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영 선생 후손 이종걸 전 의원

“북한 생기기 전의 일이 이념전쟁 단초 되다니”

 

1922년 홍범도 장군이 모스크바에서 열린 극동민족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소련에 입국하며 쓴 서류. 직업 ‘의병’, ‘목적과 희망’에 ‘고려독립’이라고 썼다. 이 입국조사서는 러시아 문서보관소에 있던 것으로 2021년 홍 장군 유해 봉환 당시는 물론 최근까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널리 공유되고 있다.

 

일제강점기 독립군 양성기관이었던 신흥무관학교의 기틀을 닦은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육군사관학교(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추진에 대해 “소가 웃을 일”이라며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이종찬 광복회 회장과 사촌지간이다.이 전 의원은 28일 저녁 시비에스(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일각에서 홍 장군 흉상이 소련 군복을 착용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기도 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홍 장군은 광복되기 전에 돌아가신 분이고 (당시 소련 지도자) 레닌을 방문해 약소국인 대한민국 독립을 도와줄 수 있느냐, 항일무장 독립을 도와줄 수 있냐 이런 논의를 했던 상대방”이라며 “홍 장군이 소련 제복을 입게 된 것도 항일독립투쟁의 효과적인 진전을 위해서였다”고 강조했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이어 그는 “그래서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62년 건국훈장을 수여한 것인데 이제 와서 북한이 생기기도 전에 소련 공산주의 제복을 입었다는 것이 지금 이념전쟁의 단초가 된다는 것은 정말 소가 봐도 웃을 일”이라고 비판했다.홍 장군은 1922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극동민족대회에 참가해 레닌으로부터 권총 선물을 받았는데 당시 입국 서류에 자신의 직업을 ‘의병’, ‘희망과 목적’에 ‘고려 독립’이라고 적었다.1927년에는 소련 공산당에 가입했는데 당시 연해주·만주 등지에서 국외 무장독립운동을 벌였던 독립운동가들은 이념이 아닌 ‘현지 지원’이라는 필요를 얻기 위해 소련·중국 공산당 등에 가입하거나 활동해왔다.

 

1922년 홍범도 장군이 모스크바에서 열린 극동민족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소련에 입국하며 쓴 서류. 직업 ‘의병’, ‘목적과 희망’에 ‘고려독립’이라고 썼다. 이 입국조사서는 러시아 문서보관소에 있던 것으로 2021년 홍 장군 유해 봉환 당시는 물론 최근까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널리 공유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홍 장군 흉상 철거가 대한민국 역사 왜곡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전 의원은 “홍 장군 흉상이 철거되면 대한민국 건국의 기초가 된 무장독립투쟁이 앞으로 고국의 간석이 될 육사 생도들의 뇌리에서 사라짐으로써 대한민국의 역사가 또다시 왜곡되는 불행한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1868년 평양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홍 장군은 국운이 기울어가던 1895년 강원도 회양에서 봉기해 일본군을 사살하며 항일운동을 시작했다. 1907년 포수들을 모아 의병부대를 결성했고 1910년 8월 경술국치로 국권을 빼앗긴 뒤에는 간도와 연해주로 활동무대를 옮겼고 대한독립군 총사령관까지 올라 ‘백두산 호랑이’로 불리며 일본군을 토벌했다.홍 장군은 3·1 만세운동 이듬해인 1920년 독립 무장투쟁사에서 가장 빛나는 승리로 일컬어지는 봉오동 전투를 이끌어 ‘봉오동 전투의 영웅’으로 불린다. 하지만 1937년 소련 스탈린 정권의 정책 탓에 연해주에서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강제 이주당했고, 이후 움막집에서 살며 극장 경비 생활로 생계를 이을 만큼 힘든 말년을 보내다가 75살로 숨졌다.이러한 항일무장투쟁의 공적과 건국의 공로를 인정받아 홍 장군은 1962년 박정희 정권의 추서로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았다. 이후 2021년 문재인 정부는 건국훈장 가운데 최고등급인 대한민국장을 수여했다. < 이유진 기자 >

 

 

8월 한달 광복 이전으로 되돌아간 듯한 매국적 사건들

후쿠시마 오염수- 이동관 두 개의 파고, 한국사회 덮쳐

 

