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화약고’ 되나?

● Hot 뉴스 2013. 4. 6. 18:42 Posted by SisaHan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군사적 긴장도가 높아진 한반도에 가공할 위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첨단 무기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북한은 정전협정 백지화와 전쟁상태 선언 등 위협강도를 높이면서 2일은 핵무장 강화 의지를 내포한 영변 원자로 재가동을 선언, ‘맞불’을 놓으며 군사대결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카드를 꺼냈다. 한반도가 지구촌의 화약고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한반도에 전개한 첨단무기들은 전략폭격기 B-52, B-2와 6900t급 핵잠수함 샤이엔에 이어 F-22‘랩터‘전투기, 그리고 미사일 방어용 해상 X-밴드 레이더 기지와 첨단 이지스급 구축함인 매케인호와 디케이터호도 한반도 인근 해역에 투입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1일 전했다. 또 핵 항모도 동원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스텔스 기능의 B-2와 F-22는 적진 깊숙이 침투해 지휘부를 비롯한 전략 거점을 파괴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F-22는 2006년 6월에 열린 ‘노던 에지’ 훈련에서 F-15, 16, 18 등 제4세대 전투기들과 일대일 모의공중전을 벌여 144 대 0으로 승리하면서 ‘세계 최강’이라는 명성을 얻은 비장의 전투기다.
SBX-1은 미국의 탄도미사일방어(MD) 체제의 일부다. 반잠수식 석유시추선 위에 X-밴드 레이더를 장착한 탐지장치로, 거대한 레이더 돔이 우뚝 솟아 있다. 높이 85m에 길이가 116m에 이르는 거대한 장비이며, 2000㎞ 반경 안에 있는 미사일 동향을 감시한다. 미 해군의 매케인호는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미국이 이처럼 최첨단 무력을 한반도에 잇따라 선보이는 것은 그만큼 한반도 정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무력 과시로 북한의 오판을 사전에 막고, 한국을 안심시키며, 중국에도 모종의 신호를 보내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 백악관과 국방부는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첨단 무력 과시는 상당부분 한국과 같은 동맹국들의 독자 행동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것이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한국의 과잉 대응도 매우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군사행동에 북한이 주눅들기는 커녕 더욱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가뜩이나 긴장된 한반도 정세를 더욱 악화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설마 재앙을 자초하겠느냐’는 낙관적 시각에 큰 동요는 없다지만, 자칫 단 한방이 쌍방에 치명적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에 한반도를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북한이 2일 6자회담 합의를 깨고 핵무기 전용이 가능한 플루토늄을 다시 생산하겠다는 뜻을 보이자 중국정부는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과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 안정 수호가 중국의 일관된 주장”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북한 위기가 도를 넘었다”며 “상황을 진정시켜야 한다. 핵 위협은 게임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북한군 수뇌들의 미 본토공격 작전회의 공개사진.


북-미 ‘공포의 균형’에 휩쓸린 한국
한반도 휴전이전 회귀?

‘억지·국제적 위신·강압 외교’겨냥
미사일 쏘거나 NLL도발 등 시나리오
주판 두드리며 필요시 행동 가능성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미국의 모든 정보기관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이다. DNI의 제임스 클래퍼 국장은 지난 3월12일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한반도의 위기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그는 북한이 핵개발을 하는 이유로 ‘억지’ ‘국제적 위신’ ‘강압 외교’ 등 3가지를 꼽았다.
 
◆ 말과 장막… 빈틈 찾기 어려운 ‘연출’
일반적으로 비핵국가들이 핵을 보유하는 것은 안전 보장과 내부 결속 강화가 중요한 이유다. 북한이 ‘핵억지력’을 바탕으로 ‘강압 외교’를 구사하는 것은, 체제에 대한 안전 보장 욕구 때문일 것이다. 핵과 장거리 로켓을 보유한 세계 10위권 국가라는 국제적 위신은 ‘내부 결속’과도 관련된 일이다.
2011년 초 버락 오바마 정부는 북한의 핵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 무렵 <뉴욕타임스>는 북한과 대화를 하거나 한반도의 긴장 조성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 양보만 얻기 위해 회담을 이용하더라도 회담을 하느냐, 회담을 회피해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확장돼 한반도에서 긴장과 위협이 증가하는 것을 감수하느냐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원하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후자를 선택한 꼴이 돼버렸다. 
2013년 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한국전쟁 휴전 이전 상태로 돌아갈 듯한 기세다. 북한은 “서울과 워싱턴이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연일 험한 말을 내뱉고 있다. 지난 30일에는 “이 시각부터 북남관계는 전시상황에 들어가며 따라서 북남 사이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는 전시에 준하여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정부·정당·단체 특별성명’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판가리 결전의 최후시각은 왔다”라며 “조선반도에서 평화도 전쟁도 아닌 상태는 끝장났다”고 주장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성명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긴급 작전회의를 소집하고 전략미사일 타격계획을 최종 검토·승인했다고 언급하며 “원수님의 중대결심은 미국과 괴뢰패당에 대한 최후경고이며 정의의 최종결단”이라고 엄포했다.
 
