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대에 교육 파견 중인 외교부 소속 고위 공무원이 국방대 이전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에 대해 ‘종북세력 음모’ ‘적화통일 사전작업’이라는 글을 올려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이 외교관은 일부 군인·공무원들과 이미 ‘국방대수도권존치위원회’라는 비공식 조직을 결성했고, 조만간 국방대 안의 사무실에서 현판식까지 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먼저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정부 정책에 무조건 빨간 색깔을 입혀 비난하는 ‘색맹증 중환자’가 어떻게 고위 공무원까지 승승장구했는지 공무원 인사제도의 허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법절차를 무시하고 집단적으로 비공개 조직을 만들어 정부 정책 반대운동을 펼치겠다는 고위 공직자들의 기강해이와 집단이기주의는 엄중히 처벌해야 마땅하다.

최근까지 주러시아대사관 공사참사관 겸 총영사를 지내고 귀국한 이원우 외교부 국장이 국방대의 ‘안보’ 과정 인터넷 클럽에 올린 ‘국방대 지방 이전에 대한 저의 생각’이란 글의 주장과 논리는 두 가지다. 하나는 국방대 지방 이전의 의도가 종북세력이 “민간의 참여가 없는 쓸쓸한 국방대를 만들어 군에 대한 민의 소통 길을 차단하려는 것”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미군에게 전작권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주한미군 철수를 반대하는 우리 국민을 속이면서 교묘하게 미군의 자존심을 건드려서 철수하게 하는 전형적인 공산주의자들의 수법”이라는 것이다.
둘 다 너무 유치하고 한심한 논리여서 반박하기조차 부끄럽다. 다만, 국방대의 지방 이전이 군과 민의 접촉을 소원하게 해 군민을 이간하기 위한 것이라면, 육해공군의 본부가 서울이 아니고 계룡대로 이전한 것은 왜 문제를 삼지 않는지 묻고 싶다. 또 전작권 환수에 대해서도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걸 지적해 둔다. 이 국장은 “어려운 남의 나라를 도와주러 간 군대는 당연히 자신이 전작권을 가지며 세계 최강의 미국의 경우는 더욱이 그렇다”고 했는데, 우리나라 말고 세계 어디에도 자신의 전작권을 외국 주둔군에 맡기고 있는 나라는 없다.
 
이 국장 등의 집단행동은 서울 소재 국방대 논산 이전 계획을 저지하려는 세력의 집단이기주의에 편승하고 거기에 ‘전가의 보도’인 색깔론을 동원한 셈이다. 이들이 국방대에 사무실까지 내기로 했다니, 국방대 쪽이 뒤에서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방부가 조사를 통해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응분의 조처를 취하겠지만, 더 심각한 것은 이번 일로 군민 화합이 깨지고 공무원에 대한 민의 불신이 더욱 커지게 됐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