료를 1년 남긴 INF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뒤 단, 중거리 핵전력 개발에 착수했다. 러시아의 초음속 순항미사일 개발을 협정 파기의 빌미로 삼았지만, 이는 INF협정과 관련이 없는 무기였다.

 

러시아 전승기념일인 5월 9일 모스크바 도심에서 벌어진 군사퍼레이드에 등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야르스(Yars). 러시아의 대표적인 전략무기의 하나다. 2024.5.9. AFP 연합
 

푸틴은 세계 어떤 지역에서건 미국의 이러한 무기가 등장하기 전까지 러시아가 자발적, 일방적으로 단,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았던 것에 주의를 환기했다. 푸틴은 "러시아는 평화적인 문제 해결을 선호해왔고, 지금도 그럴 준비가 돼 있지만, 어떠한 사건 전개에도 대비하고 있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세계 안보 시스템을 파괴한 것은 미국이지 러시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라면서 "미국은 계속 싸우고, 자신들의 헤게모니에 집착함으로써 전 세계를 글로벌 분쟁으로 몰아간다"고 역설했다.

사전통보 받은 미국 "우려" 표명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는 실전에 배치된 새로운 형태의 치명적 무력"이라며 "확실히 우려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싱 대변인은 "러시아가 실험 차원에서 IRBM을 발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라면서 RS-26 루베즈 ICBM 모델에 기반한 중거리 미사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발사 직전에 미·러 간 '핵 위험 저감 채널'을 통해 발사 계획을 사전 통보했다고 확인했다. 앞서 우크라 공군 당국은 이날 러시아군이 카스피해 연안의 아스트라한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주장했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은 "미사일의 속도와 고도 등 모든 특성이 ICBM에 부합한다"고 말했었다.

 

21일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유인물 영상에서 캡처한 영상. 러시아 미사일 부대가 남부 군사 지구에서 전술 핵무기 훈련을 진행하는 모습. 2024.5.21. AFP 연합
 

우크라군이 에이태큼스 6기를 발사한 러시아 브리얀스크주 탄약저장시설에 화재가 발생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발표했다. 러시아군은 이중 5기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군 북부그룹의 지휘소 한 곳이 타격을 받아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은 "적의 이러한 무기 사용은 특별군사작전 지역에서의 적대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라면서 "러시아군은 전 전선에서 성공적으로 전진하고 있으며, 우리 스스로 설정한 모든 과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바이든, 스타머 공개 언급 회피 

바이든 대통령이나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나 에이태큼스와 스톰 섀도 사용 승인 사실을 언론에만 흘리고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과 달리 푸틴은 직접 IRBM 발사를 발표했다. 푸틴은 특히 연설 대상으로 러시아군과 국민, 파트너 국가에 더해 "쿠르스크와 브리얀스크 공격으로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안길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로 설정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의회에 출석해 "우크라에 대한 영국의 지원은 자기방어를 위한 것"이라면서도 스톰 섀도 사용 승인에 관한 확인을 거부했다. 바이든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푸틴은 연설 중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됐다고 미국이 주장하는 북한군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이 19일 미국이 제공한 에이태큼스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 이를 전한 AP통신은 우크라이나 군당국의 텔레그램 채널이 발표한 것으로 비디오 촬영 장소와 시간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24.11.19. AP 연합
 

바이든 행정부가 이러한 사태 전개를 예상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퇴임 두 달을 앞두고 자신이 내린 결정에 따라 우크라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군비 태세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러시아는 최소한 1년 전부터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전략무기 배치와 잦은 연합연습이 러시아에 위협을 제기한다고 지적해 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작년 12월 말 이러한 이유를 들며 2024년 중 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의 하나로 한반도를 특정한 바 있다. 푸틴은 평양을 방문,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한 지난 6월을 전후해 서방이 우크라에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의 사용 허가가 북러 군사기술 협력 및 러시아 핵무기 사용의 조건이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트럼프, INF 파기 장본인

푸틴이 미국의 INF 협정 탈퇴를 빌미로 신형 IRBM 개발 사실을 공개하고 우크라에 시험발사까지 함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 뒤에도 미·러 간 전략무기 개발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우크라전의 조기 종전을 약속해 왔지만, 국제적인 핵 규범의 복원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본인이 INF를 파기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 민들레 김진호 기자 >

 

미국-러시아 전략무기감축협상 약사

 

가자 학살 진두지휘 네타냐후 '국제전범' 공식 낙인

● WORLD 2024. 11. 23. 02:4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ICC, '미국 믿고 만행' 네타냐후 '체포영장'


굶기기·살인·박해·의도적인 민간인 공격
미국 "거부"…주요 서방국 "존중·이행"
체포 가능성 작지만 운신의 폭은 제약

서방국의 무기·자금 지원 제동 가능성
'나치 홀로코스트' 독일은 아직 침묵

 

