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 청문회가 16일 원세훈·김용판 증인에 이어 19일 국정원과 경찰 관계자 등 26명이 증인으로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는 하늘을 찌를 듯하지만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제외한 증인들은 대부분 책임회피로 일관했다. 특히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이 댓글공작을 ‘대북심리전’이라며 정당성을 강변한 것은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박원동 전 국익정보국장과 직원 김하영씨 등이 현직이란 이유로 장막 뒤에서 증언한 것도 떳떳지 못한 태도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그간 제기돼온 의혹이 더 짙어짐으로써 국정조사 이후의 후속 조처가 더욱 절실해졌다.
 
이날 청문회에서 직원 김씨는 자신이 댓글을 단 행위와 관련해 “선거에 개입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면서도 오피스텔 안에 갇혀 있는 동안 댓글을 삭제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재정신청 중이라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빠져나갔다. 박 전 국장 역시 이미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시인한 지난해 12월16일 통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다른 통화나 권영세 당시 새누리당 선대본부 종합상황실장과의 통화 여부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뺌했다. 그러나 증언 중에 권 전 실장과 “평소 통화하는 사이”라고 얼떨결에 실토한 대목은 경찰의 은폐·조작 수사 결과 발표와의 관련성에 대해 따져볼 여지가 있다.
 
이날 ‘금강산관광이나 대북정책에 대한 민주당의 공약을 비판하는 댓글이 정치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에 정면으로 어긋난다고 보지 않느냐’는 신기남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의 지적마저 부인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의 답변은 ‘위험한 국정원’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다. 그것 역시 대북심리전을 위한 “정당한 활동”이라며 “법적 판단을 받겠다”고 억지를 부린 것은 도를 넘었다. 검찰이 대선개입과 정치관여죄로 기소한 댓글들은 국정원 대북심리전단 70여명이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열심히 삭제하고 남은 것들 중에서 위법한 게시글 2000여개를 골라 그중 공소시효가 남은 73개와 찬반클릭 1800여개만을 선정한 것이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 이유’ 등 심리전단의 노골적인 선거관여 행적이 다 드러나 있고, 경찰의 은폐·조작 전후 사정이 폐쇄회로TV 동영상에 남아 있는데도 국정원과 경찰은 여전히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버티고 있다. 든든한 배후를 믿기 때문일 것이다. 국정원은 선거개입·정치공작을 해놓고 반성은커녕 대놓고 잘했다고 우기고 있다. 이런 국정원을 절대로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게 이번 국정조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