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자 칼럼] 토론토 야외 미술전시회

● 칼럼 2012. 7. 16. 09:13 Posted by SisaHan
토론토 야외 미술전시회 (TOAE: Toronto Outdoor Art Exhibition)가 벌써 51회 째를 맞이한다고 한다. 매년 7월 초에 시청 앞 광장에서 하는 좀 특이해 보였던 그 전시회가 5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의 전시회로 성장한 것이 나에게는 감회가 새롭다. 내가 그 전시회에 대해 일찍부터 30 여년 전에 들어 알고있었던 이유는 그림을 그리던 한 친구 때문이었다. 그 친구는 오래 전 공부를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우리가 대학 1학년 때, 그 친구는 TOAE에 응모를 해 뽑혀서 전시회에 참가했다. 그가 상당히 흥분해 있던 모습이 지금도 눈 앞에 선하다. 나는 그가 자랑스럽기도 했고 한편으로 부러웠다. 이민 온지 몇 해 되지도 않았는데, 그런 큰 규모의 전시회에 당당하게 참석할 수 있다는 사실이…그러나 무슨 이유 때문이었는지 나는 가지 못했다. 전시회가 끝나고 친구는 한 유태인 변호사가 자신의 큰 그림을 사갔다고 아주 기뻐했다. 전혀 무명의 학생의 그림을, 그것도 큰 그림을 사갔다는 사실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솔직히 나는 그가 전혀 그림을 팔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뙤약볕에 혼자 쭈그리고 앉아 있을, 그의 모습을 보기가 안쓰러워, 그리고 사람들이 그림에 대해 물어왔을 때도 아무 말도 못하고 쩔쩔매고 있을 모습을 보고싶지 않아 안갔는지도 몰랐다.

나는 한 동안 그림에 대해 무관심하게 지냈다. 금년에는 전시회를 6,7,8일에 걸쳐서 했는데, 공교롭게 내가 간 금요일 오후는 금년 들어 가장 무더운 날이었다. 서있기만 해도 숨이 막히고 땀이 흘렀다. 그럼에도 굳이 내가 간 이유는 그 전의 한 야외전시회에서 만난 친구(?) 때문이기도 했다. 그 전시회는 작은 규모의 전시회였는데, 유독 그의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는 옛날의 내 친구처럼 이번 TOAE 전시회에 뽑힌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 그 때 다시 보자고 한 약속을 왠지 나는 꼭 지키고 싶었다. 그런 까닭에 금요일 밖에 시간이 없어 무리해서 간 것이었다. 360개가 넘는 텐트에, 거의 천 편이 넘는 작품을 감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시 작품들도 너무 다양하여, 도예, 유리 공예, 조각, 보석가공, 사진, 조각, 목공, 디지털 미디어, 유화, 수채화…, 없는 쟝르가 없었다. 사실 작품 전체를 감상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나중에 만난 친구의 말에 의하면 사람들은 한 번 오지않고 몇 번이고 다시 온다고 했다. 그림을 사는 사람들도 한 번 보고 결정하지 않고, 다시 와서 결정한다 했다.

이 야외 전시회가 좋은 점은 많은 중진 내지는 무명(?)의 예술가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아직 유명화가가 아니어서 그런지 누군가 자신의 작품에 관심을 보이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다. 물어보는 멍청한 질문에도 아주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주었다. 또 대부분의 화가들이 자신의 대표작을 그림엽서로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무료로 주었다. 그 엽서들을 모우는 재미도 보통이 아니었다. 그 엽서에는 자신의 홈페이지와 이 메일 주소가 있어, 그 들의 작품도 볼 수 있고 원하면 그들과 소통할 수가 있다. 그 전시장을 지나는 한 중간에서 눈에 확 띄는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전형적인 한옥 마을의 골목길이었다. 무엇에 끌린 듯 그 앞으로 간 나는 그 안에 앉아 있는 검은 머리의 학생(?)에게 한국분이냐고 물었다. 아주 친절한 여자분이었는데, 고향과 어린시절을 생각하며 그린 그림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대부분의 다른 그림들도 선이 굵은데다 원색적이고 밝은 색을 주로 쓴 개성있는 그림들이었다. 주로 사용하는 색들이 색동저고리의 색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왠지 다른 장소도 아니고 미술전시회에서 한국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이 기뻤다. 나중에 집에 와서 프로그램을 차분히 살펴보니 그 분외에도 대 여섯명의 한국 분이 있는데도 내가 날씨를 탓하며 대충 보고 지나쳤기에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년에는 꼭 다시 가서 그 분들 뿐만 아니라 전시된 작품들을 차분히 감상하고 싶다. 그 친구는 말했다. 전시된 작품들 중에 좋은 작품들이 너무 많다고….

< 박성민 - 소설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동포문학상 시·소설 부문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