가자 학살극을 진두지휘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마침내 '전범'으로 전락했다. 미국의 뒷배를 믿고 폭주해왔던 이스라엘 정상이 ICC의 수배 대상이 된 건 처음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운데)가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의 회담 중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상의하고 있다. 이날 회담 후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에 대해 가자지구 내 테러그룹의 로켓 오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2023.10.19. EPA 연합
 

'미국 믿고 만행' 네타냐후에 '체포영장'

발버둥에도 결국 '국제 전범' 공식 낙인

유엔 산하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1일(현지시간) 가자 지구에서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범죄를 자행한 혐의로 네타냐후(75)와 범행 당시 국방장관인 요아브 갈란트(66)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5월 20일 재판소의 카림 칸 수석 검사장이 체포영장을 청구한 지 6개월 만이다.

국제형사재판소는 공식 발표문을 통해 "최소한 작년 10월 8일부터 올해 5월 20일까지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범죄를 자행한 혐의로 네타냐후와 갈란트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은 굶기기를 전쟁 수단으로 사용하고 살인과 박해, 다른 잔혹한 행위 등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공범으로서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을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범죄 혐의에 가자 민간인 주민에 대한 의도적 공격 지시도 추가했다.

재판부는 "이들은 모두 연료, 전기는 물론 식량, 물, 의약품 및 의료 용품 제공을 포함한 생존 필수품을 가자 민간인 주민에게서 의도적으로 박탈했다고 믿을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며 "가자 민간인에 대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공격의 일부분이다"라고 규정했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인한 가자에서의 사망자는 4만4000명에 육박하고 부상자는 10만 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가자 전역이 초토화돼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으로 바뀌었으며, 주민들은 생사를 오가는 극한의 인도주의 위기를 겪고 있다. 

 

9월 30일 집에 있다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함께 숨진 열살의 팔레스타인 소녀 라샤와 열한살의 오빠 아흐메드. 2024. 11. 03 [알자지라 기사 캡처]
 

굶기기·살인·박해·의도적인 민간인 공격

"정치적 맥락에서 가자 주민 표적 삼아"

재판부는 "식량과 물, 전기, 연료. 그리고 특정 의료 용품의 부족이 민간인 주민의 일부를 파괴하는 생활 여건을 만들었고, 그 결과 영양실조와 탈수로 인해 숨진 어린이들을 포함해 민간인의 죽음을 초래했다고 믿을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판부는 "이들은 정치적이거나 국가적인 맥락에서 가자 주민을 표적으로 삼았고, 그렇기에 '박해'라는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심리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쟁 관련 사건을 다룰 사법관할권이 ICC에 없다는 주장을 폈으나 기각됐다. 재판부는 "이미 2021년 가자와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요르단강 서안까지 관할권을 확대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고 밝혔다.

이날 ICC는 작년 10·7 기습 테러를 자행한 혐의로 하마스 무장 조직 알카삼 여단 사령관인 무함마드 데이프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하마스 지도부의 이스마일 하니예, 야히야 신외르도 함께 영장이 청구됐으나 추후 이스라엘군에 의해 암살돼 제외됐다. 이스라엘은 데이프도 살해했다고 밝힌 바 있으나 하마스는 데이프의 사망을 공식 확인하지 않은 상태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21일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에 대해 전쟁범죄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가운데, 이날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 시민들이 '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4. 11. 21 [로이터=연합]
 

체포 가능성 작지만 운신 폭 크게 제약

서방국의 무기·자금 지원 제동 걸릴 듯

ICC 설립의 법적 근거로 1998년 채택된 '로마규정'(Rome Statute)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124개 당사국은 네타냐후와 갈란트가 자국을 방문할 때 체포영장을 집행할 의무가 있다.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 혐의로 역시 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사례를 고려하면 영장 집행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렇지만 운신의 폭은 축소가 불가피하다. 한때 당사국이었던 이스라엘과 미국이 2002년, 수단은 2008년, 러시아는 2016년에 탈퇴했다. 중국은 가입한 적이 없다.

뭣보다 ICC의 이번 결정은 네타냐후와 갈란트가 가자에서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범죄를 저지렀다는 사실을 국제사회를 향해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가자 대학살에도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며 막대한 무기와 자금을 지원해온 독일, 영국 등 서방국들의 행보에 일정한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결정을 무시하고 기존의 졍책을 고집한다면 국제사회로부터 반인도 범죄와 전쟁범죄의 '공범'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칸 수석 검사장은 성명을 통해 "모든 당사국은 재판부의 이들 명령을 존중하고 준수해 로마규정에 대한 공약에 부응해달라"며 네타냐후 등에 영장 집행을 호소했다. 그는 "가자와 서안에서 폭력이 확산하고, 인도적 접근이 더 축소되고, 국제적 범죄 혐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보고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모든 인간의 생명은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의 데이르 알-발라에서 한 팔레스타인 소녀가 식량을 얻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24. 11. 18 [AFP=연합]
 

네타냐후 "반유대주의적 조치" 반발

바이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같지 않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그 영원한 뒷배인 미국은 ICC의 영장 발부에 거세게 반발했다.

