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들이 며칠 전 서울 도심에서 난동을 부리다 추격하는 경찰관과 시민들을 차로 치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군이 시민에게 공기총을 쏜다는 신고가 접수되고 경찰이 실탄까지 쏘는 심야 추격전이 벌어졌는데도 당사자들이 미군 영내로 달아난 탓에 경찰은 초동수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미군 쪽의 협조만 기다리는 상황이 재연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미군 범죄가 한해 200~400건씩 일어나는데도 엄한 처벌이 내려지지 않은 탓에 뿌리뽑히지 않고 있다.
 
최근에도 지난달 2일 주한미군 6명이 지하철 안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떠들다, 조용히 해달라는 20대 여성을 카메라로 찍고 몸을 더듬는 등 성추행을 한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해 7월엔 경기도 평택에서 미군 헌병들이 주차문제로 시비를 벌이다 민간인 3명에게 수갑을 채워서 연행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법무부 통계를 보면 주한미군 범죄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교통 관련 범죄로 2011년 165건이었다가 작년에는 상반기에만 166건으로 급증했다.
미군 범죄가 줄지 않는 건 물론 우리의 수사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탓이 크다. 우리 경찰이 미군을 현행범으로 붙잡았으면 직접 초동수사를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미군 쪽 협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에서도 미군들이 부대 안으로 달아나는 바람에 초동수사는 물론 음주 여부 측정도 할 수 없었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이 2001년 4월 개정됐으나 살인·강간 등 12개 중요범죄에 대해서만 미군 피의자의 신병 인도 시기를 ‘재판 종결 뒤’에서 ‘기소 시점’으로 앞당겼을 뿐 여전히 우리 수사권은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 뒤에도 미8군 부사령관이 용산경찰서를 방문해 사과하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직접 차를 운전한 일병은 진통제를 맞고 치료중이라며 출석하지 않고 있다. 미군 범죄가 끊이지 않는데도 여전히 적당한 사과에 이은 솜방망이 처벌로 넘어가는 일이 반복되는 건 문제다. 총기까지 사용했다니 이번에야말로 엄정한 수사와 엄한 처벌로 본때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