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대가 한국사회에 기여한 가장 큰 ‘공로’는 ‘실용주의 퍼뜨리기’ 일 것 같다. 그 실용주의라는 게 국민과 국가를 위한 것이 아닌, 대통령 개인과 그에게 선택돼 충성한 무리들에게 공통의 신조처럼 되어버린 게 특징인 세상사는 방법과 권력누리기의 저질이념 말이다.
그 실상의 뼈대는 이런 것들이다.
『도덕의 잣대는 공공의 가치평가나 보편성에 두지말고 개인의 주관을 고집, 관철한다. 사람은 원래 흠결과 먼지가 많은 속물이니 털 테면 털어봐라 끄덕이나 하나. 뭐 뻔뻔하다 치사하다 빗발쳐도 얼굴에 철판 깔고 귀 막으면 이내 세월이 해결할 것이니 버텨라. 싫은 소리 바른 소리는 좌파 종북들의 넋두리이니 마이동풍이 최선, 동네 개짓는 소리에 불과할 지니라!. 트집잡고 반대편에 선 사람들은 무슨 수를 쓰든, 권력기관을 총동원해서라도 박살내서 우리끼리 감싸 덮고 깔아 뭉개버리면 될지니…. 내게 맡겨준 권력이란 내 맘대로 나와 식솔들을 위해서 써먹으라고 준 것 아닌가? 왜 사장에게 맡겨놓고는 사원들이 딴 소리들이야! 어쨌든 이런 우리식 실용주의를 가장 열심히 실천해냈고 역사에 자랑스런 5년을 보내 정말 뿌듯하다, 게다가 정권창출에도 성공했지 않았나, 보복 걱정 안해도 될 팔자 상팔자요 MB실용주의 만세다!….』
한마디로 내 편한 방식과 ‘내 멋대로’가 MB식 실용주의인 것이다. 임기가 다 된 요즘 지지도가 10%대 라는 데, 그런데도 90%대가 그런 자가당착적 주의 주장에 등을 돌린 사실마저 끝까지 모른 척, 내가 잘했고 옳았다고 우기며 훈장까지 챙긴 뻔뻔한 배짱과 아둔과 고집에 헛웃음이 일 뿐이다.
더구나 그 저급 실용주의에 물든 아류들이 이젠 정신을 차려 퇴장할 때가 되었을 터임에도, 여전히 배짱을 과시하는 행태가 이어져서 국민들 가슴을 짓누른다. 어쩌면 박근혜 정부도 비슷한 세상이려니 하는 자신감에 되살아난 그들만의 실용 근성인지도 모르겠다.
단연 압권은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다. 동료법관들이 외면하고 청문회를 거들던 헌재도 이젠 아예 포기한 상황인데, 그는 강철심같은 버티기 몽니로 국가 최고헌법기관인 헌재의 공백을 장기화시키고 있다. 그야말로 개인의 영욕과 공적 해악, 나아가 민폐를 인식하고 판별할 줄도 모르는 기본조차 안된 공직관을 그 자신만 받들고 있는 꼴이다. 또 많다. 공영방송을 망쳐버린 온갖 추문의 장본인이 새 정부에도 아양을 떨며 자리보전에 질긴 미련을 보이고 있고, 그를 감싸고 지켜주던 방문진의 이사장이라는 사람은 학위논문 표절이 밝혀지면 그만두겠다고 큰소리치고도 해당 학교측이 표절을 확인하자 불퇴전의 고집을 부리는 철면피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세상에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더구나 한국같은 혈연·지연사회에서, 힘있는 공직에 있는 자 가운데 지인이나 친족들, 또 온갖 연줄을 대 편익을 보려는 포위망을 견뎌내는 이가 몇이나 될까. 심지어 병원예약, 골프장 예약도 줄줄이 부탁받는 현실에-.
하지만 흠결도 정도 나름이다. 인간적인 기준과 상식에 허용되는 범위라면 사람들 동정도 얻는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권한의 허용한계가 어디인지를 늘 고심하는 공직자의 양심이라면 얼굴에 철판을 깔 수는 없을 것이다. 아예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최고권력자의 눈치만 살피는 공복(公僕) 아닌 사복(私僕)에 불과하기에, 거짓과 부정과 편법으로 얼룩진 삶에 대한 성찰이나 죄의식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그들의 실용주의 가치기준 자체가 상식 이하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새로 시작하는 박근혜 정부는 이런 철면피 실용주의를 떨쳐낼 것인가? 그게 왠지 미더워 보이지 않는다. 말썽많은 대변인 인선 파장이 현재 진행형인 가운데 첫 총리후보자가 청문도 전에 낙마하고, 청와대에는 장관급 경호실장에 첫 육군참모총장 출신이 임명돼 많은 이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벌써 공약 파기 논란에, 걱정하는 여론과 사회적 상처들을 모른 척, 불통에 밀봉이라는 소리가 비등하고 구중궁궐의 여왕이 되리라는 예측도 난무한다. 앞으로 5년의 한국은 어떻게 변할까. 북한이 핵을 터뜨렸다는 급보마저 나오는데… 밖에서 걱정해야 하는 조국이 안타깝다.
< 김종천 편집인 >
< 김종천 편집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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