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귀국해 다음달 치러지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안 전 교수는 귀국 회견에서 “대선 과정에서 기대에 못 미쳐 송구스럽다”며 “이제 한발씩 차근차근 나아가며 다시 시작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대선 후보 사퇴 회견에서 새 정치를 위해서는 어떤 가시밭길도 가겠다고 약속했다”며 정치쇄신에 대한 의지도 거듭 밝혔다.
안 전 교수가 4월 보선 출마로 일찌감치 방향을 잡고 서둘러 귀국한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하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뜸들이기 행보에 비하면 과단성 있고 담백해 보이기까지 한다. 정치는 어찌됐든 현장에서 뛰어야 한다. 외곽에서 맴돌다가 어느 순간 과실을 따 먹는 식의 행보로는 제대로 된 결실을 맺기 어렵다.
 
안 전 교수의 정치 재개를 놓고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새 정부가 출범했음에도 지리멸렬하기 그지없는 여야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안 전 교수를 중심으로 한 신진세력이 정치권에 새바람을 불러올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대선 과정에서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욕구가 얼마나 강렬한지는 여실히 드러났다. 비록 대선에서 좌절했지만 안 전 교수가 새 정치의 불씨를 이어가길 바라는 이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현실 정치가 아마추어적인 이상과 덧없는 인기만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점도 분명하다. 정치권 밖에서 기성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긴 쉽지만, 정치에 뛰어들어 새 정치를 실현하는 일은 험난하다. 안 전 교수가 지난 대선에서 좌절한 것도 결국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을 현실로 바꿔낼 실력이 모자랐던 탓이 크다. 야권 단일화가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함으로써 야권 세력이 일치단결해 대선을 치르지 못한 데는 안 전 교수의 책임도 상당하다. 후보를 낸 민주통합당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안 전 교수 역시 책임질 부분이 적지 않다. 안 전 교수는 정치를 다시 시작하는 마당에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크게 반성하고 변신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긴 호흡으로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나가는 행보 역시 필요하다.
 
안 전 교수의 재등장으로 야권은 사활을 건 경쟁에 돌입하게 됐다. 이번 재보선은 대선 이후 야권 재편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이건 안 전 교수 세력이건, 진보정당이건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멋지게 경쟁하길 바란다. 안 전 교수의 등장이 야권 내 이전투구를 심화시키는 게 아니라, 정치개혁과 민생정치를 위한 신선한 촉매제가 되도록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는 대선 때 야당을 지지한 유권자에 대한 보답이자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