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 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이 시작됐다. 지난 5일 북한은 키 리졸브 연습이 시작되면 “정전협정 효력을 완전히 전면 백지화해버릴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주가 남북 긴장 국면에서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처하되 사태가 악화하지 않도록 냉정한 상황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
남북 긴장이 이렇게 높아진 데는 물론 북한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국제사회가 그렇게 반대하는 데도 3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이를 규탄하기 위해 유엔이 추가 제재에 나서자 ‘제2의 조선전쟁’ ‘침략자들의 본거지에 대한 핵 선제타격’ 등 군사적 위협을 강화하고 있다. 키 리졸브 연습을 하루 앞둔 어제도 <로동신문>을 통해 ‘우리 민족에게 온갖 불행과 고통을 강요하던 미국과 남조선 괴뢰들의 소굴들은 삽시에 불바다로 화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21일까지 계속되는 키 리졸브 연습에 대한 북한의 이런 반응은 대단히 지나친 것이다. 이번 연습은 연례적인 한-미 연합 훈련으로, 이미 지난달 21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군에 통보됐다. 그럼에도 이를 빌미로 정전협정 백지화 등을 위협한 것은 의도적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물론 이런 위협들이 곧바로 군사적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발언의 수위가 매우 높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군사적 대응태세를 더욱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북한이 막말로 나온다고 우리도 이에 맞서 상대를 자극하는 극단적인 언사를 사용하는 것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굳이 ‘김정은 정권은 지구상에서 소멸될 것’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성숙한 언어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 북한이 비정상적인 말로 협박을 한다고 우리도 같은 수준으로 대응한다면 속은 시원할지 모르지만 사태 해결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 우리 정부가 가장 신경 써야 할 일은 남북 사이에 무력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지금같이 민감한 시기에는 사소한 무력충돌도 자칫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남북 모두에 재앙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런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이와 함께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일방적 제재만으로는 결코 한반도 평화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