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오염수 밸브 개방…1차분 17일간 7800t 투기돌입
앞으로 최소 30년 방류 예상하나 끝은 몰라
민주‧정의 6야당 "일본 옹호한 윤석열 정부도 공범"
중국, 일본대사 불러 "엄중 항의"…추가 규제 시사
일본의 잘못된 선례, 유사한 행동 부추길 우려 커
일본이 끝내 지구 해양생태계와 인류의 건강에 큰 위험을 초래할 일을 저질렀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부는 자국 어민과 한국 야당‧시민사회와 중국 등 국제사회의 우려와 만류, 경고에도 24일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에 돌입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은 이날 오후 1시를 기해 오염수 1t을 바닷물 1200t으로 희석해 미리 대형 수조에 담아 놓았던 혼합물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앞서 기시다 정부는 22일 핵 오염수 방류 관계 각료회의를 열어 이날 방류를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2021년 4월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해양 방류를 오염수 처분 방식으로 결정한 지 2년 4개월 만이며,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로부턴 12년이 좀 넘는다.
1차분 17일간 7800t…최소 30년 예상하나 끝은 몰라
기시다 정부는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방출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하고,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은 무시해도 될 정도로 미미할 것"이라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종합보고서의 '판단'을 방출 강행의 근거로 삼았지만, 보고서의 신뢰성은 금이 간 지 오래다.
보고서는 일본이 제시한 해양 방출 외 다른 안을 전혀 검토하지 않았고, 'ALPS'(첨단액체처리시스템.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로 표기)에 대한 성능 검증도 없었고, 해양생태계와 인간에 미칠 환경영향 평가도 없었다. 또한 발표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반론 무시와 졸속 공개, 일본과의 '100만 유로 검은 거래' 의혹도 불거졌다.
핵 오염수 해양 방류가 전 지구적 해양 환경과 인류 건강에 당장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어떤 위험을 얼마나 초래할지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검토가 없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은 인류와 지구를 상대로 한 도박이 아닐 수 없다.
전개 상황에 따라선 훗날 수없는 이웃 나라 국민을 참화에 몰아넣은 일제의 전쟁범죄에 이어, 그것에 못지않게 인류를 향해 일본이 저지른 또 하나의 범죄로 기록될 수 있다.
일본의 잘못된 선례, 유사한 행동 부추길 우려 커
일본의 이번 결정은 '선례'가 되어 다른 나라들의 유사한 행동을 부추김으로써 인류와 지구에 치명상을 입힐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도쿄전력은 ALPS를 거쳐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저장 탱크에 보관된 오염수를 바닷물과 희석해 약 1㎞ 길이의 해저터널을 통해 원전 앞바다에 방류하게 된다.
ALPS로 처리하면 세슘을 비롯한 방사성 물질 62종을 제거할 수 있다고 일본 정부는 주장한다. 일본의 주장을 설사 사실로 받아들인다해도 삼중수소(트리튬)와 미량이지만 탄소14 등의 핵종은 남게 된다.
도쿄전력은 ALPS로 못 거르는 삼중수소는 바닷물에 섞어 농도를 일본 규제 기준의 40분의 1인 ℓ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만들어 내보내겠다는 얘기다.
이날부터 도쿄전력은 1차로 하루에 460t씩, 17일간 7800t의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태평양에 버릴 계획이다. 내년 3월까지 방류할 계획인 오염수의 예상 규모는 3만1200t이며, 이는 2011년 3월 사고 이후 보관 중인 오염수 약 134만t의 2.3% 수준에 해당한다.
일본 정부는 방류 기간을 30년 정도로 잡고 있다. 이에 대해 기시다는 "향후 수십 년의 장기에 걸쳐 오염수 처분이 완료될 때까지 정부로서 책임감을 갖고 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방류 작업이 언제 끝날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조차도 모른다는 점이다. 오염수가 계속해서 새로 만들어지는 것을 어떻게 막을지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사고 원전의 폐로(해체) 작업이 완료돼야 오염수의 추가 생성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으나, 일본 정부의 '2051년 폐로 완료' 목표는 물 건너갔고 지금은 예상 시점도 못 잡고 있다. 이에 따라 폐로 작업 과정에서 오염수가 추가로 나오고 빗물과 지하수 유입을 통해 매일 발생하는 오염수를 막을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 100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민주‧정의 6야당 "일본, 또다시 범죄 국가의 길"
한국의 야당‧시민사회와 중국을 물론, 일본 어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전국에서 일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민생당, 제주녹색당, 노동당 등 야권 6개 정당은 24일 제주시 노형동 주제주일본국총영사관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의 핵 오염수의 해양투기에 대해 "자국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전 세계에 재앙을 퍼뜨리는 희대의 해양 범죄행위이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또다시 범죄 국가의 길로 들어서는 것과 같다"고 질타했다.
민주당 당 야권 6개 정당은 이어 "80% 넘는 국민이 해양투기 반대 입장을 밝혔음에도 일본 정부의 입장을 옹호한 윤석열 정부는 공범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은 23일 저녁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소속 의원과 보좌진, 당직자, 당원까지 1000여 명이 참석한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 대표는 집회에서 "후쿠시마 핵 오염수의 해양 투기로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일본의 폭주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4일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응 특별 안전조치 4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4개 법안 증 하나인 '오염수 노출 수산물 수입 금지 및 수산업 진흥 등을 위한 특별법'을 이날 발의했다. 이 법안은 방사성 물질 노출 우려가 있는 수산물 수입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25일 거리로 나가 광화문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규탄 행진을 할 예정이다. 26일에는 광화문에서 시민사회 단체와 총집결대회를 연다.
중국, 일본대사 불러 "엄중 항의"…추가 규제 시사
앞서 중국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과 관련해 22일 주중 일본 대사를 불러 "엄중 항의"했으며, 일본산 수산물이나 식품 등에 대한 추가 수입 규제 가능성을 분명히 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중국 정부는 인민을 최우선에 두고 관계 부처들이 식품 안전과 우리 인민의 건강을 지키는데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일본이 잘못된 결정을 되돌려 해양투기 계획을 철회하기를 강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한 23일 브리핑에서 왕 대변인은 "우리는 2023년 8월 24일이 해양 환경 재앙의 날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막바지까지 일본의 투기 철회를 촉구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해 일본에서 수입하는 고위험군 식품에 대해 4단계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 시민언론 민들레 : 이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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