앞으로 북한은 치밀하게 주판을 두드릴 것이다. 일단 말로써 군사적 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면서, 동시에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의 조짐부터 평양 시내 자동차들에 위장막을 치는 것까지 빈틈을 찾기 어려운 ‘연출’이다. 
일본 전문가들은 북한의 위협이 북-미 협상과 내부 결속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북한이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발간하는 세계 군사 정세에 관한 권위 있는 연례 보고서 ‘군사력 균형’(Military Balance)은 북한의 군사 도발을 예상하기도 한다. 북한이 실제 군사행동을 할 것인지는 미리 단정하기 어렵다. 지난해 4월에도 남북은 격렬하게 ‘말의 전쟁’을 치렀다. 북한은 김정은이 사령관인 인민군 최고사령부 이름으로 이명박 정부를 향해 ‘선군의 불 맛을 톡톡히 볼 것’이라며 서울을 향해 ‘특별행동’을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명박 정부도 이에 뒤지지 않았다.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론으로 맞섰다. 연말에도 애기봉 성탄트리 점등에 대해 북한이 격렬하게 반발하며 위협했지만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북한의 위협에도 국민은 덤덤하다. 국방부는 ‘짓는 개는 물지 않는다’면서 북의 약을 올리는 심리전을 펼치기도 했다. 심지어 공군참모총장과 해군참모총장은 북한의 ‘불바다’ 위협에도 골프장을 찾았다.

◆ 최소 능력으로 균형 유지, 최소 핵억지
그간 북한은 뽑은 칼을 소리 없이 칼집에 다시 넣기도 했지만, 연평도에 포격을 가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했다. 북한의 목표가 ‘억지’와 ‘강압 외교’에 있다면, 북한의 위협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물론 북한의 위협이나 남북한의 말의 전쟁이 양치기 소년의 발언처럼 반복되면서 둔감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북한 위협이 줄어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현재의 불안정한 긴장 상태가 우발적 사건조차 통제하지 못한 채 국지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북의 치밀한 계산에 따라 의도적 국지도발이 벌어질 수도 있다. 북이 핵억지력을 바탕으로 확전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 소규모 도발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북한이 핵능력을 발전시켜서 추구하려는 목표는 분명하다. 지속적으로 핵탄두를 경량화·소형화해서 미사일 탑재를 가능하게 하는 수준으로 발전시킬 것이다. 소규모 핵전력으로 억지전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핵전략을 발전시킬 것이다. 소량의 핵무기로 자신을 공격하는 상대에게 절대적으로 피해를 입힐 능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최소 능력으로 핵강대국의 공격을 막고 균형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최소 핵억지’(Minimum Deterrence)다.
‘최소 핵억지’란 상대의 공격을 막는 효과만 뜻하지 않는다. 핵무기 사용으로 협박하고 공갈해서 한국과 미국의 외교 전략과 목표를 북한의 이익에 맞게 변화시키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이것이 ‘강압 외교’다. 북한이 3차 핵실험 이후 ‘선제 핵타격 권리, 불바다’ 등을 외치는 것은 본격적으로 강압 외교를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강압 외교를 뒷받침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군사행동은 세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북한은 이런 유형의 행동을 기획하고 있다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실행에 옮길 것이다.
 
첫째는 미사일 발사다. 북은 그동안 장거리 로켓을 이용한 인공위성 발사 실험 4차례(1998년 8월, 2009년 4월, 2012년 4월, 2012년 12월), 중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 1차례(2006년 7월), 핵실험 3차례(2006년 10월, 2009년 5월, 2013년 2월) 등 여러 번 위기 고조 조치를 취했다. 서방 언론이 미사일 발사 실험이라고 했던 경우는 대부분 미사일 기술과 겹치는 인공위성 발사 실험이었다. 
2006년 7월엔 위성이 아니라 중거리·단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이 이뤄졌다. 당시 동해를 향해 발사된 대포동 2호는 40초 만에 폭파됐다. 실패로 알려졌지만, 미국 정보 당국은 이 실험이 실패로 끝나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당시 목표는 미사일 발사를 원격 조정하는 지휘통제 시스템 실험이었기 때문이다.
북의 강압 외교는 2006년 이후 첫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3차례 핵실험 이후 본격적인 미사일 발사는 미사일의 소형화·경량화를 시위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북은 동해상에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했다. 
두 번째는 ‘정전협정 백지화’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1994년에 정전협정 백지화 조치를 실행에 옮긴 적이 있다. 당시 북은 정전협정을 유지하는 3가지 요소인 △군사정전위와 중립국감독위(기구)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선과 면) △평화유지(규정) 등을 차례로 무력화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무장시위도 했다. 북은 이미 조선인민군판문점 대표부의 활동을 중지했다. 앞으로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일대에서 군사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

◆ 새누리당이 NLL을 분쟁지역화
세 번째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군사도발을 할 가능성이다. 이미 최근에 김정은 제1위원장이 몇 차례 이 지역을 방문해 긴장을 조성한 바 있다. 2007년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지대는 NLL을 지키면서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경제협력으로 해소하자는 평화보장 방안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남북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가 서해평화협력지대라고 손꼽았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잘못된 이해와 편견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정치 공세를 퍼부었다. 새누리당은 당리당략 때문에 NLL을 다시 분쟁지역으로 만들어버렸다. 북한이 NLL 일대에서 도발할 명분을 제공한 것이다.
북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위협을 가하며 강압 외교를 하는 것에 미국은 ‘확장 억지’로 대응하고 있다. 핵무기, 미사일, 재래식 무기를 바탕으로 북핵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한반도는 태평양 지역의 미 잠수함 발사 핵미사일, 전략폭격기, 각종 전략미사일과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에 의해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이 대결하면서 형성한 ‘공포의 균형’이라는 질서를 향해 가고 있다.
 
< 김창수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