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의 여름이라고 막연히 말하면 사람에 따라 생각나는 것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언제부터인가 토론토의 여름하면 길거리 축제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주로 각 나라 별로, 주말을 이용하여 길을 가로 막고, 차량통행을 제한하여, 일정한 구역 내에서 자신들 고유의 음식도 팔고, 음악공연, 민속무용등을 하여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다. 그런 축제가 매 주말마다 있다. 다른 북미 대도시에도 나름대로 축제가 있겠으나, 토론토처럼 매주말마다 다양한 축제가 있으리라 생각치는 않는다. 토론토처럼 다양한 길거리 축제가 가능한 것은 토론토가 다민족이 모여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 뿐 아니라 시의 구성인원 뿐만 아니라 형태가 각 민족별로 나누어졌기 때문에 이런 축제가 가능하다. 다시 말하면 이태리 타운, 그리스 타운, 남미 타운, 서아시아 타운, 한국 타운, 차이나 타운….그리고 그 거리가 그들 특유의 식당들이 밀집해 있으므로 나름대로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모자익(Mosaic) 이라는 캐나다의 복합 문화정책을 대변하듯, 토론토 시내 자체에 각나라를 대표하는 상업구역이 있는 셈이다. 물론 사는 것은 교외에 나가 따로 다른 민족과 섞여 살지라도….
길거리 축제라는 것이 사실 어떻게 보면 가봐야 별 볼일 없는지도 모른다. 별 볼 거리도 없고, 사람에 따라 먹을 만한 음식도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막상 가보면 차량통행을 막은 거리에 사람들이 물결을 이루며 오고가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다. 그것도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그 나라 사람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이제는 온갖 사람들이 모여 성황을 이루는 것이다. 뭐 특별히 하는 것 없이 뭐 새로운 것이 없나 기웃거리는 모습이다. 그리고 새로운 길거리 행사가 새로 생기면 생겼지 줄어들 기세가 아니다. 아마 다른 민족들의 행사가 성공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내기도 하고 자신들의 문화를 알리려는 사명감 때문인지 모르겠다. 토론토에 제대로 된 타운도 없는 일본 사람들도 올해 처음으로 던다스 스퀘어에서 축제를 했다고 한다.
모든 축제가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도시의 다양성(Diversity)을 강조하는 정책 때문이기도 하지만, 토론토 시민들이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간에 호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도 해본다. 평소에는 서로 갈라져 모르는 체 살다가 이런 축제 날이면 모여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는 것. 이러한 보이지 않는 힘이, 이 도시, 토론토를 하나로 묶어주고, 우리의 내일이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어쩌면 이러한 축제를 통해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서로 다름을 접하게 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닐까?
나는 개인적으로 주말에 따로 갈 곳이 마땅치 않아 가기도 하지만, 내가 축제를 좋아하는 이유는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보이고, 잠시 스쳐지나가는 그 순간이지만 사람들이 서로 친절하다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어떤 때는 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도, 큰 사고없이 축제가 끝나는 것이다. 어떤 때는 사람들이 힘든 이민생활에 행복하지는 않지만, 축제의 마당에 와서는 행복하게 느끼려고 노력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제 얼마 안있으면 우리 한인들의 축제인 한가위 축제가 있다. 길거리라기 보다는 한 장소에 모인 축제이지만, 동포들은 물론 많은 토론토 시민들이 찾아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갖는 축제임을 확신한다. 다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남미사람들의 SALSA땐스나, 그리스사람들이 올해 처음 시도한 자기들의 춤 강습 같은, 누구나 참석하여 같이 춤 출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도 있을까? 요즘 추세를 반영하자면 사진과 참여가 아닌가 생각한다. 사진을 찍는 것, 특히 고유의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을 사진찍는 것(아름다운 한복입은), 그리고 누구나 그 자리에서 배워서 참여 할 수 있는 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박성민 - 소설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동포문학상 시·소설 부문 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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