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부조직법 미결, 내각 구성 못해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0시를 기해 18대 대통령으로서의 법적 권한을 모두 넘겨받음으로써 ‘박근혜 시대’를 열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의사당에서 국내외 축하객과 일반시민 등 7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갖고 임기 5년의 제18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취임선서를 통해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 박 대통령은 이어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취임사에서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통해 부강하고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은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온 우리 앞에 지금 글로벌 경제위기와 북한의 핵무장 위협과 같은 안보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현실을 진단한 뒤 “우리 국민 모두가 또 한번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는 기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합쳐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출발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불안하다. 정부조직 개편안은 출범 사흘이 지나도록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내각 구성이 미뤄지고 있고, 국정의 컨트롤 타워가 될 청와대 보좌진의 진용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틀째인 26일, 청와대를 찾은 데이비드 존스턴 캐나다 총독을 만난 것을 시작으로 30분 단위의 외교사절 접견을 종일 이어갔다. 하지만 취임 초반 쉴 새 없이 이어져야 할 국정 관련 회의나 각종 인선, 임명장 수여 등 ‘내치’에선 정홍원 신임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전달한 게 유일했다. 대통령의 특별한 메시지도 나오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가 ‘정부조직법 암초’에 걸리면서 전반적으로 답답하게 출발하는 모양새다.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청와대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내각 구성 및 청와대 조직 정비 작업은 멈춰선 상태다. 청와대 실무를 이끌 비서관급 인사도 일부 인사 내정이 취소되는 등 혼선이 빚어지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취임 초반 국민의 관심이 청와대로 쏠려 있지만, 대통령의 일정과 핵심 메시지가 제대로 국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통로도 막혀 있다. 청와대 공동대변인이 내정돼 있지만, 정식 임명이 아니라 브리핑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탓이다.
 
이런 ‘기형적 청와대’의 모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일단 청와대 주요 보직자들을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직제에 맞춰 임시로 임명했다. 이전 직제대로 비서실장은 대통령실장으로, 경호실장은 경호처장으로 임명됐고, 9명의 수석도 마찬가지였다. 이전 청와대에 보직이 없던 안보실장은 임명장을 받지 못해, 당분간 안보 컨트롤타워가 제구실을 못하게 됐다. 매주 화요일의 국정 최고 심의·의결기구인 국무회의도 취소됐다. 국무총리는 있지만, 새 정부의 장관들이 없어 열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