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도쿄전력은 냉각수 저장탱크 1곳에서 300톤가량의 오염수가 유출됐다고 확인한 데 이어, 다른 저장탱크 2개를 비운다고 24일 발표했다. 저장탱크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저장탱크는 접합부분을 용접하지 않고 볼트로 연결하고 고무패킹 처리한 것이라고 한다. 여름철 열기와 탱크 내 고압으로 고무패킹이 훼손되기 쉽다는 얘기다. 한 전문가는 일본 언론에 나와 “공사기간도 짧고 돈도 적게 들여 만들었기 때문에 탱크가 장기간 버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이런 탱크가 원전 부지에 350기가 설치돼 있다니 곳곳이 지뢰밭인 셈이다.
오염수 유출이 알려진 뒤 우리나라 수산물 시장을 찾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한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은 “해산물 진열하는 데 쓰는 하루 얼음값 3만5000원도 못 번다”거나 “차라리 일본산은 수입금지를 하면 좋겠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 대책을 보면 심각성을 깨닫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4일 태평양에서 잡힌 수입 수산물 6종에 대한 방사능 검사 빈도를 주 1회에서 2회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명태, 꽁치, 가자미, 다랑어, 상어, 고등어 등이다. 하지만 오징어 같은 난류성 어종은 후쿠시마 해역과 한국 연근해를 회유하기 때문에 원산지와 관계없이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수산물에서 세슘이 기준치 이내로 나와도 인체에 쌓이면 치명적인 만큼 방사능이 ‘기준치 이하면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정부의 대처 방법도 너무 공안적이다. 정홍원 총리는 “괴담이 돌고 있으니 적극 대처하라”는 투의 지시를 내리고 있으나, 이는 사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아니다. 그저 사회불안을 잠재우겠다는 얘기로만 들린다. 일본 농수산물에 대한 검역기준을 한층 강화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세세하게 알려야 한다. 또 조금이라도 위험이 있는 식품은 즉각 수입을 금지하는 게 최소한의 대처가 될 것이다.
 
일본 정부에도 할 말은 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의 태도를 보면 투명하지 않은 구석이 많다. 외신들은 후쿠시마를 ‘보이지 않는 위기’라고 부르고 있을 정도다. 일본 당국이 뒤늦게 사고 등급을 부여한 것도 더는 이를 숨길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많다. 일본 정부가 관련 정보를 은폐하거나 축소하지는 않았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해야 한다. 우리 정부에 대한 국민의 믿음은 거기서부터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