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전문가 4명이 노인을 위한 두뇌훈련 책을 냈다. ‘100세 시대’에 치매는 인간다운 황혼을 꿈꿨던 노인들의 최대 공포다. 어디 노인뿐인가. 최근 4년새 20~40대 젊은 치매도 두배 가까이 늘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약사는 치매 치료 연구에 막대한 비용을 쏟고, 치매 예방 게임, 앱, 로봇, 식품과 치매예방관리사까지 관련 산업이 뜨고 있다.
치매는 여러 이유로 뇌의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병이다. 기억력, 언어능력, 방향감각, 판단능력 등을 상실해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받는 병이다. 치매는 일단 발생하면 치료에 한계가 있고 완치할 수 없다. 따라서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매를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문제는 예방이다. 나이 들어서 몸과 마음을 또렷이 유지하려면 건강한 생활밖에는 답이 없다. 뇌와 몸이 녹슬지 않도록 유지·정비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노후 준비를 위해 현재를 숨가쁘게 살면서 건강을 희생해야 한다는 역설에 발목 잡혀 있다. 지금과 같은 사회구조와 문화 속에서는 치매 예방은커녕 갈수록 ‘치매 위험군’이 늘 수밖에 없다. 치매 예방법을 실천하며 살기엔 우리 삶은 너무 팍팍하고, 여유가 없으며, 몸과 마음을 덜 쓰는 쪽으로 향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의 뇌 기능은 마비되고 있다. 기계문명이 발달한 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두뇌 발달의 기회를 빼앗긴다. 아이들은 산과 들로 나가 자연 속에서 오감을 발달시키고 부모와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해야 두뇌가 발달한다.
게다가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의 뇌 기능은 마비되고 있다. 기계문명이 발달한 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두뇌 발달의 기회를 빼앗긴다. 아이들은 산과 들로 나가 자연 속에서 오감을 발달시키고 부모와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해야 두뇌가 발달한다.
그러나 피로에 찌든 많은 부모들은 아이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주고 학습용 디브이디(DVD)를 틀어준다. 자연 속에서 몸을 뒹굴기보다는 교실과 집이라는 실내 공간에서 주로 생활한다. 학교에 들어가면 입시 위주 교육으로 신체활동은 줄어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많은 학생들은 게임과 스마트폰 중독에 걸려 책을 멀리한다. 소아비만 환자는 늘고, 이들은 예비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환자가 된다.
사회에 나오면 어떤가.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고, 설사 직장에 들어간다 해도 불안은 지속된다. 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해지는 우리 사회는 많은 사람들에게 술과 담배를 권한다.
사회적 안전망이 부실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실패할까 봐, 낙오자가 될까 불안에 떨고, 술과 담배로 불안을 잊으려 한다.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성과가 중요한 사회라 사람들은 운동할 짬을 내지 못하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경제력 없이 은퇴한 삶은 치매 환자에 버금갈 정도로 무기력함 그 자체다. 하릴없이 많은 노인들이 텔레비전과 고스톱에 빠진다. 노인들의 취업 기회와 소득 보장 대책은 허술하고, 두뇌활동 기회는커녕 자존감을 가질 여유도 없다.
뇌과학자이자 치매 전문가인 나덕렬 박사는 치매 예방법으로 ‘진인사대천명+고!’라는 슬로건을 소개했다. 진땀나게 운동하고, 인정사정없이 담배 끊고, 사회활동과 긍정적인 사고를 많이 하고, 대뇌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천박하게 술 마시지 말고, 명을 연장하는 식사를 하고,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을 조절하자는 얘기다. 나 박사는 은퇴자들이 텔레비전이나 보며 3개월만 두뇌활동을 안 해도 뇌의 기능이 확연하게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단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이번 책을 만들었다 했다.
그러나 끝말잇기나 기억력 시험과 같은 두뇌 훈련책으로 노인들의 뇌 기능이 나아진들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무기력한 노년을 예고하는 ‘치매 위험사회’의 근본적 시스템을 뜯어고치지 않는 한 치매 환자는 계속 늘 수밖에 없다.
< 양선아 - 한겨레 신문 스페셜 콘텐츠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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