네타냐후는 영상 연설에서 "우리를 파괴하려는 적들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할 자연적 권리의 행사를 방해하려는 것이 이번 반유대주의적 조치의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갈란트도 'X'를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살인 지도자들을 동일선에 놓고 유아 살해, 여성 성폭행, 노인 납치 등을 정당화했다. 살인과 테러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ICC의 결정과 관련해 "(칸) 검사장이 체포영장을 받고자 서두른 것과 이런 결론에 이른 절차적 오류에 깊이 우려한다"면서 "근본적으로 거부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ICC는 이 사건에 대한 관할권이 없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반복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동등하게 볼 수는 없다. 전혀 없다"라며 "우리는 이스라엘과 언제나 함께해 이스라엘 안보 위협에 맞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27일 제79차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사우디아리비아 중심의 '축복의 연대'와 이란-시리아 중심의 '저주의 연대'가 있다면서  사우디에게 이스라엘과 합세해 이란을 제압하자는 '새로운 중동'(New Middle East) 구상을 제안하고 있다. 2024. 09. 27 [AP=연합]
 

팔레스타인 포함해 아랍·중동국들 환영

PA "국제법에 대한 희망·신뢰 보여줘"

당연히 팔레스타인은 환영하고 나섰다. 서안을 관할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국제법과 그 기구들에 대한 희망과 신뢰를 보여준다"며 ICC 당사국들에게 "네타냐후, 갈란트와의 접촉 및 회동 차단 정책"을 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다. 가자를 통치하는 하마스도 성명을 통해 "정의를 향한 중요한 걸음이다"라고 평가하면서도 데이프에 대한 영장 발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요르단과 튀르키예 등 아랍·중동권 국가들은 ICC 결정을 환영하고 이행을 촉구했다.

이스라엘을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혐의로 작년 12월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에서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범죄와 관련해 정의를 향한 중요한 걸음이다"라면서 모든 조약 당사국에 체포영장 집행 동참을 촉구했다.

 

미국 미시간대의 앤아버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가자의 팔레스타인 주민과 연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4. 11. 21 [로이터=연합]
 

주요 서방국, 미국과 달리 "존중하고 이행"

EU 보렐 "정치적 결정 아냐…구속력 있다"

주요 서방 동맹국도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바이든 미 행정부의 거부 입장과는 사뭇 달랐다.

유럽연합(EU)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ICC의 체포영장 발부는 "정치적 결정이 아니며 존중하고 이행해야 한다"면서 "이는 구속력 있는 결정인 만큼, EU의 모든 회원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 모든 당사국은 재판소의 이번 결정을 이행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외교부의 크리스토프 르무안느 대변인은 "ICC 규정에 따라" 행동하겠다고 말했고, 영국 총리 대변인은 "영국은 ICC의 독립성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귀도 크로세토 국방장관은 국영 RAI TV에 "우리는 그들을 체포해야만 한다"며, 이는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법적 의무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의 카스파르 펠드캄프 외교장관은 "ICC 독립성을 존중한다"면서 "불필요한 접촉을 하지 않을 것이며 체포영장에 따라 행동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일랜드의 사이먼 해리스 총리는 이번 ICC 결정이 "대단히 중요한 걸음이다"라면서 "긴급하게" ICC 결정 이행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의 다이예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 직후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2024. 11. 21 [AP=연합]
 

스위스 "네타냐후 입국 시 체포·송환"

'나치 홀로코스트' 독일은 아직 침묵

스위스도 ICC 당사국의 의무가 있는 만큼 네타냐후 등이 입국하면 체포해 넘기겠다고 밝혔다. 캐나다의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모두가 국제법을 준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캐나다는 국제법정의 판결을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총장 대변인을 통해 ICC 판결의 작업과 독립성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치 정권 당시 유대인을 상대로 홀로코스트를 자행한 탓에 지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자행하는 또다른 홀로코스트에 방관하며 미국과 함께 이스라엘 옹호 일변도의 정책을 펴온 독일의 올라프 숄츠 정권의 반응은 아직 없다.

그러나 헝가리, 오스트리아, 아르헨티나 등 극우 정권들은 로마규정 당사국이면서도 이번 ICC 결정에 "말도 안되는 결정"이라거나 "터무니없다" 또는 "심대한 이견"이란 부정적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국제형사재판소는 제노사이드,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기 위해 창설된 세계 최초의 상설 재판소다.            < 민들레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