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일본을 보면 한심하고 걱정스런 일들이 한 둘이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수가 인근 바다로 엄청난 양이 흘러나갔고, 수산물이 오염돼 먹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국제사회에 오염수는 철저히 차단된다고 큰소리 쳐 올림픽을 유치한 것 까지는 원래 낯 두꺼운 사람들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이웃 여러 나라들이 자국의 수산물을 수입 금지시켰는데, 유독 최근린국인 한국에 대해서만 항의사절단을 파견하는 쇼를 부리고,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겠다는 둥 씩씩거리는 작태는 무엇인가. 참 가소로운 섬나라 근성이다.
과거사를 부인하고 깔아뭉개고 되돌리는 몰염치한 짓을 정부수반인 총리가 앞장서서 외친다. 오죽하면 여러 선진국들이 일본의 행태를 비난할까. 아베 총리 취임 1년이 가까워 오는데도 사상 유례없이 가장 가까운 이웃 한국과 중국과는 정상회담 조차 여태 못하고 있을 정도다.
많은 사료와 증거들을 못 본체 외면하며 일제의 전쟁 성노예인 군대위안부 강제동원 사실마저 부인하고 묵살하는 ‘양심에 털난’ 총리가, 유엔총회에 나가서는 ‘여성인권’ 운운하는 연설을 하겠다고 벼른단다. 참 웃기는 이야기다.
그 총리 정부가 이번에는 수많은 조선인 징용자들의 피와 땀과 목숨이 절절이 찌들고 배어있을 태평양전쟁 당시의 군수공장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겠다고 나섰다. 과거 잘못을 두고두고 기억하자는 독일식 ‘사죄 기념물’이 아니라, 근대일본의 산업화를 상징하는 역사적 자산이라는 것이다. 참 뻔뻔한 이야기다.
평화헌법을 고치겠다고 서둘고, 해외파병도 마음먹은 대로 하겠다는 집단적 자위권 발동에도 목을 맨다. 교과서 역사왜곡 문제나 야스쿠니 참배, 독도주장 같은 사안들은 이미 ‘옛 버전’이다. 일본의 우경화는 소극에서 적극으로, 당당하고 빠르게, 또 폭넓게 전개되고 있다. “해볼 테면 해보라, 우리 식대로, 우리 맘대로 달린다”는 마이 웨이 일본의 걱정스런 과거망령이 괴물처럼 내습하고 있다.
그런데, 국제규범도, 인간적 도덕과 양심도 내팽개치는 그 저질과 안하무인의 일본 극우병이 부러운 것일까. 아니면 요즘 자꾸만 커지는 외침들처럼 거기서 비롯된 혈맥이 흐르는 때문일까. 바로 한국 땅에도 그런 류의 몰염치·몰양식에 비민주적인 망발사례들이 늘어만 가고, 거리낌없이 닮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아무리 “일본을 넘지 못하는 아류국”이라고 스스로를 비하한다손 쳐도, 어떻게 우리가 그토록 혐오해온 일제망령과 수준이하의 모리배 정치를 따라하고 닮아 갈 수가 있는 것일까?
새로 내정된 국사편찬위원장이 가담했다는 뉴라이트 교과서라는 것은 그 간판 상품이다. 일본인이 쓴 것 같다고 할 정도라면 변명의 여지도 없다. 3.1정신과 임시정부와 4.19이념을 부정하면서, 일제에 의해 조선이 근대화됐다고 평가한다면, 일본의 우익들 주장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군사쿠데타와 유신과 독재를 불가피했다고 감싼다면, 조선병탄과 일제침략은 잘한 일이고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급 전범들이 당시엔 불가피했던 시대의 영웅이라며 기를 쓰고 참배하는 일본 극우의 그 것과 얼마나 다른가.
지지율 착시 속에 오만불손한 정치도 오십보 백보다. 정보기관이 법과 원칙을 깔아뭉개고 선거와 정치에 개입한 일이 드러난 뒤에는 아예 ‘어쩔거냐’는 듯 정치를 쥐고 흔드는 모양이 됐다. 야당은 무시당하고, 정당하게 법대로 하겠다는 검찰총수를 편법으로 몰아내는 무리수에도 뻔뻔한 퇴물권력과 언론은 낯 두껍기만 하다.
거짓을 거짓으로, 불법을 불법으로 막으려다 자꾸만 병소가 깊어지고 커진 꼴이다. 중앙정보부를 정치수단으로 삼았던 과거망령이 되살아난 것이다. 오죽하면 수많은 사제와 성도들이 시민에 합세해 서울광장에 몰려나와 장탄식의 외침으로 정의회복을 토해낼까.
선거 때 국민 앞에 다짐했던 공약들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전교조 취소를 공언하는 등, 국제사회 웃음을 살 일에도 거리낌이 없는 얼굴들, 정의가 짓밟히고 나라는 병들어 가는 데도 태평성대 찬양일색인 관변언론과 단체들만 설친다. 한-일의 닮은 꼴 역주행 망령이 정말 걱정스럽다.
< 김종천 편집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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