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22일 국군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대선 개입 댓글 작성 사건에 대한 합동조사 중간발표를 통해 “별도의 상부 지시는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날부터 사이버사령부 압수수색 등 수사 체제로 전환했다고 덧붙였다.
우려하던 대로 은폐·축소 수사의 분위기가 역력하다.
국방부 조사의 문제점은 한둘이 아니다. 뒤늦게 압수수색을 시작한 것부터가 진상규명 의지가 없는 ‘늑장수사’의 전형이다. 댓글이 삭제되는 상황을 바라만 보다 이제 와서 압수수색을 한다니 은폐할 시간을 벌어줬다는 의혹을 살 만하다. 더구나 이미 신분이 드러난 4명에 대해서만 임의제출 형식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받아 조사했을 뿐 나머지 요원들의 계정은 확인조차 않았다. 또 4명에 대해서도 컴퓨터나 휴대폰 기록 정밀조사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단독 행동’ 취지로 중간발표를 했으니 이를 누가 믿겠는가.
 

수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도 눈속임의 술수가 읽힌다. 국방부는 조사본부가 군검찰과 합동으로 수사를 벌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군검찰조차 독립성을 믿기 어려운데, 그나마 현장수사 대신 법률 검토만 맡는다니 들러리나 마찬가지다.
국방부 발표를 믿기 어려운 결정적 이유는 따로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사이버사령부가 대선 및 정치개입에 사용한 전용 아이피가 존재하고 여기에서 최소 8명 이상의 군무원이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이외에 ‘숟가락’이란 계정을 사용하는 ㅇ 요원도 블로그와 트위터 등을 이용해 ‘오빤 MB(엠비) 스타일’ 등의 동영상을 퍼나른 것으로 밝혀졌다. 선거 또는 정치 개입에 나선 사이버사 요원들이 국방부가 발표한 4명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더구나 ㅇ 요원은 국정원 심리전단 팀장 이아무개씨가 지난해 8월28일 ‘상부 지시에 따라’ 올린 ‘오빤 MB 스타일’ 동영상을 바로 다음날 블로그 등에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이버사 전용 아이피를 이용한 게시글들은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가 작성한 게시글과 주제 면에서 매우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국정원 심리전단과의 연계성을 부인했으나 이를 보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군의 선거 개입은 헌법에 규정된 정치 중립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사이버 쿠데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현대사에서 군의 정치·선거 개입이 어떤 불행한 결과를 초래했는지는 현 정권 인사들도 잘 알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어리석은 시도를 중단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