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 뺄 해독요리 현미·식초·생강‥
봄맞이 대청소에 나서는 이들이 많다. 길었던 겨우내 방 구석구석 쌓인 먼지도 털고 가구도 옮긴다. 한결 산뜻해진 집안 풍경은 유쾌한 봄의 시작이다. 우리 몸도 비슷하다. 몸 안에 묵은 찌꺼기들을 빨리 수거해야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건강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해독이 주목받는 이유다. 해독은 체내에 생기는 활성산소(유해산소)와 노폐물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유해성분을 막는 항산화제를 꾸준히 섭취하는 게 한 방법이다.
개그우먼 권미진씨의 다이어트 성공 비결로 알려진 해독주스는 채소가 주재료다. 채소에는 항산화제가 많다. 해독주스만 있을까? 해독음식은 없을까? 두 전문가가 해독음식에 대해 조언한다.
해독주스를 만든 이로 유명한 대한자연치료의학회 서재걸 원장은 현미를 첫째로 꼽는다.
현미는 깔깔한 식감 때문에 정붙이기가 쉽지 않다. 유창한 영어 실력도 ABC부터 시작하듯이 현미 섭취도 초급과정이 필요하다. 그는 부드러운 찹쌀과 현미를 섞어 만든 찹쌀현미죽을 아침식사로 추천한다. 현미의 양을 점차 10%씩 늘려 우리 몸이 익숙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점심에 집밥을 먹을 수 없는 직장인들은 현미밥을 도시락에 싸서 가져가길 권한다. 동료들 앞에서 주섬주섬 도시락을 꺼내는 모양새는 왠지 궁색해 보인다. 부끄러움은 잠시뿐, 어느 틈에 고운 피부를 자랑하게 된다.
간 해독에 좋은 현미밥
해독은 간에서 시작한다. 현미는 용왕이 탐낸 간의 해독에 좋다. 서 원장은 현미밥 반 공기와 된장국, 삶은 양배추를 사흘간 먹은 뒤 비타민C 1g을 보충하는 방법도 권한다. 된장국이나 된장찌개, 청국장 등은 해독의 특효인 발효식품이다. 비타민은 사과, 포도, 매실차(매실원액과 물을 1 대 1로 탄 것)를 먹어 섭취한다.
해독에는 조리법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 몸 밖에서 으깬 것을 먹느냐, 몸 안에서 으깰 것이냐 선택해야죠.” 그가 만든 해독주스는 채소 몇 가지를 삶는다. 삶으면 비타민C가 파괴되기도 한다. “생채소의 우리 몸 흡수율은 5%, 많아야 10%지만 삶으면 60%로 올라가요. 비타민C가 조금 파괴되더라도 좋은 영양소를 더 많이 흡수하게 되는 겁니다.” 해독에는 흡수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식초도 우리 몸에 잘 흡수되는 식품이라고 한다. 식초와 물을 1 대 1로 섞어 30㏄ 정도를 매일 먹으면좋다. 매실이나 3개월 이상 발효된 식초는 우리 몸 해독에 자주 등판하는 선수들이다. 생강도 만만치 않은 선수다. “위도 근육입니다. 헐고 상처가 많으면 안 좋아요. 위축성위염(위의 점막이 만성염증으로 얇아진 상태)은 흔할 정도죠, 혈액이 잘 안 돌죠.” 생강은 우리 몸을 따스하게 해 혈류 증강에 도움이 된다. 장기가 원활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노폐물이 쌓인다.
어른들은 예전부터 생강을 꿀에 절여 차로 마셨다. 따끈한 차 한 잔이 건강음료였다. 찬 성질을 가진 녹차와 완전발효차인 홍차를 반씩 섞어 마시는 것도 좋다. 생강과의 울금(강황의 뿌리를 말려 가루로 만든 향신료)이나 피망도 좋은 해독식품이다.
나른한 봄날 ‘핫한 해독음식’은 봄나물이나 새싹채소다. “제철에 에너지를 가장 많이 담고 있어요.” 발효식품인 고추장을 넣어 비빈 새싹채소비빔밥은 맛도 영양도 해독에도 최고봉이다. 표고버섯도 해독에는 둘째가라면 서럽다. 폐 해독에는 으뜸이라고 한다. “(표고버섯을) 하루 5개씩 먹는 게, 1년에 딱 한번 산삼을 먹고 밀가루 음식을 즐기는 것보다 훨씬 좋다”고 한다.
그는 어떤 음식이 해독에 좋으냐를 따지기보다 해독 능력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아는 것도 중요해요. 해독 방법이 달라집니다.”
나이가 들수록 대사(우리 몸이 영양소를 흡수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과정) 능력은 떨어진다. 해독 능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피곤하다, 더부룩하다”는 생각이 들면 해독 능력이 떨어졌다고 봐도 된다. 식도, 위, 간, 십이지장, 장으로 이어지는 장기들이 잘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장기는 안 움직이고 차가워집니다. 해독 기능을 멈춰요. 혈류가 잘 안 돌죠.” 몸에 찌꺼기가 쌓인다.
걷는 것은 건강에 최고다. 음악, 그림, 스포츠 등 감성적인 활동도 즐긴다. 그처럼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개발이 필요하다. 해독에 특별한 방법은 없다. 매일 숙제하듯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리하는 한의사’ 왕혜문씨가 추천하는 해독음식도 큰 차이는 없다. “간 해독이 중요하죠. 바지락 같은 조개류나 황태가 좋아요.” 음주에 지친 이들의 구세주다.
황사가 몰아치는 봄철에는 버섯류다. “장내의 노폐물을 빼주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신맛의 음식들은 항산화작용뿐만 아니라 항균·살균 등의 활동도 한다. 자고로 깨끗한 환경은 건강한 생활의 기초라고 했다. 음식이나 소스에 레몬즙을 넣는 방법, 고추장에 레몬즙을 살짝 뿌리는 방법 등은 인상을 찡그리지 않고도 섭취하는 묘책이다. 왕씨는 시중에서 파는 인공제품보다 생레몬을 권한다. “(하지만) 위장에 문제가 있는 이들은 피하는 게 좋죠.” 검은콩은 만능선수다. 간과 장의 해독에 좋다. 피로가 쌓이고 열이 많이 나서 피부에 종기 등이 나면 녹두나 숙주나물을 먹는 게 좋다. “열이 많으면 독이 돼요.” 톳 같은 해조류도 해독식품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다.
당귀·구기자 같은 약재가 해독식품으로 나설 때가 있다. “혈액순환에 좋아요.” 약으로 복용하는 것보다 차가 좋다고 말한다. 당귀는 15분 정도 끓이는 게 적당하다. 당귀 10g과 구기자 10g을 물 1.5ℓ에 넣어 같이 끓여도 된다.
봄철 해독에 좋은 약초는 민들레란다. 왕씨는 보양도 강조한다. “몸이 튼튼하면 해독도 촉진됩니다.” 서양의 대표 해독식품은 올리브다. 요즘 우리 식탁에도 자주 등장한다. 왕씨도 조리법을 따진다. “즙을 내거나 끓여 먹는 것은 효능을 올리지만 튀김은 아니에요.”
< 박미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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