26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인근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관련 피켓을 들고 있다. 2023.8.26 연합뉴스

 

나라 안팎에서의 일대 역행

여름이 가고 가을로 접어드는 때, 하늘은 높고 청명합니다. 그러나 지상에서는 한국사회를 숨막히게 하는 일들의 연속입니다. 이번 주가 마지막 주간인 광복의 달 8월, 그러나 광복의 달은 마치 거꾸로 선 광복의 달처럼 대한민국은 78년 만에 광복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나라 안팎에서의 일대 역행이 한여름의 무더위보다 더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질식시키고 있습니다. 해방과 독립의 감격과 환희를 미래로의 발전과 번영의 원천으로 삼아야 할 이 달에 전개되고 있는 일들입니다.

지난 주 기어코 투기가 시작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의 한반도 해안으로의 접근은 한국인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위협을 넘어서 일제 일본군의 한반도 영토 상륙의 예고처럼 보입니다.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세워진 항일독립투쟁 영웅들의 흉상을 철거한다는 소식은 윤석열 정부가 핵 오염수 방류를 용인한 것은 물론 조장한 것과 함께 지난 22일부터 일주일간의 경술국치 주간을 113년 만에 재연한 듯했습니다.

만주 벌판의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듯, 일본군의 총칼에 맞서다 스러져간 젊음들의 투혼인 듯, 돌베개에 머리를 눕히고 풍우한설을 맞으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내던진 애국투사들의 비원을 한국군의 장교 생도들에게 불어넣어주던 애국선열들의 흉상을 들어내려 하는 이 기막힌 현실에 독립운동 노병들의 비통한 울음이 육사 교정에 울리는 듯합니다.

대신 그 자리에 독립군을 토벌하던 백선엽에다 맥아더와 미군 장군의 흉상을 설치하겠다니 “독립항쟁의 영웅 대신 관동군과 미군을 조상으로 삼겠다는 육사, 이제는 한국군을 괴뢰군으로 만들겠다는 것인가”라는 <촛불행동>의 성난 논평이 국민들의 분노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말년에 중앙아시아의 낯선 땅에서 극장의 수위로 일하면서 통한 속에 눈을 감았을 홍범도 장군은 2년 전 78년 만에 그 유해가 꿈에도 그리던 고국으로 귀환했지만, 홍 장군에게 지금과 같은 수치와 모욕을 안기려 그의 유해를 봉환한 것인지, 홍 장군이 지하에서 통곡할 일입니다. 수천 억원 이상의 가산을 모두 털어 독립운동 자금을 대면서 그 자신은 기아의 고통에 시달렸던 이회영 선생이 오열을 할 상황입니다.

이번 주 화요일 29일은 1910년 일본에 의해 국권을 완전히 강탈당한 강제병합, 경술국치의 날입니다. 조선인에겐 치욕이며 침략자에겐 득의의 순간이었을 그날을 하루 앞둔 8월의 마지막 주간, '국치에서 광복으로'가 아닌 '광복에서 국치로'의 대역진의 끝은 어디일지, 매일 매달이 국치가 되는 현실입니다.

나라가 나라다워야 '조국' 되는 것

8월을 보내면서 우리는 '조국'이란 그것이 참으로 위할 만한 것이라야, 나라가 나라다울 때라야 진정한 조국이 되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이 땅에선 단지 자주와 독립의 후퇴뿐만 아니라 '문명'의 후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문명을 이루는 상식과 양식의 붕괴, 그 문명의 한 근간인 권력이 정당성을 스스로 잃고 반문명으로의 길로 치닫는 것을 참담한 심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몰상식과 불합리가 권력의 이름으로 횡행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막는 빗장을 스스로 열어줬듯 한국사회를 지켜주는 둑이 무너지고 기초를 지탱하는 기둥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촛불집회 연단에 오른 박미라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는 오염수 방류가 세대 간 정의에 어긋난다면서 “현재를 위해 미래를 죽이는 악랄한 선택”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현재를 죽여서 미래를 없애는 행위’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일본 언론조차 일제히 방류 강행을 비판하는 상황인데, 정작 한국언론의 다수는 이를 ‘수산물 오염 괴담’으로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오염수 해양 투기 범죄’의 직접적이고 최대의 피해자가 될 한국 어민·수산업자·상인들의 방류 반대 목소리와 한숨을 제대로 다룬 매체는 거의 없습니다. 촛불 집회에서 나온 구호처럼 “차라리 대통령을 방류하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며, "언론을 방류하라"고 외치고 싶은 국민들의 심정입니다.

가뜩이나 망가져 있는 한국의 언론을 더욱 황폐화시킬 일들이 이번 주에 벌어질 것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결국 방송통신위원장에 앉고 만 이동관 씨가 월요일 아침 언론단체들과 시민들의 반대 속에서 첫 출근과 함께 드디어 공영방송 경영진 축출과 개편에 나설 것입니다. 바다에서의 오염수의 쇄도와 공영방송에서의 언론장악의 위협이라는 밖으로부터, 또 안에서부터의 두 개의 동시 파고에 맞서는 시민들의 힘, 상식과 양식을 지키려는 힘이 어느 때보다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주간입니다.  <시민언론 민들레 이명재 에디터 >

 

중국인들 도쿄전력에 6천여 건 전화공세
SNS에 일본비난 글 급증, 일본인 시설 투석도

마쓰노 일 관방장관 중국 쪽에 자제 요구
일본 외무성 주일 중국대사 불러 입장 전달

 

27일 중국 베이징의 한 식당에 일본산 수산물 판매 중단을 알리는 안내판이 놓여 있다. 일본 언론들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 개시 이후 중국에서 반일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28일 보도했다. 2023.08.28. AFP 연합뉴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 강행을 계기로 중국에서 일본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함께 반일감정이 확산될 조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양국간에 균열이 깊어지고 있다.

깊어가는 중일간 균열

도쿄전력이 해양 투기를 시작한 24일 이후 중국 SNS에는 일본 비난 글들이 급증하고 28일까지 도쿄전력 본사에만 중국인들이 6천여 건에 이르는 전화공세를 펼쳤다. 중국 내 일본인 학교들에 돌과 달걀을 던지다 붙잡혀 구속되는 사례도 보도되고 있다. 일본쪽의 인적 물적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중국 내 관할 각 일본 총영사관은 현지 당국에 경비 강화를 요청했다. 일본 외무성은 27일 중국에 가거나 체류하는 자국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마쓰노 일본 관방장관 중국쪽에 자제 요구

사태가 일반적 예상 수위를 넘어 이상 조짐을 보이자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28일 “지극히 유감”이라며 “우려하고 있다”면서 중국쪽에 자제를 요구했다. 마쓰노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쪽에 대해 자국민에게 냉정한 행동을 취하도록 호소하고 일본인 체류자 등의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계속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오카노 마사타카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우장하오 일본주재 중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일본정부의 이런 입장을 공식 전달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8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 이후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것과 관련, 금주 중 수산업자를 보호할 구체적 방안을 정리해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2023.08.28. AFP 지지 연합뉴스

 

일본에 무차별 전화공세 동영상, 도쿄전력에 6천건

<아사히신문>은 28일 티셔츠 차림의 중국의 한 젊은이가 “도쿄 아무데나 전화해 보자”며 스마트 폰의 지도 앱에서 무작위로 뽑아낸 번호로 전화를 걸어 일본어로 “여보세요”라고 한 뒤 중국어로 “왜 핵오염수를 바다에 흘려 보냈냐”며 일방적으로 퍼부어 대는 동영상이 중국 SNS에 떠돌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인터넷에서는 일본 참의원으로 보이는 곳에 전화를 걸어 중국어로 이야기를 늘어 놓고는 끊어버리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 같은 것들도 확산되고 있다.

후쿠시마 현에서는 여관이나 음식점, 역 등에 중국에서 걸려온 것으로 보이는 해코지 전화들이 밀려들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우치보리 마사오 후쿠시마 현 지사는 말했다. 전화는 병원이나 약국 등에도 계속 걸려 오고 있어서 업무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도쿄전력은 28일, 핵오염수를 해양 투기하기 시작한 24일부터 4일간 중국의 국가번호 ‘86’이 표시된 전화번호로 걸려 온 전화가 6천건이 넘었다고 밝혔다. 전화 내용은 투기에 대한 항의나 불만인 것으로 보이지만, 도쿄전력은 “유사 안건을 환기시킬 가능성이 있어서 전화 내용 설명은 삼가겠다”고 밝혔다.

치요다구 구청에도 1천 건이상 전화

도쿄도 치요다구 구청 대표전화에도 해코지 전화가 1천 건 이상 걸려와 경찰에 그 사실을 알렸다. 구청에 따르면 “왜 오염수를 방출하느냐” 등의 항의를 서툰 일본어로 내뱉거나, 일방적으로 분노를 표시하기도 했으며, 전화를 받아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경우, 녹음된 음성을 자동으로 흘려 보내는 경우 등도 확인됐다. 25일에는 약 600건에 달했고 그 뒤에도 수백건 단위로 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다고 치요다구는 밝혔다.

SNS에서 관심을 끌려고 이런 전화를 한 경우까지 포함해서, 중국인 전체로 보면 극히 일부의 중국인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오염수 해양 투기 문제가 폭넓은 사람들의 감정을 흔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아사히는 썼다.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한 24일 중국 베이징의 대형마트에서 한 여성이 수산물을 보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는 이날 일본의 오염수 방류 개시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일본이 원산지인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2023.08.25. EPA 연합뉴스

 

“모두 일본 때문이야” 반일감정 표면화

25일 아침 베이징 시내 슈퍼 마켓에서 텅 빈 소금 제품 선반 앞에서 고령의 한 여성이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모두 일본 때문이야. 제멋대로 굴어 화딱지 나.”

일본계 기업에서 일하는 40대 여성은 “아이가 ‘왜 오염수를 바다에 버려야먄 해? 다른 방법은 없어?’라고 물었으나 대답할 수가 없었다”며 탄식했다.

산둥성 칭다오와 장쑤성 쑤저우의 일본인 학교에 돌멩이와 달걀을 던지는 등 “반일감정이 표면화할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2012년 센카쿠 열도 사태 재발할까 우려

게이단롄(경제단체연합회)의 도쿠라 마사카즈 회장은 28일 삿포로 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 화장품을 사용하지 말자는 움직임 등이 일고 있다며 “센카쿠열도(를 국유화한 2012년 무렵)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극우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가 무인도인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를 사들여 국유화하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중국 각지에서 격렬한 반일시위가 벌어져 일본제 자동차들이 공격을 당하는 등 일본기업의 경제활동도 큰 영향을 받았다. 도쿠라 회장은 이번에도 수산물 수출과 일본방문객 감소에 그치지 않는 큰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며 걱정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본제품 불매 선동이 크게 확산되진 않고 있어 2012년 당시의 긴장감과는 다르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그럼에도 베이징의 일본인 사회에는 “예단은 금물. 시간이 지나면서 가라앉기를 바라지만”(일본계기업 간부) 하며 걱정하는 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규제 조치가 시행되는 홍콩의 한 수산 시장에서 23일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전날 홍콩 정부는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를 시작하는 24일부터 도쿄 등 일본 10개 도(都)·현(縣)에서 수산물을 수입해오는 것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2023.08.23. EPA 연합뉴스

 

한국 윤석열 정권과는 큰 차이

중국사회의 이런 반응에는 ‘처리수’를 ‘핵오염수’라 부르면서 “바다는 일본의 하수도가 아니다”는 등의 격렬한 말로 비판을 계속해 온 중국 외교부의 일방적인 “정치적 주장”이 영향을 끼쳤다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중국에서는 “트리튬(삼중수수) 등의 방사성 물질 농도는 국제기준 이하” 등의 일본쪽 설명은 “도쿄전력 데이터를 신용할 수 있나” “30년에 걸친 장기 방류의 안전성을 누가 보증할 수 있나”라는 중국 외교부의 반론에 부닥치고 있다.

중일관계는 중국의 ‘전랑외교’라는 강경노선 탓도 있어서 최근 외교당국간 교섭에는 진전이 없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정치가들 차원의 전략적인 의사소통도 기능하지 않았다. 이런 점은 일본과 한국이 크게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한국의 윤석열 정권이 대일 관계를 중시하면서 한국내에서 강한 반발까지 받아가며 굳이 “(핵오염수 해양 투기가) 과학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일본에 쇄도한 불편한 전화들에 대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언급을 피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한편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해 외교부는 “주변국과 국제사회는 두루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고 주장하면서 북한과 러시아, 솔로몬 제도 등 가까운 나라나 한국 야당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중국 입장이 돌출적인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 시민언론 민들레 한승동 기자 >

일주일 내내 수산물 식단 짠 대통령실

평소보다 이용객 많다며 성과처럼 홍보
어민 근본대책은 회피한 채 식단 자랑해
대통령은 침묵하고…급식업체만 난색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우리 수산물 메뉴를 점심 식사로 배식받고 있다. 2023.8.28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다른 반찬 구성도 봐야겠지만, 5일 내내 수산물 메뉴는 당연히 위에서 오더(명령) 내린 거라 하는 거죠. 이렇게 식단을 짜는 경우는 없다고 보시면 돼요. 수산물만 이렇게 내놓는 급식 드셔보셨나요? 저희도 걱정되네요."

기업 급식을 담당하고 있는 10년 차 현직 영양사 김아무개 씨가 이번 주 5일 동안 수산물 메뉴를 제공하는 대통령실 구내식당을 두고 한 말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핵 폐수 해양투기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침묵'을 이어가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8월 28일부터 9월 1일까지 매일 구내식당 점심 메뉴로 한국산 수산물을 전 직원 및 출입 언론인에게 제공한다고 밝혔다.

직원과 기자들에게 제공되는 수산물은 모듬회(우럭·광어), 고등어구이, 제주 갈치조림, 소라무침, 멍게비빔밥, 우럭탕수, 바다장어 덮밥, 전복 버터구이, 김부각, 물회 등이다. 대통령실은 9월 이후에도 주 2회 이상 수산물을 주 메뉴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 안전이 걸린 문제에 대해 윤 대통령이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후쿠시마 핵 폐수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내놓은 '첫' 보도자료가 구내식당 메뉴 홍보라는 점은 사안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수산물 메뉴가 첫 선을 뵌 이날 출입 기자들에게 "오늘 점심에는 평소보다 1.5배 이상 많은 인원이 구내식당을 이용했으며, 이 중에는 외부 약속을 취소하고 구내식당을 이용한 직원들도 다수 있었다"면서 성과처럼 홍보하기도 했다.

정작 윤 대통령은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도운 대변인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오찬을 겸한 주례회동을 가졌다. 오찬 메뉴에는 수산물이 포함됐다고 이 대변인은 홍보했다.

대통령실 구내식당의 상식적이지 않은 5일 연속 수산물 메뉴 제공은 일본의 핵 폐수 해양투기 현실화 이후 국민들의 불안감과 공포감이 높아져 수산물 소비 위축 전망이 나오자,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핵 폐수 해양투기 현실화로 업황이 우려가 큰 수산인에 대한 피해복구 및 지원책 등 포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함에도, 해양투기 중단이라는 근본 해결책은 외면한 채 비난을 피하기 위해 내놓은 '생색내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

대통령실의 이 같은 수산물 소비 홍보는 단체급식을 하는 수많은 국민들의 건강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이 수산물 급식 식단을 내세우는 것은 시장에 일종의 '신호'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와 해양수산부, 수협중앙회는 오는 30일 CJ프레시웨이, 아워홈, 삼성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 등 대형 급식업체와 간담회를 갖고 기업 급식에 수산물 활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해수부와 수협 등은 간담회에서 각 업체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급식업체나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수산물 소비 압박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식품 기업의 특성상 브랜드 이미지 훼손시 복구할 수 없는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반발과 우려도 상당하다.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이 수산물 소비를 압박하면서 학교나 군대 급식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학부모 B 씨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아이들에게 학교 급식에서 수산물을 먹지 말라고 가르친다"고 전했다.

야당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본이 후쿠시마 핵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기 시작하면서, 우리 국민의 걱정과 우려가 극에 달하고 있다"며 "학교 급식에 수산물 메뉴를 늘려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학부모와 급식 업체들이 불안해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9월 국회에서 핵물질 오염수 해양 투기 특별 안전조치 4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 그리고 정부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입 금지 의무화 법안도 추진하겠다"며 "장병 급식과 학교 급식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꼼꼼히 챙기겠다"고 덧붙였다.  < 시민언론 